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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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저자 아서 코난 도일

센텐스

2024-08-26

소설 > 영국문학 > 영미소설

추리 / 미스터리 소설 > 영미 추리 / 미스터리 소설





추리소설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셜록 홈즈!

셜록 홈즈를 만든 추리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왔습니다.

바로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입니다.

이전까지 영문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식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총 10편의 단편으로, 선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여섯 가지의 이야기와 악명 높은 해적인 샤키 선장 모험기를 다룬 네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샤키 선장 모험기를 재미있게 읽어 네 가지 사건을 소개하려다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선상 사건 두 편만 짤막하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PISODE | J. HABAKUK JEPHSON’S STATEMENT


한 버려진 선박의 외관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배는 마리 셀레스트호로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버려져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공식일지를 살펴보니, 10월 16일 보스턴에서 리스본으로 출발한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습니다.

여성용 의류와 재봉틀로 보아 일지에 적힌대로 선장의 아내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무엇보다 악천후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배의 버려진 모습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손상 없이 보트는 잘 걸려 있고 양질의 석유 등 화물 또한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온화한 날씨 속에 항해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선원들은 왜 실종되었을까요?


마리 셀레스트호는 와인 수입 상인인 화이트 가문, 러셀 화이트의 범선이었습니다.

베테랑 티브스 선장은 부인과 3살 된 막내아이가 있으며, 선원들은 유색인종 2명과 소년 1명을 포함한 7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 명의 승객 중 하바쿡 제프슨 박사는 유명한 폐결핵 전문의로 노예제 폐지 운동 초기에 옹호자였으며 작가 J. 하튼, 뉴올리언스 출신의 신사 세프티마우스 고링이 있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인 조셉 하바쿡 제프슨은 불운한 항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펜을 들게 됩니다.

진실성에 대한 모욕을 듣기 싫어 침묵하고 있다가 아들의 요청으로 침묵하려 했던 결심을 드러내게 되죠.

그의 아버지는 노예제도를 강력하게 반대하였는데, 이러한 행동은 제프슨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전쟁이 발발해 전투에 참여하게 된 그는 마지막 앤티텀 전투에서 중상을 입게 되는데 머레이라는 신사 덕분에 겨우 회복하게 됩니다.

당시 병상에 누워있을 때 곁을 지켰던 시녀들 중 한 노파가 매우 교활하였습니다.

다른 시녀들에게 매우 권위적이나 그에게만큼은 매우 친절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재입대를 고민하던 중에 노파가 슬그머니 걸어와 작은 가죽 가방과 하얀 끈을 몰래 건내게 됩니다.


"제프슨."

"나는 곧 죽게 될 거야. 나이 많은 여자이기 때문이지. 머레이의 농장에 오래 머물지마."

"마샤, 당신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예요. 아프면 내게 알려줘요. 내가 치료해 줄 테니."

"살고 싶지 않아. 죽고 싶어. 천사들의 마을에 가려고."

"하지만 제프슨, 내가 가기 전에 하나 남겨야 할 것이 있어. 요단강 건널 때 함께 가져갈 수 없는 거야. 그건 매우 소중하고, 세상의 모든 것보다 더 값진 것이지 때문이지. 나 가튼 가난한 늙은 흑인 여자가, 감히 이것을 가지고 있아. 내가 아주 위대한 민족의 자손이라 그럴 거야. 하지만 제프슨은 이걸 이해 못 할 거야. …… "


가죽 가방 가운데 구멍이 뚫린 납작한 검은 돌 하나를 꺼낸 노파는 제프슨에게 이 검은 돌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잊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하게 됩니다.

인간의 귀와 비슷한 모양을 가진 돌은 무척이나 어두운 검은색이며 단단했습니다.

이를 뉴욕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제출하기로 결심하고선 다시금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진료를 다시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며 명성을 얻은 그는 여전히 주머니에 검은 돌을 간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약 8년 동안 무탈한 일상을 보내면서 실무가 늘어나 J. S. 잭슨을 파트너로 맞았지만, 이후 건강이 안 좋아짐을 알게 됩니다.

아내의 권유로 동료였던 카바나 스미스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그는 왼쪽 폐의 일부가 손상되었음을 알게 되고 요양 겸 항해를 가라고 권해 요양보다는 항해를 다녀오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러셀&화이트 회사에 소속된 젊은 러셀을 만나 그는 마리 셀레스트호에 승선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다만, 항해를 항상 힘들어하는 아내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집에 머물기로 합니다.

10월 12일, 그는 그렇게 보스턴에 도착해 회사 사무실로 향하게 되는데 흑인 인종 특유의 특징들을 가진 한 사내를 마주하게 됩니다.

생머리와 코는 백인들처럼 닮았다해도 눈빛, 입술, 치아만 봐도 그가 아프리카 출신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죠.


"그 배는 어디로 향하는 겁니까?

"리스본이죠."

"선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일곱 명입니다. 선생님."

"승객은요?"

"승객은 두 명입니다. 젊은 신사 한 명과 뉴욕에서 온 의사입니다."

……

"세 명 정도를 위한 여분의 방이 구비되어 있긴 합니다만."

"제가 가겠습니다."


10월 16일, 드디어 견인선에 끌려 만으로 나아갔고 이내 모든 돛을 펼쳐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만, 두 명의 선원이 그를 실망시켜 급한 대로 두 명의 흑인을 급하게 고용한 선장의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10월 17일, 선장과 갑판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자니 호흡이 벌써부터 좋아진듯 했습니다.

선장의 아내는 활기찬 성격을 지녔으며 이제 막 걸음마와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는 마냥 작고 귀여웠죠.

