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사이보그 신데렐라 이야기

신더 ㅣ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사실 출판사 책 소개글에서 이 책이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이야기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그 사실을 알지 못할 뻔 했다. 곰곰히 따져보면 주요한 포인트는 옛날 동화에서 차용을 했지만, 배경과 스토리, 캐릭터의 성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그 캐릭터는 나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더는 가족을 부양하는 사이보그 정비공이다. 이런 기술을 언제 다 익혔는지는 자세하게 안 나오지만, 아마도 양아버지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워낙 험한 동네에서 살다보니 그녀도 자연스럽게 살아남는 법을 배웠는데, 조금 독특한 신체구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좀 끄는 편이었다. 사실 동화처럼 우연이 너무 많고 평범한 소녀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서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어차피 배경 자체가 허구의 미래 세계이기 때문에 그런 비현실성은 잠시 잊어두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소설을 읽는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복잡한 현실 세계를 잊고 소설 속의 세계에 풍덩 빠져드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사이보그 소녀는 무적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기 좋지는 않지만, 기계손과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미처 가지고 있지 않는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도 있고, 다양한 공구로 활용도 가능하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골라내고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내가 원하는 정보도 자유자재로 찾아낼 수 있다. 성격은 그리 친절하지 않지만, 그녀가 살아온 환경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사실 왕자와의 로맨스가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는 한데,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으니 그냥 머릿속을 비우고 보면 좋겠다. 

최근 들어 이와 비슷한 종류의 소설들이 많아졌다. 미래 세계에서 소년소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적을 물리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판타지 소설말이다. 영화화로도 많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책으로 읽는 재미도 남다르니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 실제 원작과 비교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듯 하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는 인간의 호기심이 이런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이어서 <스칼렛>, <크레스>, <윈터> 이렇게 총 4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각 시리즈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니, SF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챙겨보길 바란다. 

레이저 발명에 영감을 준 작품

가린의 살인광선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6년 8월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문구가 '레이저'를 발명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레이저의 발명자가 말했던 말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의 증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만 하더라도 레이저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는 '살인광선'을 발명한 가린은 좋은 곳에 쓰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문명의 이기를 적극 활용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미 가린이 살인광선을 발명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이왕이면 그가 발명하는 과정까지 나왔으면 좋으련만, 거기까지 이야기를 이어가기에는 너무 장대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어서 적당한 지점에서 끊었나보다. 다소 촌스러운 표지와 제목, 그리고 거친 서사의 작품이기는 해도 전체적인 이야기가 시사하는 점은 상당히 놀랍다. 단순히 과학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추리 소설과 모험 소설, 그리고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섞여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로 영화나 실제 과학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우리 생활에 사용되었다. 이 책에서는 먼 거리에서 건물을 파괴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용도, 그리고 지구의 깊숙한 곳까지 굴착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광선이지만, 실제로 그 사용 가능한 폭은 더 넓다. SF 영화에서 전쟁신이면 꼭 등장하는 것이 레이저 광선이고, 또 광선검이라는 소재도 등장해서 엄청난 인기를 끈 적도 있다. 물론 그 광선검은 빛의 성질 때문에 실제로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의학이나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레이저이다. 그런 레이저의 발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소설을 읽는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러웠다.

이 작품에는 레이저의 발명자인 가린과 엄청난 부에 대해 욕심을 부렸던 롤링,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조야, 소비에트 사상의 적극적인 추종자인 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은 물건을 보고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놀랍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 더 건설적인 일에 사용하지 못하고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그 지식을 활용했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아무튼 특히 과학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안겨줄 이 책을 추천한다. 

진짜 악인은 존재하는 것일까

악당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나쁜 사람들을 열심히 쫓아서 감옥에 넣고나면 일정 시간 뒤에 그 사람들은 다시 세상밖으로 나온다. 이미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은 다 받았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단순히 도둑질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살인 사건 같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 사람과 관계있던 사람들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삶이 완전 바뀌고 만다. 이런 사람들도 교화라는 이름 아래 그냥 풀어주는 것이 과연 정답인 걸까. 아직까지도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작가는 무척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사에키는 전직 경찰이자 현재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조사원이다. 그리 큰 규모의 사무소는 아니지만, 꽤 실력이 좋은 터라 고객들이 의뢰한 일은 왠만하면 다 해결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탐정 사무소에는 독특한 의뢰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 일련의 의뢰들을 처리하면서 겪는 심적인 갈등이라든지, 조금씩 밝혀지는 사람들의 진실이 나름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윤리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 모순적인 사회 현상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인지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수많은 갈등을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건의 흐름만 따라가기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무척 크다. 

한 번 악당은 평생 악당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나쁜 사람이 개과천선을 했다면 그 증거는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고민해봤을 문제이다. 사실 주인공도 의뢰인들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그리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성선설을 믿는 편이지만, 가끔 방송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본성이 나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작가 나름대로의 결말을 내렸는데, 과연 어떤 결론일지는 직접 이 책을 보면서 알아보길 바란다. 

아마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을 터이다. 합리적인 결론이 나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의문이었던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이 작품은 슬프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갖고 있다. 표지만 봐도 저 멀리에 있는 낯선 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데, 그리 밝은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각자 나름의 사정을 갖고 있는데,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서로 연관성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 사실 모든 이야기가 매우 잔잔해서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자극적인 이야기만 읽는 것보다 때로는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부모는 매우 마음 고생이 심하다. 서양에서는 비교적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은 자폐증이라 하더라도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정도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평소에 욕구 조절을 잘 하도록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올 정도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바닷가도 무척 작은 마을이지만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름 흥미롭다. 너무 작은 마을이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관계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처음에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들이 각 단편의 말미에는 나름대로의 평화로운 결론을 내려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더라도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편하더라도 장점으로 전환시켜 보면 나의 주변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딱 부러지게 명쾌하지는 않아도 내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도 똑같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라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더 좋은 여건일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려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다른 것보다 내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일텐데 말이다. 조금씩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꽤 괜찮은 북캉스가 될 것 같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

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8월

프랑스의 이국적인 섬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아내와 남편. 이들을 노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들을 살려야 한다. 무척이나 강렬한 제목의 이 책은 무더운 여름에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갑자기 사라진 미모의 아내와 의심받는 남편 사이에서 경찰은 일단 남편부터 잡기로 한다. 그러나 남편은 마냥 경찰에 잡혀있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경찰의 눈을 피해서 도망다니기 시작한다. 사실 섬에 있기 때문에 금방 경찰에 잡힐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남편은 능력자였다. 어떻게 경찰의 감시망을 벗어나는지는 직접 이 책을 읽어보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 점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덕분에 책의 중반부터는 차마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꽤나 집중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워낙 중구난방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바람에 책 절반을 읽을 때까지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을 보고 다시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무튼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남편은 여러모로 봐도 대단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무척 허술하게 봤는데, 나중에 보면 은근히 계획성도 있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프랑스 문학은 그리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무척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었다. 약간 몽환적인 배경 덕분에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소설은 겉표지만 봐서는 안된다. 실제로 이야기를 읽어보면 최근에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척 좋은 작품이다.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 한여름에 휴가지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다.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