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우리는 함께 자란다』 | 최희숙

여섯 살 다문화 아동 진수와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희숙 작가의 감동적인 만남이 담긴 에세이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배우는 사랑, 함께 성장하는 일화들이 담겨 있다.





『여성 2인 가구 생활』 | 토끼, 핫도그

결혼 대신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를 선택한 우리.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연간 400여 권의 책을 읽고, 월 200만 원을 벌면서 월 500만 원을 모으고, 여자에게 딱 좋은 운동인 복싱을 하면서 안전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차곡차곡 돈과 지성,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열린 시대'이기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의 생활, 이런 사례가 담긴 책을 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펼쳐보았다.



『할 말은 합니다』 | 희렌최

선을 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언어 습관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넘어가거나 묵묵하게 삼켰지만 도리어 그게 억울한 상황을 만들 때도 있다.

희렌최식의 ‘호신의 언어 기술’이 담겨있는 이 책을 펼쳐보면 스킬 +1이 업 되어 있음을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유럽에 서 봄 스위스』 | 수정

전작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 힐링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나의 제주도 한달살기가 미뤄져 아쉬운 마음을 꾹 꾹 눌러담아 읽었는데 아, 읽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이다.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 스벤 뵐펠

독일에서 선구적으로 노화 연구를 개척해온 스벤 뵐펠, 중년의 건강관리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늙지 않는 7가지 공식’(마음가짐, 식사, 운동, 수면, 호흡, 이완과 휴식, 사회관계)을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엄마께 추천하기 전에 읽어본 책이지만, 제목이 50이라고 한정되어 지어졌을 뿐 누구나 읽어도 무관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윤여정 배우님도, 밀라논나님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여러 방면에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중년을 앞둔 혹은 중년에 접어든 분들에게 추천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방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고, 다락방 하나라도 크게 내서 책방으로 꾸며놓고 싶다.

꾸준히 책을 처분하기도 하고 책선물도 많이 하는 편인데, 책장에 빈틈없이 꾸역꾸역 넣는 책들과 들어갈 자리가 없어 책탑으로 쭉 쌓아져 올린 책들을 보고있자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왜 책만큼은 미니멀 라이프가 안 되는 것인가.

나중에 북카페라도 차려야 하나보다ꔷ̑◡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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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26 2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 이란 이름으로 북카페 좋은데요 ㅎㅎ 책들 디자인이 참 예뻐요. 저도 그런 고민 속에 번뇌하며 또 주섬주섬 고르고 있어요 ㅎㅎ 즐거운 저녁보내세요 ~~

하나의책장 2021-10-19 22:50   좋아요 3 | URL
‘언젠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서 북카페 이름은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mini님이 지어주신대로 ‘하나의책장‘ 생각해봐야 할까봐요^^

청아 2021-09-26 20: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니멀 추구하는데 책은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하나의 책장‘ 북카페 이름 저도 강추합니다🖐ㅋㅋㅋ

하나의책장 2021-10-19 22:51   좋아요 3 | URL
그죠그죠? 전 책만큼은... 미니멀이 너무 안 되서 큰일이에요ㅠ
제 방은 이미 벽 한쪽이 다 책장인데 다른 방에도 큰 책장이 두개나 더 있거든요;
나중에 책들 다 모아서 북카페라도 해야 할까봐요ㅎㅎ

새파랑 2021-09-26 20: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북카페 ㅋㅋ 책은 절대 미니멀리즘 적용 예외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1-10-19 22:51   좋아요 4 | URL
앗, 그런가요? ><
뭔가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느낌입니다^^

scott 2021-09-26 2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책방 여시면
일꾼 요기! 🖐 ^^

붕붕툐툐 2021-09-27 21:54   좋아요 5 | URL
일꾼의 조수도 요기~✋

하나의책장 2021-10-19 22:52   좋아요 4 | URL
오오! scott님과 툐툐님이 일일알바라도 해주신다면 ‘언젠가‘이긴 하지만 ‘꼭‘이라는 마인드도 담아둬야 할 것 같아요^^
 
