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천의 문학 살롱
이환천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말장난하는 듯한 말투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시집이 한 권 있다. 하상욱 시인의 『 시 읽는 밤 : 시 밤』도 함께.


저자, 이환천은 2014년 5월부터 페이스북에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타이틀로 페이지를 개설하여 많은 독자들이 애정하는 시인으로 쑥쑥 성장 중이다. 누구보다 놀기 좋아하는 작가는 일상 순간에서 뽑아낸 소재들을 그림과 시를 통해 매주 금요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하면서 그의 글과 그림을 보고 읽는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피가 나기 직전까지 벅벅 긁어 주는 속 시원한 돌직구를 뿌리고 있다.




열정페이


젊은애들

가슴속에


꽉차있는

열정만큼


돈안주고

부려먹을


명분이또

어디있노



매력


너무꽁꽁

숨겨놔서


나도아직

못찾았다



카페


죄송한데

조용히좀

해주세요


저내일이

시험이란

말이에요



직장인


지금처럼

일할거면


어렸을때

존나놀걸



이별


끝난거면

끝난거지


좋은친구

같은소리


내앞에서

하지마라


꼴도보기

싫으니까



지우개


내가만약

지우개를

만들어서

팔게되면


그지우개

제품명은

초심이라

할것이다


너무나도

잃기쉬워

다시사게

될거니까



책꽂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 한 켠에 쌓여진 네 개의 책탑이 있다. (참고로, 한 책탑 당 20권여의 책을 쌓아놓았다.)

읽을 책들을 쌓아놓은 건데, 이러다 방 안을 점령할 것 같아 책탑 하나는 책장 안으로 넣어버렸다.

책탑 하나를 책꽂이에 넣다가 말그대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책 몇 권을 집어들었다.

이 책 또한 그 중 한 권이다. (지금은 절판된 책인 듯하다.)

몇 자 읽고나니, 하상욱 시인의 『 시 읽는 밤 : 시 밤』이 함께 떠오른다.

시를 정말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시집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이렇게 해학적인 류의 시집은 이 책과 함께 「시밤」이 전부였으니깐.

교과서적인 틀에 맞춰진 고전시만 읽어버릇 하다보니 옛시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형식적인 틀에 메어있지 않는, 해학스러운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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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09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이분 시는 처음 보는데 특이하고 좋네요. 사이다 같은 느낌이 들어요 ~!!

하나의책장 2021-11-19 10:17   좋아요 1 | URL
저도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책이었어요!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질 않았다면 잊혀질 뻔 했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전에 읽었던 게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딱 [시밤]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에요ㅎ
 
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공격성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원을 가로채기 위하여 이용되며, 자원은 진화론적 경기의 이름이다.

자원은 살아가기 위해서, 후손을 낳고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CSI, CRIMINAL MIND, NYPD, CHICAGO PD 등 범죄수사물은 거의 다 챙겨본 것 같다.

영어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루함이 없어 CSI는 전 시리즈를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에피소드는 다 꿰뚫고 있을 정도이다.

에피소드 중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볼 때면 가끔씩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범죄자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범죄자와 DNA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할까?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저자는 사회학적 관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음을 내세우고 있으며 책을 쓴 주요 목적은 세가지다.

첫째, 범죄와 폭력의 생물학적 바탕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와 동료들이 시도한 최근의 흥미로운 과학 연구들을 알리기 위해서다.

둘째, 사회적 요소가 범죄의 발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요소는 생물학적 요소와 결합하여 범죄를 유발하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생물학적인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 급부상하는 신경범죄학 지식의 실질적 영향을 탐구하고 싶어서이다.





Ⅰ 폭력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빛나는 하늘 아래 거대한 광야가 분명하게 드러나듯, 문명화된 시대에도 원시 야만인이나 육식동물과 같이 아직도 낮은 수준의 특성들을 재생산하는, 범죄자들의 본성을 한꺼번에 다 보는 것 같았다."


