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는 아니지만 정리를 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며칠 정리를 했었다.

깔끔한 성격인지라 집은 항상 청소가 되어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방에 있는 굿즈들이 자리를 너무 차지해 창고로 옮겨야만 했었다.

일부 물건들을 창고에 차곡차곡 정리해놓았는데 정리해놓은 72L 상자만 23개다.

사진찍을 생각은 못 하다가 마지막에 생각이 나 한 두장만 찍어봤다.


그나저나 나, 뭐가 이렇게 많은 것인가;

사진은 일부일 뿐, 북커버가 한가득이다.

하나 모으다가 두개 모으고, 세개 모으다보니 어느새 수십개가 되어버렸다.

문진은 물론이고 스노우볼은 어찌나 많은지;

아마 알라딘이나 YES24에서 굿즈로 나온 스노우볼, 문진은 다 있는 듯하다. 하핫;

그것뿐만이 아니다. 머그컵, 유리컵은 물론이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모았었다니!

나중에 굿즈만 모아 vLOG로 남겨도 될 듯하다.


창고를 제외하고 내 방과 작은방에 있는 책들을 세워보았는데... 2288권이요?!

그냥, 하려고 했던 것들을 접고 바리스타가 되어 북카페를 만들어야 하나보다.


·

·

·


나름 미니멀리즘의 삶을 실천하고자 했는데...

미니멀리즘은 무슨... 책부터가 2000권이 넘는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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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2-04-16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스노우볼♡

하나의책장 2022-05-03 23:09   좋아요 0 | URL
리빙박스에 한가득 찼더라고요! 언제 이렇게 제가 모은건가 싶어서 솔직히 좀 놀랐었어요☞☜

파이버 2022-04-17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북커버 알록달록 예쁘네요! 책은 정말 많으시네요... 정리하고 권수 세시는 것도 힘들고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이사때문에 요즘 이북으로 갈아탔어요ㅜㅜ

하나의책장 2022-05-03 23:16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사는 집이 단독주택이라 다 보관할 수 있는건데 나중에 이사가게 되면 어느정도 처분은 해야 할 것 같아요. 막상 그 때 되면 또 처분하는 것도 엄청난 일일 것 같은..^^; 저도 이북으로 갈아타보려고 열 댓권 결제해 봤었는데 결국은 종이책으로 다시 건너오게 되더라고요ㅠㅋㅋ

새파랑 2022-04-17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288권 압도적이네요 ㅋ 저도 2288권이 들어가는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북카페 꼭 하세요. 가보고 싶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05-03 23:18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은 단독주택에 사니깐 이렇게 다 보관할 수 있는 건데 나중에 이사가게 되면 이걸 다 어떡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처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정말로 북카페라도 차려보고 싶어요ㅎ
(사실 제가 카페 사장님, 꽃집 사장님이 마음 한 켠에 아주 작은 소망으로 담아두고 있거든요☞☜)

scott 2022-04-17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니멀리즘도 적당히
싹 버리고 난 후에
꼬옥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비워진곳은 다시 채워지는 곳으로 ㅎㅎ

하나님의 서재!
한번 공개 해주세요!
넘 ㅎ멋질것 같응 (~‾▿‾)~

하나의책장 2022-05-03 23:23   좋아요 1 | URL
히힛 저도 그 이야기 들었어요ㅎ
비워내면 그 비워낸 곳은 또다른 것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언니가 방 하나를 수집품으로 가득 채웠었거든요.
근데 어느순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다면서 갑자기 인형을 다 처분했더라고요.
사실 놀랐거든요. 그렇게 한번에 바로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데 그 후에 한번 놀러갔었는데 소니엔젤같은 피규어로 야금야금 채워지고 있더라고요ㅎㅎ
지금은 더 많이 모았다고 하니 scott님 말이 딱 맞아요>.<

뭔가.. 멋스럽다기보다는 뭔가 꽉꽉 채워진 느낌이 더 커요ㅎ
가운데에 책상이 있고 한쪽으로는 피아노, 가야금, 기타가 있고 나머지는 다 책장이 둘러싸고 있어요!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어떻게 말하느냐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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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상황일수록 신경써야 하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말하기 스킬은 어떻게 습득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나와있다.

바로 강연과 책을 통해 스스로 노력해야만 한다.


아무리 불편한 상대라도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는 말하기 스킬은 과연 무엇인지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한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저자, 리우난은 시안공정대학 방송 관련 학과 졸업하여 가오산 교육과학기술원으로부터 고급 강사로 인정받아 활발히 활동했으며 전국 연설대회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과 대형행사 사회자로 수차례 무대에 섰고 웅변대회와 말하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수많은 학생에게 말하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을 들은 후 전국말하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학생들이 많다.

이 책은 그간의 말하기 교육과 경험, 노하우가 충실하게 담겨 있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은 모든 일이 더 순조롭게 풀린다. 반면 말재주가 좋지 않은 사람은 말실수로 더 쉽게 친구를 잃거나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뛰어난 말재주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단련된 능력이다. 뛰어난 입담을 가지려면 말하기의 학습과 실천이 필요한데, 이 책에는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일상의 사례에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여 누구든 배우고 실천한다면 말하기가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Ⅰ 끌리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말하는 능력은 인간관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말에 강한 호소력을 지닌 사람은 각종 사교 장소에서 호감을 높인다. 우호적인 어감으로 친근감을 주며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폭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며 원하는 일도 순조롭게 잘 풀어나간다. 신뢰를 주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자. 성공의 첫걸음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었다.

