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정목 지음 / 공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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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불가의 가르침을 아주 잔잔하고 편하게, 이해하기 쉽게 전해주는 아름다운 꽃같은 책이었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그림과, 글과 그림을 효과적으로 배치한 편집에 편안한 글씨체까지 정말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마치 책에서 향기가 나는 듯도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느려터진 듯한 달팽이, 누군가는 바다를 찾아간다고 노래했던 달팽이, 가끔은 들어다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놓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답답함.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을 보면 참으로 느리고 답답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우주의 시간으로 그들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것이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않다' 이 한 줄 글귀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화를 다스리는 법, 고통을 바라보는 법,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법, 분노를 다스리고 사랑을 느끼는 법등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며, 늘 깨어있게 하고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성찰의 글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나의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남을 원망하고 유난히 미워보이던 어느 한 사람,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퍼부어 대고 싸우고, 욕했던 어리석은 나의 모습,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의 모습... 그 모든 모습들이 결국 나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일어났던 마음이었던 것,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수 밖에 없고, 계속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또한 결국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겪었던 고난과 흘렸던 눈물에서 난 무엇을 얻었던가. 저자는 의미없는 고통은, 나아가 의미없는 일들은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들고 내가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한 것 또한 나 자신이라고... 내 마음에 끓어오르는 허상들을 잠재워야만 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불가의 가르침답게 적절히 응용된 화두에 얽힌 스님들의 일화와, 소설가, 노래, 인디언등의 예들은 자칫 고루한 가르침이 될 뻔한 글들에 리듬을 불어넣고 있고, 읽기에 두껍지도 않고, 아름다운 그림들의 색채들도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저 활자로만 읽으면 누구나 할 수있는 충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읽으면 아마 큰 가르침을 주지 않을 까 한다. 그것이 바로 불가의 가르침이 아닐까. 종교를 떠나 삶에 지친 현대인들 누구라도 곁에 두고 읽는 다면 그 짐을 조금을 내려놓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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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개천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 이야기
박상규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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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문득 어떤 노래를 듣거나 어떤 냄새를 맡으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어린 시절 추억이든, 아픈 사랑의 상처이든, 부끄러운 과거이든, 내겐 고 김광석의 노래가 그렇고 봄날 찔레꽃 진한 향기가 그렇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대학교 때 자취하던 2층 가건물이 떠오르고, 그 방에서 함께 라면을 끓여 소주를 먹거나,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별의 슬픔에 못 이겨 괴로워하던 그 시절이 떠오르고, 봄 날 찔레꽃 향기가 코 끝을 찌르면 내가 살던 복사꽃 흐드러지게 피던 고향이 떠오른다. 물 오른 찔레를 꺾어 먹으며 10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던 고단한 시절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제 그 반사적 행동의 조건에 이 책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가 추가될 것 같다는 묘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 줄로 표현할까 한다.

 

 