1871년 11월의 어느 춥고 흐린 아침, 이탈리아 동부의 한 해변에서 생물학적 범죄학의 과학적 연구는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육군 군의관이었던 체자레 롬브로소는 페사로 지역에서 정신병리학자 겸 교도소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페사로 지역은 범죄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용시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칼라브리아 지방 산적인 주세페 빌레라의 부검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두개골을 보자마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빌레라의 두개골 바닥이 비정상적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두 개의 큰 뇌 반구 아래에 위치한 소뇌가 더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롬브로소의 이론은 범죄에 대한 기초는 뇌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범죄자들은 큰 턱, 경사진 이마, 외손금과 같은 인간 진화에서 원시적 신체 특성인 '격세유전적 낙인'에 기초하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이러한 견해서 인해 이후 유대인 박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가 만든 이론은 사회적으로 재앙이 되었고 롬브로소는 범죄학 역사에서 불명예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도 롬브로소식 사고는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를 포함한 인간 행위에 대해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학적 관점으로 대체되었는데, 그렇다면 생물학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범죄란 사회적인 틀이다. 법률로 규정되고 유죄 확정부터 처벌까지 사회·법률적 과정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법이 과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인 틀인가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뉴스에서 보는 흉악범죄 사건들을 볼 때,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보는 나도 심장이 덜컹 거리는데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가해자의 죄를 알리기 위해 피해자의 이름부터 신상까지 유족들이 직접 보여주는 현실부터가 틀렸다.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준답시고 가해자의 얼굴과 신상은 철저히 가려주는 인권센터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물론,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쓴 윤성여 님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범죄자들에게는 이미 죄를 지었던 과정에서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니 과연 인권이 주어져야 하나 싶다.

몇 달 전, 자신의 여자친구를 말다툼 하던 중에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모씨도 마찬가지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도 피 흘리는 게 다 보일 정도인데 피 흘리는 사람을 질질 끌고 다녔다는 것은 명백히 살인행위였다.

오죽했으면 유족들이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겠는가.

무기징역받을 일도 없고 분명 징역살이도 얼마 안 하다 출소될텐데 또 이러한 범죄를 안 저지를거란 보장은 없다.

살인죄,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을 분명 신상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초범이란 이유, 술을 마셨다는 이유 등 여러 핑계로 결국 양형 판정받은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틀에 어떻게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끼어들 수 있을까?

확실히 사회적 인과론이 범죄에 중추적이어야만 하는가?

이 논쟁으로 사회학적·사회심리학적 관점은 범죄에 대해 거의 독점적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평범한 어느 날보다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날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친아버지보다 계부에 의해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세상의 어떤 부모는 왜 자신의 자식마저 죽이는 걸까?


이러한 의문들은 사회적 관점으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답은 알 수 있다.

바로 진화론적인 과거의 사악한 힘이다.

태어나기를 선한 본성으로 태어난다고 하지만 대에 물려주는 유전자는 다를 수 있다.

옛말에 성선설, 성악설이 있듯이, 폭력적인 성향의 유전자는 분명 있으며 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확률도 분명 있다.

인간의 행위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예로, 요즘 아이들이 속눈썹이 길게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이의 유전학적 차이는 폭력의 해부를 형성하고 또 영향을 미치는 바로 기본적인 진화론적 기제로부터 나오게 된다.

오늘날의 공격성은 부적응적이고 정도를 벗어났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Ⅱ 폭력적인 뇌는 어떻게 오작동하는가


폭력, 강간·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살펴보면, 일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한 학대 혹은 외면, 학생시절에 겪은 따돌림이나 구타, 사회생활에서 겪은 소외감 혹은 불안, 우울감 등이 확대되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아닌 신체적 요인도 폭력적인 성향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의 범죄행각을 살펴보면 매우 잔인하고 잔혹하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데, 우리는 그런 이들을 보며 자연스레 감정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자의 유전자'라는 것이 있을까?


연쇄살인범, 소시오패스 등 흉악범죄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특정 유전자가 결함되어 있거나 특정 영역의 뇌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62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머니에 의해 8개월짜리 한 아기가 고아원에 버려진다. 그의 이름은 제프리 랜드리건이다.

