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창비

2021-04-15

소설 > 한국소설




달은 멀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 속 밑줄


"우리도… 달까지 가자."



임원급도, 본부장도, 연봉 1억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매일 정시 출근하고, 칼퇴를 하지 못해도 불평하지 않았고 회식에서는 먼저 잔을 들었으며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일터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아무도 꿈꾸지 않는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도망가는 꿈’을 꾸기로 했다.

도망이 아니라, 연대이기를 바랐고 도전이 아니라, 살아남기를 원했다.



누구 하나 특별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 평범함 안에 서로의 절박함이 스며 있었다.



"출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 너랑 같이 지옥을 다녀오는 건 나쁘지 않았어."



"우리가 실패한다고 해도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는 그냥 잘살고 싶었던 거야."



■ 끌림의 이유


『달까지 가자』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이 뜨끔해질 만큼 현실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현실감만으로 끝나지 않고 작지만 단단한 연대를 그려냅니다.

단지 한 번의 투자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버텨온 우정의 기록입니다.

주인공들은 눈에 띄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아주 미세하게 세상의 균열을 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불공정한 세계에서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을 때, 우리끼리라도 손잡자고 말하는 듯한 서사가 뭉클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 함께 해보자는 말이 이토록 벅찬 희망으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분노와 체념 그리고 희망이 모두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소설을 읽으며 꿈이라는 단어가 제게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꿈 대신 생존을 말해왔고 계획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해왔습니다.

『달까지 가자』는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작은 용기,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리고 당신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조용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 익숙한 사무실의 공기, 상사의 표정, 계좌 잔고, 무기력한 회식 자리까지…

이야기 속 풍경들이 놀랍도록 진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그 진짜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들고 살아갑니다.

달은 멀지만 그 멀다는 걸 아는 우리가 함께 가겠다고 말할 때 그 문장은 확실히 다르게 들립니다.

"우리, 달까지 가자."

아마 그 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응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손을 맞잡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사람들을 향해 전해지는 문장인 것이지요.


어릴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더 자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말합니다.

현실에 패배하지 않고 묵묵히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너무나도 평범하다고요.


읽는 내내, 나도 어쩌면 저기 어딘가 섞여 있을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엔 이렇게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꼭 달까지 가자."



■ 건넴의 대상


사회 초년생 혹은 일에 지친 모든 분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삶의 버팀목이었던 분

현실 속에서도 작은 연대를 믿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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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사랑이란 단어 앞에서 머뭇거리는 모든 이들에게,

오늘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세번째 시리즈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Bridget Jones’s Baby)

감독: 샤론 맥과이어

출연: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패트릭 뎀시

장르: 로맨틱 코미디

개봉: 2016년

러닝타임: 123분





■ 영화 줄거리


브리짓은 여전히 브리짓입니다.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했지만 사랑은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즉, 연애는 끝났지만 나이는 마흔셋이지요.

그런 그녀가 우연한 계기로 전 연인 마크와 매력적인 신사 잭을 만나게 되는데 두 남자와 각각 다른 시점에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곤 그녀가 갑작스레 임신을 하게 됩니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요?

그보다 브리짓에게 더 중요한 질문이 다가옵니다.

이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갈팡질팡하는 감정과 어설픈 선택 속에서도 브리짓은 우선 자신의 방식으로 엄마가 될 준비를 해나간다.

인생 최대의 선택 앞에 선 브리짓은 이번에도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영화는 웃음이 가득한 전개로 흘러가지만, 그 웃음 아래 깃든 혼란과 선택의 무게는 마치 지금 우리의 삶처럼 꽤나 진지합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단순히 출산과 육아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인생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관계는 어쩌면 매번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것이지요.

브리짓은 늘 서툴고 엉뚱하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살아갑니다.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삶은 완벽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순간 속에서도, 사랑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지요.

결국 영화에서 "불완전함 속에서도 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이라는 따뜻한 통찰을 전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 영화에, 책을 더하다


『인생 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삶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브리짓처럼 흔들리고 실패해도 결국 내가 나로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영화와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완전한 감정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고통, 불안, 외로움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평온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브리짓의 관계, 성장, 혼란은 결국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나는 지금,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엄마 마음 설명서』 – 나오미 스태들런


출산과 육아는 단지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삶의 정체성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경험입니다.