책의 전반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나온다. 그는 유난히 술과 담배와 여자와 도박을 좋아하던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 사이를 오가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불완전한 가족의 모습에 어린 아이를 동정하거나 그런 선택을 한 부모를 힐책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처럼 저자 또한 그런 시선에 반기를 든다. 그래야 완전한 가족의 모습 밖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봄이면 지천으로 꽃이 피고, 집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10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고, 산에 올라가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땔 감을 해 나르는 그런 생활 나의 어린 생활도 그러했다. 10리를 걸으면 꼬박 1시간이 걸린다. 난 그 길을 걸으며 봄에는 진달래와 찔레를 따 먹었고, 가을이면 떨어진 알밤을 주워 먹으며, 가을엔 과수원에 몰래 들어가 사과를 따 먹거나 밭에 무를 캐 먹기도 했던 추억이 있다. 5학년 때 중소 도시로 이사를 나오며 정지해 버린 기억이지만 저자의 말대로 그때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정서적,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금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게하는 촉촉촉한 감성이 있다면 다 그 시절에 연유한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셨다. 목욕탕에서, 양파 까는 공장에서, 식당에서 이제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받아쓰기만 해도 될 할머니가 되어서 까지도 청소를 하는 노동자의 삶을 사시는 것이다. 전쟁 고아에서 결혼, 4명 아이들의 엄마로, 다시 혼자가 되어서 한 평생을 사셨을 어머니, 여자의 몸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된다. 그녀는 늘 낮은 곳에서 소외 당하고 외롭고 힘든 인생들과 벗 하면서 사셨고,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삶에서 지금의 자신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능성적 14등급으로 대입에 낙방, 제수로 대학 입학, 데모 판에서 대학시절을 다 보내고 겨우 졸업, 그러나 오마이뉴스 기자로 단박에 합격, 그러나 지금은 40을 바라보는 노총각. 그의 삶을 단어 몇 개로 표현하면 이렇다. 단편적인 스토리로만 보기에도 그의 삶은 참으로 다채로운 경험들의 연속이다. 그가 살아온 삶, 그리고 추구하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과 참으로 많이 닮아 있단 생각을 했다. 또한 나와 너무도 비슷한 경험을 했길래 그의 나이가 궁금했는데 나보다 2살이 많다. 그를 내 인생 속에 가져다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한 모습에 난 참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책의 후반에 묘사된 그가 기자로써 추구하는 삶은 음악을 하는 나의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려 하는 나의 삶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그가 몇 년간 땀과 냄새에 절은 한켤레 등산화를 신고 취재를 하며 느꼈던 삶의 교훈들 또한 마찬가지다. 비 주류로서 살아가는 삶의 고통, 인간이면 누구나가 누려야 할 자유나, 노동의 신성함, 혹은 휴식할 권리, 꿈을 실현할 자유, 보호받을 권리 등이 가진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고만 현실을 묵묵히 개척하며 살아가려 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그러한 나의 결심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보신탕을 팔아 자신을 키운 아버지, 지금은 그런 수십 마리 개들과 가족이 된 저자. 나 또한 저자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이제 내 새끼가 된 고양이 4놈과 1마리 골든리트리버와 함께 살 꿈을 꾼다. 마당에는 저자와 그의 어머니처럼 살구, 앵두, 복숭아, 자두, 목련 등을 심어 그 그늘에서 쉬고 싶기도 하고, 마당 한 켠 텃밭에는 넘치지 않을 만큼의 채소들을 키우며 그렇게 살고 싶다. 저자가 뻔질나게 드나 들었던 곰배령에 찾아가 꽃님이네 집에서 꼭 미숫가루를 사 먹어 보리라. 지리산에도 꼭 가보리라. 거기서 나 자신과 만나는 그런 걷기를 꼭 해보리라.

 

 

이 책을 읽으며 난 마치 나의 과거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읽고 있는 듯 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추억, 추구하는 것의 동질성, 읽었던 책, 좋아하는 노래, 다른 곳에서 함께 보았을 TV드라마. 참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아마도 결혼 유무의 차이와 개와 고양이의 차이 정도? 내가 그리는 그림에는 나의 남편이 있고, 개 대신 고양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행히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신다는 것.

 

 

