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하나의 사유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조용했던 오늘이 떠올랐습니다.

별일 없이 흘러간 하루, 그저 스쳐간 듯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기쁜 일은 없었지만 그만큼 눈물 날 일도 없었던 오늘.

원하는 건 이루지 못했지만 큰 상처도 없었던 하루.


조용함은 무미건조함이 아니라 어쩌면 삶이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희망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절망 앞에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그저 조용히 하루를 버틴 나에게 조용히 말해봅니다.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



이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의 일요일에,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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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저자 올더스 헉슬리

(주)태일소담출판사

2015-06-12

원제 : Brave New World (1932년)

소설 > 영미소설




인간의 존엄성이 결부되어 있는 세상이 되지 않게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가치이다.




■ 책 속 밑줄


가정-가정이라는 것은 한 남자와, 주기적으로 애를 낳는 한 여자와, 나이가 저마다 다른 한 무리의 사내아이들과 계집아이들이 모여서 숨이 막힐 정도로 꽉꽉 들어찬 몇 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된다. 숨 쉴 공기도 없고, 공간도 없고, 소독도 제대로 되지 않은 감옥으로서, 암흑과 질병 그리고 악취뿐이다.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인 안정이 없다면 어떤 문명 세계도 존재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안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사회의 안정도 존재하지 못한다."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에, 성인이 하나-그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를 한 난자는 움트고, 발육하고, 분열한다.

8개에서 96개까지 싹이 생겨나고, 모든 싹은 완벽하게 형태를 갖춘 태아가 되고, 모든 태아는 완전히 성숙한 어른이 된다.

전에는 겨우 한 명이 자라났지만 이제는 96명의 인간이 생겨나게 만든다. 그것이 발전이다.



■ 끌림의 이유


디스토피아적 사회가 과학, 쾌락, 통제로 완벽하게 결합되었는데 꼭 인간성이 결여된 현대 사회를 예언하듯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이미 들어섰을지도 모르죠.

심리적 안정과 삶의 만족이라는 이름 아래 더 깊은 빈곤과 권력의 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메시지가 10년 전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게 정확히 10년 전입니다.

2015년에 『멋진 신세계』와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가 출간되자마자 처음 읽고 리뷰를 작성했었는데 그 때 썼던 리뷰의 첫 마디가 《무서웠다.》였습니다.


〔무서웠다. 이런 현실이 닥치지 않을거라는 확신은 전혀 없다. 언젠가는 마주할 세상인 것 같아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해 오싹함을 느낄 정도였다.〕


몇 년 전에 재독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는데 또다시 생각나 펼친 이 작품은 여전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인류가 유전자 조작, 조건화 교육, 쾌락 중심 사회를 통해 철저히 통제된 이상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간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계급을 정하여 인공 생산되며 반복적인 세뇌교육을 시키고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게 합니다.

문란하게 성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그들은 도덕적인 책임따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모든 게 계획대로 움직이며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않고 오로지 쾌락과 만족감만 느끼며 살게 됩니다.

특히 고통과 갈등은 소마라는 약물로 제거되죠.

하지만 자연 출신 야만인 존이 이 세계에 편입되면서 기존 체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인간성과 자유에 대한 질문이 중심 갈등으로 떠오릅니다.

이는 문명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과 감정을 어떻게 억누를 수 있는지를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새벽녘, 자발적 안락사회라는 단어가 귓가에 맴돌며 오히려 그 우울함에 깊이 흔들렸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를 잃는다해도 오직 고통만 피할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할 수 있을까?'

저자가 그려낸 세계는 첨단 기술과 강한 통제 아래서 개인이 사라지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가 디지털 쾌락에 스스로를 맡긴 채 정작 비어 있는 내면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와 함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건넴의 대상


통제가 삶을 규정하는 시대에 경각심이 필요한 분들에게

겉보기에 안정된 삶 속에서 조용한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디스토피아 작품을 통해 현재 사회를 되짚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이나 문장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사유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단단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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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를 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오늘은 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를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감독: 데오도르 멜피

출연: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장르: 드라마

개봉일: 2017.03.23

러닝타임: 127분




묵묵히 대형 칠판 앞에 선 캐서린.

정부 관계자들 앞에 당당히 서있던 그녀의 모습은 통쾌함을 넘어선 울림이 있었습니다.

계산을 마친 후 안경을 콧등 위로 살짝 들어 올리던 장면은 숫자보다 정확한 자존감의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사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선 백인 학교를 이수해야만 하는 메리.

그녀가 판사 앞에 당당히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습니다.

