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9
주형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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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눈을 드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것은 바로 미디어이다.

보기만 해도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어마무시해 재미는 물론 지식을 얻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짜 뉴스로 인한 잘못된 정보 전달, 소셜미디어 중독 등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장, 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하기에, 우리는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며,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에서는 역사 속 미디어의 흐름부터 살펴보며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습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저자, 주형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5대학교와 1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디어와 성』 『사진과 죽음』 『영상커뮤니케이션과 기호학』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읽기』 『문화연구와 나』 『영상미디어와 사회』 『이미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미디어학교』 『이미지가 아직도 이미 지로 보이니?』 『똑똑한 이상한 꿈틀대는 뉴미디어』 『생존 사회』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문화의 세계화』 『일상생활의 혁명』 『중간예술』 『미학 안의 불편함』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 『정치실험』 등이 있다.




Ⅰ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신문, TV를 넘어 우리는 인터넷, 1인 미디어채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현실을 접하곤 한다.

이렇듯 미디어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정도로 미디어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매김하였다.

태블릿PC, 스마트TV는 물론 AI 챗봇, 챗GPT, 메타버스 등 스마트 기기나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사람과 사물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이렇다보니 디지털 미디어를 일상생활에 적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에는 문과적, 이과적 능력만 있어도 사회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디어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해진 것이다.

즉,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영상의 문법을 이해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 처리,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공유하다'라는 뜻을 가진 communicare이다.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은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이란,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로 생각과 뜻을 공유하는 행위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공유되는 생각과 뜻을 총칭해 메시지 message라 부른다.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인 메시지는 반드시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되어야만 공유가 가능하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입으로 말을 하면 이는 공기를 통해 음파의 형태로 전달되고 상대방은 음파로 전달되는 말을 귀로 듣고 이해한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용되는 모든 형태의 수단을 미디어 media라 부르는데 즉, 입도 귀도 말도 공기도 미디어인 것이다.

미디어는 행위자들 중간에서 둘을 연결하며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데, 행위자들이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듯 행위자의 유형도, 미디어의 유형도, 메시지의 속성도 매우 다양해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Ⅱ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필수 요건


현대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문학·수학·외국어 구사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미디어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용하고 활용하는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에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위자, 그리고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속성에 대한 교육도 포함된다.


PC,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의 뉴미디어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정도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렇듯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는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 방법이 복잡해 정보의 진위를 분별해내는 게 쉽진 않다보니 이를 이용해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이나 대형 사건, 사고에 가짜 뉴스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딥페이크, 가짜 뉴스 등 가짜 정보가 미디어 등에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인포데믹 infodemic 이라 부른다.

인포데믹 상황에서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는 팩트체크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첨단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한 시민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필수적인데, 시민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단순 소비하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콘텐츠를 비평하고 미디어 활동을 감시하는 능동적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강조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크게 미디어 콘텐츠 수용 능력, 미디어 콘텐츠 창작 능력, 미디어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구분된다.

첫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수용 능력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제공하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디어 콘텐츠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둘째, 미디어를 이용한 창의적 콘텐츠 제작 능력은 접근 가능한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해 자기의 생각, 의견, 감정을 표현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이다.

셋째, 미디어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은 우리가 사회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이다.


덧붙여,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이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 능력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Ⅲ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가 생겨나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학계에서는 미디어 전개과정의 탐구를 통해 사회와 문화의 역사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1964년, 캐나다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 개념을 미디어 자체의 속성이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창출한 미디어는 모두 특정한 기술적 속성을 가지며 인간의 감각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디어는 단순히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면 인간의 심리 상태가 변하게 되고 그를 통해 사회적 환경 또한 변화된다는 것이 매클루언의 주장이었다.

이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메시지이고 미디어는 중립적인 전달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주장이었다.

우리는 콘텐츠에 내포된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지적하는데 매클루언은 기술적 속성 자체가 우리의 특정 감각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의 기술적 속성이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처럼 기능한다는 뜻인데, 미디어가 메시지처럼 작용하면서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로 사용하는 미디어는 무엇이냐에 따라 그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하나의 미디어가 가진 고유한 물리적 속성과 상징적 속성은 인간의 감각·지각·인식 등을 특정한 방향으로 개발하는 편향성을 가진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미디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독특한 편향성이 작동하면서 인간의 감성과 사고방식, 태도는 물론 사회의 존재 양식과 문화의 형태가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검증 안 된 정보들을 기정사실인 것 마냥 마구잡이로 흘리는 행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무분별하게 흘려진 가짜 뉴스들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가 발생했던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있었지 않은가.

그 당시 가짜 뉴스로 인해 불안감이 조성되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었다.

평소 기관지가 약해 코로나 전에도 마스크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었는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전 5-6천 원에 구매하던 마스크가 순식간에 1-20만 원이 되었었다.

특히 연예인들 또한 가짜 뉴스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는 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숨겨진 트릭을 발견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 설명했던 미디어 리터러시다.

즉,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것이다.


『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의 융합적 성격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 진로를 앞둔 청소년들이나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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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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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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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때는 1850년대.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나오미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의 여정.