할 말은 합니다 - 선을 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언어 습관
희렌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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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보지 않아도 될 인연은 끊어내면 끝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마주해야 할 인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 또한 골라서 만나면 좋겠지만 과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친구 혹은 지인의 경우는 인연을 끊어낼 순 있지만 가족, 친족 혹은 직장 동료들은 그럴 수 없으니, 이에 대비해 우리는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


저자, 희렌최는 물음표가 가득한 세상을 살며 느낌표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라디오 PD,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분야 1위, 누적 조회 수 2100만 뷰, 4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희렌최널>을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경인방송 ifm의 라디오 PD로 입사했다. 타인의 말을 듣고 편집하며 연출하는 라디오 PD를 하는 중 DJ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얼떨결에 진행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매일 오전 9시 라디오 생방송으로 스스로 녹음한 목소리를 듣고 편집하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말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M에서 멜론 라디오 스타 DJ를 연출하며 100팀이 넘는 아이돌, 가수, 진행자들의 말을 듣고 편집하며 그들의 인상적인 표현이나 화법에 안테나를 세웠다. 시행착오를 겪고 조금씩 노하우가 쌓이면서 말의 덕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디테일은 일, 관계,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말 때문에 쓰러지고, 말 덕분에 일어섰던 사회생활의 값진 경험을 첫 책 《할 말은 합니다》에 아낌없이 담았다.




Ⅰ 그 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 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해본 경험이 있는가?

우리는 살면서 별의 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즉, 살면서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호의있고 매너있지는 않다.

그 중 유독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보지 않아도 될 인연은 끊어내면 끝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마주해야 할 인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 또한 골라서 만나면 좋겠지만 과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친구 혹은 지인의 경우는 인연을 끊어낼 순 있지만 가족, 친족 혹은 직장 동료들은 그럴 수 없으니, 이에 대비해 우리는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할 수 있는 스킬, 그 스킬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하나가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 노하우를 전파하는 「희렌최널」이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희렌최널」 https://www.youtube.com/c/Hirenze

우연히 알고리즘에 의해 몇 번 보게 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보고 있는데, 드디어 책 한 권으로 딱 묶여졌다는 소식에 얼른 펼쳐보게 되었다.



Ⅱ 선 넘는 너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호신의 언어다.

해결되지 못한 울분이 무력감으로 변해

나를 좀먹지 않도록 호신의 언어 기술을 익혀보자.


유독 그런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한 사람을 겨냥해 농담을 던지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비하하는.

아무리 우스갯소리 혹은 가벼운 농담이 될 수 있다해도 정작 그런 말을 받게 된다면 두고두고 생각날 정도로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정작 상처 준 사람은 이런 반응일 것이다.

"아니, 그걸 아직까지 마음에 담고 있었어?"


예로서, 앞서 말했던 경우를 직장 상사에게 당했다고 쳐보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혹은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네." 하면서 넘어가지만 그 상처는 계속 마음에 쌓이게 된다.

즉, 그 말이 날카롭던, 무디던 간에 무조건 벽만 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답안이 아닌 것이다.

본인을 방어한답시고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택했다가는 오히려 상처만 더 쌓일 뿐인데, 이 때 우리는 적당히 받아주면서 끊어내는 대답의 기술이 필요해진다.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특히나 손윗사람에게 무슨 말만 하면 말대답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자신의 성향에 맞춰 상황별, 대상별 대화의 기술을 미리 익히는 것이 좋다.

물음표는 최고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 이를 응용한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째, 무례한 말에는 질문으로 응수한다.

둘째, 모호한 말을 들었을 땐 진의를 묻는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적극적인 물음표 사용법이 필요하다.

첫째, 백 트래킹 질문으로 되돌려주기.

둘째, 리프레이밍으로 질문 던지기.

리프레이밍은 무례한 상황에서 나를 강력하게 수비해내는 기술이다.

부정적인 말에 담긴 어폐를 찾아 관점을 바꾸는 것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봉준호 감독님의 인터뷰이다.

