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 자리에 찾아온 것들



비우고 나니, 처음엔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비운 그 자리로 작은 것들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살 한 줄기, 창가에 걸린 바람 소리 그리고 고요함.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비운 건 물건이 아니라 소음이었구나.

내가 버린 건 생각이 아니라 잡념이었구나.

진짜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만 내가 너무 많은 것으로 둘러싸여 보지 못했을 뿐이었구나!


비움이란, 결국 본질과 만나는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제게 조용히 다시 물어봅니다.

과연 무엇이 진짜 필요한 걸까?

그리고 무엇을 더 비워내야 할까?


공간은 여전히 한정되어 있고 생각은 여전히 끝없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비우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것을요.


선택적으로 담고 의식적으로 버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진정한 삶의 기술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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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저자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25-05-01

원제 : Why I Write

에세이 > 외국에세이

인문학 >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끝내 진실 앞에 자신을 데려가는 일이다.




■ 책 속 밑줄


"나는 나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오웰은 글쓰기의 동기를 네 가지로 나눈다.

순수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그 중 무엇이건, 글쓰기란 결국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민족주의'는, 인류를 곤충 분류하듯 나눌 수 있으며 수백만이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싸잡아 좋으니 나쁘니 하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습성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둘째로는(이게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을 단일한 나라 또는 다른 집단과 동일시하되, 그것을 선악을 초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기는 습성을 뜻한다. 그리고 민족주의를 애국주의와 혼동해선 안 된다. 두 단어 모두 대개 아주 모호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의든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 마음의 일부는 인간이 고귀한 동물이며 삶은 살 만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적어도 이따금씩은 존재의 끔찍스러움에 아연실색하는 일종의 내적 자아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묘하게도, 쾌락과 혐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신체는 아름답다. 그런가 하면 인체는 역겹고 우스꽝스럽기도 한데, 이는 아무 수영장에나 가보면 확실히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다만 지금 우리가 정치적 충심과 문학적 충심 사이에 그어둔 선을 보다 선명하게 긋자는 것이다. 그리고 비위에 거슬리지만 해야 하는 어떤 일을 기꺼이 한다고 해서 그런 일에 따르기 마련인 신념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가 정치에 관여할 때는 일반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관여해야지 ‘작가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작가가 예민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와 관련된 지저분한 일을 기피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른 어느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그는 찬바람 새는 회관에서 연설을 하고, 길바닥에 분필로 글을 쓰고, 투표를 호소하고, 전단을 나눠주고, 심지어 필요하다 싶으면 내전에 참가할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단, 자기 당에 대한 봉사로 다른 건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당을 위해 글을 쓰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글쓰기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말을 쓴다는 건, 결국 자기 감각을 확장하는 일이다.



■ 끌림의 이유


『나는 왜 쓰는가』는 작가 조지 오웰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해부입니다.

그는 어떤 이상도 미화하지 않고 자신이 글을 써온 내면적 동기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자기 자신을 고백하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지지요.


"당신은 왜 쓰고 있나요?"

"당신은 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말하고 있나요?"


오웰의 문장은 담백하지만 묵직합니다.

그 속에는 스스로를 향한 비판, 시대를 향한 직시 그리고 진실 앞에서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으려는 문장가의 고집이 느껴집니다.



■ 간밤의 단상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짧게 쓰더라도 단정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쓰는가』는 그런 질문들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삶을 읽히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제 글이 얼마나 많은 수식과 회피로 가려져 있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말이 많을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글이 화려할수록 진심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위험을 알기에 자기 검열이 아닌 자기 직면의 글쓰기를 책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쓰는 이 문장조차도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믿음일 수 있을까요?

오늘 새벽, 글쓰기가 다시 제 방향을 묻는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생각해보았습니다.



■ 건넴의 대상


글을 쓰고 싶은 분

자기 안의 언어를 직면하고 싶은 분

진실 앞에서 말하는 용기를 배우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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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 없다면 고립된다. 삶을 비교와 의심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신념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 고립이 아니라 자립하게 된다. 관계와 평등에 대한 마법 같은 이해가 생긴다. 우정에 대한 확신을 얻고 의심과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믿음을 얻고 이중성을 보지 않으며 외적인 것, 가까운 것, 접근 가능한 것, 피상적인 것까지 모두 구분이 가능하다.

– 『니체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 하나의 사유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판단해주길 바라고 어떤 결론이 나를 대신해 다가오길 바라기도 하지요.

하지만 니체는 그런 순간일수록 자기 신념이 고립이 아닌 자립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비교와 의심에 빠진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내적 신념의 힘을 말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가까운 말 한 마디에도 휘청이고 작은 인정 앞에서 스스로를 잊기도 하지요.

하지만 신념이 자리 잡고 있을 때 그 모든 외부 소음과 경계를 구분해낼 수 있는 감각이 생깁니다.

니체가 말하는 믿음은 단순히 이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분별해내는 그리고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감각의 뿌리입니다.


지금 내 안에는 어떤 신념이 깃들어 있을까요?

그 신념은 나를 고립시키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조용히 자립시키고 있는 걸까요?




오늘,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일요일 밤,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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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창비

2021-04-15

소설 > 한국소설




달은 멀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 속 밑줄


"우리도… 달까지 가자."



