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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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진한 에스프레소같은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매우 강렬하다.


두려울 때면 기억해야 할 유일한 사실, 변화란 화학적으로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저자, 보니 가머스는 소설가로 올해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문학계의 후발 주자다.

미국과 영국에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야외 수영을 즐겨 하며, 조정 선수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시애틀에 살다가 두 명의 딸과 남편 그리고 강아지 99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다.

그녀의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보니 가머스의 원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였다.

“올해의 출판 센세이션”이라는 평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에서 16개의 출판사가 경쟁한 뒤 데뷔작 사상 가장 높은 계약금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에 출판권이 계약되었다.

출간 후에는 아마존 4.7점, 굿리즈 4.5점의 기록적인 평점을 달성했다.

현재는 3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애플TV는 이 소설을 브리 라슨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험난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꽃 피웠던 그녀, 엘리자베스 조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방치되며 살아왔었다.

그녀의 부모는 거짓 종말론을 사람들에게 설파하며 이와 관련된 성물을 판매하였는데 그들의 자녀는 그들의 관심사 밖이였다.

그렇게 방치된 채 자란 두 남매였다.

그녀에게 하나 남은 오빠는 동성애자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평범한 가정 속에서 살지 못했던 그녀의 운명은 초년부터 기구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캘빈, 그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인생이 참 기구했다.

보육원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평범하게 사나 싶었지만 양부모가 사고로 죽어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야만 했었다.

그런 그는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힘내자. 내일은 달라질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캘빈에게 있어서 엘리자베스는 말그대로 '빛'이었다.

이렇게나 힘든 환경 속에서도 절대로 지칠 줄 모르는 오뚝이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그녀의 자존감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의 자존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녀는 전도유망한 화학자였다.

그렇기에 과학자다운 합리주의에 따라 모든 것을 생각해본다.

사실에 근거해서만 판단을 내리기에 자기 확신이 흔들릴지라도 무너지는 법이 없다.

그녀는 독학으로 학사 과정을 마치고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밝혀내지 못한 ‘진화 이전’ 분자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었다.

1955년, 당시 여자들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으며 일을 하더라도 보조원이나 행정직원이 전부였다.

즉,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심부름이나 시킬 수 있는 보조원이라 생각할 뿐 동등한 화학자로 생각하진 않았다.

단, 한 사람을 빼고! 노벨과학상 후보인 캘빈 에번스만이 오롯하게 그녀를 봐주었다.

앞서 설명한 엘리자베스가 사랑했던 인물이 바로 캘빈 에번스이다.

이 때 둘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을.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게 되었으며 둘 사이에 예쁜 딸도 낳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알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캘빈이 사고로 죽고 비혼모가 된 것이었다.

마냥 슬퍼하고 울부짖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 딸린 여자라며 연구소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뚝이다.

이미 훌륭한 화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집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해 연구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딸이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우연한 기회로 TV 요리 프로그램 「6시 저녁 식사」의 MC로 발탁된다.

그런 말이 있다.

초년 고생길을 걸었다면 중년, 말년에는 꽃길만 가득하다고.

TV 요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녀는 미국 최고의 슈퍼스타가 된다.




참 대단한 인물이라 평할 수 있겠다.

소설이지만, 어쩌면 현실은 더 험난하기에 더 공감하며 읽은 게 아닐까 싶다.

진한 에스프레소같은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매우 강렬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곧장 떠오른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Hidden Figures이다.

Hidden Figures는 Lessons in Chemistry와 달리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이란 인물이 나온다.

그 당시에도 백인·남성 우월주의인 시대였기에 흑인 그리고 여성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나사에서 전산원으로 일한 캐서린 존슨은 "흑인 여성"이었으니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는 없었다.

소설 속 엘리자베스 조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캐서린 존슨 또한 오뚝이 같은 뚝심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손가락질에도 자존감만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세상은, 참 어렵고 험난하다.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은 내려놓을 수 있지만 자존감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 안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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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7 09: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정말 대단하네요!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하나님 관심 갖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덕분에 도움을 받습니다^^ 히든 피규어스도 함께 보고 싶어졌어요.

하나의책장 2022-07-23 17: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히든피겨스 꼭 보세요! 몇 번이나 더 봤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거든요ㅎ
아마 거리의화가님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6-17 1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질거같은 책이네요. 리뷰만으로도 약간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비가 오긴 하지만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6-17 1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첨들어본 작가인데 표지도 인상적이고 내용도 인상적이네요~! 판권이 크게 계약될 정도면 책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중요한건 역시 뚝심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3   좋아요 2 | URL
맞아요!ㅎㅎ
주말 내내 비소식이긴 하지만 행복하게 보내세요♥

mini74 2022-06-17 1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든피겨스 넘 재미있었어요. 유색인종의 여성과학자들이 실력으로 이겨내는 모습 멋있었어요. 이 책도 넘 재미있겠어요 하나님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6   좋아요 1 | URL
역시 미니님도 보셨군요^^
재미도 있고 영어공부도 할 겸 보고 또 보는 영화 중 하나예요!
요새 인문/철학서만 읽는 것 같아 소설도 살짝 살짝 보고 있는 중이에요ㅎ
미니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 묻고 답하다 4
장홍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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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화학이 이렇게 재미있던 분야였던가?


나는 본디 문과 체질인지라 생물과 화학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으로 오로지 내게는 언어와 역사만이 재미를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화학이 재미있었다니!

학교에서 배웠던 형식적인 교과서가 재미있는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면서 공부했었더라면, 그 때 재미있게 공부했었을 것이라 자부한다.

문과생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화학의 세계로 GO!


저자, 장홍제는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이며 과학과 실험 속에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는 화학자이자 잡지식 수집가, 데스메탈 마니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평소 화학이 좋아서 화학을 공부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화학에 빠져 계속 물질의 비밀을 탐구하지만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의 변화를 추구하는 나노화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낮에는 논문을 쓰고 밤에는 책을 쓴다.




Ⅰ 역사에는 화학이 있었다


"죄인은 사약을 받으라!"


사극을 보면 사약으로 처형당하는 장면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럴 때면 한 번쯤은 사약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도 한다.

사약을 마시면 바로 죽는 건가?

곧장 기절해 죽는 건가?