'우리가 속담을 배우는 이유는 뭘까요?'

'……'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스쳐지나갈 수 있는 말이긴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었다.

'일상생활에서도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사용하면 멋있어 보이겠는걸?'

그리고 며칠 후, 학교 수업을 일찍 마치고 동생과 함께 방배동에 있는 아빠 직장으로 놀러갔다.

경비원아저씨부터 옆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며 몇몇 분들이 참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그 때 직장인분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 그렇지! 그렇지! 찬물도 위, 아래가 있는 법이지.'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는 말은 몇 번이나 들었었는데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되었고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다 보니 속담이라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그 때, 느꼈었다. 평소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우리의 대화에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며칠 후, 동네서점에 들러 엄마와 함께 속담책을 구입하여 열심히 읽고 또 읽었었다.

그 책은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아직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속담, 격언 그리고 사자성어는 생각을 자극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담겨져 있다.

이를 말에 활용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절묘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속담 한 문장이 지닌 뜻으로 말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도 있게 된다.

쉽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철학적이고 해학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무리한 인용은 절대 금물이다!

속담에 담긴 정확한 의미, 감정에 주의하여 표현해야 한다. 잘못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말의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말 한마디는 엄동설한에도 사람을 따스하게 하고, 나쁜 말은 삼복더위에도 사람을 춥게 만든다."


저속한 말은 관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반면에 부드러운 어조는 관계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렇듯, 언어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말의 출발점은 성실이다.

진실한 말을 상대가 고맙게 받는 것은 자신을 존중한다는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다. 상대에게 힘을 주는 의미에서 간단하고 아름다운 말을 자주 건네보는 것이 좋다.

상대에 대한 존중, 이해, 격려, 배려, 감사를 담아 수시로 표현하는 것이다.




Ⅱ 말하는 기술을 익히면 대화가 즐겁다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근거도 여기서 출발한다. 관계 맺음 속 대화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화에 서툴러 대인관계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 또한 대화이다.


칭찬은 한 사람의 잠재력과 지혜를 자극하여 그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하게 해준다.

심지어 좌절을 겪고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칭찬은 어둠의 빛처럼 희망이 되어준다.

칭찬은 거창할 필요도 없다. 성의를 담아 제때 바로 표현해주면 된다.

물론 칭찬도 절대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한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 앞에서 칭찬하는 것과 뒤에서 칭찬하는 것은 다른 느낌을 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칭찬하면 어떤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기에 평범한 말 한마디가 더욱 진실하게 느껴진다. 만약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칭찬받은 사실을 상대가 알게 된다면 더욱 감동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는 칭찬보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는 칭찬의 위력이 더 세다.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로 인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이 한마디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항상 어른들이 예뻐해 주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어른들한테 들은 말이 있었으니 바로 인사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내 동생들은 인사봇이었다. 아는 사람이라면 두 손 모아 정중하게 인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어른들이 안 예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인사의 타이밍이란 없다. 눈을 마주치고 다가가 먼저 인사하면 되는 것이다.


인사는 당신의 인상, 사람들과의 관계, 교류와 협력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지 않으면 당신이 그에게 혹은 그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산다. 이런 선입견을 주기 싫다면 당신이 변화해야 한다. 가볍게 "좋은 날입니다."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Ⅲ 뛰어난 말재주가 백만 명의 군사보다 낫다


친구나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서 직면하는 상황은 대부분이 설득 과정의 연속이다. 그래서 설득하는 언어의 예술을 익히는 것이 필수 덕목이다. 과장이나 강압적 말하기는 설득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 의견에 공감하게 하고 동의하게 만드는 일이 진정한 설득이다. 적절한 방법과 부지런한 훈련을 통하면 누구나 설득의 예술을 장악할 수 있다.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거절당했을 때의 실망감이 두려워 남을 설득할 때 많은 애를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설득하는 언어의 예술을 배우고 진정성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상대를 쉽게 설득할 수 있다.


부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특히나 낯선 사람일수록 예의를 갖추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대를 설득할 때 상대가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말을 순화시키고 완곡한 표현을 써야 한다. 어떤 말투가 적절한지, 어떤 어조와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싶을 때는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기다린다고 항상 찾아오는 것도 아닌 것이 기회이기에, 적극적으로 시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의 과정에서 상대의 반론이나 비판, 공격은 당연한 이해충돌이다. 반론을 받지 않겠다거나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는 어떠한 말이나 상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설득하기 전에 미리 반대 의견을 짐작해보고 자신의 논리를 정리해야 한다. 말싸움을 준비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견에 더 확실한 근거와 자료를 챙겨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는 힘이 바로 거기서 나온다.




코로나때문에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었지만 이제 '전면 해제'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즉, 예전처럼 하루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사람과 대면하는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마 코로나로 인해 학교 혹은 회사를 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고 공부했던 세상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는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받을 것이 없었으니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던 세상이 좋았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되었으니 우리는 또 그것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말'이다. 그래서 딱 이 시점에 이 책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

교제편, 대화편, 감정편, 설득편외에도 강연편, 토론편, 협상편, 면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나눌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누어 핵심적인 팁만 알려주고 있기에 인간관계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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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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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머니가 있었기에 이순신이 있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모친 변씨는 이순신의 기둥이었고, 하늘이었다.


