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아이

저자 기욤 뮈소

밝은세상

2024-12-17

원제 : Quelqu'un d'autre (2024년)

소설 > 프랑스소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빛 하늘이 최면을 걸듯이 눈길을 잡아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고 푸른 하늘이다. 요트 위를 맴돌던 한 무리의 갈매기들이 습기라고는 전혀 없는 청명한 대기를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은빛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45피트 요트가 간헐적으로 출렁거린다.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는 밀라노에서 항공기에 탑승해 세 시간 전 니스에 도착했다. 그녀는 니스에 내려서자마자 항무관 사무실에 전화해 <루나 블루호>의 출항 준비를 부탁하고 나서 칸으로 직행했다. 이제 곧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요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냉정하게 따져볼 시간이 필요했다.



오리아나는 다시 플라이 브릿지로 올라가려다가 너무 허둥대는 바람에 사다리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갑판으로 떨어진다. 잠시 머릿속이 아득해졌다가 눈을 떴을 때 햇빛을 막고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 잠수복을 착용한 괴한은 쇠꼬챙이인지 부지깽이인지 모를 무기를 손에 들고 있다.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오리아나는 괴한의 정체를 알아보았고, 그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든다. 그녀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괴한이 휘드른 쇠꼬챙이가 머리와 목을 가격했고, 오리아나는 마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갑판을 적시는 동안 갈매기 울음소리만이 하염없이 울려 퍼진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는 저명한 기업가 카를로 디 피에트로의 딸이다. 1984년 6월 18생인 그녀는 이복동생 스테파노보다는 아홉 살 연상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실험영화센터를 졸업한 오리아나는 학창 시절에 모델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2005년 《RAI(이탈리아 공영방송)》에서 지역 문화계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뒤 줄곧 해외 특파원을 지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체첸공화국의 전쟁 당시에는 종군기자로 명성을 떨쳤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보코 하람의 반란, 멕시코 정부가 펼친 마약과의 전쟁, 수단 다르푸르에서 자행된 참혹한 인종 학살 등을 다룬 기사를 기고해 세계 전액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현재까지 우발적인 강도 사건이 살인미수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니스 검찰청의 필리프 레클뤼즈 검사는 언론을 통해 잘못 보도되고 있는 몇 가지 정보들을 바로잡았다. 아직 고무보트를 타고 정박해둔 요트로 접근한 다음 몰래 승선한 괴한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고 증언한 사람은 없었다. 참혹한 폭행이 자행되던 날 저녁 시간에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고무보트가 요트를 향해 접근해가고 있었다는 증언은 있었으나 그 어떤 영상 자료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 수사팀은 아직 우발적인 강도 사건이었는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피습사건이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고,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RAI》에서 기자로 재직 시절 중동의 위험 지역에서 돋보이는 취재 활동을 펼쳐 명성을 얻었고, 이후 출판사를 설립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오리아나에게 과연 어느 누가 원한을 품고 그토록 참혹한 피습사건을 저질렀는지 아직 전혀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경찰은 오리아나의 휴대폰 사용 기록과 그녀의 가족관계,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을 탐문 수사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999년에 프랑수아 들로네가 부부 싸움을 하다가 총을 발사해 부인에게 치명상을 입힌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다. 큰 충격을 받고 가출한 아드리앙은 한동안 뉴욕으로 떠나 방황과 일탈의 시기를 보낸다. 4년 동안 이어진 일탈의 시간 동안 아드리앙은 도박장에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돈을 따기도 하고,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마약에 손을 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고,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위기를 벗어날 출구를 찾지 못한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그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색소폰 연주자 세다 포맨이다.

세다 포맨은 크리스토퍼 가의 재즈바 앞에 쓰러져 있는 아드리앙을 발견한다. 관록의 재즈 연주자인 세다 포맨은 아드리앙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주는 한편 마약중독 치료에 성공하면 그가 리더로 있는 재즈 사중주단에 넣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스위스의 마약 치료센터에 들어간 아드리앙은 마약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한 끝에 악마의 덫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를 만난 때는 마약중독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다.



“혹시 당신에게는 비밀리에 만나는 연인이 있었습니까?”