사약은 곧 독약이니 구토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약은 어떻게 만들었던 것일까?


난 사약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다.

저 사약은 한약의 일종인 건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대부분 사약을 보면 겉보기에 한약과 같은 색을 띄고 있다.

사약의 한자 표기를 살펴보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이 아닌 '하사받은 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참형이나 능지처참과 같은 신체에 직접적인 훼손을 주는 형벌이 아니기에 적어도 명예는 지킬 수 있어 사대부나 왕족 정도의 인물이 사약으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실제 사약으로 처형당한 인물에 대해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당시 취급이 가능했던 천연물로 만들어졌을 것이며 독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약의 주재료로 생각되는 식물은 바로 '투구꽃'이다.

관상용으로는 예쁘지만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 식물로 그 안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식물이 체내에서 합성한 유기 화합물 중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이며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종류를 알칼로이드라고 구분한다.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에서 모은 유액으로 만든 아편의 중요 성분인 모르핀이나 키나나무 껍질에서 추출되어 말라리아 기생충 치료제로 사용대는 퀴닌이 대표적인 알칼로이드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알칼로이드는 매우 다양하며 벨라도나나 미치광이풀 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아트로핀은 신경 작용을 차단해 마비 혹은 사망을 유발하고 마전자 나무 씨앗에서 발견된 스트리크닌 또한 근육 경련 및 질식을 일으킨다.

하지만 아트로핀이나 스트리크닌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소량을 사용한다면 수술 보조제, 각성제나 위장병 치료약 등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구꽃의 아코니틴 역시 대표적인 알칼로이드 물질로 체내에서 신경 신호를 전달해 생명 유지, 호흡과 관련한 모든 조절에 작용하는 소듐 이온 통로를 여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과 신경발작을 포함한 심정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한의학과 관련된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 부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부자가 바로 투구꽃이다.

투구꽃의 뿌리는 줄기에 연결된 큰 덩이뿌리인 초오와 주위에 연결된 더 작은 덩이뿌리들인 부자로 나뉜다.

부자는 뜨거운 성질의 약초로 냉증을 치료할 수 있으며 효능을 살리고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법제 과정이 필요로 한다.

즉, 열처리를 하지 않은 부자 생즙을 사용한다면 사약의 효과는 더 극대화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부자가 속한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들은 알칼로이드 독을 포함하고 있어 초식 동물들도 먹지 않고 피한다는 것이다.


중드 사극을 보면 以毒制毒이란 대사가 나오곤 한다.

이독제독은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의미로, 부자도 관련되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부자가 소듐 이온 통로를 열어 신경 손상을 일으킨다고 언급했었다.

그렇다면 소듐 이온 통로를 차단하는 약으로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가능할까? 실제 가능하다고 한다.

바로 사이안화 포타슘의 약 1000배에 달하는 신경독인 복어 독, 테트로도톡신이라면 말이다.

아코니틴이나 테트로도톡신 모두 수십 분 내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독인데 실제 일본에서 투구꽃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아내를 독살하게 되었는데 1시간 4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증상이 발생해 독의 종류와 살해 방법을 증명하지 못하다가 투구꽃의 독과 복어의 독을 함께 복용시키는 방법으로 죽였음을 알아냈다고 한다.


이렇듯 독은 인류의 역사에서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약이 아닌 조금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상속의 가루(inheritance powders)'이다.

비상과 비소는 완전히 다른 물질이라고 한다.

비상은 산소, 황 등 다양한 원소들과 비소가 결합해 있는 형태이며 비소는 순수한 하나의 원소이자 비상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한다.

비소는 독일의 자연과학자인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웅황을 비누와 함께 가열애 처음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었다.

분리된 비소는 공기 중에서 가열하는 방법 등을 통해 산화되면 강한 독성의 산화 비소로 변화하는데, 이 때 특징이 맛도, 냄새도 없는 하얀 가루 형태라 음식에 넣어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비소, 즉, 산화 비소 화합물은 권력이나 재산 상속을 위해 암살하는데 사용되었으며 독을 이용한 살인은 로마 제국에서 성행하였다고 한다.


이렇게만 봐도 세상에는 수많은 독성 물질이 존재한다.

현재 비소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기도 하고 항암 치료제로 쓰기도 한다.

사약에 어떤 독극물을 넣었었는지 추측만 할 뿐 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는 당시 지식의 깊이와 기술들에 대한 기록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이 곧 약이고 약이 곧 독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은 의외로 가장 올바른 표현입니다. 과거의 진실은 결국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지식의 발전은 독을 약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진보가 독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Ⅱ 화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연금술이란 단어를 떠올려보자.

큰 책상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연금술사가 있다.

비커 안에 담긴 액체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는 상태이다.

그 때 실린더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스포이드를 이용해 물질을 쭈욱 빨아당겨 비커 안에 소량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펑!


약 300년경 이집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금술은 꽤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냈었다.

탄압이나 마녀사냥을 피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기호와 그림 또한 이후 원소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깐.

그렇다면 금과 현자의 돌 그리고 증식이란 무엇일까?


금속은 '열이나 전기를 잘 전도하고 강한 힘을 가하면 넓게 펴지거나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풍부하며 특수한 광택을 가진 물질'로 정의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금속이 존재한다.

금속으로 분류되는 원소들로 한정해도 무려 91가지로 추려지며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원소 중 75% 넘는 비율이 금속일 정도이다.

금색이라는 고유명사로 색상이 대표될 만큼 노란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금빛은 빛과 온기를 주는 태양의 색이었으며 색이나 광택에서도 산화되지 않는다는 화학적인 성질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 신성한 금속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금은 산소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금속 원소이기에 금광석이나 사금과 같은 금 본연의 모습으로 바로 얻을 수 있으며, 물과 공기에 노출되면 서서히 녹스는 철과는 달리 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다.

연금술 역시 금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낮은 가치의 금속을 귀중한 금으로 바꾸는 연구는 이후 의화학의 시초가 된 방향이었던 병든 몸을 새롭게 바꾸는 연구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였기에 이 목표에는 꼭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궁극의 목표이자 물질인 '철학자의 돌'이었다.


철학자의 돌은 현자의 돌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능력은 물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도 있게 해준다.

