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농장
저자 조지 오웰
민음사
1998-08-05
원제 : Animal Farm (1945년)
소설 > 영미소설
고전 > 서양고전문학 > 서양현대고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책 속 밑줄
그날 밤, 메너 농장의 존슨 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닭장 문을 걸어 잠그기까진 했으나 술에 너무 취해 닭장의 작은 구멍을 닫는 일은 잊어버렸다. 그가 갈지자걸음으로 마당을 건너가는 동안 그의 손에 들린 등불의 둥근 불빛도 좌우로 크게 출렁거렸다. 그는 본체 뒷문에서 발꿈치로 차 장화를 벗어버리고 부엌 술통에서 맥주 한 잔을 마지막으로 따라 들이켜고는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는 아내가 벌써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자, 동무들, 동물들의 삶이 어떤 겁니까? 우리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몸뚱이에 숨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얻어먹고, 숨 쉴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힘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오. 그러다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겨지면 그날로 우리는 아주 참혹하게 도살당합니다. 영국의 모든 동물들은 나이 한 살 이후로는 행복이니 여가니 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참과 노예 상태, 그게 우리 동물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메이저의 가르침을 완벽한 사상 체계로 발전시킨 이들은 이들 세 마리 돼지들이었다. 그들은 그 사상 체계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주일에도 며칠씩 그들은 헛간에서 비밀 야간 회합을 갖고 동물주의의 원리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 얼마간은 동물들 사이에 우둔한 발언과 시큰둥한 반응도 없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염소 뮤리엘이 ‘일곱 계명’을 읽어 보다가 동물들이 그 계명 중의 하나를 또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제5번 계명이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라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동물들은 두 단어를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벽에 쓰여진 제5번 계명은 이런 것이었다.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그들은 옛 꿈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늙은 메이저가 예언했던 그 동물 공화국, 영국의 모든 푸른 들판에서 인간의 발길을 몰아낸 다음 세워질 그 동물 공화국의 꿈도 그들은 여전히 믿고 있었다. 언젠가 그 공화국의 날은 오리라─비록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쩌면 지금 생존해 있는 동물들의 살아생전에 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그날은 오고 있었다.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왜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동물들이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결국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은 질문할 줄 모르는 동물들이었고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무지는 힘이다.
그 힘은 질문을 멈추게 만들고 그 침묵은 언젠가 체제를 정당화하는 증거가 된다.
■ 끌림의 이유
『동물농장』은 단순한 정치 풍자 소설이 아닙니다.
우화의 형태로 시작되지만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우볼 그리고 나머지 동물들이 자유를 외치며 혁명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권력은 점점 모호해지고 평등은 점차 특정 계급의 기득권으로 변질됩니다.
그 과정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막상 읽고 나면 그 무력감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망각 속에서 계속 허락되고 있는 것입니다.
■ 간밤의 단상
책장을 덮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저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너무도 오늘의 현실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물농장』은 왜곡된 이상과 권력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린 우화입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워지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몇몇은 더 많은 곡식을 먹었고 몇몇은 법을 바꾸었고 결국엔 돼지들이 인간처럼 이익을 독점하고 말았습니다.
읽는 내내 이건 어딘가에서 이미 본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복종, 자발적인 망각, 침묵으로 포장된 불평등,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사회에서, 조직에서, 관계 속에서 이미 여러 번 마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설득했을지도요.
"괜찮아, 지금이 더 나아."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거야."
결국 그 침묵과 무지가 권력의 비밀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권력의 돼지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질문을 멈추지 마십시오. 기억은 당신의 가장 강한 저항입니다.
■ 건넴의 대상
정치 우화나 풍자문학에 관심 있는 분
권력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생각해본 분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는 분
♥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