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라! 세상의 벽을 향해 던진 연설 32 거꾸로 읽는 책 35
유동환 엮음 / 푸른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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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라! 세상의 벽을 향해 던진 연설 32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리영희 선생의 연설과 인디언 추장의 연설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 했을때 나 또한 파병을 반대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살벌한 시절에도 학자의 양심에 따라 자신이 할 말을 용감하게 했던 리영희 선생의 책을 읽어본 경험이 큰 작용을 했고, 얼마전 소설 노무현을 읽으며 파병과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 또한 그간의 인디언에 관한 꾸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인디언의 사상과 신앙, 자연과 인간, 동식물에 대한 인식과 삶의 방식이 참으로 아름답고, 서구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철학과 인생관과 참으로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고 순서에 상관없이 내 마음이 가는 데로 읽어보았는데, 하나의 연설문도 빼놓을 수 없이 우리 생활과 미래, 자유, 생명, 인권, 평화, 환경등에 대해 아주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책은 총 6개 주제의 챕터로 나뉘어있고, 그 주제에 대한 연설문들이 실려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링컨의 연설문 부터, 부시의 '악의 축' 명명을 시작으로 명백한 침략 전쟁을 평화를 위한 것으로 합리화한  테러와의 전쟁 연설문,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 수상후의 연설까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연설문들이 실려있다.

 


그러나 만일 연설문만 실려있었다면 별 의미없는 책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저자는 연설문을 실은 다음, 연설문 뒤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넣어 이 연설문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거기에 적절하고 다양한 관련 사진들이 이해를 돕고 있다.

 

 


지금 가슴에 가장 남는 연설문은 시애틀 추장의 '밤과 낮은 함께할 수 없다'는 연설문이다. 연설문이라 하기보단 그들의 땅을 빼앗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 보낸 백인 대표단 앞에서 통역가를 통해 전한 말이다. 백인 이민자들에게 자신의 선조로 부터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저당잡힌 상태에서 '백인 추장' 에게 전한 말은 너무나 당당하고, 너무나 정중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길지 않은 말에서 그들의 철학, 자연을 대하는 자세,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신앙등에 대한 말을 하는데, '결국 마지막 인디언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그대들의후손이 벌판이나 상점, 도로, 고요한 숲 어느 곳에서든 혼자 있다고 느낄 때,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사실 죽음이란 없다... 다만 세상이 변하는 것일 뿐이다. P197' 라고 말한다.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그들을 내쫓고 가진것을 빼앗으려 협박하러 온 사람들에게 인디언 대 추장은 거대한 운명과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가슴에 남는 하나는 '우리도 공부를 하고 싶어요' 유니세프 방들라데시위원회 <세계 아동 현황 보고서> 중에서 편이었다. 학교에 가지 못한 방글라 데시 아이들은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편에서는 방들라데시아이들 뿐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들의 가난, 질병 노동착취에 대해 알수 있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초콜렛이 10살도 되지 않는 어린이들이 하루 1달러, 연 150달러도 안되는 임금을 받으며 강제노동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것을 아는가? 그것이 바로 서구 자본, 식민지 시대부터 자행된 수탈 때문이라는 것도? 다국적 기업은 지금도 원가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더 싼 가격에 원료를 확보하고자 경쟁하고 있다는 것도? 내가 즐겨먹는 것이 먼 나라의 어린이들이 흘린 피눈물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거기에 저자는 극복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벌이는 '공정무역운동' 을 잛게 소개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좋은 연설문을 알게 해준 것 뿐만 아니라 지구 구석구석에서 벌어진 자유, 인권, 평화, 환경보호를 향한 처절한 외침을 듣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발전된 현대에도 부시의 예에서 보듯 '침략전쟁'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정권과 대통령, 올 후반기에 있을 대선이 연관되어 떠올랐다. 최소한 이번에 우리가 뽑을 대통령은 평화와 화합에 대한 확실한 주관이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지기를 바라며, 공정무역 운동이나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며,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등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천을 하며 살 수있는 사람이 많이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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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박중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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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A Very short History of the World

 

 

 