오스카에서 4관왕을 차지한 후, 뉴욕 <벌처>의 기자가 물었다.

기: "지난 20년 동안 한국 영화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음에도 오스카상 후보에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봉: "조금 이상하긴 해도 별일은 아닌 것 같다. 오스카는 국제 영화 축제가 아니지 않나. 지역 축제일 뿐이다.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미국 언론들은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자신들의 영화제를 지역 축제로 축소해버린 봉준호 감독의 리프레이밍에 놀란 것이다.

리프레이밍을 여러 상황에서 잘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부정적인 말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분위기를 좋게 풀어가는 데도 효과적이다.



Ⅲ 나를 위한 최소한의 말


내가 하는 말이 곧 내가 된다.

습관적으로 자책의 말을 하고

스스로에게 비난을 쏟아부었다면

이젠 자존감을 높이고 누구보다 나에게 먼저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건네보자.


습관은 정신을 지배하며, 우리에게 가장 크게 베어있는 습관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상대방과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의 내면을 유추해볼 수 있다.

즉, 말은 또 하나의 얼굴인 것이다.

상대방에게 처음 보이는 얼굴, 인상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얼굴로 보는 인상을 처음으로 마주했다면, 그 즉시 바로 내면을 볼 수 있는 것이 말이다.


비트켄슈타인이 말했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타인에겐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정작 본인에게는 나 자신을 한정짓고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나 단 한 번 이상의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더라도 타인에게 하듯 나에게 하는 말과 생각을 꼭 순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실 앞서 말한 유형에 속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대처하는 연습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배움'과 '성장'의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이 방법을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자존감 또한 높일 수 있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을 꼽을 때, 우선순위에 드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오늘도 한 명 이상의 누군가와 마주했고 내일도 한 명 이상의 누군가와 마주해야 하며, 앞으로는 수 십명, 수 백명의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

순간순간 다 좋을 순 없다. 즐거울 때도 있고 도움받을 때도 있는 반면에 상처받는 경우도 많다.

그 때마다 현명하게 방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배워야 할 스킬이다.

아르바이트를 대학교 때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일을 했었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좋은 관계를 맺기도 했지만 상처받은 적도 꽤 많았다.

아무리 호의적이어도 아닌 사람은 아닌 것인데,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켜야만 했다.

그래서 딱 스무 살이 되자마자 인간관계, 대화기술 등의 주제가 담긴 자기계발서를 엄청나게 읽었던 것이다.

지금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동시에 똑부러지게 의견을 어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정도 스킬은 된다고 자부한다.

사람이 당황하거나 화나는 상황에 닥칠 때면, 감정에 억눌려 어버버거리는 경우도 있는데 쌓고 쌓인 스킬 덕분인지 오히려 나는 말을 더 잘하는 쪽에 속한다.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누구나 아는 말이 담긴 자기계발서가 아닌 '나' 자신에게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가 담긴 자기계발서를 골라 읽었으면 좋겠다.

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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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근 한 달 동안, 몸도 마음도 아팠다.

머리 깨지는 소리가 절로 들리는 일들이 생겨 거의 삼주 동안 마음 고생을 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싶어 하루 두 세시간 겨우 잠들곤 했다.

결과적으로 해결하긴 했지만 참,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진다.

초년에 고생하는 팔자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매번 이럴 때면 '이 또한, 잘 지나가리라!'를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본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그 마음이 더 단단해지기 위해 매번 되뇌인다.




1.

힘들었던 추석 연휴가 이렇게 끝이 났다.

대부분 명절(설날, 추석) 연휴를 먹고 놀고 쉬는 개념으로 인식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

허나 그 기간만큼은 엄마나 내게 있어서 제일 힘들고 바빴다.

그래도 작년부터는 명절날 음식 할 일이 사라져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

부모님 직업 특성상, 명절날도 연휴없이 바쁘기에 나 또한 하루 종일 도와드리고 있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와 잠이 들면 두 세시간 잠깐 눈을 붙이는데, 새벽 네 시쯤 피곤함을 무릎쓰고 일어나 엄마랑 둘이서 본격적으로 명절 음식들을 했다. 불과 제작년까지만 해도 이 루틴이었다.