이 책은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심리적 흔들림을 따뜻하고도 현실적으로 짚어줍니다.

브리짓이 임신과 함께 맞닥뜨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이 책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이해됩니다.



■ 하나의 감상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보다 보면 진짜 성장이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느 국면에서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브리짓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늘 우왕좌왕하고 누구보다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이기에 우리는 더 쉽게 공감하고 더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조용히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도 인생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브리짓처럼 나도 흔들릴 수 있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이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브리짓은 여전히 그 매력을 잃지 않습니다.

20대, 30대에 안간힘을 쓰며 성장해 온 그녀가 이제는 40대에 접어들어 또 다른 종류의 불안과 설렘을 마주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특히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그녀의 태도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위로가 됩니다.

여전히 따뜻하고 유쾌하지만 이전보다 더 성숙한 여운을 남기다보니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보는 동안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나는 준비가 됐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정답은 없다는 것을.

나이와 조건, 상황을 넘어 우리는 늘 불완전한 채로 사랑하고 실수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브리짓은 웃기고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두려움 속에서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 그것이 진짜 어른의 얼굴이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사랑 앞에서 다시 용기를 내고 싶은 분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지키고자 하는 분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분

마흔 이후의 인생을 조용히 응원받고 싶은 분




다음 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영화를 소개할게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남겨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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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저자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현대지성

2025-04-18

소설 > 세계 소설 > 북유럽소설

소설 > 테마문학 >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한 사람의 외로움이 숨어 있다.




■ 책 속 밑줄


왕자는 나무 주위에 자라난 풀숲에 몸을 숨기고 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정원에는 마치 수백만 마리의 새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불-불 새가 나타난 것이지요! 새는 자신의 새장에 내려앉더니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물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군요. '불-불 새야, 너도 자야지?'라고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라는 게 그것뿐이라면 못 들어줄 이유가 전혀 없지!'

그는 곧바로 말했습니다.

"불-불 새야, 너도 자거라!"

그 순간 불-불 새가 날개를 펼쳐 왕자를 쳤고 왕자는 그 자리에서 자작나무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만 제외하면 집 안 어디든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단다"

양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양어머니가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들 가운데 하나를 살짝 열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별이 날아가버렸습니다.

한편 집에 돌아온 양어머니는 별이 없어진 것을 알고 몹시 화를 냈습니다.

"내가 그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이제 나는 너와 살 수 없다. 널 이 집에서 쫓아내야겠어!"

"죄송해요, 어머니.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 쫓아내지만 말아주세요."

양어머니는 엉엉 울며 비는 소녀를 보고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결국 소녀를 쫓아내지 못하고 얼마 뒤 또다른 여행을 떠났지요.



"이 정도면 사람들에게 내놓아도 되겠어요. 그런데 소금에 절인 쇠고기와 감자를 조금만 넣으면 아무리 까다로운 식성을 가진 신사라도 맛있게 먹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뭐, 없는 걸 굳이 신경 써서 뭐하겠어요?"

할머니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쇠고기와 감자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나그네가 죽 젓는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와, 이 정도면 최상급의 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놀랍구먼! 못으로 끓인 죽이 그렇게 훌륭하다니!"

나그네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쯤에서 한 입 떠먹을 만도 한데 그는 또다시 중얼거렸습니다.

"만약 보리와 우유를 조금 넣을 수 있다면 왕에게 진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왕이 저녁마다 드시는 게 바로 이거거든요. 제가 예전에 왕의 요리사 밑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잘 알아요."



작고 낡은 오두막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거기엔 늘 숲이 있고 불빛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늑대가 아니어도, 마녀가 아니어도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고 동화는 그 어둠을 건너는 이야기이다.


용이 나타났을 때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싸웠으며 누군가는 이해하려 했다.

이야기는 언제나 선택에 따라 방향을 바꾼다.



■ 끌림의 이유


『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화의 문을 조용히 그러나 전혀 다른 결로 열어주는 책입니다.