이 책은 2000년에 나와 인기를 끌었던 저자의 <짧은 세계사 A short History of the World>가 내용이 너무 길어 '그렇게 긴 책은 읽은 시간이 없다' 는 독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짧게 쓴 역사 책이다.  이 책에서는 시대별, 나라별로 역사를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기를 표현하는 정확한 연도도 표시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출연한 최초의 인류가 지구 전역에 정착하게 되는 긴 과정을 이야기 마치 하듯이 표현한다.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있던 지구에서 인류가 이동하는 기나긴 과정,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가 각 대륙으로 나눠지고, 그 곳에서 고립된체 살아가게된 사람들, 그 후 배를 만들어 대륙을 오가게 되는 일들, 큰 강들이 생기고 그 곳에서 문명과 도시가 발달되는 일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시대가 발달하고 각 대륙을 지배하던 군주가 나타나고 제국이 생기고 스러지는 과정,  교역이 일어나는 일들, 종교가 생기고 변절되고 발전해 왔던 과정, 발명을 통한 과학과 수학의 발달, 그로인해 파생된 무기의 발달과 달착륙, 문화와 예술, 건축이 발달하는 과정, 사상의 발달, 식민지와 노예, 독립전쟁, 독제자와 세계대전등 인류가 겪었던 거의 모든 일들이 다뤄진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경이로운 책이 아닌가 한다.


지구가 태어나 생명이 생기고 몇번의 빙하기가 왔다가 가고 인류의 역사는 그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지만, 그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 방대한 세계사 속에 우리의 역사는 큰 비중을 차지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중국의 자리에 생겼다 사라진 많은 나라들을 그저 '중국' 이라 표기해 놓은 때문일까,  황제나 징기스칸, 현대에 들어와서는 일본이 지배한 나라의 테두리에 우리가 속해 있었기 때문일까.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큰 문명들도, 큰 사상가도, 큰 종교도, 큰 발명도 모두 우리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일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닷게 된다. 이방인에게 비친 우리의 모습이 어떤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불편한 느낌이었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역사를 왜곡해서까지 그들의 역사 연도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낮추지 못해 안달이고, 남들이 우리 역사와 영토까지도 다 가져가려고 용쓰는 동안 우리는 더 주지 못해 안달인 이상한 정부을 보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일제가 강제로 우리나라를 범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몇십만권이 되는 역사서를 거져가고 식민교육을 통해 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그 후유증이 참으로 길다.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 정부가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하고자 하는 홍산문화 (신석기문화), 그 문화가 우리 선조들이 만든 문화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관심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책이 다르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도. 연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현실을 어찌 생각할까. 남들이 이렇듯 우리것을 가져가려고 애쓰는 동안 정부차원에서 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고 외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에 과연 그 누가 관심을 가질 것인가... 아무래도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나 보다.


이 세계사는 연도 때문에 해깔리지도 않을 것이고, 너무나 자세해서 머리아픈 그런 역사도 아니다. 그냥 생각날 때마다, 혹은 관심있는 분야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굳이 앞 챕터를 읽어야 이해되는 책이 아니다. 연결은 되어있으나 연역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꼭 그렇다고는 말 못하겠다.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이책은 자세한 역사가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읽느냐에 따라 어찌 받아들이는가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서술되는 형식으로 되어있고 간단하게 나오거나 건너뛰거나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약간은 지루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읽으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걱정이 된다. 물론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청소년들이 훌륭한 우리 역사를 너무나 하찮게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이다. 그냥 가벼운 역사서를 가지고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역사는 정말로 바로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정치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다. 역사는 승리자의 입장에서 씌여지기 마련이고, 이 책 또한 서양인의 시각에 의해 씌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세계사도 다시 씌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민족주의에 빠진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일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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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무현 1
강효산(서훈) 지음 / 까만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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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무현

 

 

 

 

 

