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 「풀꽃」,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함께 읽으려 합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풀꽃」은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으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처럼 자연스레 외운 시 중 하나입니다.

짧지만 울림이 깊은 시로 관찰과 존중의 윤리를 시적 언어로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작고 소박하게 피어나는 풀꽃이지만, 오랫동안 들여다볼 때 비로소 그 고유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이는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누군가의 진면목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세심한 시선과 지속적인 관심이 쌓여야 비로소 그 사람의 모습을 알게 되죠.

마지막 줄인 [너도 그렇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죠. 이는 곧 위로이자 존중의 방식입니다.



■ 하나의 감상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흘려보냅니다.

감정도, 사람도 그리고 그 순간도.


하지만 시를 찬찬히 읽다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아, 조금만 더 자세히, 조금만 더 오래 바라보았을 걸.

그랬다면 모든 것들이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워질 수 있었을텐데.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짧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의 진심어린 시선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느껴져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시를 읽고 스쳐가는 사람들 속에서 저조차 몰랐던 애틋한 마음 하나를 건졌습니다.

어쩌면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 그리고 거울 속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풀꽃과 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다음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작고 소박한 시 한 줄이 건네는 위로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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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저자 이민진

인플루엔셜(주)

2023-12-20

원제 : Pachinko (2017년)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미국문학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책 속 밑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땅에 사는 다른 이들은 이렇게 분별 있는 부모를 둘 정도로 운이 좋지는 않았다. 적에게 약탈당하거나 큰 재해를 입은 나라에서 늘 그렇듯이 노인이나 과부, 고아 같은 약자는 식민지가 된 반도에서 더없이 절박한 형편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먹일 수 있다면, 보리밥 한 그릇에 하루 종일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천지였다.



세상에서 훈이만큼 딸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도 드물었다. 훈이는 자식을 웃게 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 같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겨울에 훈이가 결핵으로 조용히 죽었다. 양진과 선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젊은 과부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선자는 한수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수의 말을 다 기억하고 한수의 모습을 모두 간직하고자 했다. 한수가 하려는 말은 무엇이든 이해하려고 애썼다. 선자는 어렸을 때 모으던 바닷가 유리 조각과 장밋빛 돌멩이처럼 한수의 이야기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한수가 선자의 손을 잡고 잊을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기에 선자는 한수의 모든 말이 놀라웠다.



"팔 쌀이 마이 없십니더." 조 씨가 거듭 말했다.

"신부랑 신랑 저녁밥 해줄 정도만 있으면 됩니더. 집 떠나기 전에 흰쌀밥 맛이라도 보라꼬예." 양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쌀집 주인이 눈길을 돌렸다.

딸들을 먼 곳에서, 조선인들을 가축 취급하는 나라에서 살게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피붙이를 그 개자식들에게 뺏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양진은 지폐를 세서 탁자 위 주판 옆 나무 쟁반에 올려놓았다.

"있으면 작은 걸로 한 봉지 담아주이소. 둘이 배부르게 먹이고 싶십니더. 남으면 백설기 해줄라꼬예."

양진은 돈 쟁반을 조 씨 쪽으로 밀었다. 그래도 조 씨가 안 된다고 하면, 부산에 있는 쌀집을 다 돌아다닐 작정이었다. 혼인날 딸에게 저녁밥으로 꼭 흰쌀밥을 먹이고 싶었다.



고국에서조차 가난했던 선자, 그녀는 낯선 땅 일본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믿음과 수치, 굴욕과 자존, 그리고 가족.



부산과 오사카의 삶을 비교하면 생판 다른 생처럼 느껴졌다. 20년 동안이나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들의 작은 바위섬 영도는 선자의 기억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고 환하게 남아 있었다. 이삭이 천국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선자가 마음속으로 그린 천국의 모습은 고향이었다. 투명하고 빛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고향 땅의 달과 별에 대한 기억도 이곳의 차가운 달과 별하고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고국의 상황이 나쁘다고 사람들이 아무리 불평해도, 선자는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초록빛 바다 옆에 아버지가 아주 잘 관리한 밝고 튼튼한 집, 수박과 상추와 호박을 내주던 풍성한 텃밭, 맛난 것들이 떨어지는 법이 없었던 시장에 대한 추억만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살 때는 그곳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



"잘 들어, 이 친구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 나라는 달라지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여길 떠날 수도 없지.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다를 바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 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야.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죄다 굶어 죽거나 공포에 떨고 있다고."