그러나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콜레라에 원주민 공격까지 뭐 하나 쉽게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위해 전진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가 매우 대단하다.

과연 그들은 원하는 종착지에 도착하였을까?


저자, 에이미 하먼은 월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하먼의 책들은 총 18개국 언어로 출판되었다. 유타 출신의 작은 시골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먼은 그동안 총 열다섯 권의 책을 썼고, 그중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 『왓 더 윈드 노즈(What the Wind Knows)』,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더 스몰리스트 파트(The Smallest Part)』, 『메이킹 페이스(Making Faces)』, 『런닝 베어풋(Running Barefoot)』 그리고 아마존 역사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프롬 샌드 앤 애쉬(From Sand and Ash)』가 있다.

『프롬 샌드 앤 애쉬(From Sand and Ash)』의 경우 2016년 휘트니 어워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디퍼런트 블루(A Different Blue)』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판타지 소설 『더 버드 앤 더 스워드(The Bird and the Sword)』는 2016년 굿리즈 최고의 책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먼의 향후 책 출간 일정과 하먼의 포스팅을 보고 싶다면 www.authoramyharmon.com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존과 나오미의 첫 만남


넓은 도로 한복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소곳이 앉은 노란 드레스의 그녀는 마치 한 송이 꽃과도 같았다.

모두가 먼지와 불만에 둘러싸인 채 부지런히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홀로 가만히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호기심이 일렁였다.

존은 이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있자 그녀는 순간 놀랐다가 방긋 웃어주었다.

그리곤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나오미 메이라고 해요. 저희 아버지가 당신 아버지 존 라우리 씨께 노새 두 마리를 사셨거든요. 혹시 당신과 아버지 두 분 다 존 라우리라고 불리시는 거예요? 저희 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서요."

내민 손을 바라보니 손바닥은 얼룩덜룩하고 손가락 끝은 새까매 단정한 외모와는 부조화스러워 내민 손을 끝끝내 잡지 않았다.



존의 이야기


존의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아들의 존재를 민망해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본인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존의 어머니가 속해있는 부족 원주민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두 발", 즉 한쪽 발은 백인의 발, 다른 쪽 발은 포니 족의 발이라는 뜻으로 양쪽 세계에서 존은 낯선 이임을 의미했다.

존은 어머니에게 어머니라 부르지 않았다. 제니라 부를 뿐이었다.

제니는 존의 친어머니가 아니다.

이복 여동생들은 존의 아버지의 파란색 눈을, 머리카락 색은 제니보다 조금 더 밝은 빛을 띠고 있는데 존의 눈과 머리카락 색은 제니보다 조금은 더 짙은 색깔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제니라 불렀고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호칭을 사용하지 않거나 그냥 부인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제니를 어머니라 부르는 순간, 머리숱 많고 비뚤어진 미소를 지녔던 포니 족 여인을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리니깐.

어느 날, 아버지가 존에게 이런 말을 꺼내게 된다.

"그녀를 사랑했었다."

"네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거 나도 안다. 나쁜 놈 맞아.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까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마리는 나와 함께하는 삶을 좋아하지 않았어. 마리가 떠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보내줬다. 그리고 너도 보내줄 거다. 하지만 내가 마리를 억지로 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은 너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결코 아니었다. 단 한 번도 그런 거 없었어. 만약에 마리가 허락만 해줬다면 나는 평생 마리를 아껴줬을 거다. 그 후로 8년이 지나 마리가 너를 나에게 그리고 제니에게 데려오기 전까지 나는 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존과 나오미 가족의 첫 만남


나오미에게는 와이엇, 윌, 웨브라는 남자 형제들이 있었는데 존이 바라보는 메이네 가족은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존이 나오미 가족들을 만나고 있을 때, 나오미가 갈색 종이 꾸러미를 들며 다가왔다.

존은 다가오는 나오미에게 자연스레 "메이 아가씨."라 불렀는데 웨브는 이렇게 정정했다.

"누나 이름은 콜드웰 부인이에요, 라우리 씨."



나오미의 이야기


미주리 강의 강물은 웨브의 머릭카락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구용품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자 최고 품종의 노새를 판매한다는 라우리씨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미주리 강을 왜 빅 머디라 부르는 건지 물었다.

"강바닥이 모래로 덮여 있는데 그 모래들이 계속해서 이동하고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수면 아래에 물길이 계속 새로 만들어진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면서 강물을 흙탕물로 만들어 놓지. 그 물에 한 번 빠졌다가는 나오는 데 고생 좀 하게 될 거다."

나오미가 온 일리노이 주가 미주리 주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인트조지프에는 고요함과 탁 트인 땅이 없으니 기대 이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카운슬 블러프스에서 강을 건너 오리건 준주까지 갈 생각을 했지만 카운슬 블러프스는 싸움을 벌이는 곳에 지나지 않아 남쪽으로 출발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세인트조에는 마구점과 증기선 그리고 노새들이 있다고 했는데…… 온종일 존 라우리에 대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사실 서부로 가는 것은 나오미의 목표가 아니었다. 대니얼의 꿈이었다.

