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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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은 삶의 가치에 관한 문제다. 무조건 비싸게 과하게 많이 차려 먹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반찬 하나를 놓고 먹더라도,

그리고 여럿이 아닌 혼자 먹더라도, 먹는 행위에 어떤 가치를 두고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과 손님 사이의, 그리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정성스럽게 먹는 사람 사이의 '주파수'가 맞을 때, 비로소 요리를

통한 감동이 만들어진다.

상호 간의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관계라는 것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과 그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 이들간의 정성과 예의의 주파수가 잘 맞춰져 확산되고 보편화될 때

음식 문화도 발전한다.

영국을 떠난 뒤에는 내 요리의 궁극의 지향점을 한식에 두게 되었지만, 결코 잊지 않는 가장 중요한 기본은 바로 이것이다.

'음식 맛을 살리는 건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맛을 끌어내는 방법을 아느냐에 달렸다.'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것, 내가 나를 믿어줘야 한다는 것, 그것만 중요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똑같이 줄 서지 않고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진짜로 안정된 삶이란 남이 뭔가를 결정해주는 삶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결정하는 삶이라는 것을, 더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포용했으면 좋겠다.
설령 좀 튀어 보이고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뻔한 말 같지만, 화려한 기교를 부리고 레시피를 달달 외우는 일보다 중요한 건 인내와 성실함이다.
남들보다 예민한 미각과 후각을 타고나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타고난 것보다는 노력이다.
단 한 접시의 간단한 요리라도 자기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마음을 담아서 만들려는 노력.

​혼자만의 노력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되거나 모자란 점이 느껴진다면, 혹은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양 느껴진다면, 그 부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이때 스승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만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천재적 재능을 꽃피우거나 젊어서 반짝 빛나는 사람들보다는 오랜 세월 꾸준히 자기 길을 가며 내면에 자기 세계를 확고하게 쌓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


그러니 누구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과연 공부는 왜 하고 있으며, 돈은 왜 벌려고 하며, 성공은 왜 하려 하는지, 그것이 남을 위한 일인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인지를. 이유를 알아야 해답도 찾을 수 있다.
…… 앞날이 불안하고 막막할수록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어줘야 한다.
나에 대한 믿음이 나를 받쳐주고 있다면 오늘 좌절하더라도 내일은 더 나아지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때문에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자꾸만 외국으로 나가서 뭔가를 하려 들지 말고 오히려 나라 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요리사는 자기가 만드는 음식을 이해해야 한다.

​내 요리의 기본은 주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흙에도 있다.
내가 나고 자란 그 땅으로 돌아가 손에 흙 묻히고 채소 하나하나 직접 살피며 지금까지보다 더 배우고 더 알아갈 때, 남들이 불러주는 셰프라는 타이틀과 상관없이 평생 요리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더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카리스마를 담당하고 있는 강레오 셰프.

지금은 셰프로서의 입지도 다지고 방송을 통해 유명세도 탔지만, 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정말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종로의 요리학원에 다니고싶어 학원비를 벌기 위해 호프집에서 일을 하고, 레스토랑 내에 정육파트에서 일하기도 했다.
호프집에서 회칼로 양배추를 썬 덕에 칼질이 늘게되었고, 정육파트에서 일한 덕분에 닭 한마리는 눈 감고도 해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오로지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였고 무작정 간 것이였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그는 ​장 조지가 운영하는 런던의 '봉'에서 시니어 셰프 드 파티를, 피에르 코프만이 운영하는 런던의 '라 탕 클레어'에서

주니어 수 셰프를, 피에르 가니에르가 운영하는 런던의 '스케치'에서 수 셰프를​, 런던의 '고든 램지'에서 시니어 셰프 드 파티 등을 맡으며

경력을 쌓아갔다.

코미부터 헤드 셰프까지 있는 주방은 예술을 담아낸 음식이 나오는 마법같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셰프들간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피에르 코프만(Pierre Koffmann)의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인 라 탕 클레어(La Tante Claire)에서 일했을 때, 톰 키셔에게 강셰프는 가장 많이 '갈굼'을

당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런 존재는 필히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을 크게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주는 인물이 되기도 하기때문이다.

