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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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귀신 설화와 현대 소설의 만남은 왠지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도 처음 봤을 때는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의아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예상보다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최근에 한국 작가가 해외 도서상을 수상한 것을 보며 한국 소설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의 작가도 아직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주제로 다음 장면이 예측되지 않는 미스터리를 깔끔하게 써냈다. 조금 투박한 주제를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척 무겁다. 그리고 어두운 표지만큼이나 등장 인물들의 표정도 어둡다. 일부러 설정을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약간 우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야기의 발단은 오래 전에 알던 교수님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굉장히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장례식장을 찾아가겠다는 주인공을 보니,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었나보다. 평소에는 잘 못챙겼더라도 가는 길이라도 제대로 챙겨주겠다는 고지식함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바닷가에서 해무는 이른 아침에 볼 수 있는데, 해무가 사람을 잡아간다는 소문 때문에 해무가 나타날 때마다 으시시하다는 기분이 든다. 희끄무레한 안개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소설처럼 강렬하게 주제로 다룬 것은 처음 보았다.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렵다. 아무리 없앤다고 하더라도 그 살인이 연속되면 꼬리가 밟히는 법. 치밀하게 고민하다보니 결국 범인은 밝혀졌지만 그 결말은 왠지 씁쓸하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욕심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그 욕심이 과하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오랜만에 무척 잘 짜여진 한국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귀신이라는 주제와 원한이 만나서 거의 마지막까지 범인을 찾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소설이라는 형식 때문에 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었겠는데 작가는 그 포인트도 함께 노린 듯 하다. 아무튼 잠자기 전 이불 속에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범인은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특한 주제의 한국 추리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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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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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는 중국 역사적으로 봐도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사실 나는 중국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인물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된 중국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적인걸','무미랑전기'는 중국에서도 상당히 인기있었던 드라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측천무후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결국 드라마를 계기로 중국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이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소설이라고 하지만, 측천무후의 일대기에 가깝다. 사실 그녀가 궁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생활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고 궁에 들어온 이후의 생활은 기록에 전해진 것처럼 상세히 후대에 전해져오고 있는데, 여자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아무래도 전무후무한 일을 그려내다보니 나중에는 저자도 조금은 힘에 부치는 듯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점으로 측천무후를 묘사하고 있어서 적지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300 페이지 남짓되는 전체 페이지를 다 읽고도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녀가 황제의 총애를 얻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일단 한 번 눈에 들고나니 거침없을 정도로 그녀의 정적을 제거해나가는 모습이 소름돋을 정도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후궁들은 많아도 총명함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다. 신분도 그리 높지 않은 여자의 몸으로 최고 위치라고 할 수 있는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이보다 더한 인간 승리는 없다. 그리고 말년은 다소 쓸쓸했더라도 그리 비참한 죽음은 아니었으니, 이정도면 꽤 괜찮은 인생을 산 인물의 본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측천무후는 잔인한 여황제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름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약간 짐작이 갔다. 무엇보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출중하여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능력만은 꼭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측천무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몇 권 더 나왔다. 소설도 있고,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데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그녀의 일생을 훑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간결하게 그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분량도 적당한 편이라 통독하기에 좋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측천무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좋은 점은 많이 배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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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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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배우는 외국어는 영어, 중국어 정도이다. 터키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터키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은근히 드물다. 나도 최근에 회사와 관련된 일 덕분에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평범한 사람이 터키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 터키어를 배웠다. 그래서 책의 중간중간에 터키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는 당최 읽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실 터키어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이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현대 국어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말이라도 암묵적으로 어떤 모임에서 어떤 단어를 어떤 의미로 쓰기로 규정했다면 그것도 충분히 언어가 된다. 그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서는 이상한 단어를 오만가지 의미로 사용하는 재미있는 모임도 보여준다. 이 모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필요하지만, 막상 모임에 가입하고 나면 별 의미없는 내용들만 주고 받을 뿐이다. 이 모임에서 만난 어떤 사람을 실제로 터키어 강좌에서 만나면서 언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다. 내가 언어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터키어와 우리나라 말의 차이점을 안다고 해서 뭔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문학 전공을 하다보니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언어적인 지식이 소설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터키어는 하나의 배경일 뿐이고,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일상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름 심도있게 고찰하면서도 가벼운 에피소드로 풀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보통 학생의 시선으로 본 우리의 생활은 참으로 단조롭고 오해도 많이 생길 수 있겠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덕분에 터키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한 번 관심을 가져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언어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결국은 언어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내 멋대로 정의내려본다. 언어의 효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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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남자 스토리콜렉터 36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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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은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더욱 그렇기도 하다. 어느날 갑자기 다리 위에서 벌거벗은 여자가 뛰어내린다. 절대 그럴리 없었는데, 그녀는 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인 조 올로클린은 한 대학에서 조용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려고 했는데, 인생은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사건이 그를 찾아오는 건지, 아니면 그가 사건을 찾아다니는 건지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덕분에 그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집착이 심한 살인범과 얽히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떤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면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이 작품에서는 집착의 끝이 어디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책의 중반까지는 범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그려지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을 때보다 범인의 정체를 알고 나서부터 더 흥미진진해진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범인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잔인하게 사람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사람이 잔인해지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범인을 상대로 주인공은 침착하게 대처한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이 바로 옆에 있는 아내에게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은 박사이지만, 가정적으로는 점점 무너지고 마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실 조 올로클린이 나오는 작품을 접한 것이 이번이 두번째다. 바로 뒷 이야기로 이어지는 '내 것이었던 소녀'의 전 시리즈가 바로 이 책인데,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 전 시리즈도 있나보다.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매우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야기의 결말은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했다. 심리 스릴러를 즐기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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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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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가 이야기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사건은 롤러코스터와 같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셰리든은 난데없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오빠 덕분에 일약 전국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된다. 그런데 그게 딱히 그녀에게 좋지만은 않다. 온갖 억측과 편견이 난무한 가운데 그저 평범한 10대이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인생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그냥 평범한 성장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들이 엄청나고,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이 작품은 일단 읽어보면 주인공의 매력이 푹 빠져들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작품은 '여름을 삼킨 소녀'의 후속편이다.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여자 아이의 일생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을 보는 듯 하다. 물론 그 때와 시대상은 많이 다르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강렬한 스칼렛을 그대로 빼다 닮았다. 사실 나는 전 작품을 보지는 못하고 이 책을 더 먼저 보게 되었다. 이야기의 특성상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를 따라가기는 쉬웠다. 오히려 두번째 권을 먼저 읽으니, 그렇다면 이 전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거꾸로 '여름을 삼킨 소녀'를 예약해두었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무더운 여름이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에는 끝날 줄 알았는데, 셰리든의 여름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한창 아름다울 때라고 하는 20대 초반에도 그녀는 보통 사람들은 겪기 힘든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나라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사건들을 어떻게든 씩씩하게 극복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히 책 속 그녀의 나이는 현재 나보다 더 어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그녀의 모습은 왠지 살짝 불안한 중년 여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정말 안정된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서 보인 그녀는 다음 권에서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무척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무척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정말 제대로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주저말고 이 책을 집어들길 바란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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