이순신과 관련된 위인전 한 권쯤은 누구나 읽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마치고 이순신과 관련된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은 이순신의 모친이었던 초계 변씨의 인물을 담은 이야기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저자, 윤동한은 한국콜마(주) 회장이다.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내고, 1990년에 한국콜마를 설립하여 화장품과 제약업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2014년 다산경영상(창업경영인 부문)과 국민훈장 동백장, 2018년 한국능률협회가 제정한 ‘한국의 경영자상’, 2019년 언스트앤영(EY)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하였다.

역사와 인문학을 접목한 창업 경험과 경영을 바탕으로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2016)를 출간했다. 2018년에는 목화씨를 들여온 고려인 문익점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인으로 해석하여 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기업가 문익점』을 출간했고, 이어서 2019년에는 역사경영에세이 두 번째 시리즈로 이순신의 곁을 지키며 임진왜란 극복을 위해 80세에도 현역으로 참전한 영웅 정걸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80세 현역 정걸 장군』을 펴냈다.




Ⅰ 이순신 그리고 그의 모친 초계 변씨


초계 변씨는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서울 건천동에서 낳았다.

지금의 충무로 근처로, 이순신이 서울 태생임을 알 수 있다.

1545년 음력 3월 8일, 양력으로 치면 4월 28일이다.


순신의 아버지 이정은 초계 변씨와의 사이에서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을 낳았다.

서울 건천동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이순신은 어린 시절부터 그야말로 사내 대장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주변 인물들의 기록물을 살펴보면 이순신의 모습은 꽤 다양하게 평했지만 언제나 골목대장이었고 공부보단 전쟁놀이를 더 좋아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순신의 모친인 변씨도 자제력있고 온순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 순신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학문하는 자세도 좋고 집중력이 뛰어나니 과거까지 갈 수 있게 준비해야겠어. 그런데 이 아이는 얼마나 활동적인지, 아무리 봐도 외조부를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무과 급제도 좋겠지. 잘 지켜봐야겠어."


모친 변씨는 둘째 요신에게 승보시를 보게끔 하려고 동학에 보내고 순신을 서당에 보냈었다.

맏아들 희신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동학을 다녔다는 기록은 없다. 그럼에도 본가를 지키고 부모를 훌륭히 봉양했던 것이 바로 맏아들 희신이었다.

모친 변씨는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잃은 아픔이 있어 남은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잃지 않기 위해 애썼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순신이 정읍 현감으로 발령났을 때도 모든 식솔을 이끌고 정읍으로 이주했을 정도였으니깐.

이렇듯 이순신이 가족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배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Ⅱ 모친 변씨, 이순신의 기둥으로 스승이 되다


아버지 이정은 직함은 있었으나 벼슬에 나가지는 못했었다. 2대째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니 가문이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모친 변씨가 고단했던 서울살이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다.

지금도 모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은 수도권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방이 아닌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아들들을 출세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에 부합한 지역이 서울이었지만 이전에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몰락한 가문이라는 평판도 지우고 싶었을 것이다.

모친 변씨가 서울을 떠나 아산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산 시곡이 변씨 가문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을 되짚어보면, 처음부터 이순신은 무인의 핏줄이 흐르고 있음을 외가쪽에서 알아봐주었다고 한다.)

모친 변씨는 순신이 급제하고선 변방을 돌아다닐 때 꿋꿋하게 가문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철저한 재무관리를 통해 집안을 다시 일으켰다고도 전해진다.

이순신의 꼼꼼하고 청렴한 그리고 독립적인 재무 능력 또한 모친 변씨에게 물려받았을 것이다.

이후, 둘째인 요신이 병사하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었다. 그리곤 첫째 희신마저 사망하게 되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마저 불에 탔다고 한다.

아득한 슬픔과 어려움이 연달아 닥치는데도 그녀는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으니 현실을 순응하며 좌절하거나 부정하지도 않고 오롯이 다시 일어설 생각만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독립심과 대쪽같은 성격을 그대로 받았기에, 이순신은 청렴한 공직자가 될 수 있었다.



Ⅲ 모친 변씨, 결국 이순신을 만나지 못하다


이순신이 파직당하고 의금부에 하옥되었을 당시, 모친 변씨 또한 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들의 마지막 희망이자 기둥이었음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변명하지 않는 아들이다.

의금부에서 고문을 당해 죽으면 죽었지,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아들이다.

노환으로 병중에 있던 그녀는 아들의 대쪽같은 성격을 알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향한다. 그녀의 나이, 여든셋이었다.

"내가 죽고 아들이 살아야 한다면 마땅히 죽겠다."

모친 변씨는 막내인 우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뱃길에 오르게 된다.

사실 모두가 말렸었다.

음력 2, 3월에는 배를 띄우지 않는다. 바람이 제멋대로 불 뿐더러 물길도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신을 향해 험난한 길을 나섰지만 법성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게바위까지 왔으나 도착 직전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순신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4월 11일 맑다.

