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책 DIGEST

5월 둘째 주, 책이 전한 마음의 결






■ 이번 주 〈간밤에읽은책〉 돌아보기


월요일 | 『강아지똥』 – 권정생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여겨졌던 존재가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기까지, 세상 모든 작은 것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랑을 건넨 동화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5576206



화요일 |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 나태주

풀꽃은 말합니다. 너무 높이 보지 말라고,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작고 소박한 말들이 삶을 다독여주는 에세이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6435163



수요일 |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 엘리자베트 카도슈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완벽해지려는 시도보다 훨씬 인간답습니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무너지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내면의 압박감과 자기비판 속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365941



목요일 |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당신이 잃어버린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존재의 부재가 드러내는 진짜 사랑인 엄마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시간과 감정의 결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8518674



금요일 |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마음을 살피는 언어가 관계를 지켜줍니다.

보통의 말들 속에 숨어 있던 감정과 진심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따뜻한 에세이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9680361





■ 이번 주 〈모든도서리뷰〉 돌아보기


화요일 |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김태현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에서 엿볼 수 있었던 500가지의 명언.

짧은 문장 속에서 삶의 좌표를 다시 그리게 만드는 고전 명언집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087030





■ 이번 주 〈함께읽는시집〉 돌아보기


수요일 |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특정한 집을 중심으로 공간과 존재가 겹쳐지는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는 시로 우리 안의 오래된 감정을 따뜻하게 흔들어주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934861




이번 주, 당신의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책은 언제나 삶의 곁에 머물며 말을 겁니다.

다음 주에도, 한 줄의 문장이 따뜻한 하루의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독서 여정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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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저자 김이나

위즈덤하우스

2023-09-20

에세이 > 명사에세이

에세이 > 한국에세이




마음을 살피는 언어가 관계를 지켜준다.




■ 책 속 밑줄


웨이브라는 의미에는 파동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만물이 존재하고 있는 그 형태가 쪼개어 들어가보면 물질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라는 것이 과학에 대해서 굉장히 지식이 없는 저에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아, 우리의 존재라는 것이 어쩌면 파동이겠구나!" 그래서 누군가가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을 "쟤랑 나랑은 코드가 맞아, 주파수가 맞아"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관계라는 것은 파동의 만남이고 그 파동이 서로 박자를 맞추어가는 것이, 우리가 한 사람과 긴 길을 오랫동안 걷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그런 모양새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한 경계선이 없어 혼돈스러운 감정들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에 확실히 매듭이 지어져서 결단코 사랑이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대개의 사랑은 '좋아함'에서 싹트므로 그렇게 방심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에 부등호를 붙일 생각은 없다. 이 둘은 맞닿아 있는 듯 완벽하게 다른 세계를 빚어내는 감정이며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고유의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그렇다.



그러나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그게 없이 어찌 사랑에 빠지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결정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거죠. 그때 느끼는 벅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 벅참을 느끼는 거 같아요.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아.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모든 걸 맡기는 것.



생각에 갇혀 잠 못 이루는 밤, 긴 숨을 쉬어보자.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잘 살아 있다. 걱정에 빠진 나를 구원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쉬며 누워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어릴 때 칭찬에 길들여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내성이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점이기도 하다. 허나 선행이 누군가의 칭찬과 거래되는 순간 자존감 통장에는 쌓일 것이 없다.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 끌림의 이유


김이나 작가의 글은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의 결을 다시 어루만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책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이란 참 무섭습니다.

가볍게 던진 한 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작은 표현 하나에 관계가 180도 달라질 수 있으니깐요.

때로는 위로가 되고 싶지만 말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사랑을 말하고 싶은데 어쩐지 거칠게 밀어내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마음들의 낯선 감정을 조용히 조명해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바라보았을까요.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조언처럼 따뜻하고 단호하게 마음을 일으켜 세워줍니다.

쉽게 쓴 글도 없었고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문장조차도 없어 단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말을 내뱉고 후회할까요?

그리고 얼마나 자주 말을 아끼다 오해를 쌓아갈까요?


말은 마음의 옷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말은 곧 나 자신입니다.