노르웨이 민담을 수집한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과 욘 모르겐투르드의 기록은 환상과 현실, 상상과 교훈 사이에 놓인 북유럽 정서의 깊이와 어둠, 따뜻함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32편의 북유럽 동화는 또 하나의 동화의 얼굴을 띄고 있었는데, 깨끗하지만 어둡고 잔인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지며 삶의 이면을 서늘하게 비춰주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북유럽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특색 있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무민, 산타 그리고 겨울왕국까지!

소복소복 눈이 가득 쌓인 환상적인 이야기의 본고장, 북유럽!

그곳의 동화들은 어른들도 아이처럼 변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를 읽고 나니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읽는 동안 여러 문장이 조용히 제 마음에 내려앉았고 그 문장들은 오랫동안 침묵해 있던 감정들을 살며시 건드렸습니다.

무엇보다 각양각색하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해주었습니다.


책 속에는 낭만보다 현실, 마법보다 상실이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끝내 희망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고된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어둠을 인정한 뒤 빛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은 서늘하지만 단단한 결을 지니고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정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의 원작을 처음 알았을 때, 나름의 충격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레 『흑설공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둠을 피해 달아나는 공주가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 끝내 자기 이야기를 완성하는 존재로 다시 읽히는 동화들을요.

『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는 그런 새로운 해석의 또다른 출발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동화를 낯설게 다시 만나고 싶은 분

삶의 어둠을 인정하면서도 따뜻한 결말을 원하는 분

북유럽 특유의 서늘함과 정서를 책으로 경험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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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책 DIGEST

6월 첫째 주, 책이라는 거울 앞에서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




이번 주는 유난히 내 삶의 방향에 대해 자주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옳은지 혹은 타인의 기대에 의해 어긋나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요.

책은 언제나 정답을 주진 않지만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조용히 전해줍니다.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현충일을 앞두었었던 한 주 동안,

국가와 나, 인간과 사회, 사유와 기억에 대한 질문들을 책을 통해 천천히 마주한 시간이었습니다.





■ 이번 주 〈간밤에 읽은 책〉 돌아보기


월요일 |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지나치게 무거운 어른의 기준에 짓눌린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너져간 순수함을 묵직하게 그려냅니다.

자기 삶을 살지 못했던 모든 한스를 위한 문장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화요일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무히카는 가난했지만 결코 결핍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철학은 화려한 연설이 아니라 조용한 일상 속 실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치보다 삶이 먼저였던 무히카 대통령.

새로 선출된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도 항상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요일 | 『니체 인생수업』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 철학은 삶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살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니체는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지금 너답게 살고 있는가?"




목요일 | 『파리가 사랑한 카페』 – 최내경

공간이 말이 되는 순간들, 책을 통해 파리의 카페들을 따라 걷다 보면 책 속 카페 자리들이 떠오릅니다.

책보다 풍경이, 여행보다 기억이 더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금요일 | 『태백산맥』 – 조정래

현충일을 맞아 꺼내든 책, 『태백산맥』!

이념보다 앞서 있었던 사람들의 비극을 이 소설은 깊고 묵직하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전쟁은 국가의 이름으로 일어났지만 그 안에서 무너진 건 결국 사람의 삶이었습니다.





■ 이번 주 〈모든도서리뷰〉 돌아보기


화요일 | 『총, 균, 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격차는 인종이나 문화가 아닌 환경과 자원이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거대한 시야로 인류의 역사와 오늘을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목요일 |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정치는 멀게 느껴져도 국가는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프레임입니다.

이 책은 시민으로서,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질문을 따뜻하고 단단하게 전해줍니다.





■ 이번 주 〈함께읽는시집〉 돌아보기


수요일 |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감정의 벽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였습니다.

겹겹이 쌓인 피로,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아온 나날들이시인의 언어를 통해 천천히 흐려졌습니다.




이번 주, 당신의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책은 언제나 삶의 곁에 머물며 말을 겁니다.

다음 주에도, 한 줄의 문장이 따뜻한 하루의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독서 여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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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고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사람은, 다시 그 역사를 반복하게 된다.




