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따뜻한 봄이 올 때면, 겨울에 보관해놨던 화분들을 마당에 꺼내놓는다.

고추, 토마토 등 있는 씨앗들을 꺼내 심으면서 두어 가지의 꽃씨도 심어놓곤 한다.

그렇게 심어놓으면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햇님을 향해 쭉 뻗어나가고 고추도 토마토도 상추류들도 내 키를 따라잡으려고 무럭무럭 자라나 있다.

이번에는 몸이 힘들어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며칠 전에 (쉬엄쉬엄) 미니 선인장들을 골라서 식재했다.

작년부터 키우고 있는 선인장들도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고 특히 알로에같은 경우는 집을 삼켜먹을 것 마냥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고 있어서 선인장 식재는 계획에도 없었는데 막상 화분에 모아놓으니 예쁘고 귀엽다.

원래 계획은 난을 식재하려고 했는데 꽃시장에 당장 갈 순 없으니 그 아쉬운 마음은 접기로 한다.




선인장 잘 키우는 법은 단 한 가지다. 바람만 잘 맞춰주면 된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 서늘한 바람만 잘 맞춰주면 죽지 않고 잘 산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애매하다면 서늘한 밤바람을 맞춰주는 것도 좋다.

일주일에 최소 서너번은 서늘한 바람을 맞춰줘야 잘 키울 수 있다.

물주는 것은 굳이 한 달에 한 번씩 줄 필요는 없고 흙을 만졌을 때 마름이 느껴졌을 때 두 세달에 한 번씩 줘도 괜찮다.

나같은 경우는 다이어리에 기록해놓는다.

집에 있는 꽃, 다육이들 물 주는 날을 써놓고선 너무 이르지 않게, 너무 늦지 않게 주고 있다.


식물키우는 것이 막상 어렵게 느껴지면 선인장 키우는 것부터 추천한다.

선생님, 교수님과 같은 어른(?)들을 만날 때면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선물하거나 이렇게 다육이를 식재해 선물하는데 굉장히 좋아하셔서 선물하는 내가 더 뿌듯할 정도이다.

꼭 키우고 싶은 서양난이 있는데 꽃시장 갈 수 있는 날에 데려와서 꼭 식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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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10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선인장 무조건 햇볕 잘드는곳에서 잘자라지 않나요 어두운곳에서는 몸통이 가늘어지는데,,,,

하나의책장 2021-03-17 17:04   좋아요 1 | URL
그건 선인장 종류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도 당연히 햇빛 쬐어주고 있지요ㅎ 꽃선생님이 선인장은 각각 종류에 맞춰 관리해주라고 하셨는데 너무 강한 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늘한 바람을 꼭 맞춰주라고 하더라고요ㅎ 지금 잘 자라고 있어요. 선인장에 꽃이 하나 더 피었어요^^

청아 2021-03-10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아기자기하고 귀욤네요ㅋㅋㅋ

하나의책장 2021-03-17 17:04   좋아요 0 | URL
실제로 보면 더 작아서 귀여워요ㅠㅎ

얄라알라 2021-03-10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고 동글동글한 돌까지, 넘 대견하고 이쁘네요. 겨울을 견뎌냈는데 봄에 토실토실 해지길

하나의책장 2021-03-17 17:05   좋아요 0 | URL
혼자서도 잘 자라고 있어요ㅎ 이번에 꽃이 하나 더 피었더라고요^^
 




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한 주 간, 새로 읽은 책은 『첫 집 연대기』, 『디 에센셜 조지 오웰』, 『투자노트』, 『규칙 없음』으로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는 재독하였다.

이번 한 해는 재독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어느새 책탑의 절반은 재독하는 책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읽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이 따라가지 못 하는데, 쉬엄쉬엄 읽기는 해도 서평을 쓰는 것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항상 업로드되지 못하는 그 텀은 아픈 날들이었다고 보면 된다.

열심히 관리해준다고 해도 몸이 마음처럼 따라가지 않으니 가끔씩 속상하긴 한데 마음 한 켠은 항상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병원 다녀오는 날에는 가끔씩 꽃을 사들고 오는데 오늘도 채혈검사를 하고선 한아름 들고 왔다.

(평소에는 도매로 떼오긴 하지만 자주 가는 꽃집 이모님께서 항상 저렴하게 주셔서 간간히 이용하곤 한다.)

그리곤 스토크만 몇 송이 따로 모아 미니 다발로 예쁘게 포장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 봄이구나! 봄이 왔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아했는데 플로리스트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수업을 받았고 아직까지 계획에는 전혀 없지만 '언젠가 내가 꽃집을 차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간간히 하고 있다.

