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저자 나태주

니들북

2025-04-28

에세이 >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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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은 말합니다. 너무 높이 보지 말라고,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 책 속 밑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너 오늘로써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괜찮으니,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마라.


우리는 때로 너무 잘하려고만 해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노력, 의지, 목표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가짐도 살면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완전히 번아웃이 되어 더는 힘을 내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려 애쓰지 마세요.



「풀꽃 1」 · 「풀꽃 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학교에 강연가서 아이들에게 가끔 물어봅니다. 어른들은 똑같이 물어도 이것저것 재고 따지느라 꾸물거리며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데, 애들은 바로 대답해요. 묻는 말에 공처럼 바로 튀어나옵니다.


'너도 그렇다.'입니다.


만약 '나도 그렇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히 이 자리에 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너도 그렇다.'라고 했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가 닿았을 겁니다. 단지, 그 두 글자 차이입니다. '나만'에서 '너도'로 갔다는 것.

요즘 이건 누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만 그렇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보니, 여러 가지로 윤택하고 넉넉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나서 보니 이제는 '너도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어진 거예요. 바로,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나한테도 이롭고 너한테도 이롭다.



■ 끌림의 이유


풀꽃 시인 나태주, 그가 직접 풀어내는 인생과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유를 꼭 읽고 싶어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뭐랄까, 인생의 조용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문장들을 담백하게 들려주면서 바쁘고 지쳐있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해줍니다.

하루를 정리하며 읽기에, 내면을 다독이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 간밤의 단상


제가 가장 많이 선물한 시집이 바로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에도 이 책을 선물하려고 준비해뒀지요.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나지막이 말을 건네는 듯한 책입니다.

늘상 느끼지만 나태주 시인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강합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려 애쓰지 마세요."

이 짧은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조급해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도 강조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보다 자기만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모두 풀꽃처럼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조용한 새벽녘, 작고 다정한 문장들 속에서 오늘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 건넴의 대상


일상의 작고 따뜻한 위로를 찾는 분에게

조급한 마음에 시달리거나 지쳐 있는 분에게

자기다움을 회복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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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둘




책을 읽으며 나를 찾는 시간



어릴 적부터 책을 손에 쥐고 살아왔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책은 제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세상과 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였습니다.

방향을 알 수 없어 불안에 휩싸일 때면 책 속에서 위로를 얻었고 그 안에서 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매 순간 책은 제게 깨달음을 건네주었고 그 경험들은 제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책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의 결을 듣고자 함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어떤 문장에서는 제 마음의 울림을 느끼고 어떤 장면에서는 제가 겪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되지요.

즉, 책을 통해 제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가끔은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 속마음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서란 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시간이자 스스로와 깊이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종종 책의 마지막 문장 너머에서 찾아옵니다.

책은 마치 인생의 한 조각을 제게 건네주는 듯합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책의 일부가 되어 있고 그 이야기가 마치 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닫습니다.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새롭게 발견했는지를요.


책을 읽는 시간은 결국 무언가를 찾는 시간입니다.

정보나 지식을 넘어 저마다의 울림 그리고 나만의 방향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책은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저의 흔적을 마주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설레는 경험입니다.

또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제 내면을 탐색하는 일입니다.

어느 순간, 그 책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명확히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저를 글쓰기로 이끄는 것이지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써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기는 제게 특별한 의식이자 저를 돌아보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며 저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삶을 조망하며 제 존재의 방향을 다시 붙잡았습니다.

읽은 책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이것은 책에서 얻은 감동을 제 언어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저는 계속해서 배우고 자라고 있습니다.

책과 글쓰기는 제 삶의 두 축입니다.

책은 저를 지탱해주고 글쓰기는 그 힘을 세상과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 두 가지는 서로를 비추며 제 삶을 조금씩 무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은 결국 저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는 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제 삶의 방식입니다.