새벽꿈이 매우 어지러워 다 말할 수가 없다. 덕을 불러서 대략 말하고 또 아들 울에게 이야기했다.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이 무슨 징조인가!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종을 보내어 소식을 듣고 오게 했다. 금부도사는 온양으로 돌아갔다.


4월 12일 맑다.

사내종 태문이 안홍량에서 들어와 편지를 전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숨이 곧 끊어질 듯합니다. 초9일에 위·아래 모든 사람이 모두 무사히 안홍량에 도착하였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법성포(영광군 법성면 법성리)에 이르러 배를 대어 잘 적에 닻이 끌려 떠내려가서 배에 머물며 엿새나 새로 떨어져 있었으나 탈 없이 만났고 무사합니다"라고 했다. 아들 울을 먼저 바닷가로 보냈다.


4월 13일 맑다.

일찍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니를 마중 가려고 바닷가로 가는 길에 흥찰방 집에 잠깐 들러 이야기하는 동안 아들 울이 종 애수를 보내면서 "아직 배 오는 소식이 없다"고 하였다. 또 들으니, "황천상이 술병을 들고 변흥백의 집에 왔다"고 한다. 흥찰방과 작별하고 변흥백의 집에 이르렀다. 조금 있으니,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 가슴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늘이 캄캄했다. 곧게바위(아산시 염치읍 해암리)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애통함을 다 적을 수가 없다. 뒷날에 대강 적다.


4월 19일 맑다.

일찍 나와 길을 떠났다. 어머니 영전에 하직을 고하며 울부짖었다. 천지에 나 같은 사정이 어디 또 있으랴!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조카 뢰의 집에 이르러 조상의 사당 앞에서 아뢰었다. 금곡(여ㅕㄴ기군 광덕면 대덕리)의 강 선전의 집 앞에 이르니 강정·강영수 씨를 만나 말에서 내려 곡했다. 그 길로 보산원(연기군 광덕면 보산원리)에 이르니, 천안군수가 먼저 냇가에 와서 말에서 내려 쉬었다 갔다. 임천군수 한술은 중시 보러 서울로 가던 중에 앞길을 지나가다 내가 간다는 말을 듣고 들어와 조문하고 갔다. 아들 회·면·울, 조카 해·분·완과 주부 변존서가 함께 천안까지 따라 왔다. 원인남도 와서 보고 작별한 뒤에 말에 올랐다. 일신역(공주시 장기면 신관리)에 이르러 잤다. 저녁에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위인전 세트를 선물로 받았었다.

중간 중간 그림은 첨부되긴 했지만 거의 글로만 이루어진 책이기에 굉장히 지루할 법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성장과정을 시작으로 업적을 이루기까지의 모든 것을 읽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 한 켠에는 풍만함이 가득했었다.

그 때를 시작으로 역사책에 푹 빠졌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며 전권을 열 번도 넘게 재독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쯤 사촌동생에게 물려주기 위해 여의도에서 만나 건네줬었는데 잃어버렸다고 한다;

벚꽃구경을 더 한다는 말에 우리집은 먼저 출발했었고 사촌동생네는 조금 더 있다 간다고 했었는데, 트렁크를 정리하다가 깜빡 잊고 길에다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다시 가보니 이미 사라진 후였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시 그 전집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출판사나 위인전 시리즈 이름이 기억나질 않아 결국 찾는데 실패했고 지금도 그 위인전이 가끔씩 생각난다.

위인전 전집 중 나에게도 베스트 5가 있었다.

「세종대왕」, 「장영실」, 「유관순」, 「이순신」, 「신사임당」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이 다섯 인물의 책은 열 번이 아닌 수십 번은 읽고 또 읽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쓰라고 하면 무조건 다섯 분의 이름을 남겼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이었기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았으나 이순신에 대한 인물의 성장과정이나 업적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사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지를 않으니 「징비록」 등 여러 책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순신 어머니'에 초점을 맞춘 책이 눈에 띄게 되어 얼른 하나의 책장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한석봉도 어머니에게 큰 가르침을 받았듯이, 이순신 또한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많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친 변씨가 얼마나 자식에게 큰 사랑과 가르침을 주었는지 눈에 선했다.

프로그래밍의 힘이라는 한 영상이 있었다. 부자가 부자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자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부자들의 자식은 그 어떤 실패를 해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한 자의 자식은 실패를 맛보면 금방 좌절하게 된다고 한다.

무슨 차이일까? 무의식적으로 입력된 프로그래밍의 차이였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과 행동이 자식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참 보람차다! 내일을 위해 또 힘내야지!'

'오늘 하루 참 힘들다. 온몸이 쑤신다. 돈은 도대체 언제 모을 수 있는 거냐.'

의식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은 의식하고 있기에 내뱉기 전에 머릿속에서 수정할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은 그간의 행실이 쌓고 쌓여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과 행동마저 훌륭했던 인물, 이순신의 모친인 변씨가 딱이지 않는가!


어머니가 있었기에 이순신이 있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모친 변씨는 이순신의 기둥이었고, 하늘이었다.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문득 읽다가도 어떻게 이런 세세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책을 읽기 전, 저자와 목차를 읽는 습관이 있는데 저자의 이력이 참 독특했었다.

후일담에 따르면 턱없이 부족한 자료로 인해 집필을 멈추기도 했었다는데 참 대단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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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입력하세요
오휘명 지음 / 히읏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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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달랐다.