결혼한 지 세 달이 지나고 열아홉 생일이 며칠 안 남던 날 대니얼은 갑작스레 병에 걸려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가 죽었을 때 임신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흘러 나오자 괜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오미는 과부인 동시에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다.

1년이 흘러 나오미는 대니얼을 묻기로 했다.

콜드웰 부부는 대니얼이 없어도 엄연히 콜드웰 가의 일원이라 했지만 나오미는 대니얼이 없으니 영속되어 있다는 의무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콜드웰 부부에게 자신의 가족들과 서부로 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콜드웰 씨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에 나오미는 간단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께 제가 필요해요."

콜드웰 부부에게는 딸 루시는 물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담 하인스 그리고 열여섯 살 아들인 젭도 함께 할 것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니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콜드웰씨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니 콜드웰 씨는 대니얼의 죽음으로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마냥 행동했다.

무엇보다 중년의 시기는 살아보지 않고 노년으로 접어든 것마냥 과부 콜드웰이라 부르는 게 더더욱 싫었다.


붙임성 좋아보이는 그랜트 애벗이 존의 엄마 제니가 자신의 여동생이라 소개하며 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오미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존 라우리 씨와 분명히 닮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이국적인 생김새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피부는 태양에 그을린 색이었고 머리카락도 블랙커피 색깔이었는데.




여정의 시작


여정을 위해 총 마흔 가족이 그랜트 애벗과 계약을 맺었다.

막힘없이 나아갈 것 같은 여정은 말그대로 느릿느릿, 단조로웠다.

봄 야생화들이 습지대에서 빼꼼거리며 있고 강과 개울이 곳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느리게 이동하는 건지 쉼 없는 덜컹거림 때문에 잠이 들어버린 사람들이 자기 마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나름 요령도 생기긴 했지만 지루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정은 시작되었다.




관계의 전환


나오미는 엄마에게 세인트조지프의 거리에서 존 라우리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놀란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했지만 엄마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엄마가 라우리에 대한 꿈을 꿨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 사람이 너에게 잡혀줄지는 엄마도 모르겠구나. 그 사람은 불신과 부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인내심이 필요할 거야, 나오미. 인내심과 이해심이. 그리고 네가 그 둘 중 하나라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이 우리 곁에 오랫동안 있어 줄지는 모르겠구나."

매번 공책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연 존은 마음과 다르게 나오미에게 툴툴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나오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좋은 대화를 좋아해요. 관심이 가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를요. 당신은 관심이 가는 사람이에요. 당신과 이양기를 더 자주 나누고 싶어요."

"내가 입 다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말 때문에 곤경에 처할 거라고 아빠가 그러셨어요. 존 라우리 당신 생각에도 내가 문제인 것 같나요?"

존은 제니 생각이 번뜩 나 나오미에게 존 라우리라 부르지 말라 했다.

그러자 나오미는 답했다.

"그럼 나는 당신을 존이라고 부르고, 당신은 나를 나오미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가을, 겨울 그리고 여정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나오미의 엄마가 아이를 출산하였고 W로 시작해야만 하는 아기 이름은 울프로 결정 났다.

인물들의 갈등은 물론 콜레라도 행렬을 한 번 덮쳤었고 원주민 또한 큰 사건을 안겨다 준다.

그저 앞으로 나아 가면 아무 일 없을 것 같던 여정, 그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나오미.

스무 살에 과부가 될 것이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꿈은 아니었지만 대니얼의 꿈이었던 서부로 가족과 함께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

그는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참 외로운 존재이다.

그렇게 나오미도 존도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2천 마일에 달하는 오리건 트레일의 삶은 매우 힘들고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는 밤에도 달빛에 의지해 빠르게 전진했고, 다음날 토마스 강에 도착했다. 우리는 수면과 풀 그리고 모기가 둥둥 떠 있지 않은 물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우리는 베어 강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고, 계곡에는 초록 풀들이 무성했지만 벌레들이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었다. 토마스 강을 지나자마자 메뚜기떼의 습격이 시작됐다. 우리는 머리 위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메뚜기들이 달라붙으면 소리를 꺅꺅 지르고 옷을 때려가며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 생존을 위한 투쟁이 있었으며, 길을 찾아내기 위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결말을 살짝만 언급하자면, 모두가 그 땅에 도착할 순 없었다.

또한 앞서 설명했던 존이 두 발이란 별명을 가진 사실도 염두해두고 읽어야 한다. 나오미의 동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참고로 저자 남편 조상인 존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의 흐름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살고자 시작한 여정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투쟁 그리고 용기와 희망까지!

『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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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혁신 - 혁신을 원한다면 반역자가 되라
이주희 지음 / EBS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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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편리성과 실용성을 위해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을 보고 있으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틀린 말도 아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로봇에 밀려나는 것도 결국은 후퇴이다.

뒤처진 자는 역사에서 기억해주지 않는 것처럼 역사의 다음 장은 처절한 혁신을 이룬 자들의 몫이다.

