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이유
저자 김영하
복복서가
2024-04-17
에세이 > 한국에세이
에세이 > 여행에세이
여행자는 스스로를 떠나보냄으로써, 비로소 다시 돌아올 수 있다.
■ 책 속 밑줄
『여행의 이유』를 냈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같은 질문을 요즘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최근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하나 경험하기는 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 있다.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어질 때,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 결국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아주 멀리에서 돌아와야 보이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 끌림의 이유
『여행의 이유』는 물리적인 이동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의 여행은 오히려 자기 성찰의 도구이자 일상의 굳은 틀을 풀어내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저자는 여행자라는 말 안에 떠나는 자, 흔들리는 자, 낯선 것을 마주하는 자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냅니다.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으로서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여행이란 정말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사실은 그 풍경을 통해 익숙했던 나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지만 진짜 변화는 언제나 낯선 곳에서 옵니다.
늘 머물던 곳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진실해지니깐요.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떠났던 많은 순간들 속에서 진짜 바꾸고 싶었던 건 장소가 아니라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요.
낯선 곳에 나를 놓아봄으로써 그동안 익숙했던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어보는 일, 그게 여행의 진짜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이유를 묻습니다.
왜 떠나려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곳엔 무엇이 있는지.
신기하게도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질문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됩니다.
여행의 이유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더 진짜입니다.
떠나기 위해 떠나는 것, 그것이 인생의 일부임을 이 책은 말해줍니다.
여행은 어디로 떠났느냐보다 그 여정을 통해 무엇을 받아들이고 돌아오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마음 안의 여행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 건넴의 대상
여행이 아닌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분
익숙함을 잠시 멈추고 내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은 분
무언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분
♥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