강셰프가 직접 피에르 코프만에게 처음으로 점심을 올릴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때 톰 키셔는 강 셰프의 음식을 보고선 화를 냈다.

​"네가 여기서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냐?"

​이 말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자부심이다. '누구누구 밑에서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

톰 키셔는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후, 세계적인 요리사 장 조지의 런던 레스토랑 봉이라는 곳에서 코미로 시작한 강셰프는 뭐든지 착실하고 완벽하게, 빨리 하려고 했다.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다른 요리사들을 도우면서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게되었다.
오너인 장 조지가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음식을 직접 하게 되었는데 음식을 맛 보고선 장 조지가 자신의 책에 사인까지 해주었고

그 옆에는 글귀까지 써주었다. 'I trust your plate' - 얼마나 강셰프에게 가슴벅찬 구절이였을까!

일이 힘들다보니 강셰프도 한번 폭발(?!)한 적이 있었는데 헤드 셰프 팀 톨리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해주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내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도 정말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채찍질 또한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끝없이 도전하려고 하는 강셰프는 ​작은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을거라는 피에르 코프만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두바이로 떠났었고 45명 가운데 밑으로

40명을 거느렸던 피에르 가니에르의 런던 레스토랑 스케치에서 높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런던 첼시의 고든 램지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그렇게 강셰프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요리사가 될 운명이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장차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그때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스스로 해답을 얻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자. 요리사가 되자.'

'강레오 셰프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읽어보니 알겠다. 정말이지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요리만 할 수 있다고 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나 자신과 요리에 대한 신념, 그리고 그것을 플레이팅할 수 있을 때야말로 스스로 본인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쟁이'에서 '장이'가 되고, '장이'에서 다시 '장인'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보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강 레오 셰프-

혼자만의 노력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되거나 모자란 점이 느껴진다면, 혹은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양 느껴진다면, 그 부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이때 스승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만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천재적 재능을 꽃피우거나 젊어서 반짝 빛나는 사람들보다는 오랜 세월 꾸준히 자기 길을 가며 내면에 자기 세계를 확고하게 쌓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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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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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측 죄인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자네들은 손에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어. 법률이라는 검이지. 그건 아주 잘 드는 진검이야.
법치국가에서는 최강의 무기라고 봐도 돼. 조폭 두목도 그 칼끝을 보면 벌벌 떨지.
법조인은 그 검을 무기 삼아 사람을 심판하는 일을 해. 자네들은 지금까지 그 검을 쓰는 법을 열심히 배워왔어."

​"자네는 지금까지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취조하는 가운데 자백을 받아낸 경험밖에 없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자백하지 않아서 그냥 꾸려야 하는데 상황증거조차 불충분한 사건도 세상에는 있어.
그런 와중에 '내가 안 그랬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계속 의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야.
상대가 철면피인 건지, 자신이 악마에게 혼을 팔아넘긴 건지 헷갈린다고. 믿는 건 편해.
의심하는 건 어렵지. 용의자를 의심하닥 어느 틈엔가 수사 관계자의 의견을 의심하고 자기 마음까지 의심하게 되지.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어. 부인 사건이란 그런 거야. 원래 젊은 검사한테 맡길 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말해 과연 자네에게 맡기길 잘했는지 고민될 때도 있어.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생각은 없어.

그런 짓은 하면 안 되지. 자네가 포기한다면 이야기는 별개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면 끝까지 애써봐."

​하지만 오키노의 마음은 후련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이 승리의 기분일까…….
오키노는 알 수 없었다.

​"자네처럼 장래가 유망한 사람을 검찰에서 내친 꼴이 되고 말았어.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 그게 후회스러울 따름이야.
다른 일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분이야."

거기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오키노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을 뭘 틀린 걸까.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오키노는 이제 아무 답도 내어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믿고 무엇의 편을 들었을까.
정의란 이렇게나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하나, 책과 마주하다』

베테랑 검사와 새내기 검사에 대한 대결인 이 소설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베테랑 검사 모가미가 법의 경계를 넘어 용의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하자 법의 경계를 넘지않고 그 선을 지키려고 하는 새내기 검사 오키노가 대응하게 되는 내용이다.