설레고 애틋했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여느 연인들처럼 이별을 맞았다.

그 후, 우연히 예전에 사용했던 휴대폰을 켜게 된다.

그리곤 우연히 보게 된 메시지함에 있는 글자 하나하나가 다시금 서로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저자, 오휘명은 남에게 어떻게 불리고 어떤 걸 해줄 수 있고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해왔다.

그리고 요즘은 그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막연한 응원과 위로, 거짓 없는 대화를 좋아한다.

쓴 책으로 『그래도 사랑뿐』, 『서울사람들』, 『AZ』, 『곁』, 『당신이 그 끌림의 주인이었습니다』 등이 있다.




그녀, 성하


문득 제법 괜찮은 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찬 바람 부는 아침 출근길에도 핫초코보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았고, 상의와 하의의 색상을 어떻게 맞춰서 입어야 하는지도 매우 잘 알게 됐다. 풋내가 날 것 같이 목선이 다 드러나도록 짧았던 머리카락도 이젠 어깨에 넉넉하게 닿는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내가 그토록 바랐던 어른의 삶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제법 성숙한 사람이 됐다고 여겼지만, 이렇게 현명치 못한 선택으로 괴로워할 때면, 아직도 어느 부분은 어린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 시간이면 집안에 혼자. 옛날처럼 홀로 어딘가를 떠돌지도 않았다. 몇몇 친구는 벌써 결혼까지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애인 한 명쯤은 옆에 달고 다녔다. 죽을 만큼 부럽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가끔 알 수 없는 기분이 되긴 한다. 그녀들을 만날 때면 그녀들은 늘 애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곤 했다. 그리곤 이전엔 들어본 적 없었던 찡찡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부럽다기보단, 묘하게 위장 아래쪽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 들어 버티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그게 부러움이었을까.



그, 효빈


미국 출입국신곳서를 반납하고 나서야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 년 만이었다. 순전히 취업을 위해 회사에 제출한 영어능력시험의 (얼떨결의 고득점)성적표였지만, 그것 때문에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내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영어는 철저히 읽고 쓰기에만 특화되어 있었다는 것도 이 땅을 밟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 나는 업무를 마치면 곧바로 아주 좁고 낡은 아파트로 향했고, 도중에 중식당에 들러 볶음면 따위를 포장했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중국인이 된 것만 같았다.


도착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를 생각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내게만큼은 아니었다.

많은 것이 바뀌어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참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잊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다. 막막했다. 섬 또는 미아가 된 기분이 이것과 비슷할까.


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라 끊임없이 물결치는 목록을 바라보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것을 겪은 사람이었나?'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목록의 꾸준한 흐름과는 반대로 나의 의식은 별안간 정체되어, 스스로의 물음에 대해 그 무엇도 확실히 대답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나의 몸이랄지 머리 어딘가가 뻥 뚫려있어, 스스로가 누락된 자료가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메세지



성하 근사해라.


그리고 나는 그 도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돼.

널 생각하고 추억하는 일은

끝이 없이 쌓여만 있어.

그리고 바쁘게 그것들을 해내고 나면,

나는 다시 너에게서 비롯된 여가활동을 하곤 해.

예를 들면 너와의 이런 메시지들은

너의 문학이 되고

내가 몰래 찍은 네 옆모습은

너의 미술이 되는 거야.

네게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것은

너의 음악이 되는 거고.


성하 오늘은 음악 들으면서 잠들겠네.


맞아, 그리고 그 음악에는

끝이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끝이 없는 음악도,

영원히 죽지 않는 도시도 있다고 믿어.


성하 그래, 그 도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너고.

지금도 바쁘시겠어요. 귀여워라.


할 일이 산더미야.

이따가 음악 꼭 들려줘.

보고 싶어, 깊숙이.



효빈 뭐야, 만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여전히 귀엽네.

어쨌든 조심히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미 얼굴 보고 사과한 거지만,

아까 한 말은 정말 미안해.

실수였어. 상처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괜찮아. 나도 너 따라서

무시무시한 말을 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유별나고

모난 구석이 많은 사람이라서

연인 사이=서로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자주 서로에게 조그만 상처를

내는 관계라고 생각하거든.

아까도 우리가 서로를 너무 아껴서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상처를 낸 거라고 생각해.


효빈 매일 나보고 '로맨티시스트 씨'라고 하더니,

정작 네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말을 하고 있네.

그 말 마음에 들어.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마음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상처가 지나간 후엔 다시 그 상처를

서로 핥아주는 동물들인가 봐.

지금처러 미안해하고, 다시 소중히 여기고.




며칠 전, (한국에서)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 모두들 TV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의 순간 하나하나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사랑'은 참 예쁜 단어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물론 남이 전해주는 연애 이야기마저 언제 들어도 참 몽글몽글하니깐.

『메시지를 입력하세요』 또한 그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달랐다.

설레고 애틋했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여느 연인들처럼 이별을 맞았다.

그 후, 우연히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무심코 켜게 되었다.

자연스레 들어가게 된 메시지함.

그곳에는 뜨겁고도 애틋했던 사랑만이 가득했었다.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니 지난날의 열렬한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내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게 성하와 효빈은 서로를 그리워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 나는 너를 아직도 깊숙이 보고 싶어 해. "


연애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나 첫사랑도 겪어 봤고 간질간질한 사랑도 겪어 봤고 애달픈 사랑도 겪어 봤었다.