이 명칭은 연금술의 기본이 세상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뜨겁고 건조한 불, 습하고 뜨거운 공기, 차갑고 습한 물, 건조하고 차가운 흙 등 4원소로 세상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시작점이 된다.

어쩌면 말하고자 하는 네 원소는 변질되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결국은 원소가 변화하고 물질이 변화할 수 있다면 당연히 금속도 변화할 수 있을 테니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첫 단계이자 일반 금속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첫 단계는 수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은은 금과 가까이 있는 금속 원소이자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유일하게 존재하는 금속으로 이는 연금술의 상징인 헤르메스 Hermes 의 또 다른 이름으로 통하기도 한다.

수은에 금속을 넣어 액체 상태의 합금으로 만드는 과정이 첫 단계이며, 이를 땅에 묻거나 보관해 부패시키는데 이는 실제로 부패하는 것이 아니며 검은색으로 변화하는 흑색 작업 단계로 파괴를 통해 균일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정화가 이루어져 백색 단계를 거쳐 태양 빛과 같은 황색에 이른다.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철학자의 돌과 같은 붉은색 물질이 탄생하는데 흑, 백, 황, 적의 네 가지 물질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위대한 작업이라고 불리며 이 때가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단계라고 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단계가 바로 증식이다.

증식은 만들어진 물질의 양을 증가하도록 하는 것인데, 발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증식까지 도달했다면 연금술의 마지막 단계인 투영이 뒤따르게 된다.

투영은 철학자의 돌을 다른 물질이나 인간의 몸에 덮어씌워 금을 만들어내거나 영생을 이뤄내는 최종 단계를 의미하며 위대한 작업의 종착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후 연금술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유는 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결과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유지만 사회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주 원인이 될 수 있어 사전에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었어도 누군가는 악용하기 마련이니깐.


연금술은 마술과 과학, 신앙과 신비주의가 뒤섞였기에 역사 속 과학 분야 중 가장 흥미로울 수밖에 없으며 특히 문학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었다.

지금은 화학과 과학의 진보로 금의 영원함, 반짝임의 원리나 표면적 의미 등을 이성적으로 보고 있다.

즉, 물질적인 집착을 넘어 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말했다. 모든 위대한 예술은 연금술에서 태어나고 죽음을 초월한다. 하지만 나는 초의식을 통해 내면을 초월하여 금을 만든다고.




Ⅲ 인간은 화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죄 없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지금 이 시대에 전쟁이 웬 말인가.


인간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러 형식의 무기를 만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과학이 발전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순 없다.

과거 단순히 화살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물리적인 대응을 넘어 간편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규모의 불꽃, 화약 그리고 폭발물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필요한 희생 없이 타인을 제압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마비나 혼절 등을 가능케 하는 무기도 개발되었고 진압을 목적으로 최루 또한 만들어졌다.

최루는 눈물이 흐르도록 만든다는 뜻으로, 자극적인 향과 맛을 가지는 물질이 가루의 형태로 눈이나 코의 점막에 접촉하게 되면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게 된다.

이렇듯 최루의 최종 목적은 참고자 하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눈물이 흐르게 만들어 시야를 차단하고 행동을 봉쇄하는 것에 있다.


화학은 인류의 삶과 세상에 양면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학무기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학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교과서가 아닌 책 한 권은 얇든, 두껍든 간에 마냥 재미있게만 느껴졌었다.

그 습관이 이어져 언어와 관련된 국어, 영어 그리고 한국사, 세계사를 그렇게 좋아했었나 보다.

과학에서 딱 한 분야만 좋아했었다. 바로 지구과학이다.

지금도 지구과학과 관련된 책은 꾸준히 보고 있지만 화학과 생물에는 그다지 손이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화학을 재미있게나 읽다니!

학창 시절, 누군가가 생각의 전환에 대해 뇌리에 박힐 만큼 조언해 주었다면 더 재미있게,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역사와 화학의 조합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몰입하게 만들었고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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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8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과학 좋아하시는 하나의 책장님 ㅎㅎ제겐 사진 잘 찍으시는 책장님 ~ 축하드립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31 20:27   좋아요 1 | URL
매번 예쁜 말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그렇게 덥고 습하네요; 태풍때문에 종일 비도 내리고요.
월, 화 내내 비오고선 수요일부터 폭염이 다시 시작된다고 하더라고요ㅠ
습해서 더 힘든 여름, 건강 조심하세요!
행복한 저녁되세요♥

이하라 2022-07-08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행복한 주말되세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셨나요?^^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07-31 20: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파랑 2022-07-08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부자 하나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31 20:3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도 저 못지않게 책부자이실 것 같아요!
내일부터 비 소식에 이어 수요일부터는 폭염까지 이어진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러블리땡 2022-07-09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thkang1001 2022-07-10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3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너-무 많이 늦었지만ㅠ)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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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2022년 2월 26일,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셨던 이어령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

【하나의책장】을 열어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책장에 몇 권이나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적지 않은 권수를 보니, 그의 작품을 꽤 읽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때, YES24이었는지 알라딘이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한 해의 키워드 중 하나가 '이어령'이었으니깐.

2월 말,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선 그와 그의 작품들을 기억하기 위해 3월에 새로운 책을 집어들었는데, 바로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이다.


저자, 이어령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Ⅰ 흙과 디지털이 하나되는 세상


서구의 두 모험가가 에티오피아를 구석구석 다니며 지도를 만들었었다. 금과 은을 구하기 위해 돌까지 조사했을 정도로 세밀하게 살펴보았으니 황제는 그런 그들에게 선물까지 내렸었다.

그렇게 그들이 에피오피아를 떠나기 위해 배에 타려고 하자 근위병들이 조심스레 그들의 구두를 벗기고 깨끗하게 닦아 황제의 말을 전했다.


그대들을 멀리 떨어진 강한 나라에서 왔다. 그대들은 에티오피아가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그대들의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 땅의 흙은 우리에게 소중하다. 우리는 그 흙에 씨앗을 심고 우리의 죽은 자들을 묻는다. …… 에티오피아의 흙은 우리의 아버지,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형제다. 우리는 그대들을 환대했으며 귀한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흙을 단 한 알갱이도 줄 수 없다.


