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 아웃케이스 없음
이창동 감독, 유아인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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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하고 봐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실주의 영화의 칼날 같은 매서움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부자를 적 혹은 악인(사이코패스)으로, 젊은 여성을 어리숙한 희생양으로 그리는 설정이 도식적이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지고(이런 틀에 박힌 설정이야말로 오히려 사실을 단순화시키는 반리얼리즘 아닐까), 방화와 살인이라는 결말도, 주인공의 상상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뭔가 좀 올드한, 1920년대 사회주의 소설의 결말 같기도 하고. 영화 전반에 음습하게 스며있는 불안과 모호함을 끝까지 일관되게 그대로 (뭐 섬뜩한 암시 정도로만) 남겨두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훌륭한 영화라는 데는 이견 없다. 검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상의를 탈의한 여주인공이 흐느적대며 추던 그레이트 헝거 댄스는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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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외 감독, 김남길 목소리 / MBC 프로덕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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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도 또 다른 여러 라다크가 있었다. 태생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취약한 정신구조를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모종의 라다크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돈의 논리가 개인의 내면에 가하는 가장 큰 폭력은 아마도 자존감에 관련된 것이리라. 나 스스로를 별안간 가난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고 그 가난을 부끄러워하게 되는 것. 걸친 것 없이 뛰놀던 자기 자신에 대해 문득 뼈아픈 수치심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낙원에서 추방된다. 이 시대의 무화과는 돈의 맛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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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att Damon - Stillwater (스틸워터) (202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Various Artists / Universal Studios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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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골자만 놓고 보면 봉준호 영화 <마더>와 쌍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유전자 번식에 대한 개체의 생물학적 사명은 사회가 만든 법과 도덕을 초월하고, 사실은 그게 대자연의 섭리일 터, 양자가 상호적이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치될 때라면 후자는 돌연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런 휘장에 불과하고 만다. 무엇이 윤리이고 정의이며 또 무엇이 범죄란 말인가? 단순한 분류법이 묘하게 바스러져 버리는 그런 순간이, 어떤 진실의 한 자락이 들추어지는 전율의 지점이라면, <마더> 못지 않게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표정이 그곳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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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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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라고는 하지만 개봉된 지가 벌써 십 년 전이다) 홍상수 영화 중 제일 재밌게 봄. 마치 여러 기표들 사이를 이리저리 부유하며 일시적인 결합과 미끄러짐을 반복하는 기의처럼- 긴 잠적 끝에 갑자기 나타난 '우리 선희'는 세 남자들을 가뿐하고 자유롭게 때로는 전략적으로 오가면서 그 와중에 제 실속은 실속대로 차리고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인데 그러니까 그녀는 히스테리적인 주체가 아닌 것) 다시금 표표히 떠나버린다.

세 남자들에게 선희의 이미지는 불충분하게 포착되지만(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선희의 이미지는 또 다르기 때문에) 이 불충분한 혹은 부정확한 명명은 재미있게도 남자들 사이에서 (중구난방이 아닌) 하나의 완벽한 합의를 이룬다. 기적에 가까운 이 인식론적 합의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이 영화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하는 말을 제가 한 말인 양 그대로 떠드는 사회적 인간 특유의 재주가 (역설적이게도 말을 돌게 만드는 윤활유가 됨으로써) 이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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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컨트리: 야생곰의 습격
Adam MacDonald 감독, 에릭 발포어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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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보고 너무 무서워서 산에서 곰 만났을 때 대처 요령까지 찾아봤다. (https://www.google.com/amp/s/www.nationalparksbackpacker.com/do-air-horns-deter-bears/amp/) 일단 산에서 곰에게 잡아먹힐 확률은 자판기에 의해 죽임 당할 확률보다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에게 습격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비책을 레이어드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옷이나 백팩에 매다는 방울종(베어벨)은 멀리 있는 곰이 방울 소리를 못 들을 가능성이 있음. 틈틈이 곰 퇴치 전용 나팔을 불어 내 영역을 시끄럽게 알릴 것. 곰을 만나면 절대 뒤돌아 뛰지 말고 팔을 들어 몸집을 부풀린 채 서서히 뒷걸음쳐야 함. 곰 스프레이는 진짜 물려죽기 전 최후의 수단임. 그런데 이런 거 수백 번 찾아읽어도 막상 곰 만나면 온몸이 얼어붙어 하나도 생각 안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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