(친가쪽 식구들은 아빠 빼곤 다 딸들인지라) 며느리는 엄마 혼자라서 모든 음식을 다 해야만 했다.

(살짝 토로해보자면) 엄마의 시집살이는 참 엄청났다.

심지어 엄마가 본격적으로 바깥일을 시작하니 그 시집살이의 불똥이 내게 튀었다는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었다.

작년부터는 우리 식구 먹을 음식들만 딱 하고 나니 엄마와 내가 그간 얼마나 많은 음식을 했었는지 짐짓 짐작해볼 수 있었다.

매년 오는 명절이긴 해도 일 년에 두번 밖에 없으니 내 가족들 먹인다는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뭐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었는데, 그간의 일들을 겪고나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착하면 이용당하는구나, 착하면 나만 바보되는구나.'싶어 이제는 마음을 다잡았다.

일 년에 두어 번 오는 명절이 그닥 반갑지 않았고 지금도 그 마음이 남아있긴 하다.

언제쯤 반가워질지는, 잘 모르겠다.




2.

그래도, 추석 다음 날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바로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케이크는 꼭 내가 샀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역국은 꼭 내가 끓였다.

엄마는 엄마(외할머니)의 손맛을 꼬옥 닮아 음식도 잘하고 손이 매우 크다.

나 또한 엄마와 외할머니를 꼬옥 닮았는지 손이 "매우" 크고 음식도 잘하는 편에 속하긴 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생일상은 내가 차리고 있다.

밑반찬도, 재어놓은 고기도 잔뜩 있으니 미역국 끓이기만은 아쉬워 구색 맞추기 위해 전만 빠르게 했다.

(사실 올해는 전을 아예 안 만들 생각이었으나, 생일상에 조금이라도 놓고 싶어 빠르게 몇 가지만 샤샤샥 만들었다.)

엄마에게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생각한 것은 'BAG'이었다.

이렇게 올해 부모님과 동생들의 생일은 끝이 났다.


엄마가 본격적으로 직장에 다니던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 집안일은 내 몫이다.

(학교에 다닐 때도, 직장에 다닐 때도 엄마와 분담하며 집안일을 했는데 엄마가 아빠와 함께 일하는 시기부터는 온전히 내 몫이긴 하다.)

가까운 사람들은 매번 물어본다. 참 신기하다고. 어떻게 그 많은 집안일까지 다 할 수 있냐고.

굳이 꼽아보자면 세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엄마의 힘듦을 덜어주고 싶어서였다.

어린 눈의 내가 봐도 참 그랬었다.

엄마와 고모부가 생일이 같은데, 대식구가 모여도 온전히 음식하고 일하는 사람이 엄마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고모부 생일상까지 차리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상한데, 엄마 본인의 생일상도 직접 차리는 게 이상했다, 싫었다.

어린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아무리 고사리 손을 보탠다해도 별 도움이 되질 못해 그 때부터 항상 다짐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크면 엄마 생일상은 무조건 내가 차려드릴 거라고.

엄마의 결혼 생활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보고 느낀 바가 많으니, 어릴 때 이미 나는 '애어른'이 되어있었다.

동생들처럼 투정 부리는 것도 몰랐고 남들 다 한 번쯤은 온다는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

투정을 안 부리고 싶어서 안 부리는 것도 아니었고 사춘기도 분명히 왔을텐데 아마 억누르고 삼켰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고 동생들에게는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부모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동생들이 내는 투정과 푸념은 엄마를 대신해 내가 다 들어주고 엄마가 토로하는 힘듦 또한 귀 기울여 다 들어주었다.

외할머니가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첫째는 하늘이 내는 거라고.

가까이 있다면 많이 챙겨줄텐데, 그래도 엄마는 네가 있어서 든든하겠다고.

항상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외할머니의 위로와 따뜻한 말들로 따뜻함을 얻고 있으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3.