“당신들이 한동안 나를 미행하고 다녔으니 이미 답을 알고 있을 텐데요?”

“당신 생각을 말하지 말고,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혹시 부인을 속인 적이 있습니까?”

“그건 내 사생활이니까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사생활이라니요? 감치 상태인 용의자는 사생활을 내세워 답변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솔제니친의 작품을 읽어보세요. 우리의 자유란 타인이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바탕 위에서 구축되는 겁니다.”

“나는 지금 용의자를 심문하고 있어요. 철학 강의 시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러 차례 물었으나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경찰과 언론은 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취급하고 있고, 나는 일 년이 넘도록 내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죄인처럼 지내왔습니다. 내 아이의 학교 친구들이 ‘네 아빠가 엄마를 죽였대’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입니다. 내 아이들의 눈빛에 나를 향한 의혹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십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팀장님은 아이가 없죠?”

“그건 왜 묻죠?”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말하는 게 어렵습니까?”

“아이는 없습니다만 이 일과 무슨 상관이죠?”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있거든요. 이 세상은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은 나를 움직이는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최고의 자산가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재즈 피아니스트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당신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을 배우자로 선택했잖습니까?”

“오리아나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당시만 해도 나는 그녀의 부친이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자산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재산을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적이 없거든요.”

“당신은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왔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하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백만장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고가의 미술품도 많이 구입하고, 명품 시계도 수집하고, 늘 호사스러운 호텔을 이용하고 있더군요. 당신의 우아한 패션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하게 비싼 명품 옷들을 구입해 입어야 할 테고요.”

쥐스틴 팀장이 의자에서 일어나 아드리앙의 뒤쪽에 가서 선다. 그런 다음 아드리앙이 입고 있는 폴로셔츠의 상표를 그 자리에 동석한 엘 암라니 형사에게 보여준다.

“아슈라프, 자네는 이 폴로셔츠 한 장이 우리가 꼬박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월급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야생 라마의 털을 원료로 짠 폴로셔츠거든.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털이라고 하더군.”

쥐스틴 팀장이 엘 암라니 형사에게 폴로셔츠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동안 아드리앙은 의자를 한 바퀴 돌려 그녀의 손길에서 벗어난다.

“아무리 로로피아나에서 만든 명품이라고는 해도 폴로셔츠 한 장에 3천9백 유로를 받는다는 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은 이런 명품 옷들을 가리켜 티 나지 않게 럭셔리한 제품이라고 떠들어대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고가의 폴로셔츠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라.”



아드리앙은 지적이고 배려심 많고 항상 재미있다. 그는 이번에 출시하는 앨범 전체를 우리의 사랑을 찬미하는 곡으로 채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그에게 영감을 준 덕분에 태어난 음악들이라고 한다. 그의 팬들과 비평가들은 이번 앨범을 그가 지금껏 선보인 음악 가운데 최고 걸작이라고 평한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러 계획을 세운다. 아이를 낳고,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서고, 몬태나에 농장을 구입하고, 호세 이그나치오에서는 어부의 집을 한 채 사기로 약속한다. 행복의 맛이란 위험하기 그지없다. 난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곳에는 절대로 어두운 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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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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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저자 정영진

21세기북스

2025-01-15

인문학 > 인문 에세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기획자가 있습니다.

아마 유튜브를 통해 보셨을 수도 있을 텐데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 선글라스입니다.

누구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오늘 소개할 책은 『정영진의 시대유감』입니다.


요새 뉴스 보는 게 고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하나같이 답답한 내용들뿐인지라 뉴스만 보면 고구가 백 개를 한 번에 먹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자 또한 지금의 답답함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모순(矛盾)을 밝히다



'왜'라는 질문은 왜 중요할까.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왜'라는 질문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어나 도구의 사용도 중요하겠지만 단순한 언어, 복잡하지 않은 도구는 일부 동물도 사용한다. 또 우리의 먼 조상인 유인원들도 당연히 언어와 도구를 사용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앞선 누군가가 늘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는 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왜라는 질문을 해도 될 때가 됐는데 오히려 그 질문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왜를 묻지 않던 기성세대들의 관성, 그리고 그들이 지금의 세대를 결핍 없이 길러낸 결과다.



