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포레스트
진 헤글런드 지음, 권진아 옮김 / 펭귄카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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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병으로 죽고 세상이 멸망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어린 여자애 둘이서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다. 소설 속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모두 사라졌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저 워낙 다양한 병이 돌아서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왜 사람들이 갑자기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대의 소녀에게는 자신의 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에바는 무용을 선택했고, 넬은 공부를 택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을 택한 부모님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는 떨어져 지내서 그럴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그래서 이들은 병마의 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은 다 산산이 부서졌다. 안전하게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살다가 갑자기 위험한 세상속으로 던져진다면 과연 그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의 도덕은 무너지고 치열한 본능만이 살 길이다. 


자매 두 명이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삶은 조금 지루하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이 그냥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여자라면 처할 수도 있는 모든 위험이 이 책 속에 있다. 재난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심심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고, 극적인 사건도 많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 책이 흥미로울 것이다. 사춘기 소녀들이 내적으로 고민하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나름 흐뭇하면서도 숙연해진다. 


숲 속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도 많지만, 두렵기만 했던 숲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친근한 존재로 바뀐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숲은 많은 것을 베풀어준다. 주로 두 소녀의 감정선을 그리고 있어서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진짜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것 같아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이 뒷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고난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텨낸 소녀들이 대단하다. 조만간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영상도 무척 기대된다. 색다른 성장 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터이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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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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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망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소설은 극단적인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가정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SF 소설과 같은 제목 때문에 우주인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물론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현실과 과거의 사건들이 번갈아가며 나오면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의 인과 관계를 과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세계 인구 중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남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서라는 배우를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 사람이 인류 역사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살아 생전에는 가십을 잔뜩 뿌리고 다니면서 상처도 많이 주었기 때문에 그리 그 인물에 대해서는 동정이 가지 않는다. 다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스테이션 일레븐'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쓴 만화책의 이름이다. 그 만화책이야말로 진짜 SF 장르에 속하는 작품으로, 실제 그림은 전혀 볼 수 없지만 만약 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그 만화책의 그림들이 무척 아름다워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세상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욕심을 챙기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나른하면서도 나름대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있는 이 작품을 읽고 있으면 진짜 암울한 미래가 찾아와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환경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냥 일상적으로 쓰이던 것들이 없어졌을 때,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래도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들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간에 매 순간을 의미있게 사는 것만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혼란스럽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주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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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07-1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한종말이죠 마치시골마을의전원생활같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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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에 섬뜩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생각보다 신선하다. 여러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최근 들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도 참 오랜만에 만났다. 살인 사건을 주제로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짜릿함이 굉장하다. 사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설정이 조금 우연성이 강하고 어떻게 보면 허술한 면도 있는데,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의외의 사건들이 끊임없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건의 발단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대화였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우연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여기서의 설정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만남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 덕분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흥미진진해졌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도 일어나는데, 나중에 알고보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가 된다. 정말 못된 사람이라서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터이고, 그 때문에 못된 짓을 하기도 할 텐데 그렇다고 해서 선택이 살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살인을 마치 생활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약간 문화적인 충격이 있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도 매우 독특하다고 여겨졌다.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들이 튀어나오면서 무척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옮겨다니면서 다양한 시각을 거친다. 서로를 속고 속이며, 때로는 오해도 하는 상황들이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여느 소설처럼 반전이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나오니 독자들은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신선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실마리를 계기로 진실을 발견하게 될지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워낙 이야기를 다루는 재주가 뛰어난 작가이다보니, 자칫 깜박 속아 넘어가기 쉽다. 마지막까지 의미 심장한 문구를 남기는 재주를 보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무더운 여름에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줄 소설을 찾고 있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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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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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소녀에게 가해진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제목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첫번째 장을 몇 장만 넘겨보면 금방 알 터이다. 세상에는 참 별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시리즈의 앞 편을 보지 못하고 이번 책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캐릭터들 간의 관계는 잘 알지 못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워낙 독특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라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이전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소설로서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싶은데, 이미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라고 하니 혹시나 재미없을까 걱정하는 독자라면 그 걱정은 내려놔도 되겠다. 


이 책은 계속 두 개의 사건이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이런 류의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겠지만,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두 사건이 나중에는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겠구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책에 같이 나올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는 온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작가의 역량이 보이고, 사건 진행에 탄력을 받게 된다. 세세한 설정까지 알려주면 나중에 읽을 사람들의 재미가 반감되니 이야기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전혀 다른 캐릭터의 슈나이더와 자비네의 콤비 활약이었다. 물론 열혈 검사인 멜라니의 활약도 멋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좀 독특한 캐릭터가 선호되는 편이다. 나도 그 부류의 예외는 아니라서, 처음 보는 캐릭터들이지만 금방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들 콤비의 활약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더 멋있어지니, 약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꾹 참고 끝까지 보면 놀라운 반전을 맛보게 될터이다. 


무시무시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지만, 처음 예상보다는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심신이 약한 노약자 분들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니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이 책을 챙겨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상황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지 쫓아가기 바쁠 정도로 지루한 줄 몰랐다. 이 작가의 작품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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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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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로마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이미 유명하기는 하나, 실제로 그 책을 읽어보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연대기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조금 딱딱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잘 정리된 책이 드물기 때문에 유명한데, 이제 로마 이야기라고 하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로 대표작을 바꿔서 말해야 할 듯 하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고증이 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말 흥미진진하게 로마의 변천 과정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각 캐릭터를 적절하게 잘 살려내서 바로 곁에 살아 숨쉬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포르투나의 선택'은 전 시리즈 중 3부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술라가 어떻게 로마를 차지하는지 과정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사실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세력을 조정하며 밀고 당기는 과정이 약간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나중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지루함은 꾹 참고 읽어나갔다. 이 책에서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술라가 로마를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차지하고 나서 이 도시를 다스리는 방법에 있다. 물론 역사책에도 나오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 사실들이 새 생명을 얻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었는지는 직접 이 책을 읽어보는 수 밖에 없다. 


지극히 실리적으로 보이지만 운명에 대해서도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고대인들이기 때문에 신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번에는 포르투나가 과연 어떤 인물의 손을 마지막으로 들어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워낙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운명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해야한다. 적절한 시기나 인물을 만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냥 그저그런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카이사르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게되는 것까지 그려져있다. 이미 역사의 결말을 아는 독자로서는 그 세부적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 술라와 앞으로 떠오는 인물이 될 폼페이우스, 카이사르가 이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여줄 모습들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미 결론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가 기대되는 이유는 이보다 더 재미있게 로마인들을 재현하고 있는 책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당연히 이 책은 봐야한다. 그리고 중국의 삼국지에 비견될 정도로 온갖 권모술수 또한 엿볼 수 있는 책이기에 유사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앞으로 나올 '마스터스 오브 로마' 후속편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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