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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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이 부여된다. 즉,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 이상은 맞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결국은 마주하게 될 죽음, 우리는 죽음에 관하여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저자, 박연숙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논문 〈존 듀이의 경험 미학과 예술 교호작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글쓰기와 독서토론을 강의하고 있다.

당연한 것에 대해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불편한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Ⅰ 죽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24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수치상으로 볼 때, 우리의 감정선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본인과는 무관하기에, 그 수가 많아도 말이다.

반면에 내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즉, 죽음이 숫자로 전달될 때는 단순한 지표에 불과하지만 한 개인의 죽음으로 전달되면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는, 감정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죽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까?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이 부여된다. 즉,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 이상은 맞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누구에게나 낯설 수밖에 없는 죽음, 죽음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무엇으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과 죽음은 이 세상과의 이별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죽음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살고 죽는 것에 얽매이며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러저러하게 존재하다가 끝나는 허망한 종말로서의 죽음,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이기를 선택하고 결단하는 계기로서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즉,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잘 알고 지내던 누군가가 죽었을 때, 슬퍼하고 애도하며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명복을 기원하지만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일상이 어긋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태도로 사는 존재를 '현존재'라고 칼 야스퍼스는 말한다.

현존재는 현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을 이롭게 하고 안전하게 살고자 노력하며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기에 죽음을 미리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현존재와는 달리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외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죽음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기로 변화하는 태도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죽음을 우리가 접하는 상황들과 구분지어 '한계상황'이라 일컫으며,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고통, 죄책감, 죽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죽음의 무게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허나 내게 닥친 (누군가의) 죽음의 무게를 어떻게 내 삶에서 변화를 줄지는 당연히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여정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우리가 실존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으로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존의 방식으로 사는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 죽더라도 죽음을 초월하여 늘 현재형으로 사랑하고 끊임없는 자기발견으로 새롭게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Ⅱ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어도 살아야 할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음날의 기대'때문이다.

그것이 작던, 크던 간에 무언가에 대한 기대라도 있기 때문에 하루를 보낸다.

대개 삶의 의미가 사라지고 무력하다는 사람들의 일부는 같은 맥락으로 '기대'가 없어져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기대가 없어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주관적인 심리상태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우수한 학생들이 떨어진 기대치에 압박감을 느껴 목숨을 끊는 경우를 보면 삶의 의미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알 수 있다.

허나 대부분 일말의 기대라도 품고 있기에, 그렇게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이것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징이다.

그 근거로 오늘도 우리는 인문서와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영상매체를 접하거나 멘토를 만나는 등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높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상실감'이다.

이것 또한 삶의 의미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겠다.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 경쟁사회 속에서 삶의 의미 또한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니, 만족감과 성취감보다는 부족함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찾는 의미라는 것은 단순히 인정받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구를 추구하는 차원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순히 불행할 뿐만 아니라 삶에 적응하기 힘들다.'라고 아이슈타인이 말했듯이, 의미의 충족은 생존과 깊은 연관을 갖는 인간만의 '생존 가치'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의 시련을 마냥 불안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불가피하다면 삶의 시련 또한 우리의 운명이니 시련은 자신만의 과제라 여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시련으로 인해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그 시련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한다면 나 자신의 개별성과 독자성과 유일성을 분명히 확신받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확인해보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이미 절판되었고 작년에 개정판이 나온 듯하다.)

이 책을 원서로 조금 읽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점가서 구입해 바로 읽어봤는데 개인적으로 두번이나 재독했을 정도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직접 체험한 수기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을 잘 보여준다.

삶의 의미를 되뇌여볼 수 있는 책으로, 인간이 자신보다 보살피거나 사랑해야 할 어떤 사람, 어떤 대상을 지향하여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Ⅲ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죽음을 최대한 늦춘다고 행복해질까?

의료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평균 수명 80세를 넘겼으니 앞으로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냉동인간, 복제인간과 같은 말도 모두 '수명'과 연관되어 있다.

영화 「아일랜드」를 보면, 아이를 직접 낳지 못하거나 장기가 망가졌을 때를 대비해 복제인간을 만들어놓고선 대신 아이를 낳게 하고 복제인간의 장기를 고스란히 갖고 오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충분히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다.

