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 애덤 스미스부터 토마 피케티까지 경제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7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서정아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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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저자 톰 버틀러 보던

센시오

2023-05-29

경제경영 > 경제학 > 경제이야기






■ 책 소개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경제학의 고전과 현대적 논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제 독서 안내서입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토마 피케티, 마이클 샌델, 나심 탈레브, 스티글리츠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뒤흔든 경제학자 50인의 결정적 저서가 담겨 있습니다.

각 장은 개별 저자와 그들의 핵심 주장을 정리하면서 그 사상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이어서 설명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경제학은 숫자와 그래프보다 먼저, 사람의 삶에 대한 통찰이다.



니얼 캠벨 더글러스 퍼거슨은 현대 영국의 역사학자로 금융경제사가 전문 분야다.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폴 크루그먼과 조지 프리드먼의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차이메리카'의 주창자다. 2004년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대표작 「금융의 지배」는 6부작 TV 다큐멘터리로 각색되었으며,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2009년 에미상을 수상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케네디 대통령 때는 인도 대사를 지냈으며, 루스벨트 때부터 클린턴 때까지 대통령 자문역을 맡는 등 미국 민주당 지도자들의 사고와 노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케네디 대통령의 '브레인',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 교사'라고도 불리었다.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



■ 책 속 메시지


이 책은 경제학을 살아 있는 사상으로 보여줍니다.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 공정함과 불평등, 위험과 리스크, 행동 경제학과 감정, 경제학의 핵심 주제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추적하게 만들어줍니다.

각 필독서가 등장한 시대적 배경과 그 책이 나온 이후의 반향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이 사상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지까지 연결해주기 때문에 경제학 입문자부터 재독자까지 모두에게 가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자본주의는 이제 단순한 경제 체제를 넘어 모두가 살아가는 현실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추위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집이 언제부터인가 희망이 되었습니다.

주식,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이유 역시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에게 경제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갖는 일입니다.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그 눈을 어디서부터 키워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입니다.

목차를 따라가도 좋고 흥미 가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진짜 경제학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에서 다룬 저서들을 하나씩 직접 읽어보는 여정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경제를 읽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 시작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5월도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이번 달은 특히 글 형식들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리뷰를 작성할 때 굉장히 길~게 쓰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 특성상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올해 포스팅 형식을 바꿔야겠다 다짐하게 되었고, 이번 달부터 긴 리뷰는 글쓰기 노트에 작성하고 블로그에는 축약하고 축약한 핵심 내용만 올리고 있습니다.

업로드 직전부터 업로드하고 나서도 너무 짧은 감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달을 올리고 반응을 보니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 (ノ◕ヮ◕)ノ


오늘부터 이틀간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됩니다.

전 사전투표 첫날 곧장 투표하고 왔는데, 6월 3일 날 투표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내일이라도 꼭 하시길 바랍니다.

투표는 정치적 행위이기 이전에 내 삶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니깐요.



■ 건넴의 대상


경제학 입문서를 찾는 분

고전 경제학과 현대 경제 사상을 연결해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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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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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대표 시 「민들레의 영토」,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민들레의 영토」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에서 민들레는 조용하지만 강인한 존재의 상징입니다.

자신의 영토를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으면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피어나는 생명력, 이해인 수녀님은 이를 통해 신앙, 자존, 인내, 고독을 조용히 읊조립니다.


시인은 외부의 인정이나 동정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녀에게 진정한 위안은 타인의 위로나 외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믿음과 조용한 기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노래하고 눈물이 꽃씨가 되어 날아가는 민들레의 영토는 결국 자기 자신만의 땅이자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 나면 마음 안에 민들레 한 송이가 천천히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큰 목소리 속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이 시는 조용한 위로가 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나의 삶을 나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인이 말하는 기도 아닐까요.

시에서 말하는 기다림은 특정한 누군가일 수도, 스스로의 내면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시에, 그 기다림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피워내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는 어디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삶의 자세를 말합니다.