다행히 운좋게도 한 미국인 가족에 입양되어 완벽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프리는 좋은 교육과 엄격한 양육방식에도 불구하고 두 살 때 쉽게 짜증을 냈고 정서적 통제력이 없었다고 한다.

10살 때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11살의 나이에 한 가정집에서 금고를 털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까지 했다.

20살 때, 그는 첫 살인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곧 태어날 자식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 자리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2급 살인으로 20년 형을 살게 되었지만 7년 후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또 살인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제프리가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다른 수감자가 그에게 사기꾼 대럴 힐에 대해 얘기해주었는데 그와 너무 흡사했던 것이다. 외모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말이다.

그렇다. 대럴 힐은 제프리의 친부였던 것이다.

대럴 힐도 어렸을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으며 마약을 하고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었다. 심지어 탈옥한 전과도 있었다.

놀라지 말길!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럴 힐의 아버지, 즉, 제프리의 할아버지 또한 범죄자였는데 약품판매점을 강탈하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앞서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을 언급했었는데, 제프리는 분명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끝이 친아버지, 친할아버지와 꼭 닮아있으니, 이는 폭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똑똑한 사람 아니라도, 범죄자가 3대에 걸쳐 있다는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거요. 패턴이 있는 거지."



Ⅲ 생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버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조시 그린은 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 과정에서 신경학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발표했었다.

대면적인 접촉이 없는 '비인간적인' 도덕적인 딜레마와 비교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회 및 편도체를 구성하는 회로의 증대된 활성화를 보여준다.


다리 위에 서서 철도 트랙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래의 트랙 앞 쪽에는 철로를 이탈한 기차가 있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 옆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는데 그 사람은 몸집이 크고 매우 뚱뚱하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그러나 대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밀어버린다면 그의 몸이 기차를 막아서 다섯 명의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부분이 그 사람을 다리에서 밀어낼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그 수치가 85퍼센트였는데, 이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한다.

교수가 이 질문을 했을 때 학생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게 꿈틀거렸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편도체와 기타 변연계 활성화가 작용하는 곳인데, 전전두엽피질의 일부 하위영역과 함께 도덕적 의사결정의 정서적 '양심' 요소에 기여하는 곳이다.

반면에 복측전전두엽피질에 손상이 있는 환자들, 즉, 우리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심한 사람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그 남자를 밀치겠다는 응답률은 약 45퍼센트로 수치가 3배나 넘게 뛴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도덕적 행동에 가장 많이 활성화되는 곳이 양극 또는 내측전전두엽피질, 복측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피질, 편도체이다.

활성화되는 부위들은 물론 중복된다.

도덕적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되는 후측대상회가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시켜진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사이코패스,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사람, 배우자 학대자들의 후측대상회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범죄와 폭력에 있어서 정신생리학적으로 뇌에 기초한 사전적 요인들은 불변한 것이 아니다.

한 사례에 따르면 전자적 생체자기제어와 사회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했다는 사람도 있다.

즉,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례의 주인공은 재활과 복귀에 기관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구원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폭력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생물학적 요인에 기초한 범죄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활용하면 뿌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드 「CSI」 Las Vegas에서 랭스턴 박사 에피소드에서 이와 관련된 주제가 나온다.

랭스턴 박사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을 치뤘던 군인이었는데 전역 후에도 매일같이 싸움을 벌이고는 자신의 폭력성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동료에게 자신도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폭력성이 내제되어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폭력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문 내용에 이미 내 생각을 많이 겹쳐 썼기에 정리할 게 크게 없지만) 책을 읽고나니, 오늘날의 사회생물학자들은 롬브로소보다 훨씬 더 명석하고 경쟁력 있게 '폭력의 해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사례에 의해 살펴볼 때 연관성이 있다는 것 사실에도 분명 신빙성이 있었다.

책에서는 미래의 예방책 또한 제시하고 있지만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은 게 꽤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아서다.

[범죄가 미리 일어나기 전에 범죄확률이 높은 이들을 미리 선별하여 격리한다.]