모자수가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두드렸다.

"인간은 끔찍해. 맥주나 마셔."



왜 에쓰코네 가족은 파친코 사업을 그리 안 좋게 생각할까? 외판원이었던 에쓰코의 아버지는 형편이 안 되는 외로운 주부들에게 비싼 생명보험을 들게 했고, 모자수는 성인 남녀들이 돈을 따려고 핀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가능성과 두려움, 외로움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매일 아침, 모자수와 직원들은 당첨 결과를 조작하려고 기계를 살짝 손봐서 돈을 따는 사람은 적고 잃는 사람은 많게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이 행운아일 거라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계속했다. 어떻게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겠는가. 에쓰코는 이 중요한 면에서 실패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이길지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믿어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파친코는 바보 같은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여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어릴 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신물이 났다. 고생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물을 마시듯 들이마시던 수치를 참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어야 했을까? 결국 노아는 자신의 출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앞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한 일일까?



파친코는 결코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도 삶이 있었고, 생존이 있었다.



■ 끌림의 이유


개인의 삶과 가족사를 통해 거대한 현실을 그려낸 대서사시입니다.

읽는 내내 떠올랐던 단어는 바로 삶의 무게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던 비극과 현실, 그 안에서 묵묵히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듭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 간밤의 단상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책에서는 역사적 억압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삶을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삶은 불공정하고 선택의 여지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선자의 삶을 따라가며 내가 받은 것과 누리고 있는 것의 무게를 체감하였고 그 누구의 생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친코』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역사와 그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려 한 사람들의 용기와 인내를 조명합니다.

즉, 기억이고 존재의 증명이며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 건넴의 대상


깊은 서사와 묵직한 감동을 원하는 사람

가족, 정체성, 역사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사람

시대의 그늘 아래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받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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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3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 무척 좋은 작품이란 말을 들었어요. 저는 전자책으로 갖고 있어요.

하나의책장 2025-05-03 18:18   좋아요 0 | URL
출간 당시에 수량 체크를 잘못 해서 4권이 한번에 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책을 워낙 많이 시켜서 몰랐는데.. 덕분에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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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창비

2014-05-19

소설 > 한국소설

해외 문학상 > 노벨문학상





■ 책 소개


1980년 5월 광주.

한 소년의 죽음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소설입니다.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폭력 이후의 생과 죄책, 기억과 애도의 문제를 파고드는 이 소설은 고통을 바라보는 윤리적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동호’는 계엄군의 폭력으로 숨진 친구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도청으로 들어갑니다.

이후 그의 죽음은 주변 인물들의 삶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각각의 시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우리 앞에 놓습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처럼.



마이크를 쥔 젊은 여자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분수대 앞 스피커에서 울려온다. 네가 걸터앉은 상무관 출입계단에서는 분수대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나마 추도식을 보려면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나가야 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너는 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여러분, 적십자병원에 안치되었던, 사랑하는 우리 시민들이 지금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 피를 그냥 덮으란 말입니까. 먼저 가신 혼들이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네가 죽은 뒤, 나는 살아가는 게 두려웠다. 살아 있다는 게 죄스럽고, 숨 쉬는 일조차 너에게 미안했다.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오래 괴로워하는 이 문장은, 부채처럼 가슴에 남은 죄의식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애도하지 못한 슬픔과 마주하지 못한 진실 그리고 남겨진 자의 시간이 때로는 삶보다 더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 책 속 메시지


『소년이 온다』는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묻는 작품입니다.

폭력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 폭력을 외면하거나 잊으려 했던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의 일부임을 상기시킵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바라볼 것인지 또한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습니다.



■ 하나의 감상


문장 하나하나가 비탄으로 젖어 있지만 그것이 감정에 함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절제된 언어는 더욱 큰 울림이 되어 제 가슴 깊은 곳을 조용히 두드렸습니다.


