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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세계

저자 찰스 브라메스코

다산북스

2024-05-29

원제 : Colours of Film (2023년)

예술/대중문화 > 대중문화론





영화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색상은 다르다. 색상의 변화는 창의적으로 의도한 개입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 관점이 바뀌면 광고, 포장, 건축, 그리고 길을 가다 마주치는 모든 대상의 색채적 의도를 좀 더 깊이 관찰하고 비판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이를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색은 기쁨이자 에너지요, 삶 그 자체다. 적절한 도구와 화학물질, 그리고 약간의 영감만 있다면 영화는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가서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다.



색상의 간섭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피부색을 교묘하게 밝게 하거나 어둡게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빨간색을 파랗게, 어두운 색을 밝게 만들 수 있다면 대중매체의 교묘한 속임수에는 한계가 없어질 것이다.



1939년, 대공황에서 비롯된 10년 동안의 경제적인 빈곤으로 미국인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 시기에 개봉한 「오즈의 마법사」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오락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신비한 나라로 떠나는 도로시의 상상 속 모험은 현실에 지친 관객에게 일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록 고단함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한두 시간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여전히 해마다 가장 예술적이며 모험적인 개봉작 중 일부는 디지털이 아닌 코닥 필름으로 촬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2021년 개봉한 에드거 라이트의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리메이크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은 필름 스트립의 생생한 색채와 질감으로 과거의 미학을 모방한다. 물론 이 방식은 현대 영화 산업의 재정적 제약과 기술 노하우 부족으로 더는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역사적 전통을 중시하는 관객에게 코닥의 필름은 그 자체로 인간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작품으로서 영화의 정수를 담아낸다.



정적이 내려앉아 장례식을 연상케하는 실내는 불안을 암시하는 빨간색과 충돌한다. 가령 자매 한 명이 남편을 내쫓기 위해 유리 파편으로 자해하며 피 흘리는 장면이 회상으로 등장한다. 베리만 감독은 페이드인 기법을 빨간색으로 처리해 인간은 모두 빨간색에서 비롯됐음을 전달한다. 그래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화면은 붉게 물든다.



컬러 영화가 등장하고부터는 선악을 묘사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영화 제작자들은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을 어떻게 활용할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의 라이트세이버는 파란색이나 녹색(내면이 평온하게 하나 됨을 의미)으로 빛나고, 테러리스트 시스의 것은 빨간색(분노와 충동, 불을 의미)으로 빛난다. 그러나 「해리 포터」에서는 소년 마법사 해리의 지팡이가 빨간색(용맹함을 지닌 고결한 귀족 혈통을 암시)을, 어둠의 군주 볼드모트의 지팡이가 녹색(뱀, 화려함, 독성을 암시)을 띤다. 그러니 색에 대한 결론은 하나로 내리기 어렵다.



영화의 첫 장면, 꽉 막힌 로스앤젤레스의 도로에서 원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동차 위로 올라와 춤을 춘다. 수영장이 딸린 정원에서 불꽃놀이도 즐기는 파티로 미아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녀의 친구들은 젤리 같은 알록달록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그와 어울리는 진청색 드레스로 미아를 유혹한다. 다음날 아침은 다소 실망스러울지언정, 파티의 밤은 놀랍도록 짜릿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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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는 고슴도치

저자 재발견생활

훨훨나비

2024-05-22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창작동화





'잘할 수 있을까?'


고슴도치는 밤새 걱정으로 뒤척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았어요.

오늘은 숲속 마을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고개 숙여 짧은 다리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지요.

두 팔을 앞으로 한껏 뻗어 봅니다.

역시나 가늘고 짧아서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어요.


"어딜 그렇게 힘없이 가니?"


하얗고 보드라운 털을 가진 큰고니가 나타났어요.

하늘을 날다가 고슴도치를 발견하곤 우아한 동작으로 살포시 내려앉았지요.

큰고니가 앞에 서니 고슴도치는 가뜩이나 볼품없어 보이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달리기 경기하러 가. 잘해야 할 텐데 말이야."

"암, 잘할 수 있고말고. 네가 매일 달리기 연습하는 걸 하늘에서 지켜봤단다. 나도 참가하는 경기가 있어. 우리 함께 잘해 보자!"


고슴도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큰고니는 웃으며 말을 건넸어요.


환호성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쓸쓸했습니다. 태양은 하늘 높이 빛나고 그림자 하나 없는데, 오직 고슴도치만 어둠을 뒤집어쓴 것 같았지요.


울다 보니 목이 말랐던 고슴도치는 두 손 모아 맑은 물을 떠 마셨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정신이 번쩍 든 고슴도치는 벌떡 일어났어요.