이 한 줄만 언급해도 굉장한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지라 예방책은 사실상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언급하진 않겠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부모에게서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 성향까지도 닮을 수 있다.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에서 엄여인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있었다. 방송 말미만 잠깐 본데다 이 사건은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인지라 뉴스를 통해 기억하고 있었다.

싸이코 패스 유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제임스 팰런 박사가 나오는데, 그의 두뇌 또한 싸이코패스에 가깝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나, 놀라운 점은 친척들 중 살인을 저지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사회적 환경이 범죄자를 만들겠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따스했으면 좋겠는데, 가면 갈수록 흉흉해지고 더 잔혹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잘 활용해 보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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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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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식, 회식 메뉴의 단골 메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돼지고기'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돼지갈비에 소맥 한 잔 하다보면 금세 불판 위에 있는 고기가 사라지기 일쑤다.

이렇듯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그들이 어떻게 불판 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진 않는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다고 한다.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는데, 막상 책을 보고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할 때가 되었는가?


저자, 리나 구스타브손은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공부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다가, 표현하지 못할 고통을 견뎌내지만 아무도 싸워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국립식품청 수의직 공무원에 지원하여 2017년부터 도축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기록한 85일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2020년 스웨덴 올해의 수의사 상 최종 결선 4인에 들었다.





효율만을 추구하고 감정은 남김없이 도려내는 곳에서도 선의를 가슴에 품은 용맹한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생명이 순식간에 소멸하는 곳, 동물들의 비명과 비릿한 피 냄새가 가득한 현장에서 저자는, 하나뿐인 목숨을 빼앗기는 존재의 증인으로 세상에 나선다.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변화의 심지에 작은 불을 밝힌다.


Ⅰ 국립식품청에서의 첫 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터에 위치한 회색 함석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곳, 약간 큼큼한 냄새 빼면 여기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국립식품청, 이곳이 바로 저자인 리나가 일할 곳이었다.

(국립식품청은 스웨덴에서 식품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관청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담당한다.)

리나에게 업무 안내를 해주는 안데르스 또한 수의사였다.

주로 하는 일은 돼지 검사였다. 돼지가 실려 올 때 한 번, 돼지가 죽은 후 작업장에서 또 한 번 검사를 마쳐야만 도축이 시작된다.

이어 범상치않은 말이 이어진다.

"하차할 때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제 발로 못 걷는 놈들은 죽여야 해요."

수송 트럭에서 내린 돼지들이 도축되기 전 잠시 머무는 장소를 계류장이라 하는데, 계류장 직원들이 제 발로 못 걷는 돼지들을 죽인다는 의미였다.

도축장을 지나 계류장으로 가는 길, 동물들부터 소리, 냄새까지 모든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몰이통로로 들어서니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무 세세하게 그려진 도축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져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문득 쓰다가 지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고로,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3개월 남짓 남은 크리스마스까지 저자가 도축해야 할 돼지는 18만 두이다.

그리곤 오늘 본 돼지들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기침하는 돼지들

꼬리가 뜯겨 나간 돼지들

절룩이는 돼지들

관절에 점액낭염이 생긴 돼지들

폐렴에 걸린 돼지들

자상을 입은 돼지 한 마리

찰과상을 입은 돼지들

종기가 난 돼지들

암에 걸린 돼지 한 마리

깡마른 암퇘지 한 마리



Ⅱ 도축장의 현실 그리고 깨달음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자는 답했다.

"동물보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은 늘 있었어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유용동물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5년 6개월간의 수의학 공부를 마치는 순간 예전처럼 순진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 여기서 일하고서부턴 드는 생각이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빠른 속도와 어마어마한 물량,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저자 본인이 참 순진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매일 오후, 실려 오는 돼지들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세 삽 분량의 짚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데, 먹이를 만든 제조사가 말하길 성장을 촉진하고 살이 잘 찌도록 도와주는 사료라고 했다.

문득 저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지말 날이니만큼 살을 찌우기보다는 배부르게 먹여야 옳지 않을까?

또한, 열일곱 마리의 돼지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를 나눠먹는다는 것은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양이었다.

도축장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동료 사라에게 이러한 의문에 대해 물었다.

사라의 답변은 이랬다. "제가 보기엔 그냥 형식상 주는 것 같거든요."