■ 책 속 밑줄


정하섭은 두 손으로 얼굴을 꼭 눌러 감싸며 신음처럼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밤새껏 걸어 여기까지 와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있었다. 그때 구원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암호는 백두산, 한라산, 복창하시오." "백두산, 한라산." 지난밤 위원장에게 하달받은 암호가 정하섭의 가슴에 안도의 따스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암호는 곧 생명이었다. 암호의 누설은 조직의 동맥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에게 독립공작을 부여하고 암호까지 하달했다는 것은 당성을 의심하기는커녕 당성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좋은 반증이었던 것이다.



스무 살 나이가 가까워질 임시부터였으니까 아들의 열 받친 행동거지는 일정(日政) 때부터 시작되어 이미 10년이 가까워 있었다. 일본인 지주한테 대항해서 소작쟁의를 벌이면서 아들은 가도가도 목마르고 허기진 소작농군의 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반 소작쟁의도 삭신 녹아내릴 매타작에 콩밥신세가 확연한 죄로 정해진 세상에서, 일본인 지주를 상대로 한 소작쟁의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너무나 빤한 노릇이었다. 그것은 맨주먹으로 닛뽄도 휘두르는 순사한테 덤벼드는 것이나 진배없었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성미 급한 나방이나 다를 바 없었다. 피걸레가 되어 내던져진 아들을 업고 집으로 돌아오며 판석 영감은 제 살이 찢겨나가는 아픔에 떨며 울었고, 차라리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목숨의 구차함이 비통해서 울었다. 축 늘어진 아들을 수십 번 추슬러 업어가며 판석 영감은 피물림하듯 대대로 이어진 소작농의 비애와 운명을 씹었다. 대를 물리는 가난이라는 것처럼 무서운 죄가 없었고, 견디기 어려운 벌이 없었다. 아들은 그 죄를 타고나서 이제 철든 나이가 되면서 그 벌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순사건 이후, 산은 피로 물들었다.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총을 들었던 사람들.

그 총 끝에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증오가 있었다.


인민군의 빨간 완장을 찬 이도, 토벌대의 푸른 군복을 입은 이도 사실은 같은 마을, 같은 논밭을 일구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겨누었고 무엇이 옳은가보다 누가 살아남는가가 중요해졌다.

그게, 전쟁이었다.



■ 끌림의 이유


『태백산맥』은 단지 한 편의 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의 이념의 충돌 속 민중의 삶과 죽음, 그 분단의 근원과 인간의 비극을 가감 없이 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증언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묻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진짜 죽어야 했던 건 누구였는가?"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 시절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 간밤의 단상


현충일을 앞두고 『태백산맥』을 꺼내 들었습니다.

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아리랑」과 함께 숙원 사업처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펼친 『태백산맥』은 역시나 책장을 넘길 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요?

『태백산맥』은 그 질문을 날카롭고도 절실하게 던지는 소설입니다.

이 책은 어느 한쪽을 미화하지는 않습니다.

이념이 갈라놓은 것은 단지 진영이 아니라 사람의 삶이고 관계이며 사랑과 믿음이었습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전쟁이 그저 총과 칼의 싸움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삶 전체를 걸고 겪어야 했던 모멸과 절망 그리고 믿음의 붕괴였다는 것을 절절히 마주하게 됩니다.


1948년 여순사건부터 6·25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 『태백산맥』은 한반도 분단의 가장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겪어낸 그 시절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습니다.

해방과 동시에 분단을 맞이한 민족의 운명 그리고 진영의 이름으로 찢겨나간 삶들, 그 비극의 중심에서 저자는 질문을 멈추지 않습니다.

"누가 옳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잔인하게 만들었는가?"라고.

이 책은 문학이 기록을 넘어 기억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온전히 품고 있습니다.

비판도 많았지만, 그만큼 『태백산맥』은 이념의 금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용기 있는 책이었고 그 결과 한국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작품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잊지 않기 위한 싸움이며 문학은 그 싸움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가는 도구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일깨워줍니다.

오늘, 저는 그 조용한 문장을 따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기억하는 사람만이 진짜 내일을 쓸 수 있으니까요.



■ 건넴의 대상


현충일, 조용히 기억이라는 방식으로 애도를 전하고 싶은 분

한국전쟁과 분단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나보고 싶은 분

역사를 교과서가 아닌 삶의 언어로 느끼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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