『강제혁신』은 다큐멘터리 <강제혁신>을 연출한 EBS 이주희 PD가 쓴 책으로 전작인 『강자의 조건』에 이어 또 한 번 정치와 권력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저자, 이주희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EBS PD로 입사했다. 인간의 삶으로서의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제작한 작품으로 『역사극장』(2003), 『정치교실』(2004) 등이 있으며, 어린이 역사 드라마 『점프』 (2005-2006)로 서울 드라마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 『무원록 - 조선의 법과 정의』, 『킹메이커 - 대통령 선거전의 비밀』, 『강대국의 비밀』 등을 제작했으며, 집필한 책으로 『강대국의 비밀』을 도서화한 『강자의 조건』(2014)이 있다.




혁신은 기득권을 공격한다


1516년 알레포 인근에 오스만제국과 맘루크 술탄국의 군대가 집결해 있었다.

양쪽 모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만큼 이슬람 세계의 맹주가 가려질 수 있는 결정적인 전투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거대제국끼리의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싱거울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결과는? 맘루크 술탄국의 패배였다.

직접 참전한 술탄 알 가우리가 전사할 정도였으니 전멸과 다름없었다.

한 번의 전투에 패한다고 해서 이어진 전쟁에서도 패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북방 유목제국들과의 전쟁에서 대부분 패했어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아 결국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맘루크 술탄국도 이와 같이 전세를 역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복수전에서도 더 쉽게 무너지고 만다.

결국 200년 넘게 이집트와 시리아를 군림한 맘루크 술탄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앞선 전투에 오스만제국과 맘루크 술탄국 모두 대규모 병력을 동원했는데도 대결은 왜 싱겁게 끝난 것일까?

바로 오스만제국은 화약혁명이라는 혁신을 받아들였고 맘루크 술탄국은 화약혁명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맘루크는 화약 무기라는 혁신을 거부하고 오스만은 혁신을 받아들인 것일까?


인류 역사상 강력한 군사집단을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모든 군대에는 약점과 강점이 있기에 무적의 군대를 고르는 것은 사실 불가하다.

그런데 이 상성을 뛰어넘는 군대가 있으니, 바로 13세기 몽골군이다.

13세기 몽골군은 동시대를 기준으로 기동성도 뒤어나고 야전에서 패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공성전도 잘하고 보급에도 강한 부대였다.

즉, 약점을 거의 찾을 수 없는 군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몽골군에게도 전략적 목적을 포기할 정도의 패배를 당한 전투가 하나 있었으니, 1260년에 벌어진 아인잘루트 전투이다.

1253년, 칭키즈칸 사후 가장 유능한 군주로 불렸던 몽케칸은 쿠릴타이에서 두 개의 전선에 병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전선은 남송이었다. 남송이 정복될 경우 대칸의 직할지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몽케칸은 동생인 쿠빌라이를 남송 전쟁의 책임자로 임명하게 된다.

남송과 함께 뛰어난 경제력과 문화를 가진 서남아시아, 이곳이 바로 두 번째 전선이었다.

몽골제국으로서도 반드시 정복해야 할 지역이었기에 또 다른 동생인 훌라구를 서방 원정대 책임자로 임명했다.

몽골에서 출발한 훌라구의 1차 목표는 전설적인 암살자 집단인 아사신파였다.

전설적인 암살자들과 정복자들의 대결은 마치 엄청난 전투가 될 것만 같았지만 몽골군의 손쉬운 승리로 결과는 매우 싱거웠다.

수백 년간 어둠 속에서 활동한 암살자 집단이 쉽게 무너진 이유는 암살자 집단이라는 아사신파의 특성이 몽골군에 대해서는 오히려 약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살특공대라 불릴 정도로 암살 방식이 매우 단순하고 잔인하다.

은밀하게 잠입하여 공격했던 수법이 주였기에 암살자 집단이 정규군을 군사적 대결로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했다.

그렇게 음지에서 활동했던 아사신파는 토벌당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몽골군은 반란을 일으킨 다마스쿠스를 진압하던 중이었다.

그 덕분에 바이바르스를 선봉으로 한 맘루크군은 갈릴리 지역에서 확실하게 전투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이 때, 며칠의 여유가 전투에서 결정적인 차리르 만들게 된다.

맘루크군의 진출 소식을 들은 키트부카는 소수의 고위 군관만 남겨두고 십자국 기사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병력과 함게 갈릴리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피정복민들이 또 다른 반란을 일으킬까 싶어 서둘러 도착했고 갈릴리 인근의 아인잘루트에서 맘루크군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맘루크 군의 작전이었다.

좁은 협곡이 특징인 이 지역은 맘루크 군처럼 육박전이 주특기인 중기병들은 행동에 제약이 없지만 기동성에 의존해야 하는 경기병들은 행동에 제약이 있어 불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형의 이점을 이용한 맘루크 군들은 완승을 거두게 된다.

사령관인 키트부카는 생포되어 처형당하고 몽골군 대부분이 살아남지 못했다.