법에도 나와있듯이, 적정한 양을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은 법을 기초로 삼아 도축장 자체에서 정하는 것이기에 딱히 이의제기할 수도 없었다.

도축장은 지역 담당 관청이 사업장의 각 공정을 조사하는 시간에 대해 조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수의사는 사업장 대표와 함께 계류장으로 가서 여러 항목을 검사하게 된다.

보고서는 짧고 표준서식에 따라 대부분 비슷한 점검 결과를 담고 있었다.

그렇다. 저자는 이의제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조사에 참여할 자격 조차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10일차 오후, 도축 예정인 돼지 700두를 퇴근 시간까지 처리해야 했다.

계류장에서 기사 한 사람이 돼지들을 심하게 매질하자 참다못한 저자가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회의에서 팀장에게 용기내어 몇몇 기사들과 계류장 직원들의 돼지 모는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게 된다.

사실 타박받을 줄 알았지만 팀장은 오히려 저자인 리나를 두둔해주었다.

"신참이니까 그걸 활용해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리나는 신참이니까 허용되지 않은 방식의 몰이채 사용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금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말을 안 듣거든 돼지가 매질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질이 떨어지고, 등에 구타 흔적이 남으면 회사가 대량의 고기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그게 제일 잘 먹혀요."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는데 나 또한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여과없이 그려진 글이 동물애호가들에겐 꽤나 힘들게 읽힐 수도 있겠으나,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돼지가 생각보다 영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사람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한 기사에 따르면 돼지와 인간의 심장이 흡사해 인간의 심장을 돼지의 것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누가 소로 태어나고 누가 돼지로 태어나고 싶었겠는가?

그러라고 태어난 동물은 없다!


모든 생태계는 먹이사슬 구조로 이어져 있으며 순리대로 흐르게 놔두는 것 또한 생태계 구조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또한 돼지, 소와 같은 가축을 안 먹고 살 순 없다. 하지만 인도적 도축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순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돼지, 소를 도축하지 맙시다!'라는 의견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나니 그들이 마지막 숨 끊는 그 순간까지 배려는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돼지들의 마지막 날, 열일곱 마리의 돼지에게 주어진 마지막 만찬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가 다였다. 입에 풀칠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볼 때, 주인공 제이크가 네이티리에게 사냥을 배우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아마 지금의 상황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끝에 내민 것은 결국 '사직서'였는데, 책을 읽어보는 우리 또한 참 긴 여정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착지인 도살장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인도적인 사육과 도축에 대해서도 진심어리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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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7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못읽겠어요
아기 돼지의 얼굴 봐 버리고 말았네요

하나의책장 2021-11-08 20:33   좋아요 1 | URL
사진 미스인 것 같아요; 하핫ㅠ
기사 사진을 넣자니 마음 아파서 기왕 올리는 거 예쁜 사진으로 올린건데
저도 막상 딱 업로드하고나니 마음이ㅠㅠ ... ☞☜
 
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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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의 정신은 불안정한 자신을 바로잡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이런 사람들의 감춰진 부분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련하면서 혼자만 따로 노는 기분이 들었다는 저자는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마치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는 미국 최고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인지한 채 지구로 돌아와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4년 동안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아마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책에서는 어떤 에피소드들을 들려줄까?


저자, 애덤 스턴은 현재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정신과 의사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경험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보스턴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Ⅰ 1년 차


하버드 메디컬 캠퍼스의 정신의학고 보호병동.

환자의 병실에 들어선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지만 애써 감추며 환자에게 다가갔다.

세 명의 경비원이 저자를 둘러싸고 있었고 환자는 180cm 높이의 서랍장 위에서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려오세요. 저희는 당신을 도와드리러 왔어요."

"당신 에이전트지? 악마들의 CIA 에이전트!"

"제발 내려오셔야 합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자는 경비원 둘에게 제압당했고 간호사는 그의 엉덩이에 진정제를 주사했다.