연휴 끝나자마자 간 곳은 바로 병원이었다.

약 지어오는 김에 교수님께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도 물어봤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리는 판국인데, 백신을 맞아야 그나마 코로나에 걸려도 덜 아프다는 뉴스가 즐비하니 정말 맞아야 하나 싶어서였다.

지난 번 의사선생님과는 의견이 다를까 싶어 물어봤지만 교수님 또한 지금은 맞지 말라고 하셨다.

컨디션이 좋을 때 맞아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 백신인데 지금 몸상태로는 무리인지라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다만, 당분간은 최소한의 외출 그리고 최대한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니, 그래야 할 것 같다.

부득이하게 몸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꼭 백신을 맞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알다시피, 나타나는 부작용이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그 부작용을 떠안는 것도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부모님의 경우, 1차때는 하루 이틀 아프시긴 했지만 2차 때는 아무렇지 않으셨다. 남동생도 열만 살짝 날 뿐 아무렇지 않긴 했다.

허나 여동생은 1차 때는 3주 간을 아팠었다. 두통과 어지러움, 잦은 설사로 출근도 못 했을 정도였으니깐.

독감에 대비하여 독감주사 맞듯이, 백신 또한 코로나에 대비하여 맞는 것이 맞지만 무작정 맞기보다는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꼭 좋다고 말해주셨다.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 판정을 받았다던가 격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오늘만 해도 확진자 수가 엄청나던데, 언제쯤 가라앉을련지.

짙은 가을이 올 때쯤, 요양차(?)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묵기 위해 숙소부터 포함해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때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또 계획이 미뤄지고 말았다.

코로나가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딱 터지기 한 달 전, 그 때 제주도에 갔던 일주일이 참 행복했는데.

코로나가 참 밉다, 미워.




4.

쓰고 싶은 것도, 기록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노트북 앞에 진득히 앉아있을 시간도 없었다.

거의 한 달 남짓 (처음으로!) 일기를 못 쓰고 밀렸으니 느긋함이 없는 한 달이었음이 분명했다.

남은 자격증 시험이 하나가 더 있어서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야 숨 쉴 틈이 생겼으니 열심히 업로드해야겠다.

이렇게 텀이 생겨버리니 휑- 해진다.





버라이어티했던, 한 달의 기록을 이렇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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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25 0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 착한 따님이세요. 어머님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책장님덕에 행복하시겠어요.
앞으로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

하나의책장 2021-10-19 22:53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scott 2021-09-25 0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딸 들중 하나님의 어머님의 딸 하나님은
정말 예쁜 딸,
마음과 정성이 담긴 음식
애어른 속 깊은 딸!

하나님 아프지 마삼 333

제주도 가을 정말 좋지만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ㅠ.ㅠ

하나의책장 2021-10-19 22:56   좋아요 1 | URL
전 아직 백신도 못 맞아서 가는 게 더더욱 늦어질 것 같아요ㅠ
날씨도 확- 추워지는 바람에 또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었어요.
코로나가 딱 터지기 한 달 전에 제주도로 여행간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 때는.
코로나가 있는 한, 제게 여행운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ㅠ

새파랑 2021-09-25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계속 아프셨군요 ㅜㅜ 제주도에서 좋은 풍경도 많이 보시고 요양 잘하시길 바랍니다 😊

하나의책장 2021-10-19 22:5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ㅠㅠ
제주도에서의 한 달 생활은 결국 미뤄졌어요ㅠㅠ
코로나가 현존하는 한, 제게 여행운은 없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제가 백신도 안 맞아서 다들 말리는 바람에 결국 기약없이 미뤄졌어요ㅠㅠ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 슬기로운 인생 후반을 위한 7가지 공식
스벤 뵐펠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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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같은 또래의 A와 B가 있다. 둘다 영락없이 친구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A가 B보다 덜 늙어 보이게 된다.

무슨 차이일까? 바로, 노화의 차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화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총 일곱 가지의 공식을 담은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에 있다.


