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 90년대생과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한 공감과 존중의 리더십
김성남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네가 나에게 맞추라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 생각에 갇혀있다면 직장에서 분명 '꼰대'라고 불리울테니 말이다.

중요한 건, 그런 마인드가 '좋은 리더'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 김 성남은 20여 년 경력의 조직, 리더십 전문가로 삼성, 코트라, 듀폰, SK에서 근무했고 글로벌 HR컨설팅사 머서, 타워스왓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컨설팅을 수행했다.

그는 한국외대 중국어과,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다든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인문학, 심리학, 뇌과학의 지혜를 경영, 조직, 리더십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라고 덧붙인다.



세대 갈등이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과거에는 참는 것이 무조건 옳다라는 생각에 조직 내 합당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당하더라도 그저 참고 참으며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 듯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무조건적으로 참지 않는다.

리더라면 이 부분을 괄시해서는 안 된다.

심할 경우, 결국 세대 갈등이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A 요즘 젊은 친구들, 직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

B 솔직히 팀장님이 근태 가지고 뭐라고 하실 입장은 아니죠. 지시만 해놓고 몇 시간씩 나가 계시다가 돌아와서 결과만 챙기시면서.

A 월급 받고 회사를 다니는 거면,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을 할 수 있어야죠.

B 솔직히 팀장님이 너무 무능하신 것 같아요. 실무도 잘 모르시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시니, 저희들만 죽어나죠.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는 것이 '세대 차이'이며, 정답을 분명하게 내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세대 차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아우르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냐는 것이 첫번째 문제이다.

저자는 그 문제에 "기성세대가 먼저 나서야 한다."라고 답한다.

첫째, 기성세대가 '표준'으로 생각하는 행동규범들은 그들이 젊은 세대였을 당시 권위주의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한 번 다니게 되면) 평생 직장, 그 직장에 대한 헌신, 엄격한 위계질서, (자발적인) 장시간 근로 등의 과거에 당연시 되었던 조직 문화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즉, 과거 기업문화의 '물적 토대'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8-90년대생의 규모와 역할이 이미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 세대인 MZ세대는 8-90년대생보다 그 이상으로 수평적인 구조, 개인주의, 합리주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에 속하기에 저자의 말 중에 크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

90년대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가치들이 있습니다. 존중에 기반해 대해주기를 바라고, 취향과 성공의 기준이 다른 점을 이해해주기를 원합니다. 리더들이 먼저 자기 인식을 갖고 옳고 그름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판단에도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유와 권한은 누리면서도 직장 생활이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양성이 커진만큼 소통 또한 활발해야 한다


[*책 속에 나오는 8-90년대생을 아우르는 말을 '90년대생들'이라 표현하겠다*]

(물론, 오랫동안은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접 상사와 부딪혀도 보고 친구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보니 세상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듯이 다양한 타입의 리더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따라하고 싶은, 존경하고 싶은 리더가 있는가 반면에, 소위 '돌+I'라고 불리우는 리더도 있었다.

건강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잠시 강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후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될 지, 사업을 하게 될 지 많은 고민중에 있다.

분명한 건, 내가 후자를 선택할 시 '꼰대'같은 마인드는 버리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기 위해 리더십 관련된 경영서도 정독하고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리더의 위치라면 '네가 나에게 맞추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를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 그런 리더를 마주해봤기에 '할말하않'이다.)

한편으론, 경제 사정이 어려울수록 취업난도 심각해져 솔직히 '이런 게 대수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는 마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리더들이 아무리 강력하게 동기부여를 한다고 할지라도 90년대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통할지는 미지수이다.

무작정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말 한마디 내뱉을 시간에 차라리 권한부터 위임해주는 것이 정답일테면 정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존감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높아진 자존감을 바탕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스스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나, 자존감은 낮아지고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이는 결국 조직을 갉아먹는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답은 하나밖에 없다.

리더는 90년대생들에게, 90년대생들은 리더에게.

서로에게 배려 한 스푼씩 주고받는 것만이 그나마 답일테면 답일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리더가 그 대상이지만 모두가 아울러 보기에 문제는 없다.