저는 지금 책과 글쓰기를 통해 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마 평생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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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저자 권정생

길벗어린이

1996-04-01

유아 > 그림책

어린이 > 동화




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났단다.




■ 책 속 밑줄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에요.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 끌림의 이유


어린이날이면 늘 떠오르는 책이 있는데 그 중 두 권이 권정생 작가님의 책입니다.

겉보기에 쓸모없고 외롭고 누추해 보여도,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쓰임을 품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세상의 아이들 모두가 자신은 소중하다고 말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는 존재의 존엄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살던 겸허함을 되돌려주는 소중한 그림책입니다.



■ 간밤의 단상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동화책을 들고와 읽어주셨습니다.

봄볕처럼 따스한 어조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순간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제 자신도 강아지똥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 때.

인정받지 못했을 때.

버려진 듯한 느낌에 휩싸였을 때.

하지만 이 책은 제게 조용히 속삭여줍니다.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은 사실 한 송이의 민들레를 피우기 위한 기다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제가 흘린 눈물조차도 꽃을 피게 하는 거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 항상 다이어리 맨 앞 장에 두 문장을 적습니다.

한 문장은 중학교 때 선생님이 제게 써준 말이고 또다른 문장이 바로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써준 말입니다.

"하나야.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언제든 다시 피어나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는 바로 인간입니다.


+)

권정생 작가님의 「깜둥바가지 아줌마」도 꼭 읽어보세요.



■ 건넴의 대상


자기 존재에 대해 회의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아이와 함께 삶의 본질을 이야기해보고 싶은 부모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 시대의 모든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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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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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모든 걸 맡기는 것.

생각에 갇혀 잠 못 이루는 밤, 긴 숨을 쉬어보자.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잘 살아 있다. 걱정에 빠진 나를 구원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쉬며 누워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긴 하루 끝에 머무를 때, 저는 이 문장을 자주 꺼내어 곱씹어 봅니다.

내 인생의 작가인 제가 너무 자주 주인공 곁에 주저앉아 함께 우는 건 아니였는지 생각하면서도요.


눈앞이 캄캄할 땐 이야기를 멈추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만, 멈춰선 그 자리에서 이야기의 방향은 바뀌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멈춘 작가처럼 생각에 갇힌 우리는 무기력해지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살아서 숨을 쉰다는 것은 다음 장면을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밤이라도 우리는 여전히 다음 회차의 첫 문장을 쓸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전 오늘을 살아낸 제게 말해줍니다.

"괜찮아, 이제 이 다음 이야기를 써보자."

이건 그 누구도 대신 써줄 수 없는 오직 저만의 대본이니까요.


일요일 오후, 조용히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요즘 수고한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지금 떠오르는 그 말이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일지 모릅니다.




오늘 당신이 품어야 할 것은 누군가의 인정보다도 스스로에게 다정해질 용기입니다.

이 문장을 조용히 가슴에 품어주세요.

그리고 혹시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따뜻한 사유를 함께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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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5-04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삶을 쓰는 작가는 자신이다 책을 볼 때는 조금 거리를 두고 사람을 보기도 하는군요 자신도 거리를 두고 보면 덜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스로한테 다정해질 용기도 좋군요 어려운 일이지만...


희선
 




고독한 용의자

저자 찬호께이

위즈덤하우스

2025-04-16

소설 > 추리/미스터리소설

소설 > 중국소설




그 진실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달하는가.




■ 책 속 밑줄


구조대원이 천천히 몸을 돌려 순찰대 경찰 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저은 뒤 구급 장비를 둘러멨다. 그리고 들것을 들고 있는 동료에게 그들의 일은 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네 평쯤 되는 방. 홍콩의 평균 주거 면적으로 보면 꽤 큰 침실에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었다. 책상, 옷장, 침대, 책장 사이마다 골판지 상자와 쓰레기봉투가 처박혀 있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벽에는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고, 어수선한 컴퓨터 책상 위에 게임 캐릭터 피규어와 장식품까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요즘 이런 장난감에 푹 빠진 30~40대 성인 남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키다리는 전체적인 모습으로 볼 때 방 주인이 백수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골판지 상자에 들어 있는 라면과 과자, 컴퓨터 책상 옆에 있는 소형 냉장고, 빈 페트병과 맥주 캔, 간식 포장지가 수북한 쓰레기 더미는 사망자가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였다.