즉, 말을 탓하기 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게 결국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니깐요.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말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옷을 입기 위해 신중히 고르듯이, 좋은 말 또한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또한 진심도 말로 다듬지 않으면 날이 서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섬세하게, 더 성실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아끼던 하루였나요?

혹은 너무 많이 쏟아낸 하루였나요?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하고 예쁜 언어로 스스로를 그리고 누군가를 다독여보세요.



■ 건넴의 대상


말로 상처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는 분

관계 속에서 마음을 전하는 법을 고민하는 분

일상 속 언어를 더 따뜻하게 가꾸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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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창비

2008-10-24

소설 > 한국소설




당신이 잃어버린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 책 속 밑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오빠 집에 모여 있던 너의 가족들은 궁리 끝에 전단지를 만들어 엄마를 잃어버린 장소 근처에 돌리기로 했다. 일단 전단지 초안을 짜보기로 했다. 옛날 방식이다.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그것도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남은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몇가지 되지 않았다.


엄마의 실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상의하러 모였다가 너의 가족들은 예기치 않게 지난날 서로가 엄마에게 잘못한 행동들을 들춰내었다. 순간순간 모면하듯 봉합해온 일들이 툭툭 불거지고 결국은 소리를 지르고 담배를 피우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너는 석양빛을 받으며 너의 무릎에 얹힌 엄마의 얼굴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응시했다. 엄마가 두통을 앓았었나? 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곧 송아지를 낳을 암소처럼 빛나고 둥글던 엄마의 검은 눈은 주름 속에 거의 감춰져 작아져 있었다. 붉은 기가 사라진 두툼한 입술은 건조한 채 부르터 있었다. 너는 이모의 죽음 앞에서도 울 수 없을 만큼 엄마가 극심한 두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너는 평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엄마의 외로운 팔을 들어 배에 얹어주었다. 일생을 노동에 찌든 엄마의 손등에 퍼진 검버섯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 더이상 엄마를 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엄마로서만 존재한다.


이젠 당신을 놔줄 테요.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너를 도시에 데려다주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밤기차를 탔던 그때의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네 나이와 같다는 것을 너는 아프게 깨달았다. 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도 소녀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 자체였다. 엄마라면 지금의 너처럼 두려움을 피해 이렇게 달아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끝내 '엄마'라는 존재를, 그 생의 고요한 기도와도 같은 시간을 다 헤아리지 못했다.



■ 끌림의 이유


근래 주말이면 서재 정리에 여념이 없는데 처분할 책들을 고르다 책 한 권 앞에서 잠시 손이 멈추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어버이날이 다가오기도 했고 오랜만에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 똑 똑 흘리며 재독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놓치며 살아왔는지를 직면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특히 책에서는 자식으로서의 미안함과 아쉬움은 물론 깊은 애도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마라는 단어 그 자체로 무거운 감정이 동반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감정의 회고가 아닌 이해받지 못했던 존재로서의 엄마를 조명하기에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엄마를 부탁해』는 하나의 부재를 통해 수많은 존재의 의미를 되짚게 합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엄마가 사실은 집의 중심이자 우리 내면의 지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사라진 후에야 사랑이 뒤늦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그 사랑에 늦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법을 알려줍니다.


소설 속 자식들은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들에게 엄마란 이름은 사랑이기도 하고 죄책감이기도 하며, 끝끝내 다다르지 못한 거리였습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존재의 온기를 깨닫는 아이러니라니...

그렇게 표현되었기에 읽는 내내 몰입하였고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속 방문마다 불을 켜는 느낌이었습니다.


엄마란 존재는 침묵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이 오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책에서는 침묵으로 인해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바라보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평소 낯간지러운 말을 좋아하지 않아 표현하지 않았다면 오늘만큼은 해야 할 날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꼭 표현해 보세요.



■ 건넴의 대상


바쁘게 살아오느라 가족의 얼굴을 놓쳐버린 분

가족에 대한 감정이 복잡한 분

오랜만에 엄마라는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고 싶은 분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부모님, 자녀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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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의 대표 시 「그 여자네 집」,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을 함께 읽으려 합니다.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깜빡깜빡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여하고 싶은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은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 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버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집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 안 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 해설 및 주제 분석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은 하나의 공간을 통해 삶, 기억, 그리움 그리고 사랑과 죽음까지 아우르는 시입니다.