덧붙여,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고자 하는, 존중과 배려가 기본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자연스레 90년대생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서평을 쓴 지 꽤 되었는데 살짝 수정하려고 했지만 오늘도 병원 한 번 갔다오니 하루가 다 가서 슥슥 읽어보고 얼른 올려본다.

이게 '임시저장글'에 얼마나 묵혀있었던 것인지.

이것 말고도 다 쓴 서평이 무려 네 개나 있는데 한 번에 올리면 좀 그러니깐 주말에 한 두개씩 다 올려봐야겠다.

하아, 요새 크게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이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특히, 병원 한 번 갔다오면 이렇게 하루가 다 가버리니 요즘은 시간이 내게 있어서 정말 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랜더스의 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3
위더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며칠 전, SNS에 올라온 한 게시물로 인해 연일 기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안내견을 훈련중이었던 퍼피워커가 롯데마트에 가게 되었고 롯데마트 직원이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고 고성을 지르며 문전박대했다는 것이다.

퍼피워커였던 아주머니께서는 결국 눈물을 보이셨고 훈련받고 있던 강아지는 꼬리를 쭉 내리며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당시, 현장이 어땠는지 알 순 없지만 사진 한 장으로 그 상황이 어땠는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출입을 승인하고 거부하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인간의 인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아지는 물론이고 아주머니도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으면 눈물을 다 보이셨을까?

본디 가지고 있는 인성이 얼마나 밑바닥인지 안 봐도 뻔했다.

자, 이제 출입을 승인하고 거부하는 것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이는 법적으로 승인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입장을 거부할 시에 과태료를 묻게 된다.

선천적으로 시력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매몰차게 외면했던 그 날이 언제든지 본인에게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도 안내견을 무시한 적도, 거부한 적도 없다.

몇 년 전, 안내견과 함께 동행하고 있던 한 여자분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이전에 안내견과 관련된 다큐도 본 적이 있었고 책도 접했었던 지라 안내견에게는 손을 대지 않고 그분에게 팔짱을 끼게 한 뒤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참, 신기한 것이 안내견이 그 여자분의 발걸음에 맞춰 같이 호흡하고 있음을 그 때 처음 느껴보았다.

마지막에 인사나눌 때는 여자분께서 쓰다듬어줘도 된다고 하셔서 살짝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 감정은 뭐라 표현이 되질 않는다.

함께 걷고 호흡하는, 그들은 단짝이었다. 그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길 바랄 뿐이다.


저자, 위다는 필명으로 본명은 마리아 루이스 드 라 라메다.

프랑스인 교사인 아버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서를 좋아하고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며 자랐다.

그녀는 가난한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잡지 등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두 번 이상은 읽어봤을 정도로 이 동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치원 때, 엄마께서 사주신 애니메이션 동화전집에서 몇 번이고 읽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게된 것 같다.

멀리 살던 딸이 죽고 어린 손자를 데리고 오게 된 할아버지는 아이를 정성껏 키운다.

풍족함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고 누추한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레를 끌며 고된 나날을 보내던 한 개가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고 넬로는 파트라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할아버지와 함께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따뜻한 보살핌으로 회복한 파트라슈는 이제 힘없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넬로와 함께 우유를 실은 수레를 끌며 생계를 이어간다.

가진 것 없는 넬로지만 그림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고 언젠가 대성당에 걸려져 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꼭 볼 것이라 다짐해본다.

그렇게 생계만 이어가는 삶을 살았던 넬로인데 마을 대지주의 딸이었던 알루아가 넬로, 파트라슈와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게 되었고 그 겨울 가난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러다 알루아의 아버지인 코제씨가 돈을 잃어버리게 된 사건이 벌어졌고 그 범인은 어느새 넬로가 되어버렸다.

코제씨,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린 돈이었지만 파트라슈가 떨어뜨린 돈을 찾게 되었고 넬로는 파트라슈를 알루아에게 맡기고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넬로는 대성당으로 향하게 된다.

쓰러져 있던 넬로에게 알루아의 집에서 뛰쳐나온 파트라슈가 다가갔다.