노예 출신의 병사들이 역사상 최강의 정복자들을 몰아내고 이슬람 세계를 구원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맘루크 군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스스로를 엘리트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기병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도 않았다.

맘루크들과 달리 보병이었기에 이해관계나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맘루크가 노예였던 것처럼 오스만제국의 예니체리 또한 노예였다.

공통점이 많은 두 제국이지만 화약혁명을 대하는 자세가 결국 승패의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맘루크들은 화약 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기병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예니체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혁신은 전혀 예상 밖의 영역에서, 기득권에 연연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비웃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는 한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상상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다. 정말 무서운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아예 전쟁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기존의 전쟁 방식 안에서만 전쟁을 바라보는 맘루크 같은 기득권 세력은 신기술의 진정한 위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낡은 방식의 성공에 집착하는 기득권자들에게 혁신은 아예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상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도태당할 자들을 권력의 자리에 둔 채 혁신은 불가능하다.

혁신에 반대하는 세력과의 권력투쟁에서 혁신을 추구하던 세력이 패배함으로써, 혁신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해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단지 실행하는 부분이 문제이기에 이때 권력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권력에 집중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 바로 추진력으로서의 권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혁신은 기득권을 공격할 수밖에 없기에, 권력에 대한 정치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반역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천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용감한 전사는 되어야 한다.


장마로 인해 둑이 무너져 14명의 사망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초등학교 6학년생이 담임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부터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목숨을 끊은 사건.

그리고 어제 일어난 신림역 칼부림 사건까지.

근래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다 보니 마음까지 어지럽다.

동생이 신림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그 골목을 지나치던 중 피해자를 봤다고 한다.

웅덩이가 있을 정도로 피를 많이 흘려 피해자는 구급차에 곧장 실려갔다고 하는데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한다.

번화가다 보니 그 길만 웅성웅성하고 거짓말처럼 옆옆 골목이나 가게들은 모르는 눈치였다고 하는데 무차별 칼부림이란 소식에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전과 3범에 소년원 송치만 무려 14건이고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서 일면식 없는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른 것인데 이제는 지나가는 길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인가 싶었다.

사실 범죄자에 관대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아니겠는가. 도처에 전과 10범 이상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고 하는데, 이들이 교화되기는커녕 더 큰 범죄를 낳게 하는 법의 구조가 참 야속하다.

명백한 인재임이 틀림없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고 채수근 상병 사건.

당시 참사 사고가 나기 전에 인부 몇 명이 삽 하나씩 들고 임시 제방 보강 공사를 했었다는데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지하차도 침수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들이 나와 안타까웠는데 예천의 하천에서 구명조끼 없이 맨몸으로 실종자 수색을 하던 해병대원들 중 한 대원이 실종되어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은 참, 뭐라 말할 길이 없었다.

두 사건 모두 확실하게 막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막지 못했다.


앞서 열거했던 사건들 모두 막을 수 있는 정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실이 그렇게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혁신'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짓밟혀진 지 오래이다.

살기 힘든 대한민국, '살기 좋은'은 바라지도 않으니 '그래도 살 만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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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7-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할 사람들이 많은데 이젠 로봇과도 경쟁을 해야 하니 할 말을 잃습니다.
각종 사고, 사상자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와요.
가장 이상적인 국가는 바라지도 않아요. 님의 말씀대로, 살 만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양 고전 독서 -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노명우 지음 / 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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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고전을 읽다보면 단순히 교훈 뿐만 아니라 지식을 얻을 때도 있어서인지 완독 후 무언가를 얻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분야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일리아스》, 《거대한 전환》, 《기나긴 혁명》, 《편견》, 《돈의 철학》 ……

학자의 기준으로 선별된 열 두 권의 고전이 담겨져 있는 『교양 고전 독서』는 저자의 완독 경험을 바탕으로 배경지식과 핵심 키워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독서법까지 얻을 수 있다.


저자, 노영우는 아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이러다 잘될지도 모르는 연신내 골목길의 독립 서점인 ‘니은서점’을 열고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한 좋은 책을 소개하는 마스터 북텐더다.

세계적인 석학은 되지 못했지만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되고자 시민과 함께 공부하는 ‘생각학교’를 만들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언제나 닮고 싶은 학자이며 지그문트 바우만처럼 노인이 되어서도 글을 쓰고 싶기에 누군가 대표작을 물어보면 아직 출간되지 않은 다음 책이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그의 대답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에토스는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는 과정이 바로 에티카, 즉 윤리학이다.

그렇다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에티카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아웃사이더이자 여행하는 철학자였다.

그는 그리스 북부 지역인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났는데, 굳이 구별하자면 그리스인이 아닌 마케도니아 왕국 출신이였다.

참고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버지가 마케도니 왕의 친구이자 주치의였다 보니 그곳에서 성장하며 훗날 왕이 되는 필립포스와 친구로 지내게 된다.

