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저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민음사
1999-03-20
원제 :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1774년)
소설 > 독일소설
고전 > 서양고전문학 > 서양근대문학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전부가 아니었다.
■ 책 속 밑줄
훌쩍 떠나온 것이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친구여! 인간의 마음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내가 그렇게도 사랑하고, 헤어지길 섭섭해했던 자네 곁은 떠나와서 이렇게 기쁨을 느끼고 있다니! 그래도 자네는 이런 나를 용서해 주리라 믿어. 그 밖의 사람과 나의 교제 관계는 마치 나 같은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려고 운명이 일부러 마련해 놓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가련한 레오노레만은 정말 안됐어! 그러나 나의 책임을 아니지.
내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명량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내가 요즈음 마음속 가득히 느끼고 있는 감미로운 봄날 아침의 분위기 같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마련된 듯한 이 고장에서 나는 지금 홀로 삶을 즐기고 있다. 친구여,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내가 조용하고 아늑한 감정에 잠겨 있기 때문에 내 예술은 손해를 보고 있지만 말이야. 나는 지금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가 훌륭한 화가였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아아, 이런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여름의 고달픈 여행을 마친 다음 차가운 우물물의 상쾌함을 맛본 적이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내 마음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대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그 침식의 힘, 그것이다. 바로 그 힘이 만들어낸 것은 그 사람의 이웃과 그 사람 자신을 파괴하고 만다. 그것을 생각하며, 하늘과 땅과, 그리고 그곳에서 작용하는 온갖 힘에 둘러싸여, 나는 불안스레 비틀거리는 것이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영원히 집어삼키고, 영원히 되새김질하는 괴물 뿐이다.
언젠가 더운 여름날에 로테와 산책하다가 쉰적이 있었던 버드나무 그늘을 구슬피 내려다보았지만, 지금 그곳 역시 물에 잠겨 버드나무조차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빌헴름, 그녀의 목장, 그녀의 수렵 별장을 둘러싼 일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정자는 지금쯤 격류에 휩쓸려 얼마나 형편없이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그녀를 두 팔로 껴안고 가슴에다 꼭 품은 채, 사랑을 속삭이는 그녀의 입술에다 한없이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나의 눈은 그녀의 황홀한 눈동자 속에서 떠돌고 있었다. 신이여, 지금도 저 불타는 기쁨을 마음속 깊이 가득한 그리움으로 되살려 생각하고 행복감에 잠긴다면, 과연 나는 벌을 받아야 할 죄를 짓는 것입니까? 로테! 로테, 나는 이제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다! 나의 생각은 혼란스러워지고 벌써 일주일 전부터 사고력을 잃었다. 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고, 어딜 가도 기분이 좋지 못하고 그래서 어디에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으니, 떠나버리는 것이 좋을 듯싶다.
나는 그녀가 행복하길 바랐다. 그런데 그 행복 속에 내가 포함되지 않음을 알았을 때, 나는 무너졌다.
사랑은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을 뿐.
■ 끌림의 이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단순한 비극적 연애담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한 청년이 사랑 앞에서 무너져 한 인간의 모든 내면이 낱낱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베르테르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사랑의 시작과 혼란, 집착, 자멸로 향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주인공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기보단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얼마나 외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감정은 섬세하고도 폭발적이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내 길을 잃게 됩니다.
고등학생 때 읽었을 때와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는 독자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사랑의 감정의 크기와 깊이에 따라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간밤의 단상
누구나 한 번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향해 온 마음을 기울였던 적이 있지 않나요.
베르테르의 사랑은 절박하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아프고 무모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극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펼쳐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존재 전체를 내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존재 안에서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녀의 부재는 곧 삶의 붕괴를 의미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살아냈으며,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베르테르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잃어갑니다.
그의 고통은 단순히 짝사랑의 비극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게 되죠.
어쩌면 베르테르의 진짜 비극은 사랑이 아니라 그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때때로 우리를 성장시키지, 때로는 우리를 철저히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무너짐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되죠.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인정임을.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진짜 사랑임을.
다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마음도 계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계절의 사랑을 하고 계시나요?
■ 건넴의 대상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잃어본 적 있는 분
감정의 깊이를 문장으로 마주하고 싶은 분
고전을 통해 감정의 본질을 되짚어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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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더 깊고 더 따뜻해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