냉동인간 또한 같은 맥락이다.

자세하게 보진 못했지만, 한 프로그램에서 냉동인간과 관련된 주제로 스페셜 방송을 했었다.

대부분 지병으로 인해 세상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었지만, 훗날 발달된 의학기술로 인해 치료되기를 희망하는 가족들의 결정으로 냉동되었다.

이 또한 의견들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선뜻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모두가 죽음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태도에 대해 돌아봐야 하는데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에 죽음에 대한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죽음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지만 그 시기가 닥치면 무작정 회피하고 금기시하기까지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죽음의 장소가 가정이 아닌 병원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병원에서 전문 의료인의 관리를 받다가 병원 혹은 요양시설로 옮겨져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견뎌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게 오늘이다.

임종의 순간을 가족 모두가 함께하기 어려워지고 삶의 대부분을 지내왔던 공간에서 분리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다보니 자연스레 슬픔, 쓸쓸함, 외로움으로 끝을 맺는 것을 아니 결국은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사회 분위기이다.

대부분이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거나 백일이나 돌을 앞둔 아기가 있거나 아픈 사람의 경우는 장례식을 가면 부정탄다는 관습이 어느새 생겨났다.

지금은 금기시하고 회피하는 것을 넘어 무관심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이유로 죽음은 결국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격리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삶은 부여받았듯이 죽음 또한 회피할 순 없다.

자연스레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끝이 아닌 인생의 피날레이며 궁극의 완결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면 결국 우리는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도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꼭 죽음을 낯설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삶은 유한하기에 언젠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기에,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분명 슬픔과 고통이 느껴지는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그 대상이 아무리 소중한 존재여도 나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척도 또한 다를 것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 보진 못했을 뿐더러 아직 장례식에도 가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일찍이 돌아가셨지만 장례를 치른 곳이 강원도라 할머니집에 맡겨졌었고 그 이후 먼 친척들의 부고 소식이 들릴 때면 아빠 혼자 지방으로 내려가 갔다오셨기에 장례식에 참석할 일이 없었다.

생각은 하고 있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분명 맞이하겠지.

난 워낙 감성적인지라 평소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만화영화에서 슬픈 장면만 봐도 눈물 한 바가지 흘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면 그 때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긴 했었다.

외할아버지께서 내 꿈에 딱 한 번 나오셨었는데 그 때 엄마에게 꿈얘기를 꺼내면서 물었다.

"엄마,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엄청 슬펐지?"

"슬펐지. 근데 그 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 (*외할아버지께서는 폐암 환자셨다.)

"(아빠가 돌아가신건데)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

"슬프지. 그리고 문득 생각날 때도 있긴하지. 그런데 그 때뿐이지."

"아, 정말?"

"슬픔에 빠졌다고해서 모든 게 끝은 아니니깐. 일도 해야 하고 너희들 키워야 하니 마냥 슬픔에 빠질 여유가 어디있어.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오래 아프셨잖아. 이제 안 아픈 곳으로 가신 거야. 그게 중요한거야"

그 때, 그 이야기를 듣고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께서 그리고 엄마가 내게 해주는 말들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흐르는 대로'이다.

이 말 또한 인생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죽음 또한 결국 주관의 차이인데,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연스레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끝이 아닌 인생의 피날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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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04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죽음을 다루기에는 너무 예쁘고 또 죽음을 다루기에 너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죽음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신 것에 참 동의합니다. 많은 일들이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예상대로인지 아닌지에 따라 같은 일도 달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중에 죽음은 모두에게 다가올 것이고 그 크기도 그 무엇보다 커서 더 많은 사유와 각각의 대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10-19 23:00   좋아요 0 | URL
초딩님의 사진 칭찬, 매번 감사해요^^
그죠! 사람마다 죽음을 대하는 게 참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죽음이라는 것이 마냥 무섭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도 나름의 지혜인 것 같아요!

scott 2021-09-04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영화 보고 안 우는 저!🖐 하나님 주말 화창한 날씨 처럼 활짝 웃는 시간 보내세요 ^ㅅ^