광주사태를 실제 겪었던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저희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랬기에 지난 윤석열 계엄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칼을 들고 휘두르려 했지만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해서 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어떤 논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날 광주에서 스러져간 이름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숨이 막히고 문장을 넘기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지만, 그 고통을 함께 견디는 일이 곧 기억의 윤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끝내 말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현 시대의 양심에 던지는 물음입니다.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건넴의 대상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문학으로 느끼고 싶은 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싶은 청년 세대

한강의 문장을 통해 진실과 마주하고 싶은 사람


고통과 애도, 기억의 윤리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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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온다, 를 읽었는데 작별하지 않는다, 를 또 어떻게 읽나 하고 있어요.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 힘든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하나의책장 2025-05-03 18:4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도 한 권 읽을 때마다 후유증이 너무 커서 연달아 읽지는 못했었어요ㅠ
재독할 때도 큰마음 먹고 읽어야 해요 😭
 




단 한 번의 삶

저자 김영하

복복서가

2023-04-19

에세이 > 한국 에세이




"살면서 단 한 번의 삶을 산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책 속 밑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삶은 리허설이 아니다. 리셋 버튼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처럼 살아도, 그 인생은 결국 내 것이 된다. 그러니 나답게 살아야 한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했을 것이다. 오래 살아남은 종교들은 이 불쾌를 어떻게든 완화해주는 여러 이야기를 제공했다. 이상적인 육체로 부활해 영원히 존재하는 삶을 약속한 종교도 있었고, 형태를 바꾸어 거듭하여 다시 태어나는 윤회라는 개념을 제시한 종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지속될까? 인생이 일회용인 것도 힘든데, 그 인생은 애초에 공평치않게, 아니 최소한의 공평의 시늉조차 없이 주어졌다. 생이 그렇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의 빈소는 마치 소설의 반전과도 같았다. 반전은 독자의 선입견과 자만심을 통렬히 일깨우면서 이야기 전체와 인물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극적 장치로, 그날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엄마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별로 알고 있는 게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경험은 실패해도 남는다. 실패조차도 그 자체로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이다.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타인의 기대보다 중요한 건 나의 삶이다.



'단 한 번'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진지하게 만든다. 삶은 진지할수록 아름답다.



■ 끌림의 이유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김영하 작가는 질문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들려주죠.

『단 한 번의 삶』은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그의 인문적 탐색이 엿보이는 에세이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한 무언가를 꼭 잘하지 않아도, 그때의 정답을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죠.

그저 자기 삶에 충실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줍니다.



■ 간밤의 단상


삶은 해석이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그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실 자주 듣지만 가장 어려운 말인, 나답게 산다는 것.

경쟁과 비교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때로는 방향조차 잃은 채 살아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몇몇 작가들의 책을 펼치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김영하 작가입니다.

그의 문장은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저를 조용히 멈춰 세우죠.

언제나 삶의 본질을 묻는 그는 『단 한 번의 삶』에서도 우리가 흔히 지나쳐버리는 질문을 마주하게 합니다.


단 한 번의 삶,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정직할 것!

그 문장이 오늘 아침의 나를 다잡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묻기보단 하루를 살아내는 자세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은 사람

자기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김영하 작가 특유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


인생의 갈래길 앞에 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 함께 건네고 싶은 책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단 한 번의 삶과 맞닿아 있는 여정의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죽음에 관하여』 - 어니스트 베커 | 삶을 직시하기 위한 필수적 성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불안』 - 알랭 드 보통 | 자아와 사회 사이에서 흔들리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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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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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감상의 심리학

저자 오성주

북하우스

2025-03-05

인문학 > 교양 심리학

예술 > 대중문화 > 미학





■ 책 소개


"어제 아침의 풍경, 기억나시나요?"


책 속에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늘을 즐기기보단 오늘을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오늘의 나는 어제의 맑고 푸른 하늘, 이슬 맺힌 풀잎, 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같은 사소한 아름다움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놓치기도 합니다.

감상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의 감정은 메말라 있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감상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감상은 삶의 여유가 아니라, 삶을 더 깊게 살아내기 위한 태도라고.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예술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 이것이 예술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예술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처럼 논리적인 단계를 거친 진보라기보다는 작가와 그를 둘러싼 환경이 우발적으로 만들어낸 창발 현상들의 나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예술가가 아닌 감상자들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믿어진다.



예술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술 앞에서 더 많은 질문을 품게 되며 해석의 여지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갑니다.

책에서는 객관적인 미술 이해도 중요하지만 감상의 진짜 무게는 감상자의 인식과 정서적 반응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0.1초만 그림을 보더라도 여러 감정과 직관적 해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만큼 감상은 무의식에 가까운 반응이며 동시에 기억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피어나는 복합적인 행위인 셈이죠.



