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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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는 놀라운 작가다. 사실 이 시리즈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덧 두번째 권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첫번째 권과는 달리 어른의 세계로 접어든 두 친구의 이야기로 이 책은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으나 점차 서로 다른 세계로 갈라지게 된다. 그저 평온할 것만 같았던 일상이 한순간의 불장난과 열정으로 어그러진다. 나중에는 과연 어떤 길이 최선의 길이었는지는 그 일을 겪는 본인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화자는 계속 엘레나이다. 모든 사건과 사고는 엘레나의 관점에서 보이는대로 서술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닌지 추측하게 만든다. 우리네 일상이 어떨 때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 그 생각도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작가는 자신의 일상 생활을 전혀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의 사생활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이탈리아의 평범한 두 여자의 생활을 쓰면서 이렇게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의 평범함을 문학의 독창성으로 바꿔놨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어떻게 보면 멋진 작품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 일이다. 

어린 시절 눈부시게 빛났던 릴라가 이렇게 바닥까지 갈 수 있다니 사실 놀라웠다. 반면에 레누는 착실한 모범생답게 정해진 길을 잘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었던 인생을 버리고 자신을 찾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릴라의 선택은 사실 현실에 안주해있는 나에게 작은 경종을 울렸다. 비록 생활은 고단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가장 마음 편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많은 지식을 쌓은 레누도 훌륭하기는 하지만 좀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릴라이다. 

첫번째 권보다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이번 책을 보면서 앞으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아직 2권의 이야기가 더 남았다고 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 생각이다. 어떻게든 이 두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정말 자신이 원하던 인생을 살다가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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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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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가 되고 싶다고 해서 CIA 본부를 찾아가면 스파이가 될 수 있을까? 스파이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몰라도 이렇게 공개 채용을 하는 적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평생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다가 스파이가 되고 싶어서 불쑥 CIA로 찾아간 할머니가 있다. 그 분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폴리팩스 부인이다. 여러 우연이 겹쳐서 진짜 스파이가 되고, 또 다른 사건이 겹쳐서 무시무시한 사람에게 잡혀가는 지경에 이른다. 누구도 친절하고 나이많은 부인이 진짜 제대로 된 스파이일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부인은 자신 나름대로 충실하게 스파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벼운 느낌으로 쓰여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시리즈가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와있어서 꽤나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두 권이 번역되어 나왔을 뿐이니 앞으로의 에피소드들이 더욱 기대된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가 재미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나이가 많아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수행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도 각자 나름대로의 편견에 사로잡혀서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뜻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폴리팩스 부인을 보면서 일단 도전해보지도 않고 그냥 포기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그 일에 대해서 간절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가볍지만 독특한 스파이 소설을 찾고있다면 이 책이 정답이다. 매우 평범한 노부인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터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폴리팩스 부인의 매력을 알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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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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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노인들만 사는 시골이 늘어만 간다. 무코다 이발소가 있는 도마자와도 그런 동네 중의 하나이다. 얼마되지 않는 젊은이들은 계속 도시로 빠져나가고 귀향한 사람들과 노인들만 남아있는 시골 마을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다. 이 책은 그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격인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장은 가업인 이발소를 이어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오는 손님이 예약 손님 빼고는 별로 없을 정도로 매우 한가해서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갈 정도이다. 그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는데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여기 사는 것은 그리 원하지 않는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시골이라서 일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그런 그의 속도 모르고 계속 고향으로 돌아와서 가업을 잇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잔잔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다가 나중에는 조금은 큰 사건 사고들이 계속 연이어 일어난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사건들이 별일 아니지만 시골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다. 

나는 큰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라 그런지, 사실 시골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교외에서 살면 공기도 좋고 모든 생활이 천천히 흘러가기 때문에 삶의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것도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퍽퍽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서 시골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디에 살든 그것은 본인의 취향에 달린 일이다. 이렇게 소소하게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주인공은 계속 시골에 사는 자신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말이다.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복잡한 일상 생활 속에서 잠깐 머리를 식히는 휴식처가 충분히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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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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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사람이 끔찍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이야기는 잔인하다. 그런데 더 잔인한 것은 이 이야기의 가장 잔인한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작품이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있었던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적인 사실의 연속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짐승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을 벌일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이야기가 나중에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하면서 하나로 이어진다. 설마 희생자가 또 늘어나는 것인지 조마조마하면서 보게 되는 작품으로, 정말 일단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원래 그리 잔인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사람이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끔찍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독자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앞으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 

살인자의 본성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하지 않다.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도 알고 싶지 않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은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일가족을 살해하는데 처참하고 끔찍한 방법을 택했고,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살인을 교사한 점은 정말 교묘하기 짝이 없다. 다소 사회적인 질타를 받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알렸다면 이렇게 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텐데, 아마 극도로 다른 사람의 평판을 신경쓰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범죄가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순간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중간에 바로 잡으려고만 했다면 어린 아이까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과연 그 악마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에만 의존한 탓에 진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고 애매한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저 잊혀버릴 사건을 다시금 끌어올린 작가의 놀라운 필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다시는 이런 괴물이 나오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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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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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보다 더한 사이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독일 전래동화에서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을 끔찍한 이야기로 고치려는 작가가 있다는 것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사실 문화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감하기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는 무척 매력적이다. 평소에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에 속한다. 

처음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이 작품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척 빠른 이야기 전개로 범인도 잡고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된다. 사실 이 시리즈로 두 권이 나왔는데 이미 두번째 이야기는 읽었고 거꾸로 첫번째 이야기를 뒤늦게 읽게 되었는데, 솔직히 비교를 하자면 첫번째 이야기가 좀 더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첫 작품이다보니 작가가 조금은 더 신경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손가락 자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이코가 있다. 시간을 넘나들면서 과연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긴박하게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나중에 이야기들이 뒤엉키니 처음 읽는 독자는 각 챕터마다 쓰여있는 날짜를 잘 계산해서 읽는 것이 좋겠다. 그 편이 좀 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 사이코를 잡기 위해 더 희안한 캐릭터를 가진 수사관이 등장하는데, 초보 형사와 베테랑 형사의 콤비가 의외로 잘 맞는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고, 이 콤비가 딱 그 꼴이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범인을 잡기는 잡는데, 그 과정이 꽤나 험난하다. 

이런 여러가지 양념이 있어서 이 작품이 더 흥미를 돋구는 것 같다. 역설적인 의미의 제목을 가진 작품으로 왜 이런 사이코를 이해해야 하는지 조금 짜증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다. 앞으로 나올 이 작가의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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