오랫동안 의사라는 꿈을 마음에 품었던 저자는 그 꿈을 이루게 되었고 의대생 시절 실습을 통해 정신의학과가 가장 잘 맞는 분야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본질을 이해하고 파헤치면 분명 이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에 오기 위해 보스턴으로 온 저자는 뉴욕의 주립대학교 중에서도 북부 주 의과대학교 출신이었다.

의사인 가족들 사이에서 자란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였고 그 영향으로 형은 브루클린에 있는 남부 주 의과대학에, 저자는 뉴욕주립대학교의 북부 주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시러큐스라는 소도시에서는 최고의 학교라고 하지만 보스턴에서는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의대생들이 레지던트 과정을 어디에서 이수할지 결정하는 프로그램인 '매치'가 있는데, 혹시 오류가 나 자신이 보스턴에 있게 된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을 품기도 한 그였다.

하버드의 명망은 물론이고 저자도 나름 공부를 한 수재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수재 중에서도 수재였으니깐.

선배 레지던트 레베카가 동기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안면을 트기 시작했는데 그 때 누군가의 질문이 날아들어왔다.

"애덤은 어디에서 왔어?"

"아, 뉴욕 주립 북부 주 의과대학입니다. 시러큐스에 있어요."

그 순간 침묵이 흘러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방어를 하니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꼭 필요한 사람만 선발해. 그 점을 항상 명심하도록 해. 어떤 이유에서든지 오류가 생겨서 네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너는 이제 이곳에 속한 사람이야."


일주일간의 오레엔테이션 캠프로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되었다.

레지던트 훈련과장인 캐롤 레딩 교수님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수련생들에게 말했다.


"첫째, 여러분은 이제 여기 소속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우리는 여러분을 원해서 선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레지던트 선발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도 않았겠죠. 둘째, 아직 스스로 정신과 의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배우러 오게 된 것 아니겠어요?"

"셋째, 내가 여러분을 방으로 불러 복장을 더 단정히 하라고 지적하는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제가 싫어하는 일입니다."

"내가 적절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게 만들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성인입니다. 명심하세요. …… 여러분은 레지던트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로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전설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환영하는 말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레지던트 생활이 계속되었고 어느 날은 저자 또한 자신이 만났던 입원 환자들과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식사를 거르게 되고 희망도 없고 소외된 기분이 드는 등 우울증과 불안증의 초기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속해 있는 집단이나 공간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물들어버린 본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주의환기이다.

세 번의 소개팅을 하게 된 저자는 레이첼에게 시시콜콜 보고하게 된다.

레이첼, 처음 저자가 그녀를 봤을 때, 당황 그 자체였다.

앞서 말했던 공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때 뒤늦게 동기 한 명이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인물이 바로 레이첼이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레이첼이야."

반갑게 먼저 인사했지만 심드렁한 그녀의 표정이 무안을 주기까지 했었으니깐.

레이첼은 "다 별로야, 그런데 앞으로 더 최악일걸."이라고 답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레이첼에게 세 번의 소개팅에 대해 시시콜콜 보고하는 저자였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펼쳐지는, 모든 것이 새로운 1년차의 레지던트 과정이었다.

덧붙여, 레이첼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저자의 마음도 함께.

그렇게 2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Ⅱ 2년 차


저자는 1년 차의 마지막을 멕시코 여행으로 마무리 지은 덕분에 동기들과의 유대감은 끈끈해졌으며 2년차가 되기 전에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2년 차 때도 1년 차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과의 여러 에피소드가 생기며 개인적으로는 제시와 공식적으로 헤어지게 되고 대부분의 시간을 레이첼과 함께 보내게 된다.

어느 날, 둘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레이첼의 허락이 떨어지자 몸을 기울였고 저자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물론 첫 만남부터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고백해 거절당할 경우에는 그 수치심을 감당하지도 못할 것 같아 저자가 한 말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내뱉는 말인 셈이었다.


아동심리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레이첼은 항상 가고 싶은 지역으로 따뜻한 지역을 언급했다.

그 말은 레이첼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임의를 택한다면 하버드 롱우드에서 그녀와 지내는 것이 마지막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2년차 과정이 끝날 무렵, 저자와 레이첼은 함께 하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품어둔 채 매일 같이 밤을 보냈다.