하나의책장 2021-10-19 23:01   좋아요 0 | URL
앗, 정말요? 너무 부러워요, scott님!
전 드라마, 영화보고선 안 우는 분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ㅠ
전 왜 그렇게 우는 건지ㅠㅋㅋ

2021-09-04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 - 은퇴를 모르는 장수 의사의 45가지 건강 습관
다나카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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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도 눈을 의심했다.
의사 경력 79년차, 올해 나이 104세! 아직도 오전에 환자들을 매일 보신다고 하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에세이를 읽고나면 즐거움, 보람 등의 삶의 키워드가 자연스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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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1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흔 넘으신 의사분에게 고딩 시절 내내 진찰을 받았는데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약! 약을 처방 안해 주셨어요. 밥만 잘먹으면 된다공 ㅋㅋㅋ 의사 가운을 입으셔서 인지 아흔 살로 안보였습니다. 백년은 무리지만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사는것 만큼 큰 행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9월 건강하게 @

하나의책장 2021-09-04 01:48   좋아요 1 | URL
오오 명의셨나봐요!ㅎ
제가 내과는 두 군데를 다니는데, 한 군데는 제가 유치원때부터 또다른 한 군데는 중학교때부터 다녔거든요. 처음 봤을 때, 두분 모두 어느 정도 나이있긴 했지만 제 눈에는 마냥 젊어보이셨는데 이제는 희끗희끗한 나이드신 모습을 보면 세월이 실감나요. 정말로 의사가운 입으셔서 그런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로는 안 보이더라고요ㅎ
(의사가운이 혹시 어려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제 상황과 몸 컨디션을 어렸을 때부터 봐주셔서, 어디 아프다하면 잘 알아주시니 대학병원다니면서도 꾸준히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 눈에는 마냥 어려보이나봐요😅
장수는 바라지도 않고, 매사 건강한 게 최고인 것 같아요👍
scott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0.

어쩌다보니 3주가 훅- 지나가버렸다.

잔병치레하느라 고생했는데 보름이란 시간이 단숨에 사라지니 '내 아까운 시간 돌리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없어 휴대폰과 노트북을 자연스레 멀리 하며 지냈다.

이렇게 긴 텀을 가진 후 메일이라도 열면 폭탄맞은 것 마냥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 간혹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마무리짓지 못한 웹소설이 마음에 걸린다.

(하아, 내가 가진 무거운 짐 중 하나이다;)

요새는 눈 한 번 깜빡이면 금새 저녁이 되어버리는 매직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아쉬움과 허탈함이 절로 느껴지긴 하지만 후회까진 느끼고 싶지 않아 내 선에서 최대한 부지런떨며 지내게 된다.




1.

백신은, 잠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맞기 전에 상의해봤는데, 부작용이라는 것이 물론 소수에게만 크게 반응하긴 하지만 그 소수가 정작 내가 될 수도 있다며 괜히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지금 프리랜서라 외출할 일도 없으니 일단은 병원 다니면서 지켜보다가 컨디션이 회복되면 그 때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도 확진자 수가 천 명대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소식들을 듣게 되니 당분간은 몸 사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싶어 거의 외출을 안 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보름 동안 외출한 적이 없다.

그나마 조그맣긴 해도 유일한 안전지대인 마당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낮에 한 두번은 마당으로 나가 화분도 만지작거리고 왔다갔다하면서 햇빛도 쐬고 바람도 맞고 있다.


그 보름 만에 외출한 날이 어제였다.

물론 목적지는 병원이긴 했으나 언제 또 나올까 싶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테이크아웃하고 드문 곳으로 산책도 하고 왔다.

분명 보름 전만 해도 한여름이었는데 오늘 나와보니 벌써 가을이 성큼 온 듯했다.

여름빼곤 봄, 겨울 다 좋지만 그 중에서 가을이 참 좋다.

뮤트한 분위기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것이 가을인지라, 원피스에 코트만 걸쳐도 가을 특유의 분위기를 흠뻑 만끽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계절이지만 그만큼 가을을 좋아해 간절기 코트가 꽤 많은 편인데, 이러다 작년처럼 트렌치코트도 마음껏 입지 못할까 벌써부터 아쉽다.