자기만의 영토에 기도를 심고 언젠가 바람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 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을 건넵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유안진 시인의 「내가 나의 감옥이다」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존재의 구속과 자유를 통찰하는 시 한 편이 여러분의 일요일에 따뜻한 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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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저자 천명관

문학동네

2004-12-24

소설 > 한국소설




세상은 어쩌면,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책 속 밑줄


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이다.



팔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화재 이후, 그녀는 방화범으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영어의 시간은 참혹했으며 그녀는 오랜 교도소 생활 끝에 벽돌공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녀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그녀는 공장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그리웠던 풍경들을 허겁지겁 눈으로 좇으며 사람의 흔적을 찾으려 애를 썼지만 그것은 이미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기고 지워져 공장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춘희야, 너의 이 굵은 다리로는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진흙을 이길 수 있고 이 두꺼운 팔로는 누구보다도 벽돌을 많이 들어옮길 수 있으니 그게 다 너의 복이란다.



이 긴 이야기의 시작은 평대에서 국박집을 하던 한 노파로부터 비롯된다. 그녀는 춘희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으며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 알랴,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일 수도 있음을. 과연 노파는 자신의 뜻대로 복수에 성공한 걸까? 거기에 대해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끌림의 이유


『고래』는 한 명의 여성, 또 한 명의 여성 그리고 또 다른 여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로 세상과 맞서 자신들의 서사를 만들어 갑니다.

금복, 춘희, 노파 - 그들은 마치 한 마리 고래처럼 거대한 바다 한복판에서 유영하며 아무도 대신 써주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이야기를 다 읽었지만 마치 읽지 않은 것처럼 잔상이 오래 남습니다.

읽고 나서야 진짜 시작되는 소설입니다.



■ 간밤의 단상


『고래』를 읽는 일은 파도치는 이야기의 몸짓에 감정을 맡기는 일이었습니다.

그 물결은 거칠고 불편했으며 읽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금복이 [고래를 봤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고래』는 언제나 고래가 있다는 쪽에 서 있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사실 줄거리를 구구절절 쓰려고 애쓰면 금세 이야기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뭐랄까, 이 책은 설명보다 경험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복잡하고 뒤엉킨 인물들 속에서 어느 한 사람도, 어느 한 감정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 건넴의 대상


거대한 여성 서사에 빠져보고 싶은 분

진실과 허구 사이의 문학적 상상력을 경험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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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저자 헤르만 헤세

열림원

2024-07-30

소설 > 세계의 문학 > 독일문학

에세이 > 외국에세이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면, 반드시 혼자 견뎌야 하는 순간이 있다.




■ 책 속 밑줄


인생은 무의미하고 잔혹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럼에도 찬란하지요. 인생은 지혜롭기에 인간을 비웃지 않지만(정신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지렁이만큼이나 인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직 인간만이 자연의 변덕이자 잔인한 유희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너무 과신해서 꾸며 낸 실수입니다.



인생은 계산도 수학 도식도 아닌 기적이다. 내 평생이 그랬다. 모든 것이 되돌아왔다. 똑같은 곤경, 똑같은 욕망과 즐거움, 똑같은 유혹이. 나는 계속 같은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고, 같은 연(鳶)들과 싸웠고, 같은 나비를 쫓았다. 항상 같은 상황과 상태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건 영원히 새로운 놀이였고, 항상 아름답고 항상 위험하고 항상 흥분되었다. 나는 수천 번도 넘게 신이 나서 들떠 있었고, 수천 번도 넘게 죽도록 피곤했으며, 수천 번도 넘게 유치했고, 수천 번도 넘게 늙고 차가웠다.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깨닫되 스스로에 대해 판단하거나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속에 예감의 형태로 미리 그려져 있는 삶의 모습으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지요. 특히 노발리스는 "운명과 마음은 한 개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네가 책 속에서 찾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 반짝거린다.

그건 이제 너의 것이기 때문이니.