사법연수원에서 교관과 연수생으로 만난 그들은 5년 뒤, 노부부살해사건을 맡게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이 둘은 갈라지게 된다.

노부부살해사건 용의자목록에서 발견한 마쓰쿠라라는 이름을 보고선 모가미는 충격에 금치못했다.

대학생 때, 생활한 기숙사 관리인 구즈미씨 부부의 외동딸 유키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름이였던 것이었다.
모가미는 유키의
가느다란 목을 졸라져서 생긴 검붉은 자국을 기억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아직도 자기 이름을 부르며 달려올 것 같은 유키였다.

공소시효가 끝나 그를 범인으로 몰 수 없었던 모가미는 이번 노부부살해사건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오키노는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은 법의 정의에 어긋난다며 모가미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렇게 모가미와 오키노는 '법의 정의'에서 싸우게 된다.​

모가미가 정말 잘못된 것일까? 만약 잘못되었다면, 모가미를 만나고 나온 오키노는 왜그렇게 울부짖었던 것일까?

우리나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해자들을 위한 법인 것 마냥 '솜방망이 처벌'을 시행하는 것 같다.

특히, 공소시효때문에 죄의 심판을 받지 않은 가해자들이 아직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피해자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데 가해자는 평소처럼 살 수 있다는 상황이 참 우습다.

불문법이 적용되는 미국같은 국가들과는 달리 성문법이 적용된 우리나라는 공소시효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법 자체가 매우 문제시되고 있다.

어제 이 공소시효에 대한 기사가 났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법 법사위 소위서 통과 불발

현재 25년인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법적 안정성 문제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에 따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소위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모든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중범죄의 경우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범죄자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공소시효를 10년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나만이 그렇지 않을 것이다. SNS에서도 성인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우리나라의 법체제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다.

공소시효를 빌미로 달아나는 범죄자들, 이들을 심판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인 시즈쿠이 슈스케도 이런 의문에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 또한 민법을 배우면서 '공소시효'에 관해 관심이 많았는데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법에 관한 문제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는 당연시하게 인권이란 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범죄자에게도 당연시하게 부여되는 인권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인간처럼 행동해야 권리를 행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인간에게는 선과 악, 이 두가지의 마음이 공존한다고 한다. 모두의 마음에는 이 두가지가 있기에 악을 통제하고 선을 행하며 살고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계속 행해진다면 선은 더 이상 설 데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 범죄자도 인간이기에 인권은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자기가 지은 죄는 엄중하게 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수정되어야 할 법은 무엇일까? 공소시효부터 없앴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컨대 제발 외국의 법을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전에 봤던 기사였는데 외국에서 연쇄살인범에게 1명당 몇 십년으로 계산하여 백 몇년을 감옥에서 살게했는데 그 뜻이 죽어서도 피해자에게 속죄하며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 제발 달라졌으면 좋겠다.

"자네들은 손에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어. 법률이라는 검이지. 그건 아주 잘 드는 진검이야.
법치국가에서는 최강의 무기라고 봐도 돼. 조폭 두목도 그 칼끝을 보면 벌벌 떨지.
법조인은 그 검을 무기 삼아 사람을 심판하는 일을 해. 자네들은 지금까지 그 검을 쓰는 법을 열심히 배워왔어."

​"자네는 지금까지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취조하는 가운데 자백을 받아낸 경험밖에 없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자백하지 않아서 그냥 꾸려야 하는데 상황증거조차 불충분한 사건도 세상에는 있어.
그런 와중에 `내가 안 그랬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계속 의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야.
상대가 철면피인 건지, 자신이 악마에게 혼을 팔아넘긴 건지 헷갈린다고. 믿는 건 편해.
의심하는 건 어렵지. 용의자를 의심하닥 어느 틈엔가 수사 관계자의 의견을 의심하고 자기 마음까지 의심하게 되지. …… 자네가 포기한다면 이야기는 별개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면 끝까지 애써봐."

하지만 오키노의 마음은 후련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이 승리의 기분일까…….
오키노는 알 수 없었다.

​"자네처럼 장래가 유망한 사람을 검찰에서 내친 꼴이 되고 말았어.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 그게 후회스러울 따름이야.
다른 일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분이야."