2.

노트북 앞에 앉아있지를 못해 리뷰를 못 쓰긴 했어도 지금 써야 할 리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정도로 꾸준히 책을 읽긴 읽었다.

두 사진이 바로 이번 7월, 8월 책탑이다.

사실 2020년도 월별 책결산도 임시 포스팅에 저장만 해놓고 정작 업로드를 하지 못해 미뤄졌는데 컨디션 좋을 때 이번 상반기 책결산까지 싹 업로드하리!라고 마음으로 되뇌여본다.




3.

12월생인 나를 제외하곤 우리 가족들 생일은 7-9월에 모여 있어 그 달은 항상 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마스크 꼭 꼭 눌러쓰고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출동해 향수와 화장품을 골라 여동생에게 선물했다.

아빠에겐 뭘 선물할까 고민하다 여동생이 아빠에게 양복 한 벌을 선물해드려서 나는 이번에 지갑을 선물해드렸다.

남동생은 용돈을 원해 돈으로 주긴했는데 괜스레 아쉬운 마음에 시계 하나를 선물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엄마의 생일! 엄마에게는 가방을 선물할지, 옷을 선물할지 고민중이다.


이 시기에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가족들의 생일을 맞이할 때면 일년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음을 의미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나 싶기도 하고 지나간 일년의 절반을 되돌아보게 된다.




4.

평소 작은 출판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라 좋은 책들이 나오면 꼭 구매하곤 한다.

덧붙여, 펀딩에도 관심이 많아 도서는 물론 여러 분야의 펀딩에 자주 참여하는데 (따로 포스팅 할 예정이지만) 며칠 전, 따끈따끈하게 받은 도서가 있다.

바로 이루마 한정판 오리지널 패키지다!

초등학교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 받은 피아노 교재 외에 난생 처음 서점에서 구매했던 악보집이 바로 이루마 악보집이었다.

악보는 쉽지만, 그 속에 감정을 고스란히 넣어 연주해야 하기에 어려우면서도 좋았었다.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음악을 보며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천재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엄청난 노력도 있겠지만, 그래도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이들을 보면 항상 부러움과 대단함이 절로 느껴진다.




5.

책과 관련된 소식부터 책리뷰, 영화리뷰, 드라마리뷰 그리고 일상 포스팅까지 올릴 게 잔뜩이다.

미드, 중드 리뷰도 쓰다 만 것도 많은데 언제 다 올려야 할 지;

TMI긴 하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미드와 중드도 잘 챙겨보긴 하는데 거의 한 번에 다 몰아서 보는 편이라 사실 꽤 많이 보는 편이긴 하다. (거의 덕질하는 수준으로;)

일드는 물론이고 태국드라마까지 잘 보는 편인데 요새는 또 중드에 빠져버렸다.




벌써 8월이 끝이라는 게 믿겨지질 않는다.

아니, 분명 엊그제 7월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8월이 끝나 9월이 되어버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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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31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앱소설 작가셨군요? ㅋ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네요 🙄 몸이 안좋으셨던것 같은데 금방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벌써가을! 착탑에 돈키호테 벽돌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업로드 기대하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09-04 01:30   좋아요 1 | URL
네ㅎ 다시 연재 시작하면 살짜쿵 말씀드릴게요👉👈 벌써 가을이에요! 오늘 날씨, 너무 좋아서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더라고요ㅎㅎ 벌써 추석이 다가오네요. 시간이 너무 빨라요😳

scott 2021-08-31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백신 보류 하신다는 말씀에 저도 갈등이 ㅎㅎ(전 생일 바로 전날에 맞기로 예약한 상태)

건강이 최고인데 보름 만에 외출 하실때 청명한 하늘을 가로질러 피어있는 해바라기 사진!
하나님 분명 가을에는 멋진 트렌치 코트 입으시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시길 바랍니다!
8월 중반부터 비가 자주 내리지만 가을 계절중에 가장 좋죠!(제 생일달이여서 더욱!!)
포스팅 차근 차근 천천히 올려주세요.
가족들 선물까지 따스하게 챙기시는 하나님
9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 꽃다발 놓고 갑니다