"여기 누워서 함께 죽자.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필요 없어. 우리는 외톨이야."

울먹이며 말하는 넬로에게 파트라슈는 다가가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살아 있을 때도 함께였지만, 죽어서도 함께였다. 둘이 발견되었을 때 넬로의 팔이 파트라슈를 꽉 끌어안고 있어서 억지로 힘을 쓰지 않으면 떼어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하나의 무덤을 만들어 둘을 나란히 눕혔다. 영원히 함께 쉴 수 있도록!


앞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지만 강아지나 고양이의 학대 사건과 관련된 기사들을 접할 때면 말문이 턱 막힌다.

방송을 보진 못했지만 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동물농장에 나온 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심한 구타와 학대로 인해 한쪽 눈을 잃게 되고 턱이 빠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차마 사진을 볼 용기가 없었다.

기사글 몇 줄 읽었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그렇게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는데도 치료받고선 사람의 손길을 아직도 좋아한다는 글까지 읽으니 내가 다 미안할 정도였다.

도대체 그 강아지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죽도록 구타했던 것일까? 그는 인간이길 포기한 건가?

넬로와 파트라슈가 영혼의 단짝이었듯, 소설이라 해도 현실에서도 반려견은 주인만을 바라보고 산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있어도 반려견은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동화책이지만, 여전히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질 못하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12-06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리가 반짝거려서 참 예뻐요. 하나의책장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0-12-06 21: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07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랜다스의 개, 만화로 나올 때 좋아했어요.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죠.

하나의책장 2020-12-12 14:48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요! 책으로 다시금 읽었는데도 눈물이 나더라고요ㅠ

서니데이 2020-12-10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나의책장 2020-12-12 14: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항상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멈춤 상태로 있던 게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생각보다 아팠고 픽 픽 쓰러지기까지 해서 정말, 건강관리를 해야겠구나 싶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벌써 한 달이 지난 줄은 몰랐다.


어째, 올해는 가족들만큼 그리고 친구들보다 훨씬 많이 본 사람이 의사선생님이고 많이 간 곳이 병원이라 참 씁쓸하다.

사실 지금쯤이면 친구들과 함께 호캉스를 즐기며 생일을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며칠 전에 쓰러지는 바람에 결국 가질 못했다.

작년 생일은 힘든 사건들로 인해 없이 보냈던지라 올해 생일만큼은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던지라 아쉬웠다.

내년에는 생일파티 할 수 있겠지?


한 달을 거슬러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한 달에 열 권도 못 읽은 유례없는 달이었고

노트북, 휴대폰도 (강제적으로) 멀리하게 되면서 SNS는 방치된 달이었다.

가끔씩 피아노 치고, 가야금 뜯고 그리고 꽃 만진 게 전부였다.


그래도 어제, 오늘 축하를 과분할 만큼 많이 받아 너무나도 행복했고

여느 때처럼 앞으로도 내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의사도 사람인데, 가끔씩은 그들의 심리도 궁금했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자, 양성관은 사람들이 '대머리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의사로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이기도 하다.

배가 아파서 온 고3 학생에게 '인생에 찾아오는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해 강연을 하고, 감기로 온 운동부 고등학생에게 운동선수의 인생을 말아먹는 '도핑'과 '승부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 강의를 늘어놓는 꼰대 겸 멘토이기도 하다.

꿈이 있다면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로서 환자와의 만남이 꼭 셜록 홈스와 왓슨의 만남과 같다는 저자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셜록 홈스가 된다고 한다.

직업상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이기에,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고 한다.

실제 응급실에 몇 번 가게 되면서 경험했던 일을 살짝 풀어보자면, 옆 침상에 한 아이가 실려왔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울부짖어서 다음 날 병원가기에는 늦을 것 같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데려왔다고 의사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나서 의사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아이 엄마를 불렀다.

그리곤 빠르게 수술을 해야 하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옆 침상에서 듣는 나도 순간 긴장이 바짝 될 정도였는데 아이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못 들었었는데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보니 장기 파열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파서 잠들어 있고 아이 아빠한테 꺽꺽대며 울면서 전화하는 아이 엄마를 보니 참 안쓰러웠다.

