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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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여기 나오는 두 여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꿈꾼다. 우리나라 여성과는 조금 성향이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요즘에는 워낙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같은 동양 문화권이니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거기에 나는 빼고.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살고 있던 세계와는 다른 곳을 엿본 듯한 느낌이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외로움을 다뤘다는 점에서 조금은 공감이 갔다. 


이 작품에 나오는 루리코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벌써 세 번째 결혼이다. 이제 30대가 되니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했다는 건데, 자신만의 인생 목표가 무척이나 명확하다. 그런데 과연 그 목표가 정말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설의 말미에 가서는 자신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은데, 초중반에는 무모할정도로 당당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에는 남자들이 워낙 약아서 돈을 벌어오거나 정말 예쁜 여자, 어린 여자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루리코도 처음에는 어리고 예쁜 것으로 많이 들이밀었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도 슬슬 지나가는 듯 하다. 물론 30대가 늙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냥 아무 생각없이 돈 쓰고 다니는 남자들이 따라붙기에는 한 물 가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든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꾸던 루리코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남자에게만 거는 것은 너무 타인 의존적이지 않은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진실한 행복인지 궁금하다. 


모에도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이다. 사랑은 하고 싶지만, 결혼 단계에서는 망설여지고, 그러다보니 유부남이나 만나게되는데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일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도덕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관습이다. 그런 것들을 아예 무시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겠다고 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에도 그런 점을 어렴풋이나마 깨닫지 않았을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떻게든 마지막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복한 길을 찾는다. 조금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탈을 도전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행복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행복이 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예전에는 내가 가진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가 한창 유행을 하다가 요즘에는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버려도 좋다는 '정리'가 인기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영향을 받은 탓일텐데, 이런 단편적인 것 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행복이 뭔지는 정말 심각하게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주기적으로 해야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현실을 벗어나서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으나, 그 답이 평생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잘 가고 있더라도 가끔씩은 돌아서서 내가 정말 잘 가고 있는지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진짜' 행복을 찾기위한 청춘들의 성장통을 이 주인공들과 함께 겪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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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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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 중에 음주를 빼면 상당 부분의 로망이 빠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학생이 되면 꼭 음주를 하게 된다. 친구들끼리 친목을 다진다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비교적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매개체 중의 하나가 알코올이다. 그런데 대학 동아리 중에 음주만을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라니, 그닥 건설적이지는 않아도 인간관계를 돈독히 쌓기 위해서는 꽤나 괜찮은 동아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른바 '추리' 동호회를 가입하기 위해 헤메다가 '취리'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대학 새내기이다. 항상 술을 마시고 이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동호회라고 하는데, 결국은 흥청망청 술을 정당하게 마시기 위한 동호회이다. 매번 같은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마시지만, 그 나름대로 편안함과 즐거움도 있다.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알코올은 경직된 분위기를 적당히 풀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약간 황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동아리이기는 해도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척 재미있다. 주조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주당 교육을 시켜왔기 때문에 왠만한 술로는 끄덕도 하지 않는 주인공은 대학교에 입학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취리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사실이다.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같은 동아리 선배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동아리 활동을 계속한다.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될지 계속 미지수이지만, 나름 둘이 미묘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년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각 계절별로 일어났던 사건들이 엮어있어 아직 풋풋한 대학생들의 청춘 생활이 그대로 보여진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술을 마시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이 살짝은 보여지는 것도 술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면서 이런 동아리에서 간접적으로 활동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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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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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이 그러하듯, 사건은 별 일 아닌 것 같은 평온한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혼의 위기에 삐걱거리지만, 그래도 예쁜 두 딸을 가진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충실하게 돌보고, 그냥 그런 생활을 보내고 있던 중 내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것도 내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용의자로 몰리는 경우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 교수로 가끔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심각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것만 제외하면 극히 평범한 심리학자인데, 때로는 넘치는 호기심으로 인해 본인 자신을 위험으로 몰고가는 의협파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상당히 진중하고, 서두르지 않는 전개 속도 덕분에 이야기 전체는 무척 탄탄해졌다. 그러나 초반에 빠른 이야기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소 지루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이야기 초반에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 덕분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굉장히 분노에 차서 책장을 넘기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떤 범죄든 그 죄의 경감을 따질 수는 없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확실히 받아야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아직 미처 자라지 못한 새싹을 잘라버리는 일은 끔찍하기 짝이없다. 


비록 정식 수사관은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단서를 토대로 끊임없이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 덕분에 자칫 잘못하면 완전 다른 방향으로 결말을 맺을 뻔한 사건이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아주 작은 단서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식 형사도 아니면서 왜 사건을 쑤시고 다니는지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강력한 욕망을 가진 주인공을 보며 왠지 모를 존경심마저 든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건의 연결 고리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겨우 이것밖에 되지 않았던 것인지 약간 허탈감도 없지 않지만, 끝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구성력이 상당하다. 결국 모든 일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다소 음울하지만 이것도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 우리 주변의 사건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평범한 스릴러에 질린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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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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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어촌 마을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너무 작은 마을이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곳이라 범인이 이 안에 있다고 보기는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과 실제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 유명한 추리소설에서는 대도시보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더 흥미진진하다. 이 작품도 그와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어 결말이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했다. 보기에는 무척 단순한 사건인데, 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사실 이 책의 기본 줄거리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금방 나오므로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냥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놓는 편이 이 책을 읽으려는 예비 독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이 책의 저자인 가노 료이치는 나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작가이기는 하다. 나름대로 해외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소설의 세계는 넓은 듯 하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이나 인과관계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이라 이질감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위는 정말 있어서도 안되고 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그러나 재물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 결과 상대방에게는 평생 극복하지 못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조금은 소심하지만 세심한 관찰력을 지닌 주인공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는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탐정이 그러하듯이 다른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짚어내는 관찰력이야말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열쇠이다.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은 그런 점을 간과한 작품들도 많은데, 이 작품은 약간 폐쇄적이지만 반면에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오랜만에 정통 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코 후회는 없다는 시원섭섭함으로 마무리하는 깔끔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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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잡이들
은승완 지음 / 들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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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서부극이 연상되었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겨보니 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아주 아주 내가 어릴적에 꿈꿨던 직업 중의 하나가 '작가'였는데 사실 대학교 진학할 때 이 직업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예 다른 쪽으로 전향했다. 사회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소시적에도 작가란 배고픈 직업이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나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글을 무기로 이 세상을 살아나가려는 작가들이다. 등단해서 전업 작가가 된 경우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다양한 글을 쓰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하면 전원 생활을 유유자적 즐기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작가는 예상했던 것과 같이 생활이 무척 어렵다. 인터넷을 보면 종종 올라오는 작은 콘테스트에 응모해서 그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어느정도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환경에서도 꼭 글을 써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어떤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여기서 보이는 작가들은 모두 고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백조들 같은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세 많고 우아한 것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근히 출세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보니, 다소 소심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생활을 계속 영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재미있는 것은 글이라는 것이 개인의 창작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서 그 창작물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쓰고자 했던 소재를 훔쳐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면 당초 소재를 제공한 사람은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매우 애매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들의 세계가 살벌한 줄은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돈 많고 멋진 사람은 나오지도 않는다. 왠지 보통 사람보다 조금더 각박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나름 짠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말 제대로 된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들이 수두룩할터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는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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