거기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오키노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을 뭘 틀린 걸까.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오키노는 이제 아무 답도 내어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믿고 무엇의 편을 들었을까.
정의란 이렇게나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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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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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로 가는 길』을 읽다가 만난 프로듀사의 책, 『데미안』

 

 

근래 들어 가장 재미있게 봤던! 베스트로 꼽히는 책, 『헤세로 가는 길』

여행가는 기분으로 읽었고, 여행지에서 읽는 마음으로 읽었다.

『헤세로 가는 길』 리뷰: http://blog.naver.com/shn2213/220362138567

 

요즘 핫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로듀사】는 공효진과 김수현, 아이유가 출연해 더욱 더 인기를 끌고있다.

【프로듀사】에서 『데미안』책이 나왔다고 하여 방송을 챙겨보게 되었다.

 

스타인 아이유에게 PD 김수현이 잠이 잘 오는 방법을 말해주게 된다. 그 방법은 바로 독서와 음악감상!
이 때, 건낸 책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였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데미안』을 읽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읽어서그런지 그 당시에는 정말 몰입했던 것 같다.

 

꿈을 찾아가는데에 있어서,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외로움과 공허함, 『데미안』은 그것을 잘 묘사하고 있다.

 

생각이 많은 하루를 보내게되면 잠자리에 쉽게 들지못한다.

그럴때면, 책장 앞쪽에 꽂아져있는 에세이나 여행서적을 펼쳐 마음에게 위안과 격려를 해주는데 간간히 『데미안』을 펼치기도 한다.

 

스타인 아이유도 밑줄치게 만들었던 구절, 그 구절을 읽고나면 허함이 자리잡는다.
……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와 친하지 않았다. ……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누구의 마음에도 들려고 하지 않았다.

잠시 넘어가서 보면, 『헤세로 가는 길』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 미래를 쫓다보면 '힘듦'과 '외로움'에 막히곤한다.

그럴 때면, 혼자 있는 시간이 참 많아진다. 그저 멍하니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시간이 얼마나 훅-훅- 가는지 모른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혼자있음의 시간도 꼭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혼자있음의 시간을 권유하고 싶지않다.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기위해서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함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르테 블로그의 마쏠님은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아이유에게 『헤세로 가는 길』에 인용된 문장을 추천해주고 싶다고했다.
그는 사랑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할 때 자신을 잃어버린다.
『데미안』

Hermann Hesse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데미안에서 나오는 유명한 이 문구는 몇번이고 곱씹으며 되새김질하곤 하는데.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나'를 비로소 이겼을 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엉뚱한 짓을 해도, 언제나 내 숨겨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결코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

고민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에겐 퍽 힘든 일이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런데 나는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다. 의지할 수 있는 이와 함께한다는 것으로도

……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와 친하지 않았다. ……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누구의 마음에도 들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그는 사랑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할 때 자신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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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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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그동안 사람들은 더 빠른 길만 찾아왔어요. 그러다가 걷기에 아름다운 길, 거칠고 험하지만 뭔가 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죠.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목적지보다 과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건지도 몰라요."​

"길을 나선다는 건 설레지 않으면 시작할 수가 없어요."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멋진 길이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리면 나무도 풀도 땅도 지금 모습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내 마음속에만 있죠. 우리 삶에도 그렇게 남모르는 비밀의 시간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어요. ​……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저 풍경들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같은 시간을 통과하지요. 삶이란 항상 누군가와 소통하게 해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면 어려움도 풍경이 되고

  좋은 시간은 더 귀하게 느껴지고."

"생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흔들어도, 결국은 깨어 있는 나를 만들 거예요. 더 단단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들겠지요. 원래 아름다운 건 과정이 치열한거야."

……여기 오는 여자들은 마음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고, 감정을 나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티아하우스의 모든 것이 좋았다. 고민거리를 빛의 속도로 쓸어버려주는 빛자루아줌마는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티아할머니 또한 너무 좋았다.

티아하우스라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즉,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아하우스는 그런 곳이었다. 도시이름과 같은 주인공 '서울'은 그래서인지 서울에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예쁜 꽃들로 예쁘게 가꿔진 정원에서 여자들의 티타임인 브릿지타임이 한 달에 한번 티아하우스에서 열린다.