결국 의사가 아이엄마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대신 설명하는 것까지 봤었다.

또 하나의 일이 있었는데 실제 응급실에서 주취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남자 한 분이 넘어졌는지 얼굴과 팔에서 피가 흘렀는데 술 냄새가 심했었다. 따라온 남자도 마찬가지로.

아마 둘이서 술 먹고 가는 길에 넘어진 것 같았는데, 의사가 이마가 꽤 많이 찢어져 꿰매야 한다고 말하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협하는 탓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왔고 이 때부터는 간호사가 커튼을 쳐서 보지는 못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보안요원이 제압하고선 이후 보호자가 온 뒤에야 치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참,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듯이 의사 또한 굉장히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마주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다.

그럴 때면 문득 궁금했다.

의사도 사람인데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視, 보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처음 보는 것은 바로 '차트'이다.

이 때, 의사들은 차트를 보며 진료 볼 환자에 대해 파악하는데 기록이 없는 하얀 차트는 저자의 미간을 살짝 찡긋거리게 만든다고 한다.

즉, 긴장한다는 뜻이다.

사실 많은 환자를 마주하다 보면 비슷한 환자들이 많아 경력이 쌓이면 긴장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그렇게 환자를 마주하면 환자가 꺼내는 '첫마디'가 그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꼬치꼬치 증상을 나열하는 환자부터 있는가하면 먼저 결론부터 내리고 병명을 물어보는 환자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그 외 환자를 마주했던 눈으로, 코로 그리고 같이 온 보호자를 보는 의사의 심리가 펼쳐지는데, 역시 의사도 사람이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聽, 듣다


"Everybody lies"

불면증을 원인으로 자연스레 병원에 들러 졸피뎀만 처방받는 환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저자는 불면증의 원인을 다양하게 보고선 우울한 일이 있었는지 등 잠 못 드는 원인에 대해 물어본다고 한다.

대학교 때까지는 당연히 학업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잠을 자지 못했었다.

수면제 같은 경우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특히 졸피뎀 같은 경우는 한 번 복용하게 되면 어느 순간 없어서는 안 될 약이 되어버린다.

사실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그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몸도 아파 잠을 못 자니 단기간만 처방받은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불가피하게 단기간만 복용했는데 정말 먹고나면 신기하게도 곧장 잠이 든다.

(낫기 위해 병원은 다니지만 약 먹는 것도 싫고 주사맞는 것도 싫다.)

이후, 먹기 싫은 것도 이유지만 졸피뎀이 안 좋은 것을 알기에 스스로 안 먹으려 했고 다른 약으로 처방받았지만 이래서 밤낮 바뀌어 일하시는 분들이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더 의지하는구나 싶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선 실제 거짓말을 걸러내기도 한다고 한다.

아파서 온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약만 받으려고 아픈 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의사가 어떻게 보면 귀 기울이는, 듣는 직업이기에 이 또한 잘 걸러내는 능력이 길러지겠구나 싶었다.



打 ,두드리다


대개 병원을 가면 당연한 절차처럼 '검사'를 권한다.

아무말 없이 잘 따르는 환자들이 있는가하면, 그 검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당연히 필요한 검사만 진행할 것을 알기에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다만, 채혈은 언제 해도 무섭다.)

아무튼 그에 대한 의사의 생각이 항상 궁금했는데 의사가 검사를 권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자세히 적혀있어 꽤 흥미로웠다.



觸, 만지다


의사로서 겪었던 경험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로서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 마음이 그랬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났고 주에 한 번씩은 다니고 있는 것이 병원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한 탓도 있지만 가족들 다음으로 많이 마주하는 사람이 의사선생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병원 외에 대학병원에도 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사선생님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의사선생님들 중에서도 환자를 다루는 타입이 매우 다양하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의 선생님은 나를 아직도 어린 아이로 생각하신다. 오래 봐왔기에 어디가 아픈지 잘 헤아려 주시는 편인데, 혹여나 내가 하나씩 빠뜨리고 말이라도 안 할까싶어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꽤 오래 봐온 대학병원 교수님도 평소 생활에 대해 묻는 등 불편한 곳이 있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주신다.