저자, 스벤 뵐펠은 독일 브레멘의 야콥스 대학 경영학 교수로, 사회 경제 분야와 연계해 선구적으로 노화 연구를 개척해온 학자다.

1999년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석사학위를, 2003년 스위스 세인트갈렌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시작해, 2008년까지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2009년과 2012년에 독일 유력 언론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 지에서 선정한 40세 미만 학자 탑(Top) 100인에 선정되었으며, 경영 및 건강과 노화에 관련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Ⅰ 아프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의료적으로 질병을 진단받았어도 심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병도 진단받지 않았음에도 몸이 굉장히 안 좋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개인적인 차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니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노화와 건강은 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50대가 되면 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세포분열에서 오류가 끼어들어 새로운 세포로 전달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데, 노화를 촉진하는 주된 메커니즘은 바로 우리가 동반 현상으로 여기는 만성염증이다.

똑같은 나이의 A와 B가 있다. 둘다 또래라는 비슷한 느낌이 있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A가 B보다 덜 늙어 보이게 되는데 무슨 차이일까?

바로, 노화의 차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화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총 일곱 가지의 공식을 담은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에 있다.



Ⅱ 건강은 머릿속에서 생겨난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마음가짐이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며 젊음의 공식에서 가장 특별한 역할을 한다.

긍정적 강화 효과를 토대로 우리의 정신을 건강 쪽으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에 집중하고 가진 것과 누릴 수 있는 것-건강한 것, 가족이 있는 것, 취미가 있는 것, 몸을 누일 집이 있는 것,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등-에 의식적으로 감사하면 행복감이 일어난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긴장이 이완되어 심신이 편안해진다. 그럴 때 신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전달물질이 감정에 긍정저으로 작용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며, 심신의 회복력과 저항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식인 마음가짐에 이어 두 번째 공식인 식사, 세 번째 공식인 운동, 네 번째 공식인 수면, 다섯 번째 공식인 호흡이 있다.

여섯 번째 공식은 이완과 휴식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달고 사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스트레스다.

경쟁 사회 속에서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 탈진 상태에 이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소위 '번아웃'에 시달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꼭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재충전의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뜻이다.

일상과 긴장의 분주함에 대해 의식적으로 이완과 휴식이라는 반대 극을 놓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곧장 심신이 안정 상태에 접어들 것이고, 효과를 느끼자마자 이완과 휴식에 더 많은 시간을 내려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공식은 바로 사회관계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이었다.

심리학에서도 누누히 강조하듯이, 공동체에 편입되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 또한 나 자신의 삶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이기에 선뜻 추천할 수 없겠지만) 운동과 관련된 모임을 특히 추천하고 싶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 중년을 대상으로 한 책들의 리뷰를 올리곤 하는데 물론 내가 읽기에는 당연히 이르다.

읽는 이유는 바로 엄마때문이다. 엄마께서 나처럼 아무 책이나 다 읽는 편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담겨져 있거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 위주로만 읽다보니 아무 책이나 권하게 되면 안 읽는 경우도 있기에 엄마께 추천드릴 만한 책은 내가 먼저 읽어보고 괜찮으면 추천해드리고 있다.


일곱 가지의 공식이 담긴 내용을 쭉 읽다보니 꼭 50대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다.

언젠가 50대를 맞이할 모두가 읽어도 좋을, 알고 있으면 유익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멋지게 나이듦의 법칙을 알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어른들에게 권해드려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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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하나의책장 2021-09-22 23:52   좋아요 1 | URL
scott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추석인사가 늦었지만ㅠ 이번 한 주 행복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항상 챙겨주셔서 감동이에요🥰😭💖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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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이 부여된다. 즉,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 이상은 맞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결국은 마주하게 될 죽음, 우리는 죽음에 관하여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저자, 박연숙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논문 〈존 듀이의 경험 미학과 예술 교호작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글쓰기와 독서토론을 강의하고 있다.

당연한 것에 대해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불편한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Ⅰ 죽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24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수치상으로 볼 때, 우리의 감정선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본인과는 무관하기에, 그 수가 많아도 말이다.