키다리는 이런 사람이 하나 사라져도 무덤덤하기만 한 사회의 냉혹함을 생각했다. 내일 신문에 이 남자의 죽음이 짤막하게라도 실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200자 이내 분량의 기사로 몇몇 인터넷 신문에만 실릴 수도 있다. 타살 혐의점이 없는 자살 사건이었다. 이 소란스러운 도시에는 날마다 다양한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사라져도 사회는 아무 지장 없이 돌아간다.



옷장 안에 크기가 제각각인 원통형 유리병이 스무 개 남짓 놓여 있고, 생체 실험실의 동물 표본처럼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다만 키다리와 아썬의 눈앞에 있는 유리병에 담긴 것은 쥐나 개구리가 아닌, 잘린 팔다리와 장기였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셰바이천이 범인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피해자의 신원을 찾고 그들이 피살된 경위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셰바이천의 살인 동기에도 관심이 없었다. 홍콩이라는 압력솥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다. 그러다가 압력을 못 이기고 폭발해 머리에서 나사가 빠져버리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데, 이 모든 건 주사위를 던지듯 운에 맡길 뿐이다.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개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데 협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을 감추고, 자신과 사회의 연결을 끊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우고, 고독을 끌어안았다.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모두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강자가 되길 바라는 종족이며, 약자를 착취함으로써 쾌감을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궁극적이고 원시적인 의의일 것이다.



사건이 끝나면 모두 잊혀진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달라져 있어요.

때론, 더는 예전의 자신이 아닐 만큼.



■ 끌림의 이유


요즘 <CSI> 전편을 다시 정주행 중이라서 추리소설에 대한 갈증이 깊어져 있었는데,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꾸준히 눈에 띄는 이 책이 문득 궁금해져 읽게 되었습니다.

『고독한 용의자』는 단순히 범죄의 해결을 목표를 하는 추리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간 심리의 심연을 깊이 파고드는 추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좇는 경찰과 죄의 그림자에 사로잡힌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은 몰입도를 놓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소개했듯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를 끝까지 묻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 간밤의 단상


한 맨션에서 토막 시신이 담긴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이 발견됩니다.

방 안에서 숯을 피워자살한 용의자 셰바이천은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언론은 곧장 은둔족 살인마라는 네이밍을 붙여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41살의 중년에 무직인 데다 어머니가 해주는 밥만 먹으며 하루종일 게임만 한 인물이라고 하니 심심풀이로 살해하고 자살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어머니 증언으로 인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이천은 20년 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요!"

그렇게 쉬유이 경위와 셰바이천의 친구이자 추리소설가인 칸즈위안은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각자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사건의 단서들이 파편적인데다 시간의 결이 달랐습니다.

더군다나 두 피해자의 사망 시점도 제각각으로 판명되어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고독한 용의자』를 읽고선 새벽 네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실이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에게만 의미있는 게 아닐까.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이상의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시체와 추리보단 인간과 고독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순 없다고 하지만, 혼자인 채 어떻게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향했던 방은 피난처일까요? 감옥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고독을 너무 쉽게 병리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의심하고 쉽게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사건이라는 외양 뒤에 숨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즉, 그 안에 깃든 감정의 결을 묻고선 끝까지 기다려줍니다.

읽고 나면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설마라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를 되묻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 무서웠고, 더 슬펐습니다.



■ 건넴의 대상


심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탐색하고 싶은 분

사회적 고립에 관심 있는 분

쉽게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찾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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