다들 입 모아 나에게 딱이라곤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


어쩌다 책탑에서 일상까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아무튼 내일부터 괜찮아지면 하나씩, 차근차근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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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9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에 책탑! 매달 보면서 꽃구경하는 눈호강을 ヾ(o✪‿✪o)シ 하나님 꽃집 차리는 날 전 꽃구독 버튼 누룰것임 💐

하나의책장 2021-03-17 16:54   좋아요 1 | URL
앗, 정말요?ㅎ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그래도 생각은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상의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며 한밤이 되었을 때, 책장에 가만히 몸을 기대어 있으면 참 조용하다.

파스텔톤의 핑크빛이 가득한 머그컵에 따뜻한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기대었던 책장에 잠시 떨어져 눈길을 준다.

그리곤 몇 십분만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을 꺼내들어 하루를 마무리한다.

책장에 기대어 앉는 그 위치에는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로 선별하여 꽂아놓곤 하는데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또한 그 자격이 충분하다.


저자, 지은이 셸먼은 뚱뚱한 고양이와 좋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로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고 있다. 자신의 온라인 문구류와 기발하고 독특한 고양이 디자인이 특징인 'The Dancing Cat'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마다 창가에서 내가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고양이 브룩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가 또다시 들어와 나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다.



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


낮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여유니까.



무조건 달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어렸었던 나의 '착각'이었다.

달리면 달릴 수록 기름이 소진된다는 것은 당연한데 기름 채울 시간없이 억지로 달렸으니 고장날 수밖에.

교수님께도 들었던 말이 '낮잠'인데, 막상 쉬려니 양심상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망설였지만 그런 생각은 일단 접고 요새는 꼭 휴식을 취하곤 한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휴식도 '꼭' 필요하다.



멋지다고? 당연한 말씀!


난, 늘 단정하지?

뭐든 준비하고 있으면

삶이 훨씬 쉬워지는 법이거든.



깔끔쟁이인 고양이들은 항상 단정하게 준비한다, 핥고 또 핥고.

어떤 면에서 보면 피곤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깔끔하게, 단정하게 준비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뒷말처럼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니깐.



햇빛에 흠뻑 젖어봐.


충전하듯이.

저 찬란한 태양이 널 위해 떴다는 사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이따금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곤 한다.

숲이 우거진 곳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나무와 흙이 있는 곳 말이다.

항상 시골에 가면 자연 그대로의 냄새가 좋아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을 맞기 위해 몇 시간이고 동네 주변을 산책한다.

그 순간은 햇님과 바람 그리고 나만 존재할 뿐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코로나때문에 꺼려져 낮에는 마당만 돌아다니고 대부분 한적한 저녁이나 밤에 나가곤 했다.

그렇게 햇빛을 못 받아서 그랬는지 비타민 수치가 또 떨어지는 바람에 작년부터 비타민D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고 있다.

충전하듯이, 햇빛에 흠뻑 젖는 것도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나아가, 살면서 힘듦과 위기의 순간에 부딪히는 것이 다반사지만 자신을 지지해주는 '편'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글에 나와있듯이, 어쩌면 찬란한 태양이 나를 위해 매일같이 떠주고 있으니깐.



친구들 많이 사귀라고 강요하지 마.

내가 꼭 그래야 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잖아.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



배구선수 쌍둥이 자매를 시작으로 요새 유명인들의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말다툼이라면 이는 진정한 사과로 끝낼 순 있겠지만 예로서 쌍둥이 자매들의 만행을 읽고나면 그런 생각은 절로 접어진다.

본인이 뿌린 씨앗은 본인이 그대로 거두는 법이 있듯이, 뒤로 감춰뒀던 무섭고도 못된 인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을 보면 이는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들 스스로 자각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각하지 못한다.

(심리학에서 이에 대해 공부했던 내용을 빌리자면) 그들은 단순하게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괴롭히는 내내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이후, 나이를 먹고 그 때의 일을 물으면 단순히 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분명 기억이 있지만 자신의 현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피해자들은 그렇게 아픔과 상처를 가진 채 꼭 꼭 숨고 스스로 삼켜야 한다, 평생.

용기내어 살짝 언급하자면 나 또한 잠깐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분명, 지금의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불과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였는데 친구들을 선동하며 대놓고 따돌림을 시키고 온갖 무시를 당했었다.

그 때, 엄청난 스트레스로 학교에 가기 싫었고 난생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내가 지고 싶진 않았다.

책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오히려 소수의 다른 무리들과 어울려 놀았는데 그들은 그 무리마저도 포섭하며 따돌림시키려 했었다.

다행히도 그 때가 학년이 끝날 때라 그렇게 길고도 긴 힘든 시간을 끝낼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이유가 황당했는데 (당시 반에서 회장이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너무 아껴하셔서 질투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일이 나열하면 괜스레 마음 아프고, 무엇보다 떠올리기 싫으니 언급하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들은 절대로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 저 친구 다 사귈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면 충분하다.