우리의 삶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매듭으로 완성되는데, 이 매듭을 잘 묶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니 늘 마음 한 켠이 공허하고 허전한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사람이든 사물이든 추억이든 진짜 소중한 것에 관심을 갖고, 괜찮은 인생의 매듭을 짓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어렵지 않다. 늘 죽음이 내 주변에 있고, 언제든 날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게 그렇게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그럼 소중한 것은 저절로 눈에 보이고,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눈 밖에 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죽음을 기억하자.



개인의 만족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없다면 한번 테스트 해봐도 좋다. 3년 전, 5년 전에 비해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길어졌는지 아니면 짧아졌는지 말이다. 만약 더 짧아졌다면 어느 정도는 제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점점 설명이 길어지고 구차해진다면 지금의 방향이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함께 공부하던 여자친구와 결혼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안은 여유롭지는 않아서 둘은 휴일도 없이 일한 끝에 대출을 받아 강남에 꽤 큰 아파트를 마련했다. 한강이 보이는 큰 아파트에 들어간 부부는 근사한 음악을 틀고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기 위해 둘은 또 죽어라 돈을 벌었다. 출산 계획도 나중으로 미루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휴대폰을 두고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때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 아침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 테라스 티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삶의 위기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 고민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가시밭길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할지라도 우리는 꽃길 걸을 날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곤 하죠.

다만 과거와 달리 사회가 변모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족들에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말을 꺼낸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시간 맞춰 출퇴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월급까지 꺼내 보이게 됩니다.

시험에 합격하지도 못했는데 월급은 어디서 난 것일까요?

어쨌든 월급을 가족들에게 보여야 했기에 사채에 손을 댄 것입니다.

그렇게 불어난 사채와 쌓고 쌓인 거짓말의 압박에 못 이겨 청년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처구니없는 뉴스들이 가득합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보여지는' 삶이 강조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1장에서는 모순을 밝힙니다.

인간의 정의, 죽음을 기억하면 진짜 소중한 것만 남는 이유를 시작으로 공감 능력, MBTI, 인간 판사와 AI 판사, 분노조절장애, 사생활을 포기하고 인스타그램에 매달리는 이유 등 현 시점에서 다뤄지는 이슈와 문제들의 모순을 짚어보게 됩니다.





가식(假飾)을 비웃다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면, 특히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 차이를 몸으로 겪은 어른이라면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세상에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불평등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격차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벌어진 차이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하더라도 극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글은 다른 언어를 표현하기에는 태생적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완성도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결코 어느 문자에도 뒤지지 않는다. …… 늘 그렇지만 지나친 자랑 뒤에는 자신도 모르는 열등감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과 한국어를 아무런 열등감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는 누군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네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보다는 "화내지 않을테니까 얘기해봐."라고 진실을 마주하거나 "네 말 때문에 내가 500만 원을 날렸으니, 책임을 느낀다면 다음 달까지 절반은 갚아줘."라고 손실을 만회할 대안을 제시하자. 이것이 적어도 실체 없는 거짓말에 화내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20대 때는 받아들이는 것이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수용하고 있는 것이 직언입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의 직언은 큰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나를 위해 말해준답시고 돌려서 까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이를 잘 수용하고 거르다보면 그 말이 나를 위한 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능력도 생깁니다.

다만, 너를 위한 조언이라며 누구에게나 무분별하게 조언하는 이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조언이라 포장했을 뿐, 은근히 상대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2장에서는 가식을 비웃습니다.

연예인이 버는 수백 억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리고 아이돌 조공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히려 인생을 망칠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집착은 단지 정신 승리일 수 있다며, 우리가 인생과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있들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소신(所信)을 말하다



세상 참 잔인하고 삭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인류는 매일 생사의 갈림길이 지배하는 초원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살아남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 전쟁과 그에 못지않게 잔인한 기아, 질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만약 먹고살 만했다면 우리는 지금 인류가 아니라 판다나 코알라 혹은 나무늘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욕심이 많아 죽을 둥 살 둥 사는 게 아니라, 죽을 둥 살 둥 경쟁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인류가 된 것이다.