작가들은 삶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통찰에 의해 작품 스타일이 크게 변화하곤 한다. 그에 따라 똑같은 화가의 그림이어도 좀 더 세밀한 지식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 감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른 은유가 그림 속에서 건져진다. 그림 속에 인물이 아닌 나무, 바위, 산이 표현되어 있어도 그럴 수 있다. 거울은 자신의 얼굴을 비추지만, 그림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것이다.



예술은 감상자의 해석으로 비로소 완성됩니다.

감상은 단지 눈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내 안의 기억과 감정이 그림과 맞닿는 심리적 창작인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그동안 놓쳐왔던 내 반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장면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딱히 설명할 수는 없는 그마음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나의 역사와 연결된 감정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감상에는 머리만이 필요하다는 편견이 있다. 이는 감상이 순전히 뇌에서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생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 즉, 뇌는 끊임없이 몸과 소통하고 있다. 뇌는 몸상태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참 신기하죠?

머리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만이 감상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의 나의 몸 상태, 그 순간의 기분 등 모든 신체적 경험들이 그림의 해석에 스며듭니다.


예컨대, 같은 그림을 아침에 봤을 때와 밤에 봤을 때의 감상은 달라집니다.

또한 마음이 무거울 때와 가벼울 때의 감상 또한 마찬가지죠.

이는 단지 기분의 차이가 아니라 감상이라는 사건이 뇌와 몸이 함께 만드는 총체적 반응이라는 증거입니다.



마티스 이후의 화가들은 그의 색채 실험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오늘날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은 형태와 색의 고유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깨뜨리고 있으며, 이러한 파격이 단순히 정상적인 것을 넘어 "우월한 미술"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이는 "모두가 화려한 색으로 칠해진 그림을 언제나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진행된 미국의 한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 풍경화의 경우, 컬러로 제시된 그림이 흑백으로 제시된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즐겁게 느껴졌으며, 선호도 역시 높았다. 그런데 인물화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얼굴 그림이 흑백으로 제시되었을 때가 컬러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즐겁게 평가되었으며, 선호도도 더 높았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술 감상 경험이 적은 일반 대학생들입니다.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색이 없는 흑백사진이어도, 인물이 담긴 흑백사진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 색이 없는데 감정은 고스란히 표현되었기 때문이었죠.

사진에 숨겨진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감상은 나와 작품 세계 사이의 대화입니다.

때로는 색이 빠진 세계에서 더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 책 속 메시지


감상은 보는 행위,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색, 장면, 분위기 앞에서 왠지 모르게 끌림을 느끼기도 하고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지나치지 말고, 천천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합니다.


감상은 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인식하는 태도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본질적인 인간의 활동입니다.



■ 하나의 감상


나는 왜 이 장면에 끌렸을까?


나이가 들면 사유 또한 깊어진다고 하죠.

요즘 따라 책을 읽을 때, 영화나 그림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어느 날, 무심코 보게 된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 작품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팔을 뻗는 사진이었습니다.

보통 전시회는 친구들과 함께 가지만, 그림을 감상하러 미술관에 갈 때는 거의 혼자 가곤 합니다.

도슨트 해설이 시작되기 전, 일찍이 가서 그림을 한참 감상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참을 바라봅니다. 이후 제 개인적인 감상이 끝나고 나면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그날의 전시회 감상을 마치는 것이지요.


그림을 감상한다는 행위는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이 아니라 그 앞에 선 감상자의 감정, 경험 등 자신의 해석이 개입됩니다.

즉, 매우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사건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죠.

책은 감상이 더 이상 예술 작품을 분석하거나 비평하는 외부의 시선이 아닌, 그 순간의 감정과 해석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독보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봤는가보다 왜 그렇게 보았는가를 질문하게 됩니다.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감상이란 살아 있는 나의 감정, 경험, 무의식의 흐름이 투사된 또 하나의 창작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감상을 창조적 해석의 행위로 정의합니다.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끌리는 장면들이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갈망 혹은 회복되지 않은 감정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이 그런 저의 무의식적인 선택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감상은 내게 있어서 결국 나를 알아가는 심리적 자화상 그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삶이란 단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하늘, 바람, 스치는 표정 하나까지도 나만의 시선으로 되짚어 보세요.

그것이 곧 나 자신의 섬세한 자극이 될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그림이나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일반 독자

일상의 감정에 자주 매말랐다고 느끼는 이들

예술 감상에 심리적 깊이를 더하고 싶은 분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조용한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


예술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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