모험가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한 알갱이의 흙에서 나오는 힘이 에티오피아인들을 지켜준 것이었는데, 흙의 감동과 아름다움때문에 3000년의 긴 역사를 읽고 서구인의 지배를 받았으니 말이다.

서양인들은 에티오피아를 침략해 먹지도 않는 땅콩을 대지에 잔뜩 심었었지만 이는 토양에 맞지 않았고 결국 심었던 땅콩이 아프리카 땅을 황폐화시키고 말았다.

결국 흙의 시대, 그 지혜와 생명의 시대는 끝이 난 것이었다.

단순히 보이는 흙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었다.

모험가의 구두에는 나라를 구석구석 다니며 얻었던 보이는 흙이 아닌, 보이지 않는 흙의 정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는 결국 흙과 디지털이 하나되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는 흙의 지혜를 압도한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지식을 검색해 습득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모두가 사전을 이용했었다.

모든 면에서 방대하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으며 심지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까지 한다.

일론머스크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를 위해 스타링크를 전격 지원하지 않았는가.

과거 아프간 전쟁도 모두가 10년은 걸릴 것이라 했지만 불과 석 달 만에 끝났으니 디지털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비행사들에게 수직 폭격의 기술을 가르쳐 수평 폭격의 적중률을 높였었던 반면에 스마트탄은 날렵하고 지능을 가진 폭탄이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교량 하나를 파괴하려면 200톤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어야 했는데 레이저 유도 폭탄이 생겨나면서 12.5톤으로 줄었고 이후 이라크전에서는 4톤이면 충분히 폭발시킬 수 있었다.

GPS 유도탄처럼 위성으로 받은 위치 정보로 목표물을 향해 정확히 가격하여 적중률을 높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스마트탄이 마냥 스마트하지는 않다.

걸프전 때,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궁을 폭격한 일이 있었다.

물론 스마트탄은 완벽하게 투하되었지만 후세인은 죽지 않았었다.

이슬람교도들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때, 밖에서 천막을 치고 자는 풍습이 있었는데 미군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즉, 목표물을 파괴하는 정보기술은 뛰어났으나 문화에 대한 정보는 백지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정보기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유도탄같이 기계를 다루는 하드웨어의 정보기술이며 또 하나는 상대방의 문화나 인간의 마음을 읽는 소프트 콘텐츠에 관한 것이다.

전자를 기계 기술, 후자를 지식 기술이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정보기술은 부국과 강병의 수단이자 도구이다.

지식이나 문화를 목적으로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경우는 미미한 편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로 옮겨지는 추세로 바뀌었다.

교육, 학문, 예술, 과학, 기술 등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이 빚어내는 창조적 산물과 연관되어 있으며 외교와 국방에서도 커맨드 파워 command power 가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cooperative power 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하드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지 결정하는 기술인 스마트 파워를 강조하는 추세이다.




Ⅱ 벽을 넘는 두 가지 방법


허허벌판에서 살 수 없기에 인간은 벽을 만들었다.

그림은 벽에 뚫어놓은 마음의 창인 듯하다.

창을 벽의 상처라고 말하듯, 그림 또한 피가 흐르는 벽의 상처인 것이다.

벽은 태양보다, 구름보다, 바람보다 강하며 오직 날카로운 설치류 쥐만이 구멍을 뚫을 수 있다.


벽은 바람을 막고 풍경을 도살한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때 날카롭고 빨리 자라는 송곳니가 필요하다.

한밤의 어둠 속에서 갉고 갉은 색채와 선 그리고 회화의 구도가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그림의 탄생이다.


희랍의 전설에는 회화와 조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 청년을 마음에 품은 소녀가 그와의 이별을 앞두고 상심하여 앓게 되자 소녀의 아버지가 그 마음을 알고 그 청년의 옆얼굴이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따라 윤곽의 선을 그리고 색을 칠했다.

곧 청년과 꼭 닮은 릴리프, 즉 그림과 조각의 중간인 부조가 생겨났는데 딸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그림자를 그림으로, 조각으로 옮긴 이야기는 상징적이라기보다 사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벽을 긁는 것, 벽에 어리는 그림자, 그리고 벽 너머로 사라질 연인에 대한 그리움.

긁는 것, 그림자, 그림, 그리움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다.


따로 떨어져 불리던 그 말들이 하나의 초점으로 합쳐지면서 떼어낸 달력의 벽면 윙는 글과 그림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하나의 관자놀이처럼 뛴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벽은 무엇일까?

저자는 올림픽 개폐회식을 기획할 때 그 주제를 '벽을 넘어서'라고 했다.

그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도 철의 장막이 무너졌으니 서구 문화는 즉 벽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도시든 개인의 삶이든 무엇이든 간에 두꺼운 벽을 기본으로 이루어지니깐.

성벽 안에 세워졌던 도시들로 이루어진 서양만 봐도 그렇다.

유럽은 섬이 아닌 대륙인데도 성벽이라는 제한된 도시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일찍이 고층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도시가 커져도 옆으로 퍼지지 못하고 위로 치솟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양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두께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가 있는데, 그만큼 벽이 얇고 허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양 집은 대개 적조식으로, 돌이나 벽돌로 벾을 쌓아 만든 것이다.

거기에 비해 한국 집은 가구식이라고 하여 기둥을 세워놓고 집을 지은 비내력벽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옥은 벽을 터도 무너지지 않지만 양옥은 집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Ⅲ 전통 물건에 담긴 한국인 생각


전통적인 물건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다 뜻이 담겨져 있다.

문풍지와 한복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은 정밀함에서 문화의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적당히 문을 짜서 단 후에 틈이 생기면 문풍지로 막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반면에, 일본은 융통성보다는 정확성에 중점을 두어 문을 닫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꼭 들어맞도록 만들기에 문풍지라는 것이 없다.

바지, 버선 그리고 되질, 말질 등도 치수를 무시하곤 한다.

즉, 한국의 멋은 약간의 비규격이 있는 멋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양복 바지는 기능주의, 합리주의를 지향해서 허리춤에 꼭 맞도록 만들었었다.

반면, 한복 바지는 인체의 허리 부분은 밥 먹을 때와 굶었을 때가 다르고 건강할 때와 병을 앓고 있을 때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치수를 재서 만들었기 보다는 풀어 입을 수도 있고 조여 입을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저자는 전통 물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바로'융통성'이다.