첫사랑, 대부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첫'사랑인만큼 순수하고 예쁘게 그리고 열렬하게 사랑했었는데 몇 번의 엇갈림 끝에 결국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리곤 몇 번의 사랑을 거친 후에 또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연애하는 내내 영원할 줄만 알았던 사랑은 결국 다름과 오해로 인해 끝이 나고 말았지만, 사랑과 관련된 책을 보면 그 사랑과 첫사랑이 떠오르긴 한다.


오랜 기간동안 연애하며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결혼 앞에서 이별을 택하고 오히려 짤막하게 만났지만 특별한 끌림에 의해 곧장 결혼한 이들도 꽤 많다.

참, 사랑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쉬우면서도 어렵다.

그래도 거쳐가는 사랑에서 배우는 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 속에서, 성하가 직장 후배인 나윤에게 해준 말이 있다.

"내 생각엔 대화를 조금 해보는 게 좋겠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말이야. 둘은 너무 잘 맞고, 어떻게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이상적인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잖아.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역지사지를 누구보다 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야. 상대방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걸 잘 알아낼 수 있으니까."

"실제로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의 언덕을 오르는 사람 중 그 누구도 힘을 들이지 않고 그것을 오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무서운 것도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나윤 씨는 지금 용기가 필요해.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가 안아줄 용기가. 그건 그 사람 역시 마찬가지고.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


다양한 인생사 속에 살고 있으니, 나 혹은 주변 누군가가 성하와 효빈일 수도 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그들이었다.

맞는 것이 없었다. 달랐다. 모든 것이 달랐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알았지만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알파벳 Z의 다음은 A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다시금 서로를 안아주게 되었다.

연인이든, 부부든 마찬가지다.

알파벳 Z의 다음은 A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은 인정해 준다는 것, 또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커다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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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2 19: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연애와 너무 멀어져서인지 ㅠㅠ 연애소설 안 읽은지 정말 오랜거 같아요. 맨날 달콤한 연애뒤엔 음모가 도사리는 이런 것만 봤더니 ㅎㅎ 뭔가 리뷰도 달콤합니다 하나의 책장님 *^^*

하나의책장 2022-06-27 15:56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읽어본 연애소설이었어요! ㅎㅎ
저도 미니님처럼 로맨스가 곁들어져 있지만 음모가 있는 소설들을 주로 읽었었거든요☞☜

scott 2022-04-17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의 웹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ㅎ^

코로나로
연애도
모든 것이 전과 달라진 세상인 것 같습니다 ^^

하나의책장 2022-06-27 16:00   좋아요 1 | URL
정말요! 마지막 연애가 딱 코로나 전이었거든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 연애의 마침표를 찍었었는데 코로나가 딱 터지고나선 집에만 있다보니 연애라는 것이 조금은 멀게 느껴져요.
함께 했을 때도 좋았지만 혼자 있을 때의 즐거움이나 편안함을 알아버려서, 지금은 혼자인 상태가 참 좋아요^^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문득 조그마한 불화가 생긴다면 곧장 생각하게 된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못을 저질렀을까?'

나의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상대방은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예의와 존중이 중시되는 관계라면 상관없지만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위치를 '을'로 만든다면 마냥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놔도 좋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실제 정신과 의사가 상담했던 다양한 사연들을 다루었으며 사연에 대해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것까지 담겨 있다.


저자, 라이이징은 정신과 전문의, 공중보건석사, 의학박사이다. 의학센터 주임을 맡았고 여러 차례 의술 연구를 진행했다.

국제 학술 간행물에 논문 열 편을 기고했고, 현재 개업하여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과적 뇌로 이과적 사고 훈련을 받았으며,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결혼 경험이 의사 경력보다 3년이 적다. 일만 많고 낭만 같은 것은 잘 모른다.




Ⅰ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놓다


♠ 사연 | 효도는 아들의 책임이지 며느리의 의무가 아니다


시부모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역시 그냥 순순히 따르는 게 모두가 편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감정 없는 로봇으로 만들어갔다.


그녀는 결혼 전에 친정에서 정말 행복했다. 오히려 결혼 후 시집에서의 노동이 힘들었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아내와 며느리로서 여러 역할을 해야 했고 거기에 회사까지 다녀야 했으므로 그녀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야말로 남편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내 부모님이야, 당신 부모님이야?

비록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정말 훌륭한 며느리야'라는 말을 남기긴 했으나 '친정에서 그러고 살다가 이렇게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라는 노골적인 눈빛에 그녀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한 번씩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을 잊었는지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꾸만 그녀의 친정을 흉봤다. 마치 그녀가 결혼을 통해 고통에서 구제된 것처럼 말했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은 결혼 후의 삶이 쉽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왜 결혼 후에 남자의 생활은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걸까. 남자들은 결혼 후에도 전과 다를 것 없이 쉽고 편하다. 그런데 왜 여자는 시집에도 적응해야 하고 시집 식구들의 요구사항에도 따라야 하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평가까지 받아야 할까.


과거에 여성이 약했던 것은 경제 문제에서 기인한다.

