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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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그동안 사람들은 더 빠른 길만 찾아왔어요. 그러다가 걷기에 아름다운 길, 거칠고 험하지만 뭔가 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죠.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목적지보다 과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건지도 몰라요."​

"길을 나선다는 건 설레지 않으면 시작할 수가 없어요."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멋진 길이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리면 나무도 풀도 땅도 지금 모습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내 마음속에만 있죠. 우리 삶에도 그렇게 남모르는 비밀의 시간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어요. ​……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저 풍경들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같은 시간을 통과하지요. 삶이란 항상 누군가와 소통하게 해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면 어려움도 풍경이 되고

  좋은 시간은 더 귀하게 느껴지고."

"생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흔들어도, 결국은 깨어 있는 나를 만들 거예요. 더 단단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들겠지요. 원래 아름다운 건 과정이 치열한거야."

……여기 오는 여자들은 마음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고, 감정을 나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티아하우스의 모든 것이 좋았다. 고민거리를 빛의 속도로 쓸어버려주는 빛자루아줌마는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티아할머니 또한 너무 좋았다.

티아하우스라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즉,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아하우스는 그런 곳이었다. 도시이름과 같은 주인공 '서울'은 그래서인지 서울에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예쁜 꽃들로 예쁘게 가꿔진 정원에서 여자들의 티타임인 브릿지타임이 한 달에 한번 티아하우스에서 열린다.

'서울'은 35살로 미혼여성이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나서 매사에 주눅들어있다. 덧붙여 자존감 또한 없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가게 된 티아하우스에서 티아할머니의 부탁으로 브릿지타임을 기록하게 된다.

그렇게 취미였던 사진촬영으로 기록하게 되는 브릿지타임,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티아하우스에 점점 녹아들고 있었다.

티아하우스에 매번 오는 여성들의 고민을 다루는 이 에세이는 여자들이라면 크게 공감하지 않을까싶다.​

여성이기에, 여성만 가질 수 있는 고민들은 오롯이 여성만이 느끼고 알 수 있다.

​누군가의 딸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지는 고충들, 미혼여성이 느끼는, 기혼여성이 느끼는 고충들이 한가득이다.

대한민국,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하겠지만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대한민국은 그 강도가 조금 심한 것 같다.

책임감을 가지고 다해야 하는 의무들은 버겁고 무겁기만 한데 그것은 곧 정체성 상실로 변질되기도 한다.

너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참 복잡하고 힘든 것 같다.

티아하우스가 정말 존재했으면 좋겠다. 브릿지 타임을 가지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생기를 얻고싶다.

내 안의 본질적인 고민들, 왠지 티아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 고민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내일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그 사이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티아하우스로의 여행은 참 좋았다

"그동안 사람들은 더 빠른 길만 찾아왔어요. 그러다가 걷기에 아름다운 길, 거칠고 험하지만 뭔가 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죠.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목적지보다 과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건지도 몰라요."​

"길을 나선다는 건 설레지 않으면 시작할 수가 없어요."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멋진 길이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리면 나무도 풀도 땅도 지금 모습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내 마음속에만 있죠. 우리 삶에도 그렇게 남모르는 비밀의 시간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어요. ​……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저 풍경들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같은 시간을 통과하지요. 삶이란 항상 누군가와 소통하게 해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면 어려움도 풍경이 되고 좋은 시간은 더 귀하게 느껴지고."

"생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흔들어도, 결국은 깨어 있는 나를 만들 거예요. 더 단단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들겠지요. 원래 아름다운 건 과정이 치열한거야."

……여기 오는 여자들은 마음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고, 감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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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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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미와 가나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빠른 전개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을 화악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그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목과 같이 이 책은 나오미와 가나코의 이야기이다.

나오미는 백화점 외판부에서 개인 고객들을 맡으며 일하고있고 가나코는 가정주부이다.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알고보면 서로 너무 잘 맞는다. 그래서인지 둘은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사이이다.

가나코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선 괜시리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나오미는 불시에 가나코의 집으로 갔다가 놀라고만다.

가나코의 예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것이었다. 그렇다. 가나코의 남편이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던 것이였다.

나오미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가나코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상시키며 떠올리게 된다.