  🌷🌸🌷🌸
    🌸🌷🌸🌷🌸
   Λ🌷🌸🌷🌸🌷
   ( ˘ ᵕ ˘🌷🌸🌷
   ヽ つ\  /
    UU / 🎀

하나의책장 2021-09-04 01:37   좋아요 1 | URL
앗, 이렇게 예쁜 핑크핑크한 꽃다발이라니💖
생일 전날로 예약하신 거예요? 언제 맞으셔요? scott님 생일은 언제인가요? 궁금해요😳

전 맞아야 할지 엄청 고민했어요. 상의해봤는데 쌤은 차라리 조금 더 있다 맞으라고 하더라고요. 크고 작은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른데다 그 부작용이 누구에게 나타날지, 나타나더라도 본인 스스로 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말에 결국 잠시 보류하기로 했어요. 제 동생이 정말 건강한 편인데 일도 못 나갈 정도로 2주나 아팠거든요ㅠ
 
투자의 신세계 -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의 확장 전략
김영익 외 지음 / 리치캠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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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위험한 미래』,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

경제서적을 즐겨본다면 아마 이 중에서 한 권 이상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나열한 책들은 이미 다 읽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경제서적인데, 이 저서를 쓴 저자들이 한데 모여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면 어떨까?

아마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책이라면, 일단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저자, 김영익은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로 5년 연속 주요 언론사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저자, 김한진은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으로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시상에서 경제 분석과 자산 배분 부문 최다 수상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저자, 홍춘욱은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명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 조선일보와 에프앤가이드가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로 선정되었었다.

저자, 염승환은 이베스트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이사로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개인 투자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유튜브 채널에도 고정 출연하며 '염블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Ⅰ 주식 시장의 역사


지난 100년 동안 주식 시장의 역사를 돌아보면 제 2차 세계 대전이 거대한 분기점이었다는 특징을 알 수 있다.

참고로 1940년 이전, 세계 금융 시장의 구조에 대해 이해한다면 화폐 시스템의 변화가 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이유를 알게 된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는 주식보다 채권의 수익률이 우월했는데 이후 곧 반전된다.

왜 그 시기가 거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었을까?

금 본위 제도가 무력화되고 자유롭게 금리가 조정되는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 본위제는 금에 화폐의 가치를 고정시키는 것이기에 각국 화폐 교환 비율도 고정된다.

그런데 기축 통화 국가인 영국과 미국 사이의 정책 공조가 무너지면서 금리가 조정되는 세상이 열리게 된다.


Q. 우리가 주식 시장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주식 시장이 오르고 혹은 내리는 이유는 매번 다르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어떤 주식 혹은 어떤 코인을 사서 누가 부자가 되었다더라는 이야기는 매우 사람의 마음을 끕니다. 주식 시장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또 시작되었구나."라고 반응할 것이고, 자신의 투자 철학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었음을 잘 모르는 이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에 현혹되고, 자신도 다른 이의 성공을 모방하기 위해 별 다른 연구와 노력 없이 덜컥 저녁 술자리에서 들은 (혹은 단톡방에서 흘려보내듯 들은) 자산을 매입하려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이런 거래가 꼭 손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성공 확률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음을 알아두면 좋겠죠.


Ⅱ 글로벌 경제와 부의 대전환


세계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데, 첫번째는 각 경제 주체의 높은 부채이고 두번째는 자산 가격 거품이다.

현재 경제상황을 말하자면, 부채는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며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1-2년 이내 글로벌 경제에 유례없는 위기가 닥칠지도 모를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도 정부 부채가 크게 늘었다. 기업 부채가 다시 외환 위기 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가계와 정부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하고 주식 시장에 부분적으로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해소될 수 있을까?

애매모호한 정답이 아닌 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달려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플레이션 진원지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도 물가를 상승시킬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시장 금리도 오를 것이라 앞서 예측했는데 이제껏 똑같은 방향으로 흘러왔듯이 한국 물가 상승률과 금리도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에서는 세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책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주식 시장의 역사를 시작으로 주식 시장과 관련된 경제 전망, 투자 원칙과 자세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실질적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중간중간 우리가 궁금할 법한 질문들과 답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보내는 메일들을 다 삭제하진 않고 꼭 훑어보곤 한다.