남편은 결혼 후 집을 떠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아들로 살았다. 거기에 아내가 성실한 사람인 덕분에 '효도는 남에게 맡기고' 본인은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살았다. 책임감도 떠넘기고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까지 저버렸다.

균형을 잃은 관계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부모는 특권을 가졌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서로 '존중'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시부모님을 남편의 부모라고 생각하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잘 지낼 수 있다. 효도는 남편의 책임이지 그녀의 의무가 아니다.

나의 노력과 희생에 묻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위 사연과 마찬가지로 맞벌이인 경우) 남편과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원래 가족도 아니었던 며느리도 함께 살면 가사를 분담해야 함을 아는데, 아들로서 당연히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아닌가.

남자들이 자신의 부모 앞에서는 입을 닦을 수 있어도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부모는 아들이니까 받아주지만 아내는 그냥 넘어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너무 말을 잘 들으면 자아를 잃을 수도 있다.



▶ I think …


딸처럼 예뻐해주시는 시부모님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일부일 뿐이다.

처음엔 새식구이기에 잘해줄 순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점차 흐를 수록 느끼게 된다.

결국 시부모님에게 남편만 자식일 뿐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Ⅱ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 주자


♠ 사연 | 은혜에 보답하라는 형의 강요에 그는 반드시 싫다고 말해야 한다


한 남자가 오랜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에 오게 되었다.

건장한 체격이지만 두 눈은 실핏줄이 터졌고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상담 내내 아무 일 없다고만 하면서 수면제만 처방받으려고 했던 그가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섯 형제 중 막내였던 그가 태어났을 때 첫째 형은 거의 어른이었다.

고 3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형제 중 가장 먼저 결혼한 큰형과 큰형수는 돈에 예민했고 둘째 형네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넷째, 다섯째 형들은 스스로 돈을 벌고 있었으며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막내는 아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돈이 필요할 때면 형들의 잔소리를 번갈아가며 들어야 했다.

명절 때는 형수들까지 잔소리를 보태니 여자친구 집으로 피신해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급하게 결혼이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나무라지 않고 차분히 새식구를 맞아들였지만 형과 형수들은 아버지 돈으로 장가간다고 비꼬았고 새로 식구가 된 그의 아내를 탐탁치 않아했다.

나이차가 워낙 큰데다 대꾸할 능력도 없다보니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로 인해 부부가 매우 힘들어했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분가였다.

하지만 본가에 혼자라도 내려가면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가족 단톡방에서는 막내가족을 향해 온갖 비난과 조소가 가득했다.

아버지는 뵙고 싶지만 형들의 잔소리에 전화마저도 못하자 결국 그는 불면증까지 생긴 상태였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형과 형수는 부모가 아닌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부모처럼 행동하고 있다.

덧붙여, 금전문제에 가장 예민한 첫째와 둘째가 가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키워준 은혜를 갚아야 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당연히 부모님이죠!"

"형들은요?"

"제가 어릴 때 형들은 학생이었어요.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같이 놀지도 않았고 온전히 부모님께서 저를 케어해주셨죠. 그리고 형들도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지원해주셨어요."


나보다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진심으로 무엇을 해준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예의로 존중해드리는 것으로도 할 도리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베푼 것도 없으면서 '도덕심'을 무기 삼아 자기 대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우리가 다 상대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수해야 하는 원칙이고 중심이다.

그에게 중요한 사람은 아버지이자 돌봐야 하는 대상은 아내와 아이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무리 혈육이고 연장자라 할지라도 '남'이라고 봐야 한다.



▶ I think …


남자든, 여자든 실제 형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새겨야 할 말은 무엇일까?

그들이 마음대로 말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듯이, 당사자 또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을 권리가 있다.

위 사연처럼 톡방에서 비난하는 말을 받았을 때 당사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들이 원맨쇼하듯이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예 신경쓰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연락을 끊고 차단하면 된다.

잔소리는 듣기 싫은데 전화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화는 받되 잔소리나 비난이 시작된다면 휴대전화를 옆에 내려놓고 본인 할 일만 하는 현명함도 장착해야 한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특히 연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다.

담담하게 돌아보며 생각해야 한다.

혹시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 사람에게 어떤 빚을 진 게 아닌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면 무시해도 된다.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준 사람이다."




Ⅲ 결핍된 인생은 그 사람의 원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사연 |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준 가장 큰 상처


그녀의 엄마는 노는 것을 좋아해 딸을 돌보지 않았고 그녀는 양쪽 할머니 집을 전전하며 부모없는 아이처럼 성장했다고 한다.

아빠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거나 집에 있을 때면 엄마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자녀 양육에는 관심은커녕 걸핏하면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후, 엄마는 남동생을 낳았고 그녀는 남동생과 의지하며 덜 외로울거라 생각했지만 엄마는 남동생만큼에게는 큰 사랑을 주었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자기가 정말 뭘 잘못한 건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복도 깨끗하지 못했고 학용품도 부족했었다. 학교에 내는 비용 또한 제대로 낸 적 없는 학생이니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맞아 뼈가 부러졌을 때 오랜만에 온 아빠에게 강간당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녀는 집을 나왔다. 지옥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산 것이다.

일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누워있기만 하니 남자친구는 별말 없이 조용히 출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에 있는 과도가 눈에 띄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손목을 긋는 게, 죽는 게 낫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칼이 손목을 파고드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누구에게나 행복한 가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십 대 중반때, 관계를 맺어 그녀를 낳았던 것이었다.

