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일단 이 책, 상당히 길다. 그리고 문장의 호흡도 상당히 긴 편이라 읽기 전에 아마도 심호흡을 한 번 해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 책을 읽어내려가자 끝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표지에 나온 새와 숲의 이미지가 이해되었는데, 궁금하신 분은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된다. 미국의 소설가가 정말 미국적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물론 소설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어느 가정에서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잘 표현해서 절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냈다.
솔직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패티와 월터라는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아이들과 이웃, 그리고 친구가 등장한다. 자서전과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일단 전반부를 제외하면 모두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헷갈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들이 대단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순수한 감성을 지닌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일 따름이다.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고, 미국의 사고방식과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성생활에 대해서 전혀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물론 밤문화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사람들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10대부터 이런 경험을 갖는다고 하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거북하기도 하겠다. 다만 나는 이미 성인이 된지 한참 된 독자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이 책의 뒷표지에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동급으로 이 책을 평가하고 있는데, 현대의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로 해석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고전이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 책 또한 그런 서사성과 함께 시대 문제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든지, 자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정치나 경제 문제도 중간중간에 다루고 있어서 미국인들의 사회 문제에 대한 시각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만큼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1주일동안 묵직한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어깨는 무척이나 아팠지만, 그정도의 수고는 충분히 할만한 책이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칙릿 소설이 아니라, 정말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 함부로 다루기도 조금 조심스럽다. 지금 이 책의 판본이 페이퍼백으로 나왔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드커버로도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 정도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고, 나중에 다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서사성이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긴박감이 있지는 않아도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극하는 매력이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