정리하자. 약자가 선할 것이라는 상상은 구만두자. 그들이 선한 행동을 해야 하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남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종종 남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같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약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용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된 행동이 잘한 행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너그러이 보되, 옳지 않은 행동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서로 미워하지 않게 된다. 그게 사회의 통합에 훨씬 더 좋은 일이다. 특히나 약자의 편에 서는 척하며 자기 장사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갈등을 부추기고 우리 사회를 좀먹는 이기적인 기생충들이다.



소수는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벼슬을 단 것도 아니다. '날 건드리면 소수자를 탄압하는 나쁜 놈으로 만들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더불어 기존의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때도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도 대화도 없이 무조건 원하는 걸 들어달라는 주장은 폭력적이며 억지다. 만약 어떤 80대 노인이 '올림픽 종목의 실력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체급에 따라 메달을 따로 주듯 연령대별로 메달 개수를 늘려달라'고 주장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최소한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면 많은 사람이 동의할 만한 대안을 들고 와야지, 지금 시스템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며 바꾸라고만 한다면 그저 떼쓰기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시대유감: 비상계엄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벌인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했다. 70~80년대도 아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대통령이 군인들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고, 몇몇 헌법기관에 침투해 무언가를 획책하려 했다. 심지어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 그리고 영향력 있는 언론인마저 체포와 구금을 시도했다.

……

왜? 도대체 왜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던 것일까.

……

이런 결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국민들에게서 비롯되었고,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또 어리석은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분명 치를 것이다. 외신의 평가처럼 할부로 조금씩 갚아나갈지, IMF 때처럼 큰일을 겪고 꽤 오랫동안 뼈에 새기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기 싫어도 질 수밖에 없다. 그때 애먼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집단의 선택일지라도 개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



가난이 범죄 이유가 아니었지만 범죄를 저지르고선 가난과 부모님 봉양을 이유로 양형해달라는 뉴스를 본 적 있습니다.

가난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고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저지른 범죄였음에도 말이죠.

간혹 범죄를 저지르고선 양형 이유로 가난을 내밀 때가 많습니다.

범죄는 범죄일 뿐, 우리 사회에서는 확실히 구분지어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누구나 범죄자가 되는 것을 아니니깐요.

덧붙여, 약자가 착한 사람이라는 사회의 인식 또한 사라져야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 산책을 마치고 집에 가던 도중 한 아이가 제 팔을 쇠막대기로 내리쳤었습니다.

순식간에 퉁퉁 부어오른 팔을 보며 엄마가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장난으로, 재미있어서 그랬다고 답했습니다.

곧이어 집앞에서 쇠막대기 휘두르던 아이 엄마가 나왔습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아이 아빠가 없다, 집이 가난하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병원비 드릴 만한 돈이 당장은 없다라는 구구절절한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애초에 병원비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었고 그저 아이가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결국 엄마의 사과만 받고 돌아갔었습니다.

그러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동네에서 재미로 쇠막대기를 휘두르고 다니는 꽤 유명한 아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약간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가 안쓰럽게 여겨 혼을 내지도 않아 동네 사람들도 피해 다닌다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약자라고 해서 꼭 착한 사람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3장에서는 소신을 말합니다.

특히 약자, 성, 환경 등 민감한 특정 주제들을 들어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대한민국은 수렁에 빠진 듯합니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 바빠 하루하루를 힘겹게 열심히 보내는데, 어째서인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기 바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자극적인 뉴스로 눈길을 끌고자 하는 여론과 일부 유튜버들까지.

분명한 것은 이들 모두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살기 좋은 나라 순위권에서 점점 내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점점 변모하는 사회로 인해 나라는 물론 사람들까지 병들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자는 정치, 경제부터 문화, 사회까지 전 영역을 돌아보며 날카롭게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평등, 약자, 부, 계급, 세대론, 성 등 민감한 주제에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모두가 각자의 주장을 가지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저자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고 싸우고, 싸우고 또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뻔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 지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유감없는 시대에 도착할 그 날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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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법칙