온화했던 낮과는 달리 저녁이 되자 바람이 강해지게 됩니다.


10월 18일, 걱정과는 달리 바람은 다시 약해졌습니다.

배에 타고 있는 고링 씨 그리고 그의 시종을 드는 소년은 서로에게 매우 호의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급히 고용한 흑인 선원들은 많은 일을 할 순 없어도 그나마 모두 키를 잘 다룰 수 있어 괜찮았지요.


10월 20일&21일, 감시하려는 의도는 없어보이지만 그 사내는 연필과 나침반을 들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10월 22일,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다만, 오후에 고링이 실수로 리볼버를 청소하던 중에 장전된 탄창 하나가 발사해 하마터면 제프슨이 다칠 뻔했다는 점입니다.

여러차례 사과했기에 웃으면서 넘겼는데 오후 11시 경 선장의 부인과 아이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샅샅이 수색했지만 털끝하나 보이지는 않았고, 아내와 아이를 얼마나 목청껏 불렀는지 티브스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습니다.

7시쯤 그녀가 아이를 갑판으로 데리고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했다는데 당시 흑인 선원만이 휠을 돌리고 있었어서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10월 23일, 하루만에 10년이나 늙은 것 같은 선장은 엄청난 우울감에 빠졌지만 파도가 가라앉았기에 다시 모든 돛을 펴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10월 24일, 엄청난 폭발 소리가 귓가를 때립니다.

티브스가 밤중에 자기 머리를 총으로 쏜 것입니다.

부리나케 선장실로 달려가보니 고링이 이미 선장실에 도착하였는데, 선장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그를 위해 경건하게 추모하였고 12시 정각에 그의 시신을 깊은 바다에 맡기게 됩니다.


10월 27일&28일, 또다시 일이 터지게 됩니다.

일꾼들 중 한 명이 밧줄을 가져오기 위해 내려갔는데 그가 제거한 해치 중 하나가 그의 위로 떨어진 것이죠.

목숨은 건졌지만 발 한쪽이 으스러져 남은 항해를 도울 순 없게 되었습니다.


11월 7일, 하튼에게 검은 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두 흑인 선원에게 손짓해 검은 돌을 보여주게 됩니다.

고링은 검은 돌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바다로 던지려 했지만 흑인 선원이 이를 막게 됩니다.

그리고 제프슨은 깨닫게 됩니다.

검은 돌이 아마 강력한 부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을요.

그렇지않다면 고링의 이상한 내면을 마주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11월 13일이 제프슨의 마지막 일지 기록입니다.


늦은 밤, 고링의 하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의 주인이 부른다고 말을 전하게 되는데 순식간에 입과 몸을 단단하게 묶이게 됩니다.

달빛을 통해 두 흑인 선원, 흑인 요리사 그리고 고링임을 알 수 있었죠.

그의 발 앞에도 한 사람이 누워 있었지만 누군인지 알 순 없었습니다.

갑판 위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들 뒤로 달빛이 좀 더 드리워지자 앞에 누워 있던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하튼이었습니다.

동행자였던 젊은 작가 하튼, 그는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이제 항해의 끝은 어떻게 달려가게 되는 것일까요?


결말이 궁금하다면, 드래그해서 확인해주세요 ◕‿◕

어둠 속에서 무언가 커다란 덩어리가 보였습니다.

사람이 가득찬 카누였습니다. 정확히는 흑인 군단이었지요.

자고 있던 선원들까지도 모두 끌려나와 결박당했고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흑인 선원이 주머니에 있던 검은 돌을 꺼내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달하자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목숨을 살려주자는 의견에 반대합니다. …… 당신은 내 통제 아래 들어왔는데도 내 손에서 벗어난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살린 건 그 돌입니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 짤막하게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은 본업은 의사지만 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영국을 빛낸 소설가입니다.

추리 소설 외에도 수많은 칼럼을 썼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간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육지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쳤는데, 이번 책에서는 해상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겁이 많은 편이긴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추리물은 좋아해 추리와 관련된 미드는 빠삭할 정도랍니다.

생각해 보니 미드 또한 대입할 수 있겠네요. 육지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CSI 시리즈, 해상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NCIS 시리즈!

근래 나온 CSI VEGAS 시즌 2까지 봤을 정도로 수사/추리물을 좋아해 CSI(LAS VEGAS, MIAMI, NEW YORK) 시리즈 전편을 다섯 번 이상은 본 것 같습니다.

물론 NCIS도요. 다만, 깁스가 떠나고 더키까지 이제 영영 못 보게 되니 시즌 22부터는 안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CSI 시리즈를 즐겨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보게 된 것인데, 모든 에피소드들을 소장하고 있어 간간이 영어 공부하려고 이전 시즌들을 골라서 보다 보면 미드 속 주인공들의 세월을 깊게 체감하게 됩니다.

하긴 처음 보았을 때 10대였던 제가 어느새 30대가 되었으니깐요.

갑자기 이야기가 새어나갔네요 ⊙_⊙

이렇듯 추리물을 다룬 미드들을 이렇게나 좋아하니 셜록 홈즈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지요.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의 묘비명, 다들 알고 계시나요?

《 Steel True, Blade Straight. 》

강철처럼 진실하고, 칼날처럼 곧았다는 뜻입니다.

많은 이들이 묘비명을 보며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놓은 가치관을 구현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20세기의 대중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아서 코난 도일!

악명 높은 해적인 샤키 선장의 모험을 다룬 네 가지 이야기는 특히나 더 재미있으니 이번 여름휴가 때 꼭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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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 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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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老人)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롱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 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 둘 곳 몸 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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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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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 아이 세상에 눈 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읽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흩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 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 새우는 불빛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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