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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박영택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난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다. 가끔 친구나 선배들을 따라 전시장이란 곳에 가봐도 솔직히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잘 몰라 그저 '멋있다' '우울하다' '이쁘다' '밝다' 등 아주 가벼운
정도의 느낌만을 가질 뿐이다. 글로 설명된 것, 귀로 들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 일
것이며, 그 작품들을 읽어내기에 내 기본 지식와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용기내어 이 책을 읽을 기회를 잡아보았다.
그냥 그림의 설명이 아니라 저자가 많은 공부를 하고 작품을 보고 쓴 비평이자 감상
문이니 내가 앞으로 어디선가 보게 될 작품들을 '감상하고' '읽을 수' 있는 길을 잡을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도착한 이 책.
처음 책을 잡았을때 두께에 한번 놀랐고, 펼쳤을때 비교적 작고 빽빽하게 늘어선 글씨들
에 한번 더 놀랐다. 게다가 실린 작품들은 거이 100여편이나 되어 제대로 읽을 수나 있을
까 부담도 되었지만, 되도록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실으려고 노력한 저자의 애정이 아닐
까하여 오히려 마음이 갔다.
이책은 오랫동안 미술계를 '배회' 하면서 다녔던 전시회와 작업실에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만나고, 감상하고 글을 썼던 저자의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일종의 독후감이자
비평문'이며,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에 걸쳐 발표된 작품들에 대한 저자 개인적인 감
상' 이다.
저자가 썼던 많은 글들 중에 주제가 상통하는 작품들을 저자 임의로 시간, 전통, 사물,
인간, 재현, 추상, 자연의 7파트로 분류하고 그 안에 총 92명이나 되는 작가들들 소개하
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작품을 대표로 하여
92명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며, 간간히 인용해놓은 작가
노트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작가들의 생각이나 생활을 엿볼수도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은 회화뿐만아니라, 부조, 사진도 포함하고 있으며, 작품에
사용된 소재들은 나무, 종이, 아크릴, 볼펜, 먹과 모필, 재활용 물품들까지 아주 다양
하다.
나는 회화, 그림 하면 유화, 수묵화, 수채화가 다 인줄 알았는데 아크릴과 볼펜으로 표현
한 박승예 작가의 'enforced insight', 대나무를 물들여서 하나하나 붙여 작업한 조민숙
작가의 '존 케이지' 수집한 사진을 컴퓨터 작업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 후 실크스크린으
로 찍어낸 진보라 작가의 'urban blossom' 등의 작품은 참으로 신선하고 놀라웠다.
시간이나 추상파트에 속한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사물, 인간 파트의 작품들은
저자의 글을 읽으니 이해가 잘 되었던 것 같다.처음에는 무작정 읽었으나 중반부를 읽을
때 즈음엔 그냥 무작정 읽을 것이 아니라 책에 실린 작품의 사진들을 보며 나도 무언가를
떠올려 보려고 하였다.
어떤 예술이건 내가 이해가 되건 안되건, 작가의 의도가 어떻던 간에 결국은 보고 듣는
사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고, 결국 이 책도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쓴 저자의 '감
상' 이니까 말이다.
좀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보려고 하고 작품을 보고 내가 느낀것을 정리하면서 저자의
글을 읽으니 더 몰입이 되고, 느낀 것은 비슷한데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혹은
내가 느꼈던 모호한 감정이나 정서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밝아진다
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과거의 사조화 현대의 그것을 비교해 놓으니 좀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오랜 세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했을 저자의
방대한지식과 설명을 통해 내가 모르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
들의 전시회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도 이젠 작품전시회를 보면 예전처럼 무심한 느낌을 들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현대 미술과 현재의 미술계 동향을 어렴풋하나마 알게 된점, 100여명에 가까운
작가 들과 그들의 작품을 접하게 된점, 미술에 좀더 친밀감이 생기게 된 점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커진점등에서 저자에게 아주 고마움을 느낀다.
비교적 추상적이고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훌륭한 문장력으로 너무 어렵게 느끼게 하지
않은 점도 참으로 좋았던 부분이었다.
곁에 두고 한번씩 꺼내 읽으면 아주 좋을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