다니는 병원 선생님들마다 딸처럼, 손녀처럼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주시는 게 그대로 느껴져 병원가는 게 꺼려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며 의사들의 관점과 생각에 대해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 또한 환자에 대해 진심어린 생각을 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구나를 느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로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신뢰도 면에서 많이 떨어져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지 않는다는, 그저 돈으로만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참 씁쓸했다.

물론, 소수는 돈으로만 보기도 하겠지만 저자와 같이 환자들의 입장에서 진료하려는, 치료하려는 의사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업 시간에 들려주지 않는 돈 이야기 - 성인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일상의 경제 내 멋대로 읽고 십대 5
윤석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이란 제시어를 주곤 연상되는 것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 중 하나를 '삼성'이라고 말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삼성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에 사망하였다.

이건희 회장이 사망함으로써 그의 자녀들의 앞으로의 행보부터 주식 그리고 상속세까지 며칠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재용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그 단위가 '조'에 이르면서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듯 상속세, 증여세와 같은 돈과 관련된 경제 용어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기본 상식에 속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혹여나 본인이 경제와 관련된 기본 상식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런 책 한 권쯤은 읽으면 굉장히 유용할 듯하다.





spend money


'쓰다'란 말에는 경제가 녹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쓰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쓰지 않는 세상에 경제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무언가를 쓴다는 가정하에 경제는 성립합니다.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는 그리스어 oikonomia, 즉, 집안일을 하는 집사에서 파생되었다.

이는 주어진 자원, 자산을 잘 관리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씀씀이'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하고 있지만 그 외에 자신의 욕망 혹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고 있다.

여기서 넓게 보자면, 경제학이란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1부에서는 경제의 기본 개념을 짚어주고 사치의 기준, 사람들의 소비 욕구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make money


경제 행위의 기본은 가능한 적은 힘을 들여 큰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물건을 살 때는 최대한 적은 돈으로 큰 만족감을 얻으려 하고, 상품을 만들 때는 가능하면 적은 돈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길 바라죠. 돈을 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힘은 적게 들이면서 돈은 많이 받길 원합니다.


누구나 그렇다.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바라는 것.

생산해야 소득이 발생하기에 경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

한 연예인이 지금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었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용돈 또한 소득일까?

그렇다. 용돈 역시 소득이다. 15세 미만은 근로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무상으로 주는 돈이라도 소득에 해당된다.

경제나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 만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40%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활비를 주고 있는데 이는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얻는 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이전소득이라 한다.)

넓게 말하자면, 소득이란 어떤 형태로든 얻은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borrow money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신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신용을 잃는 순간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에게 있어서 '신용'이 매우 중요하듯, 경제 관념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대학 등록금은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었고 자연스레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다.

그리고 4년 내내 대부분의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알바를 하면서도 나는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고 체크카드를 이용했다.

지금은 통장 하나 개설하려면 나름 엄격해졌지만 엄격한 기준에 들어서기 전에 모든 은행에 통장을 개설해 분산저축을 택했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신용카드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만들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소비를 했다가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고 이를 또 리볼빙까지 하게 되면 갈수록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신용이 하락하면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pay money


세금을 걷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소득재분배'입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걷고 그것을 복지 정책에 사용함으로써 생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의 세금 정책은 굉장히 손 봐야할 곳이 많다.

눈에 들어오는 흠이 굉장히 많으나 이를 고치지 않으려는 것은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미국같은 경우는 권력층이 부자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더 내려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고 한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세금은 덜 내기 위해 애를 쓴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층들이 그 대상인데 '부자 감세'를 이끌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도 금융 관련된 교육은 '경제' 과목을 통해 배울 뿐 깊게 배우진 않는다.

나같은 경우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금융, 세법 관련된 경제 수업을 들으면서 개념에 대한 깊이가 깊어진 케이스니깐.

이럴 땐, 역시 책을 통해 미리 미리 알고 짚어가는 것이 최고이다.

기본적인 경제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괜찮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