이 책은 내게 눈을 들어 세상을 보면 늘 눈물 겹지만 않다는 것, 이 세상 어딘가엔 나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런 우리가 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 따스함과 용기를 주는 멀리 서로 얼굴도 모르는 친구가 생긴 뿌듯한 느낌, 아주 행복하고 따스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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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세팅 - 당신의 생각을 조종하는 숨은 권력
맥스웰 맥콤스 지음, 정옥희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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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젠다 세팅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1. 의제설정 (議題設定)
2.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이혜관계에 따른 의도된 이슈' 를 부각시키는 행위
3 .대중심리를 조종하는 숨은 권력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란 매스 미디어가 의식적으로 현재의 이슈에 대한 대중의 생각와 의견을 세팅(설정) 하는 방식으로, 우리말로는 '의제 설정' 이라 할 수있다. 즉 '언론이 생각하는 현실' 에서 '우리의 생각이 그려내는 현실' 로의 현저성 이동에 관한 이론이며, 미디어가 그리는 풍경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대중의 그림에서도 중요하게 된다는 것, 미디어 아젠다가 곧 공공의 아젠다가 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지난 총선에서 투표 전날과 선거 당일에는 소위 말하는 보수진영 언론 매체에서는 유난히 북한의 로켓발사만 주구장창 보도하며 곧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그 위험성을 어필한 것이나, 2012 런던 올림픽을 20여일 앞둔 현재 평소보다 더 많은 스포츠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며,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대통령의 측근비리들을 연일 쏟아내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런 현상 혹은 연예인들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리는 견해나 입장 등 우리가 '언론플레이' 라 흔히 말하는 것 모두가  '아젠다 세팅' 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1968년 언론이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채플힐' 연구에서 시작된 '아젠다 세팅' 에 대한 주요개념, 이론의 과거와 현재 -즉 아젠다 세팅이 어떠한 흐름으로 연구되고 진행되어 왔는지- 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들이 언급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스페인, 일본 등에서 벌어진 많은 연구성과들이 소개되고, 아젠다 세팅과 상당부분 겹쳐지는 '프레임 이론'  '게이트 키핑' 등과의 관계,침묵의 나선, 비열한 세계신드롬 등의 아젠다 세팅 관련 이론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책의 소개에서 풍기는 '음모' '비판' 등의 뉘앙스를 풍기는 그런 책은 아니다. 아젠다 세팅이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개념은 무엇인지,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 누가 아젠다를 세팅하는지, 아젠다 세팅의 효과와 결과는 어떠한지, 그떤 이슈가 관심을 더 받는지, 아젠더 세팅 주체의 역할은 어떠한지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들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많은 도식들과 함께담은 아주 담백한 책이라 할 수있다.
 


아젠다 세팅 이론은 일정한 양상을 그리며 발전하게 되는데 크게 5단계의 순으로 발전했다. 그 출발은 언론에 많이 노출된 '미디어 아젠다' 가 다수의 대중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공공 아젠다' 가 되는 현저성에 있는데, 여기서는 그 아젠다의 '속성 특징'이 아닌 '노출 빈도' 의 관련에 대한 연구를 했다 (1,2장). 그러다 2차 단계에서는 아젠다 세팅효과는 증폭하거나 저해하는 제약조건에 대해서 (3, 4장),  3차 단계에서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선거 후보와 공공이슈에 관한 '태도와 의견'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속성 아젠다' 를 연구하는 단계로 (6장), 4차 단계에서는 미디어 아젠다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원천에 대한 연구를 (7장), 마지막 5단계에서는 아젠다 세팅 과정의 결과, 최종 영향력의 개념을 연구하는 것 (8,9장) 에 이르게 된다.

 

 

특히 우리가 아젠다 세팅이론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아젠다 세팅의 '속성 아젠다'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아젠다를 선택하여 '어떤 식'으로 미디어에 노출 시키는가에 따라 특정 이미지나, 고정관념등을 주입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프레이밍 이론' 과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아젠다의 노출빈도가 높을 수록 공공 아젠다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그 아젠다를 어떻게 표현 하는 지에 따라 대중들이 가지는 이미지나, 의견,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 것이다. 

 

 