나오미의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여태까지 꾹 참고지내는 어머니를 나오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디지않고 빠른 전개덕에 뒷부분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완벽한 스포일러를 하는 것이기에 꾹 참아야겠다.

간략히 말하면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가정폭력에서 해방되어 이혼하라고 종용하지만 가나코는 경찰에 남편을 신고하는 것도 무서워한다.

그렇게 밍기적대던 가나코가 나오미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가정폭력, 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 같다. 우리주변에도 한번쯤은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집안들이 꽤 흔한 것 같다.

중요한 건 한번 폭력이 시작되면 완벽하게 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개과천선하면 확실하게 끊을 수도 있겠지만.

"실수로, 딱 한 번 손찌검을 했다하더라도 애초에 갈라서야지. 절대로 봐주면 안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뉴스매체에서 접하는 기사들을 보면 보통 가정폭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상습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낳는 결과는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계속해서 당하는 입장이다 보면 그것을 당연시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경악스러웠던 건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이였다.

남편의 가족들은 분명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음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을 감싸안으려고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가나코를 압박하기에 이르는 것을 보고있자니 내가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만약 알고있음에도 모른 척 행동하고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방관자도 가해자나 다름없다.

애초부터 가정폭력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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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서 미안해 - 걱정 많고 겁 많은 유부녀의 3개월간의 유럽 가출기
권남연 글.사진 / 꿈꾸는발자국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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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서 미안해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언덕 위에 위치한 탓에 주변 전망도 끝내줬다.

대부분이 펴이로 이루어진 아테네 시가지는 저 멀리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하얀 지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전망이 무척이나 시원스러워서 나는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전망을 바라보다가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도 했다.

갑자기 신랑 생각이 난 것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늘 함께 하고 싶은 반쪽을 멀리 두고 자진해서 혼자가 된 나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이드라는 참 자연스러웠다. …… 그도 그럴 것이 이드라는 차가 다니지 않는 섬이다. …… 그래서 산토리니에선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는 나귀도

이곳에선 현지인에게 더욱 사랑받는 듯했다. …… 그들은 저마다 등에 봉지나 상자 같은 것을 지고 가만히 서서 주인을 기다린다.

성격도 어찌나 순한지 낯선 내가 다가가 쓰다듬어도 순진한 눈망울로 얌전히 몸을 맡겼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집들도 매력적이다. 특히 집집마다 튀어나온 발코니가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몰타를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발코니들에게 시선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다.


삐걱대는 나무문을 열면 아다한 정원이 보이고 그 너머로 두브로브니크의 오렌지색 지붕들이 서로 다른 높낮이로 겹겹이 펼쳐졌다.

아침이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오후가 되면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얼음이 가득 들어간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 "에스프레소 한 잔이랑 생수 작은 것 하나, 그리고 미안한데 얼음도 주실 수

있나요?" …… 기다란 물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생수와 얼음을 채우니 꽤 그럴 듯한 모습이 완성되었다. …… 쌉싸래한 커피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며

순식간에 개운해졌다. 커피 한 잔의 행복. 광고에서 들어봄직한 이 말이 절실하게 와 닿은 순간이었다.

 

스웨덴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다. 헤어스타일도 깔끔하고, 옷도 꽤 잘 입었다.

결혼을 한 유부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난 총각들보다 유부남들에게 더욱 시선이 갔다.

스톡홀름의 유부남들은 하나같이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번화한 시내든, 한적한 주택가든, 그들은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였다.

 

"내가 살아보니 젊음만큼 좋은 게 없어요. 마음껏 여행하고, 마음껏 인생을 즐기도록 해요."
할머니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어쩐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또 한 명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한국에 계신, 나의 시할머니 말이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남편과 강아지와 오붓하게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도 아닌 시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작가는 꿈에도 생각지못한 시집살이를 하게 되었고 몸도, 마음도

아프게되자 3개월의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일종의 작가에게는 도피여행이였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되면 이것은 도피여행이 아닌 작가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일종의 휴식여행이였던 것 같다.


내가 비록 결혼하진 않았지만 '시집살이'에 대한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아직 인생의 반 이상을 산 것도 아니고, 30년을 산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지치고 힘들기만하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그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고 몸도 자꾸만 아픈 게 아닐까싶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여행길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어서 그런지 나의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 또한 높아진 것 같다.