17살이 되던 해, 플라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아에서 유학을 하기 위해 아테네로 떠나게 되는데 10년간은 학생으로, 10년간은 교사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후 플라톤이 세상을 떠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후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후계자가 되지 못하였고 결국 20년 간 머물렀던 아카데미아를 떠나 레스보스섬으로 이주해 생물학을 연구하게 된다.

그 사이 필립포스가 마케도니아의 왕이 되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아들의 교육을 맡아달라 청한다.

그렇게 아리스토텔레스는 필립포스의 아들(훗날 알렉산드로스 3세)의 스승이 되었다가 가정교사 일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

이 때까지는 자연과학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쉰 살이 되어 그는 아테네로 돌아가 뤼케이온이라는 자신만의 학교를 설립하게 되지만 반마케도니아 정서를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아테나 정치인들 때문에 매번 위험에 처해지자 에우보이아섬으로 피신해 머물다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테네에서는 시민 자격 없이 머무르는 사람을 메토이코스라 불렀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인이였기에 메토이코스였다.

국외자였던 유대인이 역설적으로 뛰어난 사상가가 많았던 것처럼 아테네의 많은 메토이코스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평탄하게 사는 삶이 복일지 몰라도 학자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다가올지도 몰라 학문적으로도 hungry and angry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삼아 사상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업적이 된다.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고 싶어한다."

그의 삶이 본성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삶이었고 본인처럼 타인도 앎에 대한 욕망을 유지하길 기대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매번 학문적 지식 뿐만 아니라 교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술수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이 바로 파이데이아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현대적 의미의 편집 없이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새는 편집자들이 원고 검토 후 의견을 첨부해 되돌려 보내지만 오래된 고전은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이렇다보니 중간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특히 저자가 강요하는 것은 문장 하나하나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문장 하나하나에 매달리다 보면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즉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돌리고 모든 점에서 그의 말을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병들었을 경우에는 의사의 말을 따르고 장군을 선출할 경우에는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마찬가지로, 만약 둘 다 할 수 없을 경우 신실한 사람을 돕기보다 친구를 도와야 하는지, 동료에게 선행을 베풀기보다 먼저 은인에게 선행을 갚아야 하는지, 이런 종류의 모든 문제들을 엄밀하게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사안의 크기, 경중이나 고귀함, 또 절실함에 있어서 수없이 많고 다양한 차이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_《니코마코스 윤리학》 中


임기응변이 아닌 성찰을 통해 선택해야 한다면, 성찰하는 시간이 곧 철학하는 시간이 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고 이러한 답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언어로 진술하는 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관점의 철학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는 철학 전문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전문용어로 떠들어봤자 보는 대상은 한정될 것이고 모두가 관심있게 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문용어가 즐비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장황하게 떠들었다고 생각해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학과 거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에 대한 한계를 깨려고 했던 것이다.




학창 시절에 보름 정도 진행했던 짤막한 방학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고전 도서 읽기에 관한 특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덕분에 고전 도서에 대한 망설임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딱히 가리지 않고 읽다 보니 책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그 특강이 아니더라도 고전문학에 대해 두려움은 전혀 없었는데, 그 강의마저 듣고 나니 책을 읽기도 전에 생기는 막막함과 같은 걱정이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희한했던 것이 당시 선생님도 고전문학을 읽을 때 어려운 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그 부분이 이야기의 흐름을 좌지우지하지도 않을 것이며 몇 문장 모른다고 해서 큰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책이란 한 번 읽고 끝날 것이 아니라 언젠가 생각날 때 또 한 번 읽는 것이 좋다며,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읽었을 때는 이해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었다.


저자는 각각 유명한 고전을 예시 삼아 실용적인 조언을 던져준다.

예컨대 앞서 설명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이렇다.

이를 읽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편집 과정이 없이 만들어진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은 우선 넘기라는 것이다.

그간 인문학을 많이 읽으면서 중복되지 않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짤막한 내용을 담았는데 마지막 부분인 《돈의 철학》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고전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의 독서 방법으로는 버겁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약간의 조언만 있다면 고전 한 권 깨부수기는 절대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고전문학을 예시 삼아 어떤 독서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교양 고전 독서!

이번 달, 책 한 권 펼쳐 고전문학의 세계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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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뉴노멀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력
엘라 F. 워싱턴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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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뉴노멀 시대, 기업의 생존에는 다양성을 넘어 형평과 포용이 필요하다!


구글, 인텔, 나이키 등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이에 주목한다.

Diversity, Equity, Inclusion - 바로 DEI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뜨거운 키워드다.

한국에서는 주목하는 기업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한 보여주기식 밖에 되진 않는다.

혁신의 가능성은 6배 높이고 위험은 30%나 감소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낸 DEI 경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조직 또한 이제 변화해야 한다.


저자, 엘라 F. 워싱턴은 조직심리학자이자 DEI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엘러베이트 솔루션스(Ellavate Solutions)의 대표로서, 전 세계 산업계/교육계/정치계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경험을 쌓아왔다.

이 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선도적으로 DEI에 뛰어든 기업들이 겪은 어려움과 실패, 헌신과 자기성찰, 그리고 성공과 보람의 여정을 함께한 기록이다.