가슴에서 유난히 밝은 빛이 새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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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엔 무적의 여름이 숨어 있다

저자 바스 카스트

갈매나무

2024-06-17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처음 내가 그런 주장을 했을 때, 사람들은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죄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뇌 속의 특정 분자들을 생각하고, 이 분자들에 어떻게 약물로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는 데 훈련이 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체가 복합적인 체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건강한 식생활, 피트니스 프로그램, 해독요법 같은 것이 해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질 좋은 식단은 머릿속의 해마를 빠릿빠릿하게 만들어 신경발생을 자극함으로써, 정신적 경직과 과도한 반추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해마가 튼튼하면 스트레스 회복력이 높아지며, 나아가 건강한 식생활은 일상적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처하게끔 하여, 균형 잡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펠리체 자카가 식단 실험을 하며 환자들의 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건 아니었다. 대신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단의 주재료들이 해마의 수축을 막아주거나, 해마가 성장하도록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질병 행동sickness behavior'은 감기에 걸렸을 때는 나타나지만, 허리가 아프거나 이명이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질병 행동은 '감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꼭 직접적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된 상태가 아니어도 말이다.

그렇다. 진짜 범인은 바로 면역계다. 면역계가 경보 상태로 옮겨가자마자 뇌는 '질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환된다.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므로, 운동은 스트레스 또는 더 나아가 부정적인 감정 조절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여기서 이로운 점은 동료의 기분 나쁜 말이나, 신기하게도 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아드는 나쁜 소식과는 달리, 운동은 난데없이 벼락처럼 떨어져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우리는 그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수준을 적절한 정도로 조절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미국의 연구진은 적외선 전신온열 가온 장치를 이용해 우울증 환자들의 체온을 일시적으로 38.5도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 요법은 1회에 평균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온열 요법만으로도 몇 주간 우울증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자극을 거르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 그냥 편히 쉬면 된다. 능동적으로 주의력을 조절하거나,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필요가 없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자극에 심신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지친 주의력과 마음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힘을 충전받을 수 있다.



어떤 꿈들은 인과적 연결고리가 있는 경우 정말로 심리치료 기능을 떠맡을 수 있다. 뇌는 최대로 이완된 상태에 있게 되는 시간에 스트레스가 되었던 경험을 되풀이한다. 그러면 그 사건은 우리의 전기에 편입되며, 차츰 그것을 경험할 때 느꼈던 직접적인 감정의 무게를 잃는다.



우리는 곧 마음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마음과 잘 지내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동양 문화, 특히 불교에서는 일찌감치 ‘직접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외부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닌 내면세계로 향하는 길 말이다. 결국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외부 세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행복에 이르려 하는 대신에 내면세계, 즉 마음에 집중하여 자족하는 마음을 훈련하라고 권한다.



우리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그 경험과 대면할 때라야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힘들었던 경험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때 말이다.

'그래 맞아, 그랬어. 그리고 그거 알아? 뭐 괜찮아. 나는 이런 거부를 경험했고, 그런 경험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어. 나는 그런 경험을 받아들여.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내가 사랑받을 만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야. 이런 개별적 경험은 객관적인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아. 우리 부모님이 내게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지 누가 알겠어. 하여튼 내가 경험한 일은 마음 아픈 일이야. 하지만 나는 더는 그 일과 내적으로 싸우지 않을 거야. 이런 방식으로 더 고통스러워질 따름이니까. 내가 그 경험을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의 아픔은 남을 거야. 하지만 아픔으로 인한 괴로움은 멈출 거야.' 이런 식으로 마음챙김 기법의 두 가지 핵심인 열린 마음과 수용을 결합해 우리 마음의 평화에 상당히 이바지할 수 있다.



명상과 마음챙김은 삶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그 모든 불안과 걱정을 위한 직면 요법이라 할 수 있다. 명상하기 위해 앉아 있는데 머릿속의 목소리가 온갖 걱정을 늘어놓으면, 그런 생각을 그냥 지각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평온하게 관찰자 모드로 거리를 둔 채, 그것이 먹구름인 양 우리 곁을 지나가게 하라.



기존의 항우울제는 그것이 어떻게 변화를 이루어내는지 당사자는 잘 모르는 채로 심리 안정 효과를 얻는다. 이런 도움은 사실 순전히 화학적인 것으로, 우울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환각제는 이와 달리 자신의 화학 작용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함께 끌어들인다. 환각제는 우리의 뇌와 정신이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환각 경험이 아주 강렬한 이유는 자신의 뇌에 놀라운 자가 치유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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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산책시키기

저자 벤 알드리지

혜다

2024-05-30

자기계발 > 인간관계 > 교양심리학






…… 울림을 주는 이 고대 그리스 철학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그 실용성이 마음에 들었다.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스토아 철학은 2,00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뛰어 오늘날에도 완벽하게 유효한 사상이었다.