중간중간 작가가 여행한 곳이 담겨있는데 보기만해도 가슴이 뻥 하고 뚫린다.

 

 

그리스 산토리니하면 라라라라-라라라라-하는 배경음과 함께 포카리스웨트가 떠오른다.

꽃할배들의 여행지로도 더 유명해진 그리스 산토리니는 이런 곳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언덕과 계단이 무수하게 많은 모디카는 크게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도 모디카는 엄청난 웅장함과 위용을 뽐낸다. 옛스러움이 마구 묻어나는 곳인 것 같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즐거움도 있지만 막상 두려움도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여자 혼자여행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조심은 하되, 일생에 한번쯤은 꼭 해볼 만한 게 '혼자 여행'인 것 같다.


나의 해외여행 경험은 아쉽게도 단 한번뿐이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던 나는 고등학교때 미국에 계신 고모집에 몇달 가게되었다.

그 때의 경험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기만하다.

어렸을 때, 국내여행으로 비행기 몇 번 타봤다고 하지만 기억은 전혀 나질않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간 게 전부이니 해외로 비행기에 몸 실은 건 처음이였다.
그날 따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비행기가 계속 지연되고, 또 지연되고 경유하는 과정에서 짐이 나오질 않아 헤매고 또 헤매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어찌저찌해서 무사히 도착을 했는데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몇달간의 미국생활의 설레임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추운 겨울에 갔지만 새롭게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의 기억 속 공간에 담기 바빴다.

국내에서의 짤막한 여행들도 설레고 설레기만 하는데,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더 설레이던지!


그래서인지 이렇게 여자 혼자여행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의 눈길이 간다.

분명 그들에게 설레임도 있지만 막상 두려움이 있을테였고, 여행의 결정은 용기가 따르기 마련이니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매번 여행가기를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기필코 가리라 마음먹는다

 

 작가가 여행 중 만나게 된 한 할머니가 들려준 말은 괜스레 곱씹게 된다.
"내가 살아보니 젊음만큼 좋은 게 없어요. 마음껏 여행하고, 마음껏 인생을 즐기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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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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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라는 남자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거실 바닥에는 오베의 '유용한 물건들'이 들어 있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그게 그들이 이 집 안의 물건들을 분류하는 방식이었다.​

​오베의 부인이 샀던 것은 모두 '사랑스러운' 혹은 '가정적인'것들이다. 오베가 산 물건은 모두 '유용한'것들이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죽기 전에 누굴 도와야 했는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가 올 때까지는 늘 낙관적이다.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널리 알려진 원칙주의자였던 오베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나면 웃프기만(웃기고 슬프기만)하다.

그는 답답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이웃과도 친하지않고 말그대로 타인과 단절된 삶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원칙주의자니 당연히 삶의 패턴 또한 정해져있다.

그런 그에게는 아내인 소냐가 전부였는데 6개월 전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내게 되면서 자살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싶을 정도로 그의 자살계획들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밧줄로 목을 매고 자살하려는 순간, 툭 끊어진 밧줄로 인해 실패, 차 안에서 질식사 하려는 순간, 이웃의 등장으로 실패, 저 멀리 달려오는 기차가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 뛰어내려 했지만 정신잃고 떨어진 사람때문에 실패, 약물자살하려는 순간 고양이와 이웃의 개 때문에 실패, ……실패, 실패!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살을 몇 번이고 시도한 오베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극도의 우울증? 계속된 자살계획? 아니다. 그에게는 결국 행복이 남았다.

무슨 뜻일까?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남은 것이 결국 행복이라니!

그의 자살시도를 번번이 실패하게 했던 방해물들이 그에게 행복을 알려준 장본인들이다.

어쩌다가 고양이를 보살펴주게 되었고, 이웃과 친해지게 되었고, 우정에 금 갔던 친구 루네와도 다시금 친해지게 되었다.

알고보면 그의 아내인 소냐의 소망이자 바램이었다.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방해물들은 하늘에서 소냐가 보내준 것이 아닐까? 오베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 요즘 세상에 타인과의 관계하면 '끈끈함' 또는 '친밀함'이라기보다 '단절'에 가깝다.

