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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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돋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책을 나의 일상 생활에서 필수인 존재라고나 할까. 그런데 책을 좋아하다 못해서 책 도둑이 된 사람과 책도둑을 잡는 사람이 생겼다. 물론 구하기 힘든 책을 구했을 때 그 희열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말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희귀한 책을 소장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 나는 전자에 속하는 편인데, 그래서 취향이 조금씩 바뀌는 만큼, 정기적으로 책장 정리를 하곤 한다. 그래도 워낙 책이 많아서 책장이 항상 차고 넘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단 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만하고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책 도둑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실제로 취재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범죄자에 대해서 직접 취재를 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책 수집가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초판본이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서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책들을 훔치는 길키라는 사내와 우연한 기회에 책 도둑을 잡는 일에 빠져들게 된 샌더스. 모두 실제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작가가 심도있게 인터뷰를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은근히 책을 훔치는 방법이 쉬워서 신용카드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나는 나의 카드를 쓰면 곧장 문자가 오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적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거나 아니면 너무나도 부자라서 이 정도의 카드 쓰는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나중에 카드 정지를 하게 되면 이미 훔친 책은 책 도둑과 함께 멀리 떠난 후이다. 그러나 꼬리도 너무  길면 잡히는 법이다. 적당히 조절을 했으면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점점 자신감이 붙어서 책을 같은 수법으로 훔치다보니 현장에서 잡히게 되었다. 다른 도둑보다 책 도둑은 상당히 지성적이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도둑같은 인상을 받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두 감탄할 만한 책장을 꾸미는 것이 희망이라니, 나와 생각은 같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잘 못된 방법을 취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초판본에 대한 집착은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된 책은 읽기도 힘들고 오히려 최근에 재판된 책들이 더 읽기 좋게 편집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가능하면 새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중고책을 이용하는 경우는 절판되었거나 좀 더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을 경우이다. 물론 초판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 덕분에 중고책 서점들도 장사가 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책 도둑의 이야기가 마치 영화 같아서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열심히 읽었다.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취미 생활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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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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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만났다. 해결사가 등장하는 형태의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탐정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에는 경감이나 경찰 등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면허 없는 탐정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경찰 캐릭터가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살짝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풀기 어려운 살인 사건에 대한 난제를 해결해나간다. 이 책은 캐나다 작가가 쓴 소설로 출간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플롯이나 사건의 구성이 조금 닮기는 닮았다. 가장 큰 특징은 범인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캐나다의 퀘벡 지방의 한 시골마을에서 노부인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조금 독특한 작품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 피해자는 화가였으나, 사람들에게 절대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작품을 공개하기로 마음 먹은 이후로 갑자기 살해당하게 된다. 몬트리올에서 급파된 가마슈 경감과 그의 부하들은 열심히 증거를 수집하고 추리를 하기 시작하는데, 독특하게 이 소설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가 한 명 있다. 바로 신참내기인 니콜 형사이다. 제대로 해보려는 의욕은 충만하나, 사건을 수사하는데 방해만 하고 결국에는 인내심 많은 경감의 신경을 완전히 긁어놓는데 성공한다. 가끔씩 그녀가 하는 생각들을 살펴볼 때마다 정말 밉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개요는 무척이나 간단한데,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사실 이런 점이 추리소설을 읽는데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본은 간단하나, 사람의 심리상태를 깊게 파고들어가야 하는 류의 소설이야말로 긴장감 아닌 긴장감을 맛보게 한다. 사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오해나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 점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된다. 사실 워낙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엄청난 추격신이나 손바닥에 땀이 날만한 짜릿함은 없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깊게 파악하기에는 더 좋은 조건이라,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상황에서 책을 손에서 놓기는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 미술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 그림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의 열풍이 몇 해 전에 불었다가 요즘에는 좀 잠잠한 듯 싶은데, 그래도 무더운 여름밤에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밤을 지새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순히 사건 해결에만 촛점을 맞추지 않고,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이 소설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척 재미있게 여겨질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트 풍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절대 놓치지 않고 보길 바란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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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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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 상당히 길다. 그리고 문장의 호흡도 상당히 긴 편이라 읽기 전에 아마도 심호흡을 한 번 해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 책을 읽어내려가자 끝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표지에 나온 새와 숲의 이미지가 이해되었는데, 궁금하신 분은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된다. 미국의 소설가가 정말 미국적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물론 소설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어느 가정에서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잘 표현해서 절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냈다.