반면에 내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즉, 죽음이 숫자로 전달될 때는 단순한 지표에 불과하지만 한 개인의 죽음으로 전달되면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는, 감정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죽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까?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이 부여된다. 즉,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 이상은 맞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누구에게나 낯설 수밖에 없는 죽음, 죽음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무엇으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과 죽음은 이 세상과의 이별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죽음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살고 죽는 것에 얽매이며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러저러하게 존재하다가 끝나는 허망한 종말로서의 죽음,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이기를 선택하고 결단하는 계기로서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즉,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잘 알고 지내던 누군가가 죽었을 때, 슬퍼하고 애도하며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명복을 기원하지만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일상이 어긋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태도로 사는 존재를 '현존재'라고 칼 야스퍼스는 말한다.

현존재는 현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을 이롭게 하고 안전하게 살고자 노력하며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기에 죽음을 미리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현존재와는 달리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외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죽음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기로 변화하는 태도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죽음을 우리가 접하는 상황들과 구분지어 '한계상황'이라 일컫으며,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고통, 죄책감, 죽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죽음의 무게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허나 내게 닥친 (누군가의) 죽음의 무게를 어떻게 내 삶에서 변화를 줄지는 당연히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여정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우리가 실존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으로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존의 방식으로 사는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 죽더라도 죽음을 초월하여 늘 현재형으로 사랑하고 끊임없는 자기발견으로 새롭게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Ⅱ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어도 살아야 할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음날의 기대'때문이다.

그것이 작던, 크던 간에 무언가에 대한 기대라도 있기 때문에 하루를 보낸다.

대개 삶의 의미가 사라지고 무력하다는 사람들의 일부는 같은 맥락으로 '기대'가 없어져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기대가 없어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주관적인 심리상태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우수한 학생들이 떨어진 기대치에 압박감을 느껴 목숨을 끊는 경우를 보면 삶의 의미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알 수 있다.

허나 대부분 일말의 기대라도 품고 있기에, 그렇게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이것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징이다.

그 근거로 오늘도 우리는 인문서와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영상매체를 접하거나 멘토를 만나는 등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높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상실감'이다.

이것 또한 삶의 의미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겠다.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 경쟁사회 속에서 삶의 의미 또한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니, 만족감과 성취감보다는 부족함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찾는 의미라는 것은 단순히 인정받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구를 추구하는 차원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순히 불행할 뿐만 아니라 삶에 적응하기 힘들다.'라고 아이슈타인이 말했듯이, 의미의 충족은 생존과 깊은 연관을 갖는 인간만의 '생존 가치'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의 시련을 마냥 불안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불가피하다면 삶의 시련 또한 우리의 운명이니 시련은 자신만의 과제라 여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시련으로 인해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그 시련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한다면 나 자신의 개별성과 독자성과 유일성을 분명히 확신받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확인해보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이미 절판되었고 작년에 개정판이 나온 듯하다.)

이 책을 원서로 조금 읽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점가서 구입해 바로 읽어봤는데 개인적으로 두번이나 재독했을 정도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직접 체험한 수기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을 잘 보여준다.

삶의 의미를 되뇌여볼 수 있는 책으로, 인간이 자신보다 보살피거나 사랑해야 할 어떤 사람, 어떤 대상을 지향하여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Ⅲ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죽음을 최대한 늦춘다고 행복해질까?

의료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평균 수명 80세를 넘겼으니 앞으로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냉동인간, 복제인간과 같은 말도 모두 '수명'과 연관되어 있다.

영화 「아일랜드」를 보면, 아이를 직접 낳지 못하거나 장기가 망가졌을 때를 대비해 복제인간을 만들어놓고선 대신 아이를 낳게 하고 복제인간의 장기를 고스란히 갖고 오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충분히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다.

냉동인간 또한 같은 맥락이다.

자세하게 보진 못했지만, 한 프로그램에서 냉동인간과 관련된 주제로 스페셜 방송을 했었다.

대부분 지병으로 인해 세상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었지만, 훗날 발달된 의학기술로 인해 치료되기를 희망하는 가족들의 결정으로 냉동되었다.