요즘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타인보다 자기중심적인 시대인데다, 현실적으로 보면 워낙 흉흉한 시대라 옆집 이웃이 위험한 이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집 옆집에 살던 어떤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번도 인사를 나눈 적이 없었지만 그 아저씨가 살고있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보이지 않았는데 몇 주 뒤, 뜬금없이 경찰아저씨 두명이 와서는 옆집에 살던 아저씨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였다.

자세한 죄목은 모르지만 도주중인 용의자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곤 정말 오-싹했다.)

그렇다고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말은 아니다. 잘 판단하여 이웃과의 친말한 교류를 유지하자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뒷부분을 보면서 내 뺨 위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오베의 아이러니하게 돌아가는 자살 계획을 보고있으면 웃음이 나와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읽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천천히, 그리고 마음 한 구석 슬픔을 억누르며 읽었다.

그렇게 오베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또한, 오베는 빈껍데기의 인간이 아니였다. 그것을 끄집어내지 못했을 뿐,​ 따뜻함이 속으로 꽉 찬 인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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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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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로 가는 길

 

 

 

 

 

『책에서 마주친 한 줄』

 

「활짝 핀 꽃」이라는 시에서 헤세는 이렇게 노래했다.

복숭아나무 한가득 꽃이 흐드러졌지만 그 모두가 다 열매 맺지는 않는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지만 피는 대로 그저 두라고.

꽃처럼 제멋대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굳이 분석하여 수익성을 따지지 말고, 생각의 꽃이 피는 대로 그저 내버려두자.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조금 부족해도, 조금 엉뚱한 짓을 해도, 언제나 내 숨겨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결코 두렵지 않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문학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데미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데미안』을 읽었다.

타이밍이 적절해서였을까? 두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로 가는 길』은 마치 작가와 함께 헤세의 흔적을 찾으러 여행 간 기분을 들게한다.

첫 장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칼프 역에서 내려 도시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강을 건너야 한다.

나는 이 강이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가 낚시를 하며 행복해하던 그 강이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된다.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강에서 한스가 낚시하는 모습을,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일까? 대개 한두시간만 주어지면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게 책인데 나는 이 작품만큼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곤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이 나오면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며 곱씹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속의 언듯 묘사된, 감성적인 문구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 문구들은 나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에 빠져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당신을 본다면, 헤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보라고. 눈부신 하늘, 아름드리나무 잎사귀들, 아장아장 걸어가는 강아지들, 떼 지어 노는 아이들, 여인의 머리카락,

그 모든 것을 높치지 말라고.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런 자잘한 풍경들에 깃들어 있다고.

 

정여울 작가에게는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첫사랑, 방황, 슬픔의 기억과 함께.

앞서 말했듯이, 타이밍이 적절했던 나도 힘든 시기에 헤르만 헤세 작품을 읽게 되었다.

중학교 때 읽고, 고등학교 때 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는 주인공 한스의 이야기이다.

한스에게 기대치가 컸던 가족들은 한스가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한스에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렸던 한스는 그렇게 삶의 의욕을 계속해서 상실하게 되고 결국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게 된다.

분명 나의 운명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내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한스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았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그것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결말은 좋지않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꼭 그런 뉴스가 들려온다. 수능을 보기 전, 수능을 보고나서 몸을 던졌다는 가슴아프고 끔찍한 뉴스가 들려온다.

꼭 그들을 보면 한스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데미안에서 나오는 유명한 이 문구는 몇번이고 곱씹으며 되새김질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나'를 비로소 이겼을 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나의 자아 또한 같이 성숙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성숙은 '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반짝거리는 은색의 머리를 가진 어르신이 되었다고 해도, 그 때까지도 내면성숙을 거치지 못하는 이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나를 성숙시키는 것, 그것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

 

이야기로 돌아오면 헤세가 여행했던 수많은 장소가 그의 그림소재가 되곤했는데 만년의 헤세는 농부처럼 부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그림그리기와 정원가꾸기는 마법의 피난처나 다름없다고 말하고있다. 그에게는 아마 그 두가지가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나보다.

 

나의 스트레스를 힐링시킬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독서? 피아노연주? 영화감상? 여행? 친구들만나기? 꽃꽂이하기? ……

 

헤세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지니 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느꼈던 건, 아직 읽어보지 못한 헤세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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