미란다와 에린에게는 레이첼과의 사이를 털어놓고 싶어 저자는 레이첼에게 물었지만 레이첼의 답은 단호했다.

"아직은 아니야. 우리가 잘 지내다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말하자."

헛헛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있던 그 때, 미란다가 저자에게 다가와 레이첼과의 사이를 물었다.

지하철에서 함께 내리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레이첼 미란다는 너를 되게 이상한 애로 생각하고 있어. 얼마 전 너랑 나눈 해괴한 대화 대문이래. 이상한 사람처럼 굴지 마.

나 그래, 내가 왜 사람들한테 말하길 두려워하는지 이제 알겠지. 곧 소문날 거야. 잠깐, 확인할 게 있는데 미란다가 '애덤이 이상해졌어'라고 말했고, 너는 '애덤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도 몰라'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거지?

레이첼 미란다가 너한테 나랑 사귀고 있는지 물어봤다던데. 그런데 네가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나중에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며?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했어. 네가 온라인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있다고 둘러댔어.

나 너무하잖아.


과연 저자와 레이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3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의학이라는 소재가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아마 미드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 책을 보고선 「Grey's Anatomy」와 「Chicago Med」가 번뜩 떠올랐다.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볼 때는 「Chicago Med」가, 저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볼 때는 「Grey's Anatomy」가 떠올랐다.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Chicago Med」의 에피소드와 흡사했으며 극 중 주인공들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미 보았기에 책 읽는 내내 익숙함같은 것을 느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잭 니콜슨이 출연한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던 영화였던지라 한 번 보고선 더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내용의 일부분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내용에서는 생략했지만 그 때의 전기충격요법이 지금도 쓰인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정신과 병동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잘 모르겠지만) 책 속에서 보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는 미드 「Grey's Anatomy」, 「Chicago Med」와 흡사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전기경련요법인 ECT는 익숙치 않다;


소설 읽듯이, 단숨에 읽었던지라 문득 서평을 작성하고 있던 내가 줄거리를 몽땅 털어놓는 것 같아 2년차 때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언급했었다.

레이첼과의 관계 진전이 있기에 저자는 제시라는 인물과도 관계가 있었는데 내게는 조금 답답함을 주었던지라 내용에서는 생략했다.

사실 이들은 다 실존인물인데 레베카, 에린, 미란다, 레이첼 등 저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에피소들과 함께 읽다보면 문득 내가 미드를 보는 건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순식간에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아닐까.)

다 써내진 못했지만 애덤과 환자들의 에피소드, 동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레이첼과의 에피소드는 결국 주변에서 펼쳐질 법한 소소한 인생 이야기이기에 재미있게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애덤과 레이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뭔가 나아갈 것 같은데 자꾸 미적지근하고, 시원하게 가는 것 같다가도 답답해 미치겠고.

그 둘의 관계를 보면서 「Grey's Anatomy」와 「Chicago Med」의 커플들이 절로 생각나 '이것이 현실인가, 미드인가' 라는 물음을 몇 번이나 던지기도 했다.

(그 둘의 관계는 꼭 책에서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칠 때면, 저자 소개를 시작으로 목차와 프롤로그를 꼭 챙겨보고 내용으로 들어간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러이러한 느낌을 서평으로 녹이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본문을 읽고나니 무겁게 흘러가지를 않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조금은 다르게 흘러간 것 같다.

에세이인데 소설같은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관심 있는 혹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뿐만 아니라 메디컬을 소재로 하는 미드나 글을 좋아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문득 다 읽고 나면 '미드를 보는 것인지, 아니, 내가 현실이 아닌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라는 나의 물음에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알게 될 테니깐.

덧붙여, 4년 동안 저자가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서도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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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내 집 마련 가계부
김유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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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남기는 것을 좋아해 당연히 가계부까지 쓰는 습관이 있는데 2019년부터 내 집 마련 가계부를 접하게 되면서 이제는 다이어리 사듯이 자연스레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내년 아파트 부동산 대전망 및 [인생 설계 계획표]도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꽤 알차게 구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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