저자는 각 기업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직장 유토피아는 무엇인가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함께 그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성장과 성숙으로 거듭나는 조직의 진화를 목격했고, 결국 다양한 집단을 공평하게 포용하는 문화가 기업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켈로그 매니지먼트스쿨에서 조직행동 박사학위를, 스펠먼 컬리지에서 심리학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조지타운 대학 맥도우 비즈니스스쿨 매니지먼트 학과 교수로 있다.




뉴노멀 비즈니스 경쟁력, DEI


다양성 관리라는 개념은 40년 전부터 연구된 분야이다.

1950년대 시민 권리 운동이 그 토대인데 ,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차별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 우대조치를 연방정부 계약자들에게 요구했었다.

(적극적 우대조치란, 차별 관행의 종식 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의 차별을 보상하고 미래의 차별을 예방하려는 모든 조치를 말한다.)

이를 두고 역차별, 우대조치, 수혜자에 대한 낙인, 능력 원칙 침해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일부 고용주는 적극적 우대조치의 윤리적, 도덕적, 비즈니스 측면을 적극 수용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적극적 우대조치를 축소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뛰어난 경영자들은 정부 정책 변화와는 무관하게 적극적 우대조치 프로그램을 고수하기도 했다.

적극적 우대조치를 따른다는 것은 다양성 관리라 불리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노동부 장관 윌리엄 브록의 요구로 1987년 수행된 【일자리 2000】 연구 이후 현실화되었다.

보고서에는 미래 미국 노동 시장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다차원의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노동력 고령화, 직장과 가족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특징, 흑인 노동자 채용 등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기술 및 전문직 고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교육 개선 방법도 다뤄졌다.


적극적 우대조치는 핵심적 역할을 맡아 훌륭히 수행해냈다. 수많은 기업과 조직은 아직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 우대조치는 경영자들이 불균형, 불의, 실수를 교정하도록 기회를 주는 인위적이고 임시적인 개입이었다. 일단 여러 실수가 바로잡히고 난 후에까지 적극적 우대조치만으로 (백인 남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상향 이동성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

우리가 다양성 관리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폐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이기 위함이다.


21세기가 시작되며 직장 내 지위가 대폭 개선되었다는 인식이 나타났는데 언론 보도와는 달리 실제 경험 사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했다.

사실 전반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초의 현실은 오늘날과 비슷하다.

물론 다양성 관리 노력으로 조직의 말단 신입 직원 구성은 다양해졌지만 조직도의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여성과 소수민족 비율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2000년경부터 이질적 문화에서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포용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기업들은 다양성과 포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0년대에 몇몇 기업이 형평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2020년 말에 다양성, 형평, 포용을 합쳐 DEI라 부르게 되었다.


▶ 다양성 : 사람 간 관계와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실재하거나 인식된 차이. 인구학적 다양성뿐 아니라 모든 측면을 포괄한다.

▶ 형평성 :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지점에서 평등하게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모두가 성공할 기회를 만들려면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마련된 공정성과 공평성.

▶ 포용성 :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그리고 가치 있고 환대받고 존중받고 지원받는다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적극적 조성. 행동과 감정, 즉 실천과 결과는 진정한 포용을 실현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다양성, 형평, 포용(DEI) 여정의 다섯 단계

1단계 인식 ▶ 2단계 순응 ▶ 3단계 전술 ▶ 4단계 통합 ▶ 5단계 지속

첫 단계에서 기업은 DEI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DEI에 의도가 부재했음을 깨닫기에 앞서 일단 깨어남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인식 단계를 거친 기업은 이제 업계와 정부의 여러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참고로, 이 단계에서는 대개 '해야 한다니 DEI를 한다'라고 생각한다.

3단계에서 기업의 관심은 "규범을 준수하고 있나?"에서 "DEI가 우리 목표에 어떻게 들어맞지?"로 바뀐다. 소비자를 끌어오는 데 DEI가 어떻게 도움이 될지, DEI 정책이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와 어떻게 연결될지 생각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전체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는 전략적 DEI 접근은 결여되곤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업, 즉 내부와 외부의 DEI 노력을 조화시키고 위와 아래에서 변화가 이루어지는 기업은 여정의 통합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범위에 DEI를 포함시키고 "DEI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일부분이야"라고 진정으로 말할 수 있다. DEI 전략을 명확히 규정하고 직원, 고객, 파트너, 공급업자, 주주, 경쟁자, 지역공동체 등 내/외부의 모든 관련자에게 DEI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5단계에서 기업은 경기순환, 전략,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는 리더십 측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에도 지속되는 체계와 구조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DEI 노력에 성공하는 기업은 리더 한 명의 열정과 헌신에 힘입거나 우수한 경영 실적을 토대로 충분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 단계 모두 거쳤다 해도 업무가 완수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과 사업이 재평가될 때 DEI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Ⅰ 스타트업의 분권을 적극 활용하다 | 슬랙


여정의 단계 : 전술

최고의 실천 : 회사 전체의 DEI 책임감 수용, 하향식과 상향식 이니셔티브, 외부 DEI 노력을 전사적 전략 내에 통합, 직원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한 혜택

핵심적 한마디 : "모든 리더들이 DEB(다양성, 형평, 소속감)를 확실히 지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리더들이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믿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말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슬랙의 다양성과 포용 프로그램 담당 이사, 주네 사이먼-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차별이 난무하는 사회이기에,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고 말하진 못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대부분의 기업에 종사하는 흑인 직원들은 평소의 업무를 수행해내야 했지만 스랙은 달랐다.