 

솔직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패티와 월터라는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아이들과 이웃, 그리고 친구가 등장한다. 자서전과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일단 전반부를 제외하면 모두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헷갈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들이 대단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순수한 감성을 지닌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일 따름이다.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고, 미국의 사고방식과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성생활에 대해서 전혀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물론 밤문화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사람들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10대부터 이런 경험을 갖는다고 하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거북하기도 하겠다. 다만 나는 이미 성인이 된지 한참 된 독자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이 책의 뒷표지에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동급으로 이 책을 평가하고 있는데, 현대의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로 해석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고전이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 책 또한 그런 서사성과 함께 시대 문제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든지, 자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정치나 경제 문제도 중간중간에 다루고 있어서 미국인들의 사회 문제에 대한 시각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만큼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1주일동안 묵직한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어깨는 무척이나 아팠지만, 그정도의 수고는 충분히 할만한 책이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칙릿 소설이 아니라, 정말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 함부로 다루기도 조금 조심스럽다. 지금 이 책의 판본이 페이퍼백으로 나왔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드커버로도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 정도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고, 나중에 다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서사성이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긴박감이 있지는 않아도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극하는 매력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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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좋은 시간이야, 페르귄트
김영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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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페르귄트'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궁금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까치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길조로 평가받고 있는 까치를 의인화해서 나타난 소설로, 텃새인 까치가 자신의 의지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줄거리가 상당히 특이하다. 아무래도 새가 주인공인 소설이다보니, 주변 등장인물로 다른 새들도 참 많이 나온다. 덕분에 새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새는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철새 빼고는 같은 곳에서 머무는 새들이 많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새들을 보면서 인간과 많이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떠나는 자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릴 용기가 있는 자이며, 그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배우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갑자기 여행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여행과정에서 수많은 새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내면의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와 환상이 결합되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좀 헷갈리는 부분도 많기는 한데,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소설책과는 다른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았다. 그냥 흔한 까치를 다룬 동화가 아니라 단지 주인공을 까치로 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내용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데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무방하기는 한데, 이 책의 끝장을 덮을 쯤이면 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을 읽는 것을 정말 오랜만이라, 좀 더 신선하게 여겨지기도 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까치에게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을 전해주는 주변 인물들을 보면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 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모두에게 공통된 삶의 의미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까치에게 이런 깨달음의 순간 뿐만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되는 순간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고 주변 사람들의 친철함으로 인해서 텃새인 까치가 철새들을 따라서 이동할 수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까치가 그리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은 용기를 가지고 있는 자가 새로운 곳을 개척한다는 오래된 옛 말이 하나도 틀린 점은 없어 보인다.

 

그냥 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좀 아까운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평범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특히 위안을 줄 수 있을만한 소설로,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좋을 법한 작품이다. 이 책을 쓴 작가가 책 하나를 쓰기 위해 상당한 자료 조사를 했음이 분명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더라도 나중에는 마음속에 묵직한 무엇인가가 남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소설에 질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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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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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듯 했다. 무더운 날씨와 자연 환경을 어떻게하면 견디고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십수년 전에 이미 서양사람과 결혼해서 아프리카에 살았던 중국인 작가가 있었다. 그 때는 딱히 작품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아왔는데, 그 때의 기억을 살려서 솔직담백하게 쓴 글이 바로 이 책, '허수아비 일기'이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워낙 거침없는 문체에도 살짝 놀랐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정곡을 제대로 찌르는 내용이 아주 통쾌했다. 자신을 허수아비에 비유해서 쓴 글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이 책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데, 여기부터 이미 자유로운 그녀의 영혼을 느낄 수가 있다.

 

중국인에게 미덕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도 그냥 참고, 타인에게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인가보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유교 사상이 많이 남아있던 십수년 전에는 통용되었던 예의였다. 꼭 중국 사람이 아니라 동양 사상 전체에 깔려 있는 문화였는데, 이 때문에 서양 사람이 동양사람들을 볼 때 조금 의뭉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인 싼마오도 처음 외국에 유학을 갔을 때는 이러한 미덕을 발휘해서 모든 친구들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처리해주었는데, 원래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녀는 시간이 지날 수록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그녀가 드디어 폭발을 하고, 그 후로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피력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사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거침없이 써내려간 그녀의 감정이 이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여 주인공이 일을 저질렀을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내리치면서 시원해했다.

 

사실 그녀의 남편인 호세를 어떻게 만나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글을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와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그저 짐작할 뿐이다. 특별히 서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결혼에 이르는 때도 시어머니가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도 워낙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은둔해서 살려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알게되고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즐기게 된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그 중에서 특이한 에피소드들만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방식으로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책 표지에는 '달콤한 신혼생활'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거침없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호세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기는 하다.

 

허구보다 더 강력한 실제의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아주 가득 느낄 수 있는 에세이이다. 동양 문화의 사고방식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주인공과 철저하게 서양방식으로 살아온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독특한 문화적 차이 및 관점을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좀 더 새로운 이야기가 없음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난 싼마오라는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혹시라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다른 작품들이 이 책 만큼이나 톡톡 튀는 매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개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색다른 에세이 집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그녀의 사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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