스토아학파는 외부 사건, 즉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불 확실하기에 우리가 그 결과를 좌지우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자들은 외부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 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나의 통제력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집중함으로써 인생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패기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주일 동안 가장 보잘것없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해 보라.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당신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인지 자문해 보라. 상황이 좋을 때 앞으로 닥쳐올 나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행운의 여신이 상냥하게 구는 동안 우리 영혼은 그녀가 돌변할 때를 대비해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불편함을 실천하는 또 다른 고전적인 훈련법은 베개와 이불, 매트리스 없이 맨바닥에서 자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다. ……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것은 실생활에서 몸소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애완 바나나 또는 애완 채소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산책을 가 보라. 개인적으로 나는 애완 채소를 더 선호한다. 이유를 묻는다면…, 바나나는 물러 터지기 쉬우니까? 이유야 어찌 됐건, 중요한 것은 애완 바나나나 애완 채소나 창피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길이 막히거나, 기차가 연착되거나,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 보자. 논리 호스를 기억하는가? 자, 당장 논리를 발사하라! 아니면 잠시 로봇이 되어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 상황을 판단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도록 두라. “나는 지금 차가 막히는 도로 한가운데 갇혀 있다.”라고 객관적인 상황만 말해 보라. “엉망진창이야!”라든가 “늦을 것 같아.”라는 말은 덧붙이지 말자.



우리는 인생에서 누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상실을 생각하는 것은 이런 태도에 대항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배우자, 가족, 친구, 반려동물, 건강, 멀쩡한 감각과 사지, 직업, 돈, 집, 자동차, 노트북, 휴대폰, TV, 옷, 추억이 담긴 물건 등 상실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목록으로 작성해 보라. 처음부터 상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이 훈련이 훌륭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라. 매일 밤 이를 닦으면서 감사한 일을 모두 읊어 보라. 사방팔방 치약을 튀기지 않으려면 소리 내지 말고 머릿속으로 되뇌는 게 좋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류를 사랑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태도를 기르고자 노력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포용성은 스토아 윤리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이 단어는 번역하기 매우 까다로운 용어인 '오이케이오시스oikeiosis'라는 개념에서 유래했다.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자면, 오이케이오시스는 우리가 무언가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시간을 내어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라. 걸음을 멈추고 장미 향기를 맡아 보라. 인생은 언젠가 끝이 나고, 그럼 더 이상 피자를 먹을 수 없게 될 거란 걸 기억하라.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임을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지만, 괜찮다. 당신에게는 어떤 어려움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으며, 훈련을 통해 그 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외부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에만 집중하라. 그리하면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통제 불능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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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저자 김미옥
파람북
2024-05-10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혹독했던 그녀의 시대가 나의 시대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 그때 다시 나를 구원한 건 '읽고 쓰는' 것이었다.


책도 사람처럼 운명이 있다. 인간에게 자기만의 서사가 있듯 책도 자신의 역사가 있다. 누군가의 서명과 여백에 깨알같이 쓴 글은 책이 살아온 시간이 아니겠는가. 헌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경건해질 때가 있다. 책을 소장했던 이의 품격이 느껴지는 경우다.


그날따라 상당히 많은 책이 집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있는데 경비아저씨가 집배원이 맡긴 책 박스와 책 봉투를 들고 있었다.

"매일 웬 책이 이렇게 많이 오나요?"
"책이 저를 찾아오는 겁니다."


백석은 감성과 열정과 지성을 갖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백석은 내게 '연애하는 남자'로 생각된다. 그에게 결혼은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그의 사랑은 탐색이 없었다. 첫눈에 반하면 구혼으로 직진했다. 세 번의 결혼을 하고 종종 사랑을 했는데, 그게 묘하게 어울렸다. 누구의 남자도 아닌, 그냥 백석이었다.

그녀가 믿으니 모두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오늘날 '아름다운 나타샤'는 자야가 되고 '가난한 나'는 백석이 되어 눈길 푹푹 빠지는 산속에서 당나귀는 지금도 응앙응앙 울어대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생태계의 입장에서나, 인간 자신의 입장에서나 너무 빨리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는 것이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잡아먹히는 쪽이었기에, 포식자에 대한 공포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과 잔인성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 사이의 파멸적인 전쟁이나 인간에 의한 다른 종의 무차별적 파괴는 인간의 너무 빠른 도약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이다. 그의 말대로 인류는 스스로의 힘을 어쩌지 못하는 자연계의 폭군이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생태계의 복수일 수도 있다.
공존의 그늘이 깊고 길다.


나는 글을 읽다가 '아주 가정적'이란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프카는 가끔 나를 웃게 하는데 특유의 진지한 유머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한 농담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


최근 나처럼 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싱글맘이 책을 내고 작가가 되었다. 처음 망설이는 그녀에게 내가 한 말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정직했고 그녀가 잘하는 일은 진솔하게 글을 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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