치수가 잘못되면 사람이 옷에 몸을 맞추어야 하는 주객전도의 양복 문화, 그것이 인간 소외 현상을 낳는 것이라면, 넉넉한 한국의 허리춤은 끝없이 인간을 감싸주는 융통성 있는 문화의 상징이다.


서양은 자아를 중심으로 개인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어 그들의 문화는 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자아의 문화란 너와 나를 구별하는 방벽과 도시와 도시를 분리하는 성벽의 문화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동양권 시인들은 두꺼운 벽이 아닌 병풍을 둘러치고 작업을 하였다.

병풍은 가볍고 신축성 있는 벽으로, 펴면 벽이 되고 접으면 한 공간이 된다.


병풍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아름답고 밝고 가동적인 벽이라고 할 수 있다.

병풍의 가동성과 신축성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적 기술의 원형이며 서구 문화와 동양 문화를 나누는 가장 상징적인 경계다.

즉, 병풍의 공간은 하나이면서 전체인 것이다.


(지금은 없지만) 어릴 적에 외가집에 가면 큰 병풍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저 보기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일종의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벽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병풍에 그려져 있는 그림 또한 누군가의 작품이었다고 하니 그때 봤던 병풍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

병풍이 다락방 옆에 있었기에 더 쭉 피면 조그마한 공간이 새로 만들어져 그 안에서 동생과 함께 놀기도 했다.

8살과 6살이 뭘 알겠냐마는 이미 그때 느꼈던 것이었다.

병풍의 공간은 하나이면서 전체라는 것을.




2022년 2월 26일.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셨던 이어령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


이어령 선생님께서 쓰셨던 작품 중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책결산을 살펴보니 『너 어디에서 왔니』였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작품들을 적지 않게 읽었었고 책장에 있는 그의 책들을 살펴보니 80년대에 출간된 책도 가지고 있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은 다름아닌 엄마의 책이었다. 20살이 되고서부턴 책을 더 읽었다는 엄마도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했었다고 한다.

외가집에 가면 오래된 LP부터 핑글핑글 돌려서 거는 전화기 그리고 책이 다락방에 가득해 병풍을 친 뒤 다락방으로 올라가 동생과 함께 탐험 놀이를 했었다.

그러다 다락방에서 엄마 이름을 새겨놓은 책 한 권을 보게 되었고 오래된 책이 신기해 그 책을 들고 다락방에 내려왔었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이어령 작가님의 책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에 집으로 데리고 왔으니, 그 책을 중학교 1학년 되는 시기에 읽었었다.

참 신기하다. 책 한 권으로도 나의 과거의 흔적들이 생각난다는 사실이.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소재로 생각될 수 있는데 소재 하나로도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생각이 이어진다.

국문학과도 가고 싶었던 학과 중 하나였는데,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비슷한 과목이 교양으로 나와 한 번 들은 적이 있었었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어령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었는데, 그 때 다시금 느꼈었다.

'역시 지성인이 맞구나. 지성인이구나!'


2월 말,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선 그와 그의 작품들을 기억하기 위해 3월에 새로운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 책이 바로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이다.

14년 전, 「날게 하소서」란 제목의 시에 구술 해설을 입혀 서문을 완성한 책으로 열 세가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메시지를 꼭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개해 보았다.

앞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표현하였었다.

틀에 박힌 생각은 결국 제자리 걸음하는 것과 다름없어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

틀에서 걷히는 순간, 그 때 창의적 사고가 발휘되는 것이다.

에세이지만 사고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해 인문서와 다름없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책은 3월에 읽었는데 3개월만에 올리게 되었다.

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재독하고 제대로 올리게 되었다.

책을 읽고선 글쓰기 노트에 정리를 마친 후에야 글을 쓰는 것인데, 지금까지 쭉 해왔던 방법이지만 바꿔야 하나 생각중이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새는 노트북 앞에 앉다가도 아프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니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아 더 느려지고 더 느려진다.

그럼에도 쭉 고수해 왔기에 쉽게 바뀌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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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16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어령님 마지막 병실에서도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하셨다고 합니다
육체의 고통과 쇠락의 끝자락에서도 글과 그림을 그리며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정신력에 탐복했습니다

하나님의 책장 스케치 멋져요
알라딘 이달의 굿즈로 줬으면 ㅎㅎㅎ

하나의책장 2022-07-17 18:26   좋아요 0 | URL
역시 시대의 지성이셨던 분이네요.
마지막 병실에서도 스케치하고 채색하셨다니.. 저 또한 그 정신력에 탐복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꽤 덥네요.
한여름인 8월에는 얼마나 더울지;
scott님은 주말 시원하게 잘 보내셨나요?^^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13
섬북동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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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을 보니 이제야 조금씩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여행의 욕구를 해소시키고 있었을까?


저자, 섬북동은 2011년 11월 서울 출생으로 양손잡이다.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이십 대로도 보고, 오십 대로도 보는 신기한 외모다.

사정상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전국을 떠돌며 자라 딱히 서울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 영화 마케터, 번역가, 디자이너 등의 직업으로 밥벌이를 한다. 책을 좋아한다. 아니, 그보다는 책을 읽고 나서 떠드는 걸 더 좋아한다. 그렇게 10년째 격주 토요일마다 떠들어댄 결과물은 브런치 ‘뒷book’에 기록하고 있다.

애인과 나란히 캠핑 의자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지만, 까뽀에이라로 몸을 만들고 시장이나 온라인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도 즐긴다. 주말에는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달리며 노을 지는 하늘을 구경하기도 한다.

다양한 부캐를 품고 살아가는 나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섬북동 씨~'

참고로, 섬북동씨 안에는 7인의 여행자가 있다.




Ⅰ 방구석 생존 여행


뉴욕의 봄. 드디어 뉴욕에도 봄이 오나 보다. 두꺼운 파카를 벗고 올해 처음으로 코트를 입고 출근했다. …… 퇴근길, 강 너머로 보이는 뉴욕 도심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친구와 헤어져 돌아가는 귀갓길, 강 너머로 내다보이는 불 켜진 뉴욕 풍경.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주말 아침. 오늘은 전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다리 건너 루즈젤트섬으로 가본다.