임원급도, 본부장도, 연봉 1억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매일 정시 출근하고, 칼퇴를 하지 못해도 불평하지 않았고 회식에서는 먼저 잔을 들었으며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일터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아무도 꿈꾸지 않는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도망가는 꿈’을 꾸기로 했다.

도망이 아니라, 연대이기를 바랐고 도전이 아니라, 살아남기를 원했다.



누구 하나 특별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 평범함 안에 서로의 절박함이 스며 있었다.



"출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 너랑 같이 지옥을 다녀오는 건 나쁘지 않았어."



"우리가 실패한다고 해도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는 그냥 잘살고 싶었던 거야."



■ 끌림의 이유


『달까지 가자』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이 뜨끔해질 만큼 현실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현실감만으로 끝나지 않고 작지만 단단한 연대를 그려냅니다.

단지 한 번의 투자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버텨온 우정의 기록입니다.

주인공들은 눈에 띄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아주 미세하게 세상의 균열을 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불공정한 세계에서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을 때, 우리끼리라도 손잡자고 말하는 듯한 서사가 뭉클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 함께 해보자는 말이 이토록 벅찬 희망으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분노와 체념 그리고 희망이 모두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소설을 읽으며 꿈이라는 단어가 제게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꿈 대신 생존을 말해왔고 계획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해왔습니다.

『달까지 가자』는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작은 용기,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리고 당신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조용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 익숙한 사무실의 공기, 상사의 표정, 계좌 잔고, 무기력한 회식 자리까지…

이야기 속 풍경들이 놀랍도록 진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그 진짜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들고 살아갑니다.

달은 멀지만 그 멀다는 걸 아는 우리가 함께 가겠다고 말할 때 그 문장은 확실히 다르게 들립니다.

"우리, 달까지 가자."

아마 그 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응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손을 맞잡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사람들을 향해 전해지는 문장인 것이지요.


어릴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더 자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말합니다.

현실에 패배하지 않고 묵묵히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너무나도 평범하다고요.


읽는 내내, 나도 어쩌면 저기 어딘가 섞여 있을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엔 이렇게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꼭 달까지 가자."



■ 건넴의 대상


사회 초년생 혹은 일에 지친 모든 분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삶의 버팀목이었던 분

현실 속에서도 작은 연대를 믿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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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사랑이란 단어 앞에서 머뭇거리는 모든 이들에게,

오늘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세번째 시리즈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Bridget Jones’s Baby)

감독: 샤론 맥과이어

출연: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패트릭 뎀시

장르: 로맨틱 코미디

개봉: 2016년

러닝타임: 123분





■ 영화 줄거리


브리짓은 여전히 브리짓입니다.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했지만 사랑은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즉, 연애는 끝났지만 나이는 마흔셋이지요.

그런 그녀가 우연한 계기로 전 연인 마크와 매력적인 신사 잭을 만나게 되는데 두 남자와 각각 다른 시점에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곤 그녀가 갑작스레 임신을 하게 됩니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요?

그보다 브리짓에게 더 중요한 질문이 다가옵니다.

이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갈팡질팡하는 감정과 어설픈 선택 속에서도 브리짓은 우선 자신의 방식으로 엄마가 될 준비를 해나간다.

인생 최대의 선택 앞에 선 브리짓은 이번에도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영화는 웃음이 가득한 전개로 흘러가지만, 그 웃음 아래 깃든 혼란과 선택의 무게는 마치 지금 우리의 삶처럼 꽤나 진지합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단순히 출산과 육아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인생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관계는 어쩌면 매번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것이지요.

브리짓은 늘 서툴고 엉뚱하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살아갑니다.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삶은 완벽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순간 속에서도, 사랑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지요.

결국 영화에서 "불완전함 속에서도 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이라는 따뜻한 통찰을 전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 영화에, 책을 더하다


『인생 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삶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브리짓처럼 흔들리고 실패해도 결국 내가 나로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영화와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완전한 감정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고통, 불안, 외로움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평온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브리짓의 관계, 성장, 혼란은 결국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나는 지금,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엄마 마음 설명서』 – 나오미 스태들런


출산과 육아는 단지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삶의 정체성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경험입니다.

이 책은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심리적 흔들림을 따뜻하고도 현실적으로 짚어줍니다.

브리짓이 임신과 함께 맞닥뜨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이 책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이해됩니다.



■ 하나의 감상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보다 보면 진짜 성장이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느 국면에서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브리짓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늘 우왕좌왕하고 누구보다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이기에 우리는 더 쉽게 공감하고 더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조용히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도 인생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브리짓처럼 나도 흔들릴 수 있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이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브리짓은 여전히 그 매력을 잃지 않습니다.

20대, 30대에 안간힘을 쓰며 성장해 온 그녀가 이제는 40대에 접어들어 또 다른 종류의 불안과 설렘을 마주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특히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그녀의 태도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위로가 됩니다.

여전히 따뜻하고 유쾌하지만 이전보다 더 성숙한 여운을 남기다보니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보는 동안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나는 준비가 됐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정답은 없다는 것을.

나이와 조건, 상황을 넘어 우리는 늘 불완전한 채로 사랑하고 실수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브리짓은 웃기고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두려움 속에서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 그것이 진짜 어른의 얼굴이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사랑 앞에서 다시 용기를 내고 싶은 분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지키고자 하는 분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분

마흔 이후의 인생을 조용히 응원받고 싶은 분




다음 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영화를 소개할게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남겨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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