프레임(Frame) 은 사고의 틀, 생각의 출발 지점인 시각, 세상을 바라보는 창 이라고 말 할 수있는데, 사회현상이나 특정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있다. -프레임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 이동훈 , 김원용 지음-이 프레임 개념을 아젠다에 적용하면 뉴스의 맥락에서 선택, 강조, 배제, 부연등을 통해 뉴스의 내용이 무엇인지 암시하도록 하는 것이 된다. 아젠다 세팅 이론에서는 '무엇' 이 프레임 이론에서는 '어떻게' 에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조작과 숨은 권력이 드러나는 것이고, 힘과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근본적인 원인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아젠다 세터의 역할 그리고 사명' 에서 언급한 '환경감시', '사회적 합의 달성' , '문화 전달' 이라는 언론의 역할과 종교, 교육, 영화 스포츠 등의 문화적 아젠다의 주체에 대한 역할과 영향등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현재 파업중인 언론과 유독 요즘 들어 문제가 되고있는 기독교의 배타적 행동들, 각 방송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 선거철이 다가오면 기승하는 색깔론, 지역감정, 친일, 친미와 관련된 역사관등 나타났다 사라지는 많은 이슈들에 대해 가지는 나의 입장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과, 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떻게 해야 올바른 사고와 의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에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되는 이슈들은 모두 '진실' 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이해관계에 얽힌 '의도된' 이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보여지는 것 너머의 진실을 볼 수있도록 좀더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대하는 것만이 그 의문들에 답을 줄 수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과 미디어가 그런 시각을 대변해 줄 수있도록 견재하는 역할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참으로 훌륭한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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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본성 - 인식적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홍병선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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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본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읽어내려가기 쉬운 책도 아니고, 인식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더더욱 읽기가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을 끝까지 정독을 하려면 다른 철학의 교양서적을 참고하거나,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코, 버클리, 흄, 칸트등의 철학에 대한 간단한 사전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책을 바로 읽는 다면 아마 어려운 현학적 문장들과 증명들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결국 포기해 버릴 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 한권의 책』 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족한 지식을 보충했다.

 


물론 이것은 나처럼 철학에 대해 큰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에 한한다. 전공자들이 읽는 다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아주 좋은 참고 서적이 될 듯하다. 또한 그저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닌 지식의 습득이나 사고력의 확장등을 위한 목적이라면 전통적인 인식론, 그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한 '게티어 문제 The Gettier problem)' 극복을 위해 내어 놓은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의 흐름들의 특징과 한계점들을 증명한 과정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게티어 문제 (The Gettier problem): 지식에 대한 전통적 정의 '정당화된 참인 믿음. '은 지식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정당화된 참인 믿음.'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믿음이 정당화되고 참이 되는 상황이 존재하지만, 지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게티어 문제라 칭한다. 『출처:위키백과』

 


이 책에서는 크게 인식 정당성 문제, 내재론과 외재론, 인식의무의 자연화 전략등에 대해 다양한 관점들과 대립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시와 비교, 반박등의 논증을 통해 저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인식론이란 진리나 지식의 본질과 기원, 근거 그리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나 한계등에 대하여 고찰하는 철학의 한 부분이다. 근세 인식론에는 크게 두가지 흐름이 있는데 소수의 명증적 원리에서 논리적 귀결을 연역, 선험적인 인식방법을 중시하는 합리론과-데카르트, 스피노자 등- , 관찰, 실험 귀납적 일반화를 통해 진리에 접근하는 경험론- 로크, 버클리, 흄 등- 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논조는 '합리론' 에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내, 외재론의 문제에서는 먼저 인식정당화에 관한 개념이 필요한데, 지식이란 인식적으로 정당화된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참인 사실을 참으로 믿는 내적 확신의 과정을 '인식 정당화' 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인식 정당화에 관한 관점에 대한 대립으로 내재론과 외재론을 비교하고 있는데 저자는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나 인지자의 반성을 총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정당화 될 수없다는 내재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식의 자연화 전략' 에 관한 부분이었다. 전통 인식론에 문제를 제기한 '게티어 문제' 에 대한 극복의 일환으로 나오게 된 자연주의적 접근은 그 안에서도 많은 논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식론과 발달된 자연과학의 벽을 허물자는 주장, 다윈의  진화론과 연결되는 부분, 나아가 심리학의 인지심리학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서 흥미로웠던 듯하다. 물론 저자는 그 헛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1999년 이후 다양한 학술지에 기고한 인식론 관련 논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중첩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순서를 좀 바꾸었다면 이해하는데 좀 좋았을것 같다. 6장부터 9장 까지의 챕터를 차라리 앞쪽에 실었다면 경험론자와 합리론자의 입장 차이, 내재론와 외재론의 개념, 인식론의 자연화 전략의 개념과 특징을 아는데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4장에서 인식의무의 자연화 전략의 한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정작 5장과 7장에서 나오는 것처럼.  또한 여러번 언급될 수밖에 없는 '게티어 문제' 도 이 책 각주에서 다루지 않아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했다는 것에도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이는 그런 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일반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편집이 아닌가 한다.결국 이 책은 서문에서 밝힌대로 전공자와 일반인들 모두를 위한 책이이 아니라, 오로지 전공자나 이미 인식론에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런지. 만일 일반인들을 생각했다면 우리말로 된 논문임에도 마치 번역된 듯한 매끄럽지 못한 문장의 표현에 신경을 썼을 것이고, 좀더 많은 예시들을 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며칠동안 이 책을 붙잡고 끙끙대면서 내 사고와 지식의 폭을 넓혔다는 것 또한 움직일 수없는 '진실' 이다. 그 사실은 '반성'을 통해 내재화 되어 정당성을 얻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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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푼 - 차 한 잔 한숨 한 스푼, 술 한 잔 눈물 한 스푼
고충녕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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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푼 (자연 수상록)