매일 세상의 충만함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매일 꽃이 피고, 매일 해가 비치고, 매일 기쁨이 웃음 짓는다. 어떤 때는 우린 감사한 마음으로 그런 것을 한껏 누리지만, 어떤 때는 피곤하고 지쳐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늘 흘러넘치는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기쁨의 멋진 점은 아무 노력 없이도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고,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쁨은 누구에게나 신의 선물처럼 자유롭게 주어진다.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피나무꽃의 향기처럼.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지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린 시절 언제였던가, 나는 초원을 따라 걸었지, 그때 아침 바람을 타고 노랫소리가 조용히 들려왔지.

푸른 공기의 소리였을까, 아님 꽃향기였을까!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그 소리는 영원히 울려 퍼졌지, 나의 어린 시절 내내.



노년의 정원에서는 우리가 예전에는 거의 돌보지 않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고결함의 꽃이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무너지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 끌림의 이유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는 혼란과 속도에 휘둘리는 삶 한가운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는 책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편지, 에세이, 단상들을 엮은 이 책은 그의 사유가 얼마나 따뜻하고 단단한지를 보여줍니다.


헤세는 고독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죠.

누구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기만의 결로 살아가는 것, 헤세는 그것이 진짜 자유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세상과 싸우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이죠.



■ 간밤의 단상


최근 제 마음에도 조용한 피로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고 감정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냈지요.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뜨겁고, 시끄러운데… 그 안에서 저만 점점 작아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에 내려와 마음의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벽녘 조용히 펼친 이 책은 제게 속삭이듯 말해주었습니다.

작아지는 것도 삶이라고.

무너지는 날도 삶의 일부라고.

그리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헤세의 문장들은 단호하지만 따뜻했습니다.

절망을 질책하지 않고 고독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 있는 그 시간을 끌어안으며 자기만의 호흡으로 살아가라고 조용히 권하더군요.


그 말들이 제 안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누구의 방식도 아닌 나만의 결로 살아가도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을 다시 꺼내어 붙들 수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혼자 있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

견딘다는 말의 깊이를 알고 싶은 분

세상의 속도에 휩쓸려 자기 감정을 잃어버린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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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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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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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저자 로베르트 융크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2023-09-06

원제 : Heller als tausend Sonnen (1956년)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과학/기술사





■ 책 소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논쟁적인 무기인 핵폭탄의 탄생과 그 이면을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나치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시도부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내면적 갈등 그리고 히로시마에 떨어진 첫 핵무기까지!

이 책은 단지 과학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윤리와 인간 존재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묻습니다.

참고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라는 제목은 바가바드 기타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핵실험의 섬광을 묘사한 동시에 인간이 만든 절대적 힘의 아이러니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제1차 세계 대전 마지막 해에 원자 연구로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영국에서 열린 전문가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적 작수함에 대처하는 새 방어 체계에 관해 조언을 하는 자리였다. 개성 강한 뉴질랜드 출신의 이 과학자는 이 일로 비난을 받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반박했다.

"좀 부드럽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전 인공적인 원자 분해 가능성을 시사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가능하다면, 이것은 전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전쟁은 러더퍼드의 작업실에도 난폭하게 침입했다. 러더퍼드는 자신을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조수들과 학생들을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거의 다 군에 징집되었다. 동료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헨리 모즐리는 1915년에 다르다넬스해협에서 벌어진 전투 도중 전사했다. 러더퍼드가 원자실험에 사용한 라듐의 공급원(라듐은 우라늄이 주성분인 피치블렌드 광물에 극소량 포함돼 있다-옮긴이)은 모두 압수되고 말았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그게 '적국의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원자 세계가 제기한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에는 편지만으로는 만족스럽게 답할 수 없는 게 많았다. 바야흐로 학회와 회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보어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관해 괴팅겐에서 일주일 동안 강연하겠다고 발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모든 물리학자들이 강연을 들으려고 온갖 불편을 감수해가며 그곳까지 왔다. 심지어 전쟁 전에는 물리학 연구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실험만 하던 나라에서도 흐임로운 실험 소식과 결과가 날아왔다. 인도와 미국,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도 과학정보 교환을 위해 노력했다. 이 기간에 서구 과학자들과 가장 열성적으로 접촉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마이트너와 프리슈가 한의 발견과 그것이 물리학에서 지니는 중대한 의미에 관한 소식을 터뜨렸을 때, 처음에 원자물리학자들은 대체로 당혹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프리슈가 스웨덴에서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한의 연구와 자신이 이모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하자, 보어는 자기 이마를 쳤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었단 말인가!"라고 외쳤다.