거기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추려 읽곤 하는데, 이 책 또한 알라딘 메일에 포함되어 있어서 읽게 되었다.

경제 서적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굉장히 공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소액으로 주식을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근래 잠수 아닌 잠수를 탔는데, 써야 할 리뷰들은 잠시 접어둔 채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쉰 건 아닌데 지금 내게는 약간의 리프레시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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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리치캠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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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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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지금까지 발목을 붙잡고 있는가?

큰 충격과 아픔이어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데, 정작 사소한 일상생활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때의 상처가 된 사건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지금의 어른들이 많다.

저자는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 배재현은 임상심리전문가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서울 EMDR 트라우마센터 부센터장이다.

2005년부터 트라우마의 주된 치료법인 EMDR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어린 시절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료해 왔으며 정신 건강 전문가들의 EMDR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우리'다.

생명으로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태어나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까지는, 부모님이 세상의 전부다.

세상의 전부가 되어줄 것이라는 부모님을 믿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즉, 우리에게 가까운 존재는 부모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주진 않는다.


예전부터 아동 학대와 관련된 사례는 많았고 사회적 관심도 높긴 했으나 작년에 발생한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입양부모에게,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같은 계부 혹은 계모에게 그리고 친모, 친부에 의해 학대당하거나 방치되어 사망하게 된 사건들은 잠잠하다가도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학대받은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알게 모르게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도 굉장히 많다.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있어서 부모들이 가까운 존재이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기를 종용한다.

보이는 신체적 학대와는 달리 정서적 학대는 보이지 않는 학대와도 같다.



Ⅰ 어린 시절 상처는 그냥 괜찮아지지 않는다


내담자들과 상담 중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제가 이상하고 유별난 거 같아요. 다 제 잘못이죠.'

그저 자신이 부족하고 못났다고 자책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사람'인데, 이제 걸음마 뗀 아이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특히, 부모님께 듣는 말로 인해 스몰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영향을 준다.

한번 자리잡은 트라우마는 시간과 상황이 변한다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외모 때문에 가족에게 반복해서 놀림 받은 경험, 여행 중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정작 엄마는 왜 딴청을 피웠냐고 혼내서 서러웠던 경험, 아끼던 반려견의 갑작스러운 죽음, 준비물을 안 가져가서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맞고 창피당한 경험 등 일상 생활에서 겪었을 법한 일들이 개개인에 따라 지금까지 감당하기 버거운 상처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사소한 일상생활일 수 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데 누군가는 왜 상처가 되느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당시, 위로와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첫번째 솔루션의 대부분이 공감 능력 결핍 등을 원인으로 들며 부모의 행동부터 고치는 것을 조언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앨리스 밀러가 말하길, "몸은 의식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그러므로 질병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진정한 감정이 부인되고 억압되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사람은 내 몸의 언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스스로 기억에서 지워버렸다해도, 몸은 기억할 수 있다.

난 유난히 소리에 민감하다. 평소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넋 놓고 편하게 있지는 않는다. 항상 집중한다.

트라우마와 스몰 트라우마, 이 두 가지를 다 겪어봤다.

몇 몇 사건들이 있었는데 크게 한 가지씩만 꼽자면, 중학교 때 차가 뒤에서 치는 바람에 맥없이 슝 날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뒤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 차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 (트라우마)

어린 시절, 아빠께서는 유난히 내 공부에 집착하셨는데 수학경시대회라도 있는 날에는 감시 아닌 감시를 하셨었다.

그 때마다 밤에 공부하고 있는지 잠자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벌컥벌컥 열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스몰 트라우마가 되어버려 지금까지도 문소리에 놀란다. (스몰트라우마)

싫은 기억들은 점점 마음 저편에 묻어간다고 하는데 나도 가끔씩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런데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몸이 기억을 한다. 몸이 기억해, 어느 한 켠에 숨겨두었던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즉, 어린 시절 상처는 그냥 괜찮아지지 않는 것이다.