그들은 내 인생에서 지나가는 한낱 먼지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 당시에 한 책을 읽고선 마음을 다잡았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 때 마음 속에서 외쳤던 말이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였다.

그 덕분에 더 진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과외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바로 '교우관계'였다.

물론, 삶에 있어서 인맥은 가장 중요할 수 있으나 걸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

더러운 흙탕물에서 손을 내미는 친구의 손을 맞잡으면 그대로 흙탕물에 같이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럴 바엔 혼자가 낫다.



난 다시 뛰어볼까 해.


물론 그 전에 소중한 걸 잃을 염려가 없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꼭!


나의 사전에 '후회'라는 단어가

올라가는 걸 원치 않으니까.



점프하고 또 점프한다.

숙련된 집고양이들은 점프할 때 가급적 물건에 닿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나아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도달하지 못해도 언제나 뛰고, 또 뛰어야 한다.

단, 망가지지 않게, 깨지지 않게, 소중한 것을 잃지 않게 말이다.


지쳐있는 삶에서 고양이가 건네는 메시지는 참 간결하고도 분명하다.

'나'를 찾기 위해,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새로운 배움으로 채워넣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짤막한 문장이 마음을 울린다.

병원 가는 길에도 핸드백에 책을 넣어 가는 길에도 읽고 또 읽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일 그리고 사랑, 우정, 인간관계까지, 우리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치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분명 필요하다.

이 책은 몇 권 더 구입해 힘든 이들에게 꼭 건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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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3-0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꽃이 있는 사진 투명한 유리병이 깨끗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03-17 16: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오늘 하루 행복하게 마무리하세요♡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언젠가 나도 40대가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나이를 잊은 채 아직 내가 열일곱 살인 듯, 스무 살인 듯한.

특히 친구들을 만날 때면, 지금의 나이를 어느 순간 잊어먹게 된다.

열아홉 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스무 살이 딱 되고나서는 브레이크 없는 시간이 흐르는 듯 했다.

지금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뭐랄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아쉬운 마음에서 나오는 일종의 투정이랄까.

열 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풀어낸 마흔의 이야기를 접해보니 '멋진 마흔'을 마주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 린지 미드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어학 학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으며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그 외 열 네명의 저자들이 있다.



소울메이트, 옷으로 쓰는 우리의 연대기 _캐서린 뉴먼


저자, 캐서린 뉴먼은 소설가로 월간지를 비롯해 「뉴욕타임즈」, 「오프라 매거진」, 「보스턴 글로브」 등 여러 간행물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1972년

나는 청 나팔바지, 그리고 모자에 인조털이 달린 물려받은 파카를 입고 있고, 내 친구는 빨간색과 흰색 체크무늬 바지에, 내가 엄청 탐내는 빨간색 고급 코트를 입고 있다.


1975년

우린 가장자리에 술이 달린 스카프에 샤워커튼 고리를 주렁주렁 꿰매 달아 머리에 두르고, 분홍색 립스틱을 발랐다.


1978년

우리는 얼굴에 계란을 바르고 있다. 아니, 흰자만 바른 것 같다. …… 우리는 '고래를 구해요!'배지를 달고, 줄무늬 스니커즈를 신고, 본벨 화장품에서 출시한 케이크 향, 그리고 소다 향 립밤을 줄에 달아 목에 달랑달랑 걸고 있다.


1980년

나는 무지개 멜빵을 하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반짝거리는 빨간 바퀴가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있다. 앞머리를 내리고 머리는 땋았다.


1981년

바르미츠바에 갈 때, 우린 아주 얇은 골지의 카키그린 코듀로이 바지에 하얀색 레이스 블라우스를 입고, 통굽 샌들을 신었다.


1983년

우리는 발목에 지퍼가 달린 청바지를 입고 있다.


1986년

우리는 그룹 R.E.M.의 티셔츠를 입고 빈티지 라인석 액세서리를 하고 마돈나 스타일의 머리띠를 머리에 둘렀다.


1989년

사진 속에서 친구는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미니스커트, 그리고 예일 대학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다.


1990년

우리는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입고, 정치적인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침묵=죽음) 아래에는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입고 있다.


1994년

뉴욕에 사는 친구는 닥터마틴 신발을 신고 유명한 브랜드의 짧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캘리포티나에 사는 나는 싸구려 군화를 신고 중고 가게에서 산 짧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다.


1996년

난 여전히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에 살고 있다. …… 친구도 여전히 뉴욕이다. …… 우리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한다. 우리는 둘이 같은 삶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2003년

친구는 내가 입던 검은색 임부복을 입었다. 그 옷은 친구의 첫 아이를 감싸고 있다.