유명한 과학자들 중에도 나치스에 의해 투옥되거나 추방된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랑스 물리학자 조르주 브뤼아(Georges Bruhat)를 들 수 있다. 제자 클로드 루셀(Claude Roussel) 이 격추당한 비행기에서 탈출한 미국인 파일럿들을 고등사범학교 부근에 숨겨준 일이 있었다. 게슈타포가 루셀을 의심하자, 브뤼아는 제자를 배신하길 거부하고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는 처벌을 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천문학을 계속 강의하다가 결국 기아로 숨지고 말았다.

프랑스군을 위해 작동 속도가 특별히 빠른 기관총을 발명한 알자스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페르낭 홀벡(Fernand Holweck) 은 훨씬 가혹한 운명을 맞이했다. 그는 발명의 비밀을 실토하라고 강요하던 게슈타포의 고문을 받다가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스크루드라이버가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반구는 너무 가까이 접근해 우라늄은 임계 상태에 이르렀다. 방 전체가 순간적으로 눈부시게 파르스름한 섬광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에 슬로틴은 몸을 피해 자신을 구하는 대신에 양 손으로 두 반구를 잡아떼 연쇄 반응을 멈췄다. 이 행동으로 그는 그 방에 있던 나머지 7명의 목숨을 구했다. 자신은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된 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즉각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자제력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그 재난이 일어난 순간에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 서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칠판에 그들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그렸는데, 이들 각자가 방사선에 노출된 정도를 의사들이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1947년부터 서방 과학자들이 살아간 환경은 점점 더 억압적으로 변해갔다. 서방 세계 정치 권력의 중심지인 워싱턴이 사용한 새로운 방법들은 런던과 파리의 정신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평이 좋지 않은 과학자들은 충성 위원회들의 조사를 받았고, 여권을 빼앗기고 일터에서 쫓겨났다. 과학계 사람들 사이의 우정은 불신과 두려움의 중압감에 못 이겨 무너져내렸다.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과학자들 사이의 서신 왕래도 끝났다. 서방 세계의 연구소들에서조차 이전에전체주의 국가에서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국가의 도청을 경계하여 불안에 떨며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 책 속 메시지


로베르트 융크는 과학을 신화처럼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기술과 과학의 그림자를 추적하였습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핵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사실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그들의 손을 떠나 있었습니다.

융크는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절, 무력함, 윤리적 부채감을 기록하였습니다.

인간들은 자기 자신보다 큰 것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괴물이 된 창조물 앞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느꼈을 감정처럼 말이죠.



■ 하나의 감상


이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깊고 오래 가라앉는 묵직한 슬픔이었습니다.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완성해낸 그 눈부신 기술이 결국 수많은 생명을 지우는 데 쓰였다는 사실 앞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만들어도 되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보다 큰 것을 만든다."

하지만 그 위대한 창조의 끝에는 정작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작은 인간이 서 있었습니다.

과학은 진보했지만 윤리는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우리,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그런 진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기술의 찬란함 뒤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 빛보다 먼저 불타버린 삶들을 조용히 되짚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닙니다.

지식보다 윤리를, 성과보다 책임을 먼저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질문을 멈추지 않게 하는 책입니다.



■ 건넴의 대상


과학의 윤리와 한계를 성찰하고 싶은 분

원자폭탄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한 분

인간이라는 존재의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단단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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