그는 특정한 집을 중심으로 유년의 감각부터 첫사랑의 정서, 공동체의 풍경을 풀어내며 공간과 존재가 겹쳐지는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복과 누적을 통해 한 편의 시가 소설처럼 느껴지는 깊이와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이 시의 핵심은 그 여자라는 존재를 둘러싼 기억의 집합입니다.

또한 시 말미에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집]이라는 구절은 과거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사라졌지만 내면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역설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읽는 내내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담긴 집이 그려졌습니다.

꼭 함께 거닐고 있는 듯한 감정마저 들었습니다.


사랑과 그리움, 상실과 회한이 교차하는 그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어떤 사람의 마음 안에만 존재하는 내면의 풍경입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그 여자네 집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되돌아갈 수 없지만,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 한 사람 나아가 그 시간, 그 장소를요.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흔들려 본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단단한 위로의 목소리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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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저자 엘리자베트 카도슈, 안 드 몽타를로

21세기북스

2025-05-14

원제 : Le Syndrome d'imposture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완벽해지려는 시도보다 훨씬 인간답다.




■ 책 속 밑줄


프랑스 백과사전인 라루스사전에 실린 정의를 살펴보면 자신감이란 "자신이 지닌 가치를 느끼고 인식하고 그로부터 어떤 확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두 가지 기준으로 매우 간단하게 특징지을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역량과 재능, 효율성을 진심으로 믿는가'이다.



자신감은 스스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적절한 정도의 대담함으로 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위험과 상처를 감수하게 만들고 그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 살아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즉,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게 해준다.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는 좀 더 평온한 방식으로 삶과 타인, 세상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있다면 우리의 계획과 도전, 선택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여러 상황에 차분하고 유동적인 힘으로 대처할 수 있다.



안정된 가정과 달리, 정서적 거리감과 일관성이 부족한 부모로부터 위로가 되지 않는 반응을 받은 아이는 이해받지 못하거나 거부당한 느낌을 받게 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신적 표상으로 인해 자신과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추후 성공을 위한 경쟁,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이 욕구는 충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노력 같은 행동들은 성장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절대적일 수도 없고, 삶의 모든 면에서 균등하게 적용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완벽함을 꿈꾸거나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인생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타인의 무거운 시선은 우리를 연약하게 만들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도록 만들어 트라우마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동시에 망가뜨리기도 한다. 단 한 명의 시선만으로 그렇게 된다. 타인이 우리에게 내리는 평가의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처럼 서서히 우리를 짓누른다.



완벽에 대한 강박과 스스로 사기꾼 같다는 느낌은 직업적 맥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적인 영역에까지 침투해 커플 사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이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운명적인 순간이 올까 봐 중요한 만남이나 승진, 갑자기 주목받는 역할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매우 빠르게 위험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 끌림의 이유


잘해야만 한다는 믿음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믿음 덕분에 성실하게 일해왔고 인정도 받았지만 알게 모르게 제 자신을 조용히 침식시켰습니다.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은 제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 마냥 이면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을 직면하게 해주었습니다.

책은 제게 조용히 위로해 주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 간밤의 단상


완벽주의는 단순한 성격 특성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반복되는 마음의 습관이자 방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이는 결국 나 자신을 지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게 됩니다.


저자가 말합니다.

"당신이 약해져도 괜찮고, 실망스러워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은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무작정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르죠?

약해져도 괜찮고 실망스러워도 괜찮습니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은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실수없이 무엇이든지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잘하려고 다그치던 마음이 결국 제 자신을 옥죄일 줄은 몰랐습니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다가 크게 무너지고나서야 제 자신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우울은 이제 멈추어도 괜찮다는 마음의 신호입니다.

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용서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제게 말 없는 위로이자 눈물이었습니다.

소리 내 울지도 못한 이들에게 고요한 치유가 담긴 이 책을 꼭 건네고 싶습니다.



■ 건넴의 대상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에 눌려 있는 분

우울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분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사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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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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