-수상록: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글-

 

 

 

저자의 이력이 참으로 독특하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산업화의 시대를 지나온 그는 40대 후반에 등단, 일상으로부터의 파격을 감행, 강원도 산골짝에서 은둔하며 출가승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철저하게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일상과 깨달음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 고충녕은 겨울이면 많은 눈을 못 이겨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한동안은 바깥 출입조차 용이하지 않으며, 때론 식수걱정까지 해야 하는 깊은 산 골짜기에 홀로 기거하고 있다. 그의 글들을 읽노라면 그가 살고 있는 깊은 산골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나도 산골에서 살아본 과거가 있었던 이유 때문일 테지만. 아마 태어나 쭉 도시에서 살았다면 저자가 그리는 풍경이 상상하기가 힘들거나 생각만큼 그리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고즈넉한 산골 생활이 좋아서 문명의 이기들을 이용하여 편하게 산골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는 출가하진 않았지만 출가승에 비견 될 만큼의 절제된 구도의 길을 가고 있다. 1년에 홀로 먹는 쌀의 양이 36kg이 되지 않을 만큼의 소식과 철저하게 자연과 신체의 싸이클에 순응하는 섭생, 대자연의 흐름에 맡길 뿐 주변식생에 미치는 생사여탈이란 인위적인 질서 조절을 가급적 하지 않는 다는 도가의 무위사상과, 누군가를 살려냄으로써 모두에게 공덕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조금씩 구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서양적 실용주의의 극과 극의 상이점을 절충하여 상호보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p252)

 

 

그런 모습은 불개미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호랑나비의 대형 애벌레도 살리고, 타 들어가는 듯 더운 날 무논에서 익어가는 올챙이들과 개구리를 살리기 위해 주인 몰래 물꼬를 터 주고, 욕조에 들어와 버둥대는 곤충들을 살리기 위해 빨래판을 기대어 주는 등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는 이제껏 인간이 자연에게 가졌던 우월함과 이기심을 내려놓는 행위이며 철저히 자연의 일부로써 살아가려는 의지 혹은 깨달음이 아닐까 한다.

 

 

그의 글 속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던 많은 것들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생매장 당하는 동물들을 보고 시작한 엄격한 채식에서 오는 고민들이 해결되었고 무작정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닌 나 또한 먹이 사슬의 상위에 있는 동물로써의 지위를 인정하는 등의- 이제껏 나를 지배해 왔던 탐욕 식탐에 대한 고민 해결의 실마리도 찾는 등의 소득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 생활이 주었던 정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리움으로 바뀌는 것 같다. 저자의 글들로 나의 그리움은 더 배가 된다. 새들도 서식하는 지역마다 사투리를 쓴다는 놀라운 사실, 다람쥐와 친구가 되고, 멀리 회오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는 삶이 내겐 너무나 경이롭게 느껴진다.

 

 

다소 포인트가 없는 듯한 밋밋한 문장, 읽을 때 리듬이 느껴지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그런 문장이 아니어서 아쉬움은 조금 느껴지지만 마치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처럼- 글이 담고 있는 풍광과 깨달음이 그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넉넉하다. 거기에 직접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은 삶에 지치고 답답한 우리들은 평온함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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