노무현. 그 만큼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간 이가 있을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 합격, 판사임용, 해임 후 변호사로 활동, 국회의원, 대통령, 탄핵, 귀향, 자결. 큰 장면들만 한 문장으로 모아 놓아도 그의 엄청난 인생의 행로가 그려진다. 거기에 작은 일들까지 끼워 넣는다면 대하드라마를 써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대통령님은 큰 존재가 아니었다. 이라크 파병 때 난 반대를 했고, 그가 탄핵 당했을 때 탄핵에 반대했다. 그때 아마 내게 그의 존재가 각인된 것 같다. 그 전에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맞겠다. 더러운 사람들의 권력암투가 내겐 그저 구역질 나는 일일 뿐이었으니까. 그가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가셨을 때 난 그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후임 대통령과 수구세력들에게 고초를 당하고 결국 자결을 택해야 했을 때, 아마 그 이후부터 내겐 그가 너무나 큰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가 대통령인 시절 난 그가 대통령이란 것도 모른 채 살수 있었다. 그랬기에 난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다고 본다. 그 이후 후임 대통령이 처음으로 했던 일들 중, 한가지 일에 나도 큰 타격을 입었고 그러면서 난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절박할 만큼. 노무현 대통령님과 지금의 현직 대통령의 차이는 내게 현실로 다가왔다.

 

 

4대강이 파헤쳐지고, 숭례문이 불타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각종 파파라치 양성, 독도문제, 친미, 친일을 넘어선 비굴한 국제관계, 그를 위시한 수구세력들의 어이없는 행태, 언론 장악, 민간인 불법사찰, 시대를 거스르는 색깔 논쟁, 연평도 포격과 잠수함 사건으로 보여지는 북한과의 대립각, 국민과 민족을 거스르는 역사관, 겉으로 해결을 한 듯 보이지만 더욱더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관, 더욱 깊어진 지역감정, 민영화, 2012 런던 올림픽이 한창인 이때까지 그들의 횡포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고, 전직 두 분 대통령님의 시대와는 정반대로, 그들은 시대를 되돌려 놓았다.   

 

 

그랬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가고 없고, 나는 이제야 현실에 눈을 떴는데, 이 세상은 그대로 미쳐가고 있는 듯 하다. 그가 뿌린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이 소설에는 그리운 그의 흔적이 그득하다. 그가 이병이었던 시절부터 자결을 하기까지 정중덕과 양성익의 눈으로 본 그가 적혀있다. 정중덕은 육군 중사로서 이병 노무현을 만났고, 함께 세심거사를 만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훗날 정중덕은 법무관이 된 뒤 권력을 좆아 미국 CIA 요원이 되면서 노무현과 대립을 하게 되는 인물이며, 양성익은 정중덕과 친구사이로 수사경찰이 된 뒤, 나중에 변호사로써 노무현을 돕게 되는 중요한 인물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1권에서는 거의 정중덕과 양성익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박정희 사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어떻게 그들의 행보가 엇갈리는지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현대사가 펼쳐지는 것이다. 정중덕의 역할은 미국의 대리인이다. 2권에서 드디어 그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 정책을 하면서 부딪쳤던 일들, 위기들의 계속, 탄핵과 귀향, 그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한반도의 평화. 그 모든 것들이 펼쳐진다.

 

 

이 소설에서 노무현을 결국 자결에 이르게 한 것은 미국의 네오콘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이며, 그들을 추종하는 국내 수구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종미’, 친일의 무리, 그리고 책에서 표현하는 대로 C일보, 즉 언론이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저자는 중덕을 CIA 요원으로 설정한 듯하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위해 남북이 손잡는 것을 원치 않는다. 주한미군이 계속 남아있어야 하며, 적절한 긴장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그들의 속셈에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노무현은 방해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리하여 결점이 많아 주무르기 쉬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뒤에서 힘을 썼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직접적으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친일과, 친미, 반공사상으로 무장한 국내 수구세력, 거기다 언론과 힘을 다해 그를 사지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살이 아니라 자결을 했다. 노무현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기에, 그의 죽음을 원한다는 것을. 그가 있지도 않는 죄를 뒤집어 쓰고, 그의 측근들도 똑 같은 일을 당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평생을 그 속에서 살아가기에 그는 너무도 뜨거운 사람이었으니까. 이에 그는 스스로의 생을 마감함으로써 남아있는 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겨준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나는 더 이상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가 남겨준 것들을 잘 키워가리라 다짐을 한다. 모든 것은 운명이며,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으므로. 그는 운명을 알았다. 운명이란 것이 그저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우연이 아니라, ‘인과라 하기에. 지금이 아니면 그 다음, 그 다음이 아니면 그 다음다음.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그가 남긴 씨앗도 계속 살아남아 우리 곁에 성장할 것이다. 아직 사람 사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나도 내 인생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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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릭 바이어 지음, 오공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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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편집광의 비밀서재

 

 

 

 

나에게 과학이란 너무 어렵기만 한 분야였다. 어떤 원리, 어떤 정의, 어떤 실험 등이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지만 나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 되기 전에 나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어설픈 실험을 계속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공을 가로챈 사람도, 뭔가 미스테리한 의문을 남긴 발명가 들도 있단 것을 알고 보면, 또 그렇게 어렵고 딱딱한 분야만은 아닌 듯 하다.