시스템 전환을 예측하고 포트란을 독학했던 도로시.

마지막엔 관리자가 되어 모두를 이끄는 그 장면은 연대가 가진 선명한 윤곽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들은 혼자 계산하고 혼자 감당하고 혼자 돌아섰던 수많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흑인, 여성이란 제약조건이 존재했던 시대에서요.

그들은 무시와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냈고 결국 증명했습니다.




가끔 마음을 가만히 듣습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살아왔을까?"

그들의 말이 적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히든 피겨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NASA라는 거대한 우주 무대에서 세 명의 흑인 여성 과학자는 말 대신 숫자를 계산했지만 그 계산 너머에서 역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에는 그 이름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죠.


누군가는 시대의 한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시대의 무관심이었고, 침묵이었습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숫자는 단지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숫자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계산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역사를 만들어낸 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 건넴의 대상


침묵 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믿고 버티며 살아간 분들에게

이름도, 기록도 없어도 자신만의 자리를 지켜온 분들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연대의 힘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당신도 어쩌면 숫자보다 더 큰 사람이 아닐까요?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이 글을 너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며 꼭 건네주세요.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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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저자 찰리 맥커시

상상의힘

2020-04-20

원제 :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에세이 > 외국에세이




서로에게 준 작은 친절은 결국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 책 속 밑줄


"안녕."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이 다음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친절한 사람." 소년이 대답했어요.



"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소년이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 두더지가 대답했습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긴 거친 들판이야." 두더지가 대답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



■ 끌림의 이유


이 이야기는 겉보기엔 단순한 여정 같지만 우리 각자의 삶과 마음에 닿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서로 다른 네 존재가 만나 길 위에서 나눈 대화는 꼭 우리 안의 지친 부분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림도 글도 과하지 않은데 상처와 외로움에 대해 아주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구절들을 읽고 나면 한동안 말을 잃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소년과 두더지, 여우, 말이 숲길을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사실 우리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작은 말 한마디, 조용한 행동 하나로도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갑니다.

길고 복잡한 말보다 다정한 시선 하나가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많지요.

고단한 마음을 감싸는 것들이 꼭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충분히 다정해질 수 있습니다.



■ 건넴의 대상


마음이 지치고 위로가 필요하신 분

그림책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찾는 분




책을 덮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반짝였습니다.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위로였지요.

여러분에게도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공감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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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어나더커버)

저자 태수

페이지2(page2)

2024-11-04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가 있다면 꺼내볼 책입니다.




■ 책 속 밑줄


그냥 지금처럼 살아라. 그렇게 살되 어떤 감정조차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힘든 날, 마음속이 온통 타인의 감정으로 가득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날. 부러 나밖에 없는 공간으로 도망가자. 그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할 기회를 주자.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 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절망이 넘치는 시대, 우린 좀 더 운의 힘을 믿어야 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당연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을 좀 더 넉넉하게 건넬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핑곗거리가 아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해.



사람에겐 때때로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하다.

몇 마디 따끔한 말로 구성된 무정한 위로보다 너의 상처를 이해하고 있다는 깊은 끄덕임과, 진심으로 네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눈 마주침이 우리에겐 훨씬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나는 이제 내 사람들을 그렇게 위로해주고 싶다.

"살아"라는 무책임한 한마디가 아니라, 살아볼 만한 하루를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행복은 티 없이 밝은 것이 아니라, 마음 한편에 내려앉은 잔잔한 온기와 닮아 있다.



■ 끌림의 이유


저자는 소란하지 않은 삶의 순간들 속에서 행복을 발견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창밖 풍경, 조용히 데워진 차 한 잔, 익숙한 사람과의 담백한 대화 속에서요.

특히 과장되지 않은 일상 안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행복의 실체를 세심히 잡아냅니다.



■ 간밤의 단상


조용한 새벽녘, 조용한 속삭임이 울려퍼졌습니다.

말없이 다가오는 문장 하나가 숨 가쁜 마음에 작은 틈을 내어주었고 그 틈 사이로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거나 잊고 있던 감정을 되찾곤 하지요.

근래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편입니다.

올해 하루 최소 두 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루를 견디며 생각을 정리하고 제 자신을 놓치지 않게 붙들어주는 같아서죠.


도시의 소음과 정보의 과잉 속에서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아주 멀리 있는 감정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문득 이 고요한 시간도 분명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삶은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하루를 살아냈는가에 대한 조용한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 건넴의 대상


일상의 조용한 순간에도 위로를 찾고 싶은 분

바쁜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싶은 분

마음의 온기를 채우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공감이 이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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