'불안하고 편안한 적이 없으며, 내 감정 또한 잘 모르겠다.'라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움만 느낀다.

내면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즉,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혼란스럽고 불안한 사람들은 통제력을 쉽게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은 끊임없이 부정을 낳아 긍정 회로로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찰 때 결국은 위험한 생각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자각할 수 없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정서적 공감을 받지 못해서이다.

정서적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은 결국 유대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성장해 어떻게 그 감정을 다스려야 할지 몰라 그저 피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외면하고 무심히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정의 신호인 내 몸의 언어를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공포에 갇힌 과거의 어린아이가 안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서적 학대는 우리 사회에도 나쁜 바이러스처럼 만연해 있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와 정서적 연결감이 없으면 그건 사실 인간답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된다.



Ⅱ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크게 세번의 애착을 경험하게 된다.

첫번째는 태어나서 엄마와의 관계에서 맺고 두번째는 이성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맺게 된다.

세번째는 부모가 되어 자녀와의 관계에서 애착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부모는 아빠, 엄마의 자리가 처음이다

나의 부모님도 아빠, 엄마라는 직책이 처음인지라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부모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면 꼭 아이를 위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육아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책 볼 시간이 없다면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도 보면서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면, 잠깐이라도 휴대폰 만질 시간에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 그 자체로도 공부라 생각한다.

남자도 아빠가 처음이고 여자도 엄마가 처음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님을 믿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니 아이가 온전히 성장할 때까지 외면하거나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 학원을 다니면서 알아서 크겠거니 생각하곤 훗날 '나는 널 이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얘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일테니깐 말이다.



Ⅲ 내 부모를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


나도 알고 전문가도 아는데 왜 부모님은 몰랐을까?

부모를 원망하거나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또 부모를 반드시 용서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어린 시절의 나와 부모를, 지금 어른이 된 내가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포유동물이다. 포유류를 보면 모성애가 남다른데, 자녀 양육을 할 때 '감정의 뇌'라 불리는 변연계가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호르몬이라 부르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뇌의 화학물질을 분비해 부모가 자녀를 사랑의 마음으로 보살피게 한다.

즉, 자녀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데에는 뇌의 정서적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바로 이렇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줄 모르는 부모는 본의 아니게 언제든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정서적 학대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Ⅳ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


여기서 트라우마 치료에 효과적인 치료법인 EMDR이 나온다.

EMDR Eye Mo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이란,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를 의미하며 좌우 양측으로 눈을 움직이는 안구운동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민감도를 감소시키는 치료법이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풀리지 않는 과거 기억들을 안구운동으로 풀어내, 보다 현실적이고 회복될 수 있는 기억의 망으로 연결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담겨있다.




☞ 조금씩, 털어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말로 하자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는 않아 글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가상의 인물을 덧대어 감정 표현을 마음껏 해놓은 소설, 그간 겪었던 사건들과 함께 무너져내렸던 감정 그리고 이를 극복했던 마음가짐을 담은 에세이를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 나도 가족과 관련해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문제로 상담도 많이 받았는데, 실제 당시 느꼈던 감정부터 시작해 실질적인 조언해주시는 것까지 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놀라긴 했다.

장녀인 나는 유난히 첫째로서의 책임감이 매우 컸는데, 상담 결과 나와 부모님의 위치가 바뀌었다며 솔루션 중 하나가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크고 작게 상처받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 사건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지 않는 이상, 과거의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고 난 지금, 가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중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문제점 중 일부는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들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으니깐.


이미 성인이 되었고 성인이 된 이 시점에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심각하게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면 책으로도 충분히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심각하게 얽혀있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된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치유해야만, 정서적으로 '건강한' 나로 살 수 있다.


어른이 되었고 어린 시절의 '나'는 이미 지났다. 그런데 왜 굳이 원인을 생각해보고 개선해야 하는 거죠?

언젠가 '나'도 부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자신의 마음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허나 자신의 감정도 통제할 줄 모른 상태에서 부모가 되어버리면 또 나는 나의 부모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고 아이는 지금의 나가 될 것이다.

부모가 될 계획이 없다해도 앞으로 살아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앞으로 부모가 될, 이제 막 부모가 된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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