(슬랙은 메신저 및 프로젝트 협업 툴 제공 회사이다.)

슬랙의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흑인과 유색인종 직원을 대상으로 공감과 애도를 표하며 심리상담 기회 등 회사만의 복지 혜택을 내놓았다.

그리하여 슬랙의 직원들은 '감정 휴가'라는 유급 휴가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자 슬랙의 경험 전문가 글로벌 매니저이자 조직 심리학 박사인 레이첼 웨스터필드는 CEO 버터필드의 배려에 대해 공개적인 글을 올렸다.


스튜어트,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예요. 내가 한 주 내내 울며 지냈다는 것, 그래서 줌 회의에서 카메라를 켜지 못했다는 것을 당신도 알죠?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함께 회의했던 이들이 모두 내게 괜찮냐고, 왜 카메라를 안 켜느냐고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마음이 나빠서도 아니고, 내 걱정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라는 걸 알아요. 다만 그들을 TV 소리를 죽이면 잠시라도 다 잊어버릴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무음으로 해둔 동안에는 아무 일 없게 되니까요, 그렇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버터필드는 이에 대해 직원들에게 계속 의견을 올려달라고 말했다.

당시 웨스터필드를 비롯해 직원들이 CEO와 직접적이고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아주 희귀하다고 할 수 있다.

웨스터필드는 업계 4위 안에 드는 컨설팅 회사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경험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때문에 2년 전 슬랙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즉, 직원들은 회사에서 진정성을 보았던 것이다.




Ⅱ 성별 다양성을 출발의 토대로 활용하다 | 모스 애덤스


여정의 단계 : 전술에서 통합으로

최고의 실천 : 성별 다양성 프로그램, 다양한 인력 공급처 확대 프로그램, 수치 목표, 리더십의 책임성

핵심적 한마디 : "데이터가 마련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공유합니다. 기꺼이 외부에 공개하고 책임을 지려 합니다. 하지만 2020년의 사건은 저와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채용 방식, 인재 개발 방식, 리더 양성 방식 이면의 정책, 절차, 프로세스에 인종 차별 요소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춰 서서 말했죠. 포용적인 조직이 되고 싶다고요. 그렇게 되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모스 애덤스 전 CEO, 크리스 슈미트-


1991년,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된 크리스 슈미트는 사내 여성 인력이 현저히 적다는 사실을 알았다.

취업 초기 함께 일했던 팀원 모두가 여성이었는데 파트너 직위에서는 여성 비율이 10% 초반이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91년, 미 대법원에서 남성 직원에게 불임 증명을 요구하지 않은 존슨 컨트롤스 정책이 여성을 차별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났다.

이는 역사적 성차별 판결에 기인한 것으로 기업이 잠재적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취업 기회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이후 기업은 차별과 괴롭힘 소송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에만 치중했는데 모스 애덤스와 슈미트는 성별 다양성을 비즈니스 측면과 도덕적 측면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모스 애덤스 역시 25년 동안 DEI와 관련된 노력을 해왔는데 특히 성별에 초점을 두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직장 내 인종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모스 애덤스 또한 성별 문제에서는 꽤 진전을 이루었어도 다른 다양성 영역에서는 성과가 거의 없고 성별 외의 영역에서는 의도성도 크게 떨어짐을 인식하며 회사 내부적으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리더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죠. 그저 아무 말 없이 경청하며 문제를 진심으로 이해해야 할 때 말입니다."


"저는 낙관적인 사람입니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낙관적입니다. 이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개선된다면 모스 애덤스는 지역사회와 업계에서 헐씬 더 좋은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인력이 평등하게 일하기 좋은 포용적인 직장, 이것이 바로 DEI 경영의 목표이다.

여러 기업의 DEI 여정에 대한 사례를 보니 다양하게 흘러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시도로 도전하는 MZ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과 달라 침묵하고 순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듯이 세대 또한 변하기에 그에 맞춰 기업 또한 변화해야 한다.


한 기업에 다녔었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참 짙다.

야근수당받고 야근하는 건 아니지만 칼퇴가 힘들었었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눈치라서 오래 있지 않고 나오게 되었다.

'적당히'라는 게 있는데 퇴근하고 보면 꼭 야근하는 것마냥 퇴근하니 규모가 큰 회사라도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때부턴 기업의 규모를 따지기보단 직원들을 얼마나 생각해주는지를 먼저 보게 되었다.

직원들이 안정감, 배려, 소속감을 느끼고 다양성을 활용하며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포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늘 점검하는 것도 기업이 가져야 할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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