2007년

우리는 참을성이 바닥나는 걸 느끼며 억지로 좋은 척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함께 호텔 방을 쓰고 있는데, 아기는 울어대고 잠이 깬 큰애들은 기분이 안 좋고, 우리는 서로 '저런 건 참 저렇게 안 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나처럼 헐렁한 탱키니를 입고 있는 건, 이 나이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아줌마 뱃살을 감추기 위함이지 소변 주머니나 항암 치료를 위한 케모포트, 그리고 여러 차례 수수릉ㄹ 받고 생긴 수술 자국 같은 것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다.


2015년 2월

나는 사흘째 똑같은 회색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다. 친구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의료용 압박 스카팅을 신고, 폴리 재질이 섞인 환자복에 정맥 주사를 꽂고 있다.


2015년 6월

"아무 것도 갖고 싶지 않아." 모두가 차례로 말한다. 아마도 죽은 사람의 옷이라는 게 영 기분이 이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전부 다 갖고 싶다.




이렇게 보면 '일기'라는 것은 단순히 기록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는 단위로 환산할 수 없다고 자부한다.

무엇을 입고 다녔는지에 대한 짤막한 일기에 불과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괜스레 서글픔이 몰려오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나의 스타일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옷'이다.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취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일기를 보면 성격 외에 환경 또한 스타일의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서, 코미디언 박나래님을 보면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그녀의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옷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반면에 그 옷을 내가 걸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밝고 웃음도 많다. 그러나 박나래님의 활기찬 성격의 턱 끝에도 못 미치는 나는 평소 깔끔하고 단아하게 입는 편이다.

외출할 때 열에 아홉은 거의 정장식으로 입고 아주 가끔씩 캐쥬얼하게도 입지만 대부분은 블라우스, 치마, 슬랙스 혹은 원피스가 전부이다.

좀 웃길 수도 있긴한데 집에 있을 때도 깔끔하고 예쁜(?) 홈웨어를 입고 있는 편이다.

엄마의 앨범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닮은 것 같으면서도 살짝 안 닮은 듯한.

엄마도 내 나이 때에 대부분 입었었는데 프릴이 있는 예쁜 원피스 혹은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주는 정작식 원피스가 대부분이었다.

여기까지 엄마를 꼭 닮긴 했는데 90년대의 도전적인, 패셔너블한 옷을 걸친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해 볼 때면 내가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아, 그 부분은 아마 둘째 동생이 엄마를 닮은 듯 하다.)

극중 저자의 마지막 일기를 보자.

저자는 친구의 옷을 가져왔을까? 아님 가져오지 않았을까?

그녀는 친구의 줄무늬 튜닉을 입고 출근하며 잠자리에 들 때는 친구의 잠옷을 입는다.

다른 친구들이 행복하냐고 의아해하며 물을 때면 그녀는 행복하다고 답한다.

농담을 잘하는 다정한 그녀의 십대 딸이 "절친이 난소암으로 죽고, 내게 남은 건 이따위 티셔츠뿐."이라는 글씨를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만 남긴 것이 아니다. 친구는 자신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을 몇 번이고 맞게 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다가올 40대에도 누군가와 이별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몇 주 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마침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누가 봐도 30대 같은 40대의 예쁜 선생님이다.)

살아보니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물론 넓은 인맥을 가지는 것이 능력 중 하나이니 어떻게든 다 챙겨주려고 하지만 내가 준 마음을 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로 답하는 이들도 분명히 많다고.

꾸려진 가정 때문에 혹은 바쁜 일 때문에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끝까지 남는 친구는 분명히 있다고.

그들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꼭 다가오는 40대 혹은 40대가 그 대상은 아니다.

그저 살아오는 이야기가 한 책에 묶여 있어 '인생'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언니, 오빠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여자 나이, 서른은 이제 아이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인생에서의 시작은 20대가 아닌, 이제는 30대, 조금 늦어지면 40대가 될 수 있으니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라는 말을 덧붙여준다.

마흔이라는 나이의 기점을 맞으며 가족, 친구, 결혼, 일과 꿈 그리고 사랑과 우정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한숨 쉴 겨를 없이 나는 내일도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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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3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아보니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넓은 인맥 관리하다가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하게 되고 어떻게든 다 챙겨주려고 하지만 내가 준 마음을 돌려주기는 커녕 상처로 답하는 이들이] 정말 많아요!
그냥 뭐든지 누구든지 적당히 거리두기 !
비대면시대에 인간관계도 미니멀리즘으로 ㅋㅋ
하나님 오늘하루 화사하게 보내세요 ^ㅎ^

하나의책장 2021-03-17 16: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마음 그대로 받는 걸 바라지도 않는데 도리어 상처로 주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인연들은 과감하게 끊어내니 오히려 더 편하더라고요. scott님 말대로 누구든지간에 적당히 거리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ㅎㅎ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비슷한 나이대의 이들에게 층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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