'서울'은 35살로 미혼여성이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나서 매사에 주눅들어있다. 덧붙여 자존감 또한 없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가게 된 티아하우스에서 티아할머니의 부탁으로 브릿지타임을 기록하게 된다.

그렇게 취미였던 사진촬영으로 기록하게 되는 브릿지타임,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티아하우스에 점점 녹아들고 있었다.

티아하우스에 매번 오는 여성들의 고민을 다루는 이 에세이는 여자들이라면 크게 공감하지 않을까싶다.​

여성이기에, 여성만 가질 수 있는 고민들은 오롯이 여성만이 느끼고 알 수 있다.

​누군가의 딸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지는 고충들, 미혼여성이 느끼는, 기혼여성이 느끼는 고충들이 한가득이다.

대한민국,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하겠지만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대한민국은 그 강도가 조금 심한 것 같다.

책임감을 가지고 다해야 하는 의무들은 버겁고 무겁기만 한데 그것은 곧 정체성 상실로 변질되기도 한다.

너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참 복잡하고 힘든 것 같다.

티아하우스가 정말 존재했으면 좋겠다. 브릿지 타임을 가지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생기를 얻고싶다.

내 안의 본질적인 고민들, 왠지 티아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 고민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내일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그 사이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티아하우스로의 여행은 참 좋았다

"그동안 사람들은 더 빠른 길만 찾아왔어요. 그러다가 걷기에 아름다운 길, 거칠고 험하지만 뭔가 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죠.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목적지보다 과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건지도 몰라요."​

"길을 나선다는 건 설레지 않으면 시작할 수가 없어요."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멋진 길이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리면 나무도 풀도 땅도 지금 모습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내 마음속에만 있죠. 우리 삶에도 그렇게 남모르는 비밀의 시간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어요. ​……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저 풍경들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같은 시간을 통과하지요. 삶이란 항상 누군가와 소통하게 해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면 어려움도 풍경이 되고 좋은 시간은 더 귀하게 느껴지고."

"생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흔들어도, 결국은 깨어 있는 나를 만들 거예요. 더 단단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들겠지요. 원래 아름다운 건 과정이 치열한거야."

……여기 오는 여자들은 마음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고, 감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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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 나오미와 가나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빠른 전개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을 화악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그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목과 같이 이 책은 나오미와 가나코의 이야기이다.

나오미는 백화점 외판부에서 개인 고객들을 맡으며 일하고있고 가나코는 가정주부이다.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알고보면 서로 너무 잘 맞는다. 그래서인지 둘은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사이이다.

가나코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선 괜시리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나오미는 불시에 가나코의 집으로 갔다가 놀라고만다.

가나코의 예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것이었다. 그렇다. 가나코의 남편이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던 것이였다.

나오미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가나코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상시키며 떠올리게 된다.

나오미의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여태까지 꾹 참고지내는 어머니를 나오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디지않고 빠른 전개덕에 뒷부분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완벽한 스포일러를 하는 것이기에 꾹 참아야겠다.

간략히 말하면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가정폭력에서 해방되어 이혼하라고 종용하지만 가나코는 경찰에 남편을 신고하는 것도 무서워한다.

그렇게 밍기적대던 가나코가 나오미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가정폭력, 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 같다. 우리주변에도 한번쯤은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집안들이 꽤 흔한 것 같다.

중요한 건 한번 폭력이 시작되면 완벽하게 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개과천선하면 확실하게 끊을 수도 있겠지만.

"실수로, 딱 한 번 손찌검을 했다하더라도 애초에 갈라서야지. 절대로 봐주면 안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뉴스매체에서 접하는 기사들을 보면 보통 가정폭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상습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낳는 결과는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계속해서 당하는 입장이다 보면 그것을 당연시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경악스러웠던 건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이였다.

남편의 가족들은 분명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음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을 감싸안으려고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가나코를 압박하기에 이르는 것을 보고있자니 내가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만약 알고있음에도 모른 척 행동하고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방관자도 가해자나 다름없다.

애초부터 가정폭력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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