저자 모건 하우절

서삼독

2024-02-28

원제 : Same as Ever

경제경영 > 경제학 > 경제이야기





역사를 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곳인지 깨닫게 된다. 때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중대한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접촉이나 별생각 없이 무심코 내린 결정 때문에 일어났다. 그것이 경이로운 결과를 낳기도 하고,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 작가 팀 어번은 말했다. "만일 당신이 시간여행을 해서 태어나기 전의 세상으로 간다면 그 어떤 행동도 섣불리 하지 못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도 미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역사를 들여다볼 때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스토리가 어떻게 끝나는지는 대개 알지만 그 스토리의 시작점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무엇이 2008년 금융 위기를 일으켰을까? 그 답을 알려면 먼저 모기지 시장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모기지 시장에는 무엇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이전 30년간 금리가 하락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금리 하락을 초래한 요인은 무엇일까? 그걸 이해하려면 먼저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알려면 1970년대의 통화 제도와 베트남전쟁의 영향을 들여다봐야 한다. 베트남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며 미국인들이 공산주의에 공포심을 갖게 된 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짚어 올라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계속된다.



장담하건대,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향후 10년간 나타날 가장 큰 리스크와 가장 중요한 뉴스는 지금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무언가일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때가몇 년도이든 마찬가지다. 내가 이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속성이 리스크를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누군가가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일어나면, 그 사람의 예측이 옳은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했는데 일어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예측이 틀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적 에너지가 덜 들어가고 편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실제 결과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어쩌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또는 자기 자신에게)납득시키기는 어렵다. 포인트는 이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를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을 원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100년 만의'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건을 생각해보자. 100년만의 홍수, 허리케인, 지진, 금융 위기, 사기, 전염병, 정치적 붕괴, 경기 침체 등등. 수많은 끔찍한 사건을 100년 만의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100년 만의 사건'이란 100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해에든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약 1퍼센트라는 의미다. 이는 낮은 확률로 느껴진다. 하지만 수백 가지의 개별적인 100년 만의 사건들이 있다면, 특정한 해에 그중 하나가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꽤 높다.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정보의 중요성이 그 정보 전달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고, 복잡한 정보가 마치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이해하기 쉬워지기를 원한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자. 정보가 오고가는 어떤 상황에서든, 즉 제품, 기업, 정치, 지식, 교육, 문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물리학 저서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 내게 그러더군요. 책에 방정식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 것이라고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스토리다.



투자자 패트릭 오쇼너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놀라운 성취를 거둔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대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괴로워' 보인다고 해야 맞을듯했다." 두려움과 고통, 역경은 긍정적 감정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다. 이것은 역사가 주는 큰 교훈이다. 그리고 이 교훈은 결국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을 준다. ‘어떤 삶을 원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라.’ 아무런 걱정도 고통도 스트레스도 없는 삶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삶에는 동기부여도 발전도 없다. 역경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창의적 문제해결과 혁신의 가장 강력한 연료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듯 성가신 문제나 불편함을 얼마만큼 견디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이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탓에 화장실에 갈 때도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다리를 쓸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렌지주스를 먹고 싶지만 사람들이 우유를 가져다줄 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우유를 마실 줄알아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얼마만큼의 비효율성과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전업 작가가 걷는 세 가지 길을 이렇게 말한다.

1.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큰돈을 벌수 있다.

2. 진실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먹고살 수는 있다.

3.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깡통을 차게 된다.

인센티브의 힘을 이보다 더 깔끔하게 요약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는 때로 사람들이 비상식적이거나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다.



투자 세계의 조언에 따라 "나는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낼 거야"라고 장담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장담하는 것은 실제로 시장이 나빠지면 자신의 생각과 목표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이전에 예상하지 못한 목표와 관점을 택하게 되는 까닭은, 침체기에 변하는 것은 단순히 자산 가격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당신에게 주식이 30퍼센트 떨어지면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해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이고 그저 '주식만' 30퍼센트 떨어진 상황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고통을 겪고 나자 안정을 갈망하게 된 것이다.' 역사를 보며 이렇게 말하기는 쉽다. "거봐. 멀리 보면서 조금만 견디면 결국 다 회복되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다니까." 하지만 이는 사람의 마음은 건물이나 경제보다 더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망각한 말이다. 우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기분, 두려움, 희망, 원망, 목표, 동기, 기대는 그럴 수없다. 부분적으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역사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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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

다산초당

2024-11-08

인문학 > 인문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인 돈을 주체적으로 피하는 기술, 그리고 단 한 명의 적도 만들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기술, 매우 어려운 이 두 가지 기술을 내게 보여준 사람이 있다.