후쿠오카의 여름.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커피에 얼음을 잔뜩 넣어 냉동실에 잠시 넣어뒀다. 그 사이 빵을 한 장 꺼내 굽는다. 밤새 더위에 잠을 설친 뒤 조금은 멍한 여름날 아침에는 역시 믹스 커피가 좋다. …… 오늘은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마스크에 양산까지, 요즘은 나가려면 챙겨야 할 짐이 너무 많다. 이 더위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려니 괴롭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게 될까? 이러다 친구들 얼굴도 잊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며 세계 여행지가 담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얼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사우나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푹푹 찐다. 그래도 이제 8월 말이니 이 여름도 어느새 끝나겠지.


에든버러의 가을. 스코틀랜드에 오고 난 이후에는 모든 계절을 사랑하게 됐다. 특히 햇볕이 귀한 나라에 오니 가을 햇살은 더 귀하고 사랑스럽다. …… 토요일이라 외출을 감행했다. …… 제일 자주 사고 또 좋아하는 기념품은 에코백과 책갈피다. 흔해 빠진 것 같아도 오래 그곳을 기억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선물이다. 폐장 시간이 다 되었다. 바깥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해가 짧아지는 계절로 들어서고 있다.


스톡홀름의 겨울. 아침을 먹은 다음 든든히 껴입고 딸,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남편은 딸의 썰매에 줄을 매달아 끌고 눈 쌓인 길을 앞서간다. …… 겨울이 길어서 힘들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지상의 풍경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눈 쌓인 꽁꽁 언 호수 위로 우리처럼 해를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자국이 길게 찍혀 있다. …… 거의 한 달 만에 해가 뜨는 날, 이런 날을 놓칠 수 없어 온 가족이 근처에서 썰매를 타기로 했다. 도시가 온통 눈 천지다. 양옆으로 늘어선 삼나무 위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 요즘은 오후 한 시가 넘으면 해가 진다. 그러니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 다시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던 <HEYJOO>

남편과 딸과 함께 스웨덴에 사는 <펩선PEPSUN>

뉴욕에서 회사에 다니는 <배배 뉴욕BaeBae NY>

남편과 후쿠오카에 살며 일상을 공유하는 <윗시 wish>

옷도 음악도 취향도 감각적인 뉴욕의 <정윤 UniAvenue>

영국 런던에서 회사에 다니며 집안과 출퇴근 생활을 담아 올리는 <Yookyung's Day유경데이>

앞서 각 나라의 계절을 묘사했던 일상이 바로 위와 같이 나열한 유튜버들의 일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는 커녕 집에만 갇혀 있다보니 여행을 '낙'으로 살았던 이들에게 특히 유튜브는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을 것이다.

유튜브 외에도 패션을 통해 현지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 가고 싶은 나라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맛 그리고 화면으로 만나는 영화와 드라마, 글로 만나는 책 등을 통해 방구석에서 여행을 떠났으리라.

나는 여행이 너무 고플 때 어떻게 하더라?

책 중에서도 특히 여행 에세이를 보고 외국 영화 중에서도 「Midnight in Paris」 등을 보고 굳이 드라마나 예능으로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를 보곤 한다.

여행 에세이는 일반 여행서와 달리 저자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쓴 글이기에 읽다보면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된다.

글과 그림이 동시에 같이 움직이면서 당시 저자가 느꼈던 느낌들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여행 에세이는 특히나 함께 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많이 보고 드라마, 예능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는 꼭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를 본다.

꽤 오래 전에 방영했었던 아임 리얼 시리즈나 잇시티도 어렸을 때 보던 기억이 선명해 가끔 보곤 하지만 그래도 나의 픽은 현지 느낌을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더 추가하자면, 바로 유튜브이다!

몸이 좋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에 콕 박혀 있을 때 유튜브를 보곤 했는데, 유튜브는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습득할 수 있는 공간으론 최고인 것 같다.

온갖 학습의 장인지라 전문가들의 교육이 담긴 영상과 다큐멘터리 위주로 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RECIPE나 DAILYLIFE에 빠져 (해외) 일상, 여행 브이로그를 보다보면 순식간에 1-20분이 훅 지나간다.

책에서 나온 채널 영상을 한 번씩 쭉 봤었는데 저자가 이렇게까지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박에 알 것만 같았다.




Ⅱ 집 밖 일상 여행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프리랜서 생활로 돌아오면서는 조바심이 났는지 일을 무리하게 받았다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 정도로 깊이 가라앉았지만, 어떻게든 일어났다. 그러고 무작정 걸었다. 언덕을 넘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옆 동네 마트라도 갔다.


2만 4,905걸음. 제주에서 돌아온 문언니의 소환에 금요일 밤 공덕역으로 향했다. …… 공덕 꽃길을 걸어 어느새 홍대입구역까지 왔다. 헤어지기 전,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 노점에서 문언니는 한 다발에 5,000원 하는 '옥시'라는 꽃을 하나씩 사서 안기고는 사라졌다. 옥시의 영어 이름은 'starflower'. 별을 꼭 닮아 붙은 이름이란다. 밤 11시에 퇴근하면서도 벚꽃을 보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는 옥 언니, 제주가 너무 좋다면서도 서울에 오면 외국이라도 온 것처럼 탄성을 질러대는 문 언니. 나와 봄밤을 같이 걸어 주는 별처럼 따뜻한 친구들. 휴대폰을 보니 2년 전에 갔던 부다페스트 여행에서 비틀거리며 걷고 또 걸었던 그 날의 걸음 수가 나왔다.


1만 3,219걸음. 7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걷고 돌아와 아침 글쓰기를 한 뒤 30분 정도 요가를 했다. 달걀 두 개를 꺼내 삶고, 그 사이에 머리를 감았다. 오늘은 연남동까지 걸어가서 일할 계획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좋은 점 한 가지는 평일 오전 시간에 카페를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날 저녁에는 합정역에 살다가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친구를 만났다. ……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팔을 휘적대며 꽃잎을 잡느라 분주했다. …… "저기저기, 저거 잡아!" "와앗! 2021년 대애박!" 용케도 내 손 안에 꽃잎이 들어왔다. 우리는 부적이라도 되는 듯 휴대폰 케이스 안에 꽃잎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에는 꼭 다시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도 함께 넣었다.