 

 

 

이 책에는 참으로 많은 과학자와 발명가들이 등장하는데 하나도 놓치지 못할 만큼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로 가득하다. 요즘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처음 발명 단계에서는 너무 크거나 쓸모 없다고 여겨지기도 했고, 때론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것들도 과거의 그들의 눈엔 너무나 신기하고 엉뚱하게 느껴졌다는 것들을 보면 시간이 흐른 후 우리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들이 먼 미래에선 어떻게 받아들여 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내가 특히 재미있게 보았던 장면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아라비아 숫자 1,2,3… 0의 개념이 쓰이기 까지 몇 백 년이 걸렸다는 것, 내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 화장실 모래가 발명된 모습, 복화술사가 설계한 인공심장편, 2000년 전 페르시아 사람들이 썼다고 여겨지는 배터리의 미스터리함,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뇌가 아직 보관되고 있다는 다소 엽기적인 이야기, 눌러 붙지 않는 프라이펜의 등장등 이었다. 이 중에 많은 매체에서 보고 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상식등도 있었지만 하나 같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마다 실려있는 많은 사진과 실제 특허를 받았던 시절에 제출한 설계도 등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것 자체로 많은 재미를 준 것 같다.

 

 

 

이 책은 참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며,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학생들이 읽는다면 어려운 과학에 접근하는데 도움도 되고 호기심과 교양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학습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나 같은 일반인 들에게도 교양과, 즐거움, 호기심 충족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즐거워서 금방 다 읽어 버릴 만큼 가독성도 좋다.  차례대로 읽어도, 어느 한 부분 펴서 읽기도 좋고, 특히 휴가지에서 읽어도 좋을 만큼 부담 없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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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빛깔 -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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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빛깔

 

 

 


'여성동아 문우회'는 지난 40여년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서잔들의 모임이며, 1975년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를 계기로 유신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모임을 갖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른 모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문우회에 속한 16명의 작가가 각 1편씩 총 16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예쁜 여자의 사진과 예쁜 하얀색의 표지가 인상적인 이 소설 집. 실은 여기에 실린 소설들 보다 '들어가는 말'의 빨간 구두 동화에 관한 이야기 3쪽이 더 강렬했다. 그 강렬함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더 기대가 되었다.

 


길지 않은 단편 16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았고, 각 소설이 끝날 때 마다 작가의 말이 짧게 실려있어 이 소설이 어떤 느낌에서 씌여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여자여서 그런지 좀더 공감이 되고 더 흥미롭지 않았나 한다.

 


16명의 작가가 있으니 각 소설들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난 개인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허균' 과의 사랑을 보여준 유춘강 작가의 '꽃이 붉다고 한들' 과 이불하나로 영화속의 주인공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연결해 보여준 유덕희 작가의 '눈이불',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아있는 생명들을 산 채로 매장해야 했던 불행한 일을 단소와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보여준 박재희 작가의 '태평가', 타락한 종교인과 신앙인 사이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신부님을 통해 진실된 믿음과 종교의 역할을 생각하게 해준 우애령 작가의 '겨울나무' 마지막으로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로 폐경기를 맞이한 외로운 중년 여인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김설원 작가의 '딸매기야, 딸매기야' 가 참으로 좋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나, 종교와 믿음, 자연과 인간의 문제, 나이들어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변화 이런 것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글들을 읽으며 나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고, 대학교때 어설펐던 첫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 소설집은 폐경을 겪으며 지독한 갱년기를 겪었던 엄마, 고생만 실컷 하시다가 이제 살만해 지니 치매가 오셔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신 우리 외할머니, 첫 애로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인 나를 낳아 고된 시집살이 시키셨다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우리 할머니 그리고 나. 나와 엄마, 엄마의 엄마, 아빠의 엄마,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징한 세월을 살아왔던 우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아주 따뜻한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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