이 또한 의견들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선뜻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모두가 죽음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태도에 대해 돌아봐야 하는데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에 죽음에 대한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죽음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지만 그 시기가 닥치면 무작정 회피하고 금기시하기까지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죽음의 장소가 가정이 아닌 병원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병원에서 전문 의료인의 관리를 받다가 병원 혹은 요양시설로 옮겨져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견뎌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게 오늘이다.

임종의 순간을 가족 모두가 함께하기 어려워지고 삶의 대부분을 지내왔던 공간에서 분리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다보니 자연스레 슬픔, 쓸쓸함, 외로움으로 끝을 맺는 것을 아니 결국은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사회 분위기이다.

대부분이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거나 백일이나 돌을 앞둔 아기가 있거나 아픈 사람의 경우는 장례식을 가면 부정탄다는 관습이 어느새 생겨났다.

지금은 금기시하고 회피하는 것을 넘어 무관심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이유로 죽음은 결국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격리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삶은 부여받았듯이 죽음 또한 회피할 순 없다.

자연스레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끝이 아닌 인생의 피날레이며 궁극의 완결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면 결국 우리는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도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꼭 죽음을 낯설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삶은 유한하기에 언젠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기에,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분명 슬픔과 고통이 느껴지는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그 대상이 아무리 소중한 존재여도 나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척도 또한 다를 것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 보진 못했을 뿐더러 아직 장례식에도 가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일찍이 돌아가셨지만 장례를 치른 곳이 강원도라 할머니집에 맡겨졌었고 그 이후 먼 친척들의 부고 소식이 들릴 때면 아빠 혼자 지방으로 내려가 갔다오셨기에 장례식에 참석할 일이 없었다.

생각은 하고 있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분명 맞이하겠지.

난 워낙 감성적인지라 평소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만화영화에서 슬픈 장면만 봐도 눈물 한 바가지 흘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면 그 때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긴 했었다.

외할아버지께서 내 꿈에 딱 한 번 나오셨었는데 그 때 엄마에게 꿈얘기를 꺼내면서 물었다.

"엄마,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엄청 슬펐지?"

"슬펐지. 근데 그 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 (*외할아버지께서는 폐암 환자셨다.)

"(아빠가 돌아가신건데)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

"슬프지. 그리고 문득 생각날 때도 있긴하지. 그런데 그 때뿐이지."

"아, 정말?"

"슬픔에 빠졌다고해서 모든 게 끝은 아니니깐. 일도 해야 하고 너희들 키워야 하니 마냥 슬픔에 빠질 여유가 어디있어.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오래 아프셨잖아. 이제 안 아픈 곳으로 가신 거야. 그게 중요한거야"

그 때, 그 이야기를 듣고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께서 그리고 엄마가 내게 해주는 말들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흐르는 대로'이다.

이 말 또한 인생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죽음 또한 결국 주관의 차이인데,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연스레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끝이 아닌 인생의 피날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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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04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죽음을 다루기에는 너무 예쁘고 또 죽음을 다루기에 너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죽음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신 것에 참 동의합니다. 많은 일들이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예상대로인지 아닌지에 따라 같은 일도 달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중에 죽음은 모두에게 다가올 것이고 그 크기도 그 무엇보다 커서 더 많은 사유와 각각의 대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10-19 23:00   좋아요 0 | URL
초딩님의 사진 칭찬, 매번 감사해요^^
그죠! 사람마다 죽음을 대하는 게 참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죽음이라는 것이 마냥 무섭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도 나름의 지혜인 것 같아요!

scott 2021-09-04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영화 보고 안 우는 저!🖐 하나님 주말 화창한 날씨 처럼 활짝 웃는 시간 보내세요 ^ㅅ^

하나의책장 2021-10-19 23:01   좋아요 0 | URL
앗, 정말요? 너무 부러워요, scott님!
전 드라마, 영화보고선 안 우는 분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ㅠ
전 왜 그렇게 우는 건지ㅠㅋㅋ

2021-09-04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