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 로맨틱 한시: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책에서 마주친 한 줄』

(풀어서 쓴 뜻으로 썼습니다. 한자만 덩그러니 쓰면 못 알아보실 분도 계실지도 모르기에)​

춘사 - 박제가

그네로 하늘 가르며 한 번 공중에 솟구치니

바람 머금은 양 소매가 당긴 활등 같구나

높이높이 오르려다 치마 자락이 터져서

수놓은 꽃신 끝이 붉게 드러난 줄도 몰랐네

호랑내멱농 - 이안중

​작은 것이 꽃밭 속에 서 있으니

버들잎은 새색시의 눈썹 같고

복사꽃은 붉은 치마를 닮았어요.

나를 찾아보라 그대를 불렀죠

복사꽃은 동쪽에 오얏꽃은 서쪽에 있는데

그대를 어디에서 진짜 나를 찾을까요.

백저사 - 최경창

장안에 계실 때를 생각하며

흰 모시 치마 새로 지었죠.

이별한 후인데 어찌 입을 수 있겠어요

노래하고 춤 춰도 보아줄 그대가 없는데.

추사 - 남취선

동천은 물과 같고 달도 푸르른데

나뭇잎 떨어지고 밤엔 서리 내리네

열두 발 친 방에 혼자 자려니

옥 병풍에 수놓은 원앙 부럽기만 하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로맨틱한시』는 말그대로 로맨틱한 한시를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 사랑이 주제이다.

책 첫장을 넘기려는 순간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은 오른쪽을 기준으로 책을 넘기는데 옛날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왼쪽을 기준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있다.

예전에 딱 한번 오래된 고전문학을 읽을 때 그랬었는데 오랜만에 왼쪽을 기준으로 넘기니 감회가 새롭다​

 

반속요(현실로 돌아오는 노래) - 설요
化雲心兮思貞淑 (화운심혜화정숙) 구름 같은 이 내 마음 정숙을 생각해보려 하지만
洞寂滅兮不見人 (동적멸혜불견인) 산골짜기 적막하여 사람 보이지 않네

瑤草芳兮思芬蒕 (요초방혜사분온) 아름다운 꽃은 피어날 생각을 하는데,
將奈何兮是靑春 (장