과연 합의된 관계였을까?

표면적으로 성범죄 사건이 될 수 있었으나 양쪽 부모님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때문에 서둘러 합의하여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도 부부관계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그녀의 엄마는 정신적으로도 점점 피폐해지는 상태이니 애초에 외조부모가 그 때 고소를 해야 했었다.

같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무마때문에 여성들의 비극은 끊이질 않는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는 절대로 피해자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그건 무고하게 태어난 작은 생명에게도 마찬가지다.



▶ I think …


피가 섞였다고 반드시 사랑이 있는 건 아니다. 살려면 그들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 사연만 봐도 선택 한 번으로 인해 3대가 무너지는 꼴이 되었다.

그녀의 아빠는 가해자이자 조부모는 방조자였지만, 그녀가 태어나고서부터는 그녀의 엄마는 더욱 더 폭력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잘못한 건 어른인데 아무 죄없는 그녀가 쓸모없는 인간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 살게 된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곧 우리의 내면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방치되고 비난받아 왔기에 이미 성장했어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른이 된 이후에 후유증이 크게 남아 버려질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책에서 나온 모든 사연이 실제 진행했던 상담 내용들인지라 나 혹은 주변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여유로운 집안을 바탕으로 자상하고 다정한 부모님, 우애좋은 형제, 그리고 딸처럼 여겨주시는 시어머니와 언제나 내 편인 남편, 말 잘 듣는 토끼같은 자식들. -이렇듯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 아래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들을 누리지는 못한다.


혹시 그것 아는가?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화목하고 다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만 애쓰고 잘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모두가 잘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만 흔들림없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흔들림없이 단단해야, 조금의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공동체 내에 한 사람이 상처주기 시작하면 결국 상처받은 사람은 마음을 닫아버릴 것이고 결국은 침묵 나아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단하게 쌓는 것은 꽤 쉬운 일일 수 있으나 부서지고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란 쉽지 않다. 허물어진 크기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책에 나온 사연 중 비슷하게 겪은 사연이 있었기에 더 와닿았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성인이 되어서도 얘기하고 다니진 않았다.

어떤 일을 겪었던 간에, 가족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 괜히 분란을 조장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삭히고 삭혔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이 나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잠깐동안이기에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람 눈에는 화목하고 다정함만 가득한 가족 품에서 자라났구나로 보이는 것 같다.


흔히들 겪는 사춘기 없이 부모님 속 한 번 끓이지 않는 착하고 예의 바른 딸, 어른들은 날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옥죄어 오는 느낌이 나날이 심해졌고 중학생 때부터 두통과 위염에 시달리기 시작했었다.

한 번씩 마음에 생채기를 받으면 모른 척 하며 넘기고, 그 순간순간이 반복되니 당연히 마음은 병 들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의사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신다. (집안과 친한 의사선생님인지라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시는 분 중 한 분이다.)

굉장히 예민한 시기이기에, 대부분 예의범절 모르거나 성격이 엇나가는 등 어떤 부분 하나라도 삐딱하게 클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참 잘 컸다고.

병원 갈 때면 항상 위로 한 마디, 격려 한 마디씩 해주시는데 그럴 때면 철옹성같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

아마 나를 조금은 봐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친하게 지내시는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나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시기를 계기로 전부터 관심있었던 심리학을 배우게 되었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또 이야기를 꺼내면 나도 모르게 구구절절 쓰게 될 것 같아 이만 줄여야겠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이 있는데 여자든, 남자든 꼭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꼭 버려야 한다.

물론 상대방도 내가 한 것처럼 잘해줄 순 있겠으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책 제목부터 대상이 '여자'라는 사실에 너무 여성에게 편향된 내용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 사연에도 언급했듯이 여자, 남자라는 구분이 없다.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충분히 입장 바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밀린 서평이 너무 많다.

마음같아선 하루에 서너개씩 뚝딱 올렸으면 좋겠지만 몸이 좋질 않아 하루에 하나 올리는 것도 참 버겁다.

가뜩이나 안 좋은 몸에 후유증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체력이 1도 없나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쓰다 만 서평이 열 개나 넘는데 누군가 마무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마법지팡이 한 번 휘둘러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임시저장글에 쓰다 만 서평들 좀 마무리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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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4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설명에 더해진 하나의책장님의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마다 다르니까,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괜찮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하나의책장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6-27 16:06   좋아요 1 | URL
어떤 관계든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선이 넘어가면 결국은 가까워졌다는 것인데 좋은 관계를 쭉 유지할 수 있는 관계도 있는 반면에 마냥 잘해주면 권리라 생각해 도를 넘기도 하고 일부는 배신을 하기도 하니깐요.
짤막한 짤을 우연히 봤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그러셨더라고요.
인생은 항상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 사실 마냥 잘해주는 쪽에 속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믿었던 사람에게 당해보니 참 힘들더라고요.
그 때 이후로 관계에 있어서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scott 2022-04-17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 사회에서 착함은
타인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것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 ^ㅅ^

하나의책장 2022-06-27 16:07   좋아요 0 | URL
정말요! 백 번, 천 번 옳아요!
scott님 덕분에 마음에 한 번 더 새겨봅니다.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