2만 2,327걸음. 윤문 일을 같이하기로 한 선배와 일을 준 회사의 대표와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동네 친구에게 맥주 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오늘은 어차피 일하긴 글렀다. …… 친구와 나는 어느새 만석이 된 가게를 나와 배도 꺼뜨릴 겸 연남동 카페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밤공기는 쌀쌀하다. 그래도 이 시간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계절이 왔다는 게 믿을 수 없이 좋다. 하루 건너 하루 보는 사이인데도 도통 마르지 않는 수다를 떨고 횡단보도에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섰다. 걸음 수를 확인한다. 또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


1만 9,878걸음. 다음 날 점심엔 효창공원까지 걸어가 친구와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 카피라이터 생활을 접기로 한 12년 전, 친구가 살고 있던 미국 버클리에 작은 집을 빌려 3개월간 영어 수업과 도서관, 마트만 오가며 한가롭게 지냈던 시간이 가끔 그립다.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이와 시간, 지금 이 시간도 몇 년 뒤에 뒤돌아보면 또 다른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 언제나 지금이 내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1만 6,379걸음. 거의 3년 만에 알고 지내던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나는 잡지사에 들어가기 전이었고, 편집자는 출판사를 막 그만둔 뒤였다. …… 새로 작업할 책이 든 가방이 든든하다. 새 책을 번역하는 기분은 새로운 도시에 처음 발을 내딛는 기분처럼 언제나 두근거린다. 이 도시에 내가 모르는 즐거운 이야기가 더 많기를 바랄 뿐.


1만 3,895걸음. 작년에 번역가 작업실에서 나온 뒤부터는 작업하는 공간이 늘 고민이었다. 카페를 가자니 밥 먹기도 애매하고 오후가 되면 사람이 많아졌다. 도서관은 좀 답답하기도 하고 방역 시간이 있어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집은 그보다 더 답답하고 침대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 여름처럼 더운 날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2년 전 가을, 언니네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났던 날이 떠오른다.


1만 9,883걸음. 작업료가 입금된 기념으로 함께 일한 선배가 밥을 사고 내가 커피를 사기로 했다. 오랜만의 이태원 약속. …… 오후에는 동네 친구의 생일 축하 겸 집들이 모임을 다녀왔다. 이사 당사자이자 생일자인 친구는 어제 미리 봐 둔 장으로 화려한 손님상을 차려냈다. 실컷 배부르게 먹고, 배도 꺼뜨릴 겸 불광천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나는 걸으며 여행의 감각을 기억해내려 한다. 새로운 골목과 나무와 풍경을, 친구와 함께 와야지 어느새 다짐하고 있는 식당과 카페를, 그리고 잊은 줄 알았던 여행자의 기분을.


반복적인 루틴에서 조금의 산뜻한 순간을 더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이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집 밖으로의 여행!

누군가는 플랭크를 통해, 다른 누군가는 만 보 걷기를 통해, 또다른 누군가는 자전거를 통해, 달리기를 통해 집 밖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나는 '산책'을 통해 즐기는 편이다.

어느 한 곳에 탁 내려놓으면, 그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적당한 걸음을 유지하며 걷고 있는 그 곳들을 눈에 담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생각이 많을 때,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을 때, 새로운 것을 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걷곤 한다.




Ⅲ 기억에 기댄 여행


여행을 통해 남기는 모든 것은 곧 추억이 된다.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은 역시 사진이다.

휴대폰으로, 카메라로 곳곳을 담아내면, 이후 사진을 통해 그곳에서 있었던 일부터 감정까지 순식간에 되새길 수 있으니깐.


그 외에 꼭 챙기는 것이 있다면 엽서와 마그넷 그리고 영수증이다.

엽서와 마그넷은 그렇다치지만 누군가에게 영수증이라고 말하면 갸우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영수증은 최고의 기념품 중 하나이다.

어차피 버리기에 대부분 영수증을 받지 않지만, 나는 다녀온 곳의 영수증을 테이핑처리하여 일기장에 붙여놓고 그 때의 기록을 한다.

기억을 상기시킬 때 영수증은 사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모으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진부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다음 여행을 다 같이 기다린다. 반드시 찾아올 여행을.




나의 활동은 코로나가 딱 터지자마자 멈추었었다.

코로나에 호되게 당했었던 그 날들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져 아직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도 잠잠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프기도 정말 아팠었고 지금도 후유증이 심한 편이라 아직은 무섭게 느껴지나 보다.


코로나 터지기 두어 달 전에 갔던 제주도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으니 반년 이상을 집과 병원에서만 맴돌았다.

한 두달에 한 번씩 갔던 미술관이나 전시회 그리고 꾸준히 VIP이었을 정도로 자주 갔던 영화관도 코로나 터지자마자 발길을 뚝 끊었으니깐.


그러다 6월 첫째주부터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외식을 하고, 외출다운 외출을 하고, 여행을 하고, 극장을 가고.

원래의 일상인데 이 모든 것들이 올해 처음으로 한 일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어디에 감금되어 있었던건가 싶을 정도로 헛웃음이 난다.

그런데 갇혀있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저자들처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방법들을 통해 답답하고 지친 마음을 나름 위로해줬었으니깐.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습관을 잘 습득한다면 단순히 코로나때문만이 아니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한 줌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던 것들이 오프라인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이전에 빡빡하게 느껴졌던 삶을 다시금 느껴야 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생각해보라. 이전의 삶이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긴 했지만 단점도 있지 않았던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면서 본인에게 정신적으로 이로웠던 점도 있었을 테니깐.


