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밤 창비세계문학 39
훌리오 코르타사르 지음, 박병규 옮김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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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문학이라는 단어는 몇 번 들어봤는데, 실제로 읽어본 작품은 몇 안된다. 개인적으로 사실과 거짓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추리소설이나 일반 소설, 인문학 서적을 주로 읽는터라 환상 문학은 생각보다 많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환상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내용이 많아서 꿈속을 걷는 느낌과는 또 다른 맛이 나는 작품들이 많다. 이 책은 스페인어 권 작가인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단편 소설의 대가라고 되어있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포인트를 적절히 잡아내는 흐름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읽다보니 환상문학의 특징을 약간은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이 작품들은 정신을 차리고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일반적인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있어서 대충 읽어도 내용이 이해가 가는데, 환상 문학의 경우에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 분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가가 숨겨놓은 복선을 찾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읽어야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빨리 읽는 독서에 익숙하던 나에게는 약간은 어려운 독서법이기도 하다. 그래도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작품 세계를 보면서 색다른 장르의 문학에 푹 빠져드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 이 작품집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러 작품이 각자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한 작가에게서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하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도 같아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조금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탓에 다른 책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했으나 다 읽고 나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소설을 일단 다 읽고 나서 뒤에 실려있는 역자 해설을 꼭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역자 후기를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라는 느낌으로 차분하게 그동안 읽은 작품들을 마음속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속 소설만 읽었던 독자라면 이번 기회에 자산의 독서 폭을 한 번 넓혀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가 낯설면서도 매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모든 것이 명확하지만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한 방안에서 자산이 좋아하는 책을 파고드는 것도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초현실적인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집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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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 삼백수 : 5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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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한시는 어렵고 낯설다. 그런데 해설만 잘 되어있다면 생각보다 한시는 어렵지 않을수도 있다. 그동안 한시에 대한 편견을 깨주었던 책이 바로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한시 문학을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쉽게 한시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출간 당시에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에 힘입어 같은 시리즈의 두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더 짧은 문장으로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5언절구'이다.

 

전체적인 책 구성은 첫번째 권과 동일하다. 우선 한시가 처음에 나오고 바로 해설이 붙는 형식이다. 그런데 호흡이 짧은 한시를 다루다보니, 짧은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를 음미하는 기분이 꽤 색다르다. 과연 이 책이 재미있을까 의문스럽다가도 차분하게 한 수, 두 수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시의 매력에 슬그머니 빠져든다. 자연을 빗대어 그 시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한시는 여유로우면서도 날카로운 반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소설을 읽는 것처럼 처음부터 정독을 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는 방식이 더 알맞다. 굳이 언제까지 다 읽어야지라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그냥 옛 사람들의 풍류가 그리울 때 하나둘씩 꺼내서 음미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주말에 집에서 한시를 읽고있자니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변화와 함께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 많은 시를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산과 바다를 그리게 되는 것이 한시의 매력인가보다. 너무나도 바쁜 일상에 치여서 그동안 주변을 너무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시절에는 조금 느리지만 우리보다 더 풍요로운 정신적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일상화가 되어서 휴대 전화를 완전히 단절시키기란 어렵겠지만 단 하루라도 멀리하는 날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추운 연말에 한시를 읽으며 마음 따뜻한 계절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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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환상문학전집 27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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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쓰여진 고전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랄까.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대로 된 명작이라면 영화보다는 책이 더 잘 쓰여지기 마련이다. 단순히 우주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들도 포함하여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군대를 다녀와야 제대로 된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미래사회를 그린 작품으로, 전쟁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배경이 썩 마음에 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이나 세부적인 묘사 등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그정도는 애교로 봐주고 넘어가기로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친구 따라 군대에 지원하게 된 주인공은 군대의 수많은 병과 중 제대로 된 특기라고는 건장한 신체밖에 없어서 보병으로 배정된다. 훈련소에서 엄청난 양의 훈련을 거치고 진정한 군인이 된 주인공은 한차례 갈등의 시기를 겪는다. 과연 이 길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길이 맞는 것인가. 우여곡절을 거쳐 기동보병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든든하게 해내는 주인공은 마지막까지도 지구의 평화를 위해 또다시 출동한다.

 

군대 문화에 대한 고찰과 사회구조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들이 스토리적 흥미 유발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이렇게 깔끔한 작품은 정말 보기 드물다. 개인적으로 SF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과 동떨어진 배경이면서도 결국 거기에 담겨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실을 잊기위해 소설을 읽지만 현재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SF소설의 매력인데, 이 작품은 그런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명의 영화가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지만 책만큼은 SF 역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좋을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 밀리터리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절대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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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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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면서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볼만큼 미래에 대한 관심은 높다.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다고 하면 멀더라도 찾아가서 점을 볼 정도로 점을 믿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다. 세상이 혼란하던 시절에 나온 예언서를 둘러싼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감록보다 더 용한 예언서라고 설정된 '비취록'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상당히 고증이 잘 되어 있고 앞뒤가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퇴마록'의 밀교와도 같은 느낌이다. 영험한 힘을 가진 예언서를 보유한 비밀 종교 집단과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어우러져 약간 진부한 소재일지라도 상당히 긴박감을 잘 이끌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예언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인데 한 문장 한 문장을 파헤쳐서 그것이 절대적인 양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설정이 우리네 민중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이 힘들다보니 세상이 바뀐다는 예언에 흔들리는 것이 대중의 마음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근거없는 예언이 나라의 분란을 일으킨다면 그것 또한 좋은 모습은 아니다.

 

예언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필요한 고서 전문가와 힘만 넘치는 형사가 만나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고 엄청난 거사를 치르려는 종교 집단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을 보며 상당히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승려였던 인물이 국가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탄탄하게 구성이 되어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독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준다기 보다는 킬링 타임용으로 적당한 소설이다. 어찌되었든 소설이 재미있기만 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왕이면 예언서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예언한 전설의 예언서 '비취록'을 읽으며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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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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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남다른 소설을 발견했다고 좋아했었는데 그새 신간이 또 나왔다.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검은 수도사'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1편을 재미있게 보았던 독자라면 이번 책은 더 기대해도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권보다 2권이 훨씬 더 재미있다.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전편보다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도드라지고 아찔한 상황들이 자주 연출된다. 전편에서는 전체적인 배경 설명과 캐릭터들을 소개하느라 정작 사건에 대한 몰입도는 다소 떨어졌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좀 더 활발해진 주인공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닌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종교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형집행인은 이 사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나, 딸인 막달레나와 그녀의 연인인 지몬의 넘치는 호기심 덕분에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전에는 사회의 제약에 한계를 느끼고 다소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사회적인 관계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고, 재치있게 사건을 해결한다. 전통적인 탐정이 활약하는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중세 시대에 실제로 있음직 했던 사형 집행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도 상당히 놀랍다. 종교적인 신념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정당화시키는지, 그리고 나쁜 놈들의 말로는 항상 그렇듯이 좋지 않다. 어디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권선징악이 비교적 분명한 이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든다.
 
한 가지 사건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가지 사건이 얽혀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절대 지루할 틈을 느낄 새가 없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의 지명이라는 사실이다. 이 시리즈의 진정한 팬이라면 나중에 이 책에 나오는 장소를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도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여름 휴가 때 푹 쉬면서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다면, 그 중에 이 책도 리스트에 넣어두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양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독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으니, 특별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책은 아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번 빠져들면 순식간에 읽어버리는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책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나 좀 색다른 내용을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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