정말 기이한 일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살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면 일을 해서 벌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세계 모든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작은 도시에서도 빵 한 조각, 맥주 한 잔, 잠잘 방 한 칸, 옷 한 벌을 얻으려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돈을 내야 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아무도 공짜로 일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동조합이 정한 적정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구겨진 바지를 입은 그 작고 마른 청년은 어떻게 이 법칙을 어길 수 있었을까? 오늘날 전 세계에 걸친 협정과 임금체계의 촘촘한 그물망을 그는 어떻게 피했을까? 그리고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바로 알아차렸듯이, 그는 어떻게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종종 안톤을 생각한다. 그토록 큰 도움을 내게 준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늘 한결같이 쾌활하고 태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호 신뢰의 비결을 배운다면, 경찰도 법원도 교도소도 돈도 필요 없을 거라고.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첫 번째 충동에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돈의 주인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지배자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지울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우리의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그러므로 전쟁 첫해 말에 우리가 더는 전쟁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우리가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작은 심장 하나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수백만 사람들이 이 침묵 속에서 억압받고 있음을 나는 매 순간 깨닫는다.



그러니 우리 함께합시다. 각자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작품과 삶으로, 이 의무를 완수합시다. 이 어두운 시절에 우리가 자기 자신을 믿고 서로를 신뢰할 때만, 우리는 명예롭게 우리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살아가게 하는가?

굴욕이나 수침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안다.

"그날 아침 우리의 말 한마디, 다정한 몸짓 하나가 그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어쩌면 줄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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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저자 김태현

원작 니콜로 마키아벨리

PASCAL

2025-01-20

인문학 > 교양 인문학

고전 > 서양고전사상

인문학 > 서양철학 > 중세철학

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맥베스의 수단으로써의 행동을 비도덕적이라고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 전반을 잘 요약한 개념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자가 이상적인 도덕성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국가의 이익과 안정성을 위해 비도덕적인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안정을 위해 거짓말이나 배신, 폭력 등 비윤리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관계에서 라이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대결이 불가피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회적인 속임수 전략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이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라이벌을 공격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 중 하나는 소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신뢰를 흔드는 것입니다.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한 번 퍼진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신롸와 평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직접적인 충돌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또 정치적인 전략 측면에서 볼 때,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에게는 없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비교를 유도하여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즉 마키아벨리의 철학에서 약속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듯이, 현대 인간관계에서도 약속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약속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마키아벨리는 과거의 약속이 현재의 상황에 맞지 않게 되면,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현실에 맞춰 행동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필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여 지속적인 성공을 추구해야 합니다.



경험을 통한 성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며 배우는 것은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입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우리는 전쟁, 경제 위기, 사회적 불평등 등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경험과 교육을 통한 지혜의 전승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급진적인 변화는 종종 저항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통과 관습은 한 나라의, 한 문화의 중요한 덕목과 사상을 담고 있으므로 서두의 일본 메이지 유신의 사례처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변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점진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이번 명제의 교훈으로 마키아벨리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직장, 인간관계,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선택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자산 관리를 소홀히 하고 과도한 소비를 일삼는다면, 결국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요인만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한 프로젝트나 사업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전략을 세우고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더 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도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며, 사람들이 종종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행동하고,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며,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개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새로운 이익이나 변화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의 상처나 불만을 먼저 인정하고 해결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며, 과거 문제를 명확히 처리한 후에야 진정한 관계 회복이 가능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무시하고 새로운 이익만 강조하면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고,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화해와 해결책을 통해서만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경력을 쌓는 것을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도움을 준 사람이 성공한 후, 우리를 배신하거나 불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권력과 성공은 성취감과 함께 불안감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도울 때는 신중해야 하며, 그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은 아니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의 불안이 아무도 모르게 그들을 도와준 이에게로 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공 후 도와준 이의 공을 치하하여 함께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거나 은혜를 갚고자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그렇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두는 것이 어떤 결과가 오든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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