책상에 잔뜩 쌓아놓고 공부할 수 있었고,

책도 잔뜩 읽을 수 있었고,

그간 봤던 영화와 미드들을 다시 볼 수 있었고,

피아노, 가야금 외에 하프와 기타를 시작할 수 있었고,

마스크 꼭 쓰고 늦은 저녁 산책을 할 수 있었고,

마당 한 켠에 나만의 조그마한 텃밭이자 식물원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도, 글로도 남겼으니

나는 이미 여행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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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16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통 받으셨다니 ㅠ.ㅠ
유월 맑은 공기로 심신의 휴식과 평온을!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여행은 이제(비행기 타고) 목숨을 걸어 야 하는 시대가 된것 같습니다 ㅎㅎㅎ

하나의책장 2022-07-13 21:27   좋아요 0 | URL
코로나 걸렸을 때도 정말 아팠었는데 이제는 후유증으로 고생중이니.. 참 답답해요ㅠ
몸이 아프다보니 잠수 아닌 잠수를 타게 되네요ㅎㅎ
저는 미각, 후각 돌아오는 것만 해도 6개월이 걸렸었는데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못하고 후각 신경에 조금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사실 후유증이라고 해도 별 것 없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ㅠ
정말, 건강이 최고임을 절실하게 느꼈던...^^

요새 정말 미국으로, 유럽으로 여행다녀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많이 부럽긴 하지만 전 아예 백신을 안 맞은 상태인지라 해외여행은 지금도 여전히 꿈도 못 꿀 일이에요>.<

요새 코로나 확진자가 알게 모르게 더 늘어난 상태라 병원에서도 조심하라고 했으니 여름 휴가는 생략하고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에 상황 봐서 국내 어디라도 다녀오려고요ㅎ
scott님은 여름 휴가계획 있으신가요?
 




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미카엘라 르 뫼르

#당신의쓰레기는재활용되지않았다 #재활용 #재활용시스템모순 #재활용시스템불평등 #친환경 #미카엘라르뫼르 #풀빛

 

우리는 분리수거를 일상화하며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다.

나 또한 이물질이 묻지 않게 깨끗하게 씻은 후에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며 환경 보호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는 마냥 효과적인 분리 배출법이 아니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문제들이 불거지게 되었다.

친환경 정책과 재활용 산업의 모순, 쓰레기 식민주의로 인한 불평등의 실태를 담은 이 르포에 주목하라.

재활용 쓰레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제자리를 찾기 위해 눈을 떠야 할 때가 왔다.

 

 

 


『생각을 성과로 바꾸는 마법의 꿈지도』 | 김은정

#생각을성과로바꾸는마법의꿈지도 #클래스101크리에이터 #김은정 #체인지업

 

한 해가 지나면 새로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요즘 얘들'의 세대가 휙 휙 바뀌는 느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한 해만 지나도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통계에 따르면, 2030 세대들이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거나 미래를 위해 저축하며 조기 은퇴를 위한 삶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는 (일부) 통계에 의한 것으로 대부분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어린 나이대일수록 자기 주관이 분명해지는 게 느껴진다.

요즘은 어린 세대의 대부분이 욜료족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세대들에게 조언을 한다.

몇 시간 후에 하고 싶은 일을 꿈으로 정한 후 그걸 해냈을 때 느껴지는 작은 성공부터 시작하라고.

그렇게 매일 꾸준히 자신의 꿈을 기록하고 하나씩 완수해 나가면서 성취감을 얻을 것이라고.

이렇게만 한다면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해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 | 오히라 노부타카

#게으른뇌에행동스위치를켜라 #오히라노부타카 #밀리언서재

 

매년 꼭 보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뇌'에 관한 것이다.

뇌는 과학으로 혹은 자기계발로 주제가 연결되는데, 오늘은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뇌는 엄청난 귀차니스트이다. 다르게 말하면 귀찮아하는 뇌를 움직일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바로 행동하는’ 스위치를 ‘ON’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편향이 작용하여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의 실마리’, 즉 행동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이 포인트다.

매일같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결국 그 생각이 행동에 대한 밑받침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없이 그려야만 하는 것이다.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도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컬러愛 물들다』 | 밥 햄블리

#컬러愛물들다 #밥햄블리 #리드리드출판 #색채

 

색은 참 신기하다. 조금만 섞여도 금세 바뀔 정도로 마법을 부린다.

색은 심리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룰 정도로 우리에게 꽤 많은 영향을 준다.

책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컬러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 더 읽고 싶은 아쉬움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판덩

#나는불안할때논어를읽는다 #판덩 #미디어숲 #공자 #공자의지혜 #공자의처세

 

지겨울 정도로 재독하는 책 중 하나가 바로 「논어」로, 수많은 해석본이 있을만큼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 책 또한 현대 과학에 근거한 이론으로 공자의 주장을 검증하여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공자의 지혜와 처세는 우리의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살면서 한 번쯤은 꼭 읽어보는 것이 좋다.

 

 

 








『행복한 잠자리』 | 손종우

#행복한잠자리 #손종우 #북랩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 읽을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내게 잠자리는 시골 그리고 외할머니와 외삼촌과의 추억을 절로 생각나게 해준다.

외가집 마당에 큰 화단과 밭에만 가도 볼 수 있는 게 잠자리였다.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허물벗기와 날개돋이를 하기까지, 그 과정을 동화책으로 보니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무리한 것도 전혀 아닌데, 주말에 코피까지 흘리며 며칠 정신을 못 차리다 이제야 몸을 일으켜본다.

아직 나에게 나들이는 무리인 것인가.

(결국 목적지는 병원이지만) 나흘 만에 외출을 하는데,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 간다.

집 오는 길, 지나가는 꽃집을 보며 꽃 한 아름 데려올까 하다가 집에 있는 식물들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마당 한편에 있는 마루는 어느새 "하나의 식물원"이 되었다.

따스한 햇살 받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쭉쭉 자라고 있는데, 언제 또 나무와 식물들이 이렇게 늘어났나 싶다;

고추랑 방울토마토 심은 것도 벌써 키가 훌쩍 자란 데다 꽃까지 핀 것을 보니 조금 더 있으면 열릴 것 같다.

엄마 닮아서, 아니, 정확히는 외할머니 닮아서 큰손 본능은 멈출 수가 없나 보다.

딱 화분 하나만 심어야지 했는데 어느새 고추 화분만 여섯 개이니 이러다 마당 절반이 곧 나무와 식물들로 뒤덮일 수도 있겠다 싶다.

마당에 있는 식물 말고도 집에서 수경재배로 키우는 것만 여.. 여덟... 개인지라 공기청정기가 꼭 두 대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번 주말에 동생 데리고 가지치기 하면서 싹 정리해놔야지♪

 

아무것도 안 하는 듯한 일상이지만 꾸준히 책탑 올리면서 독서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빈방 하나가 더 생겨 작은 책장 세 개를 더 들였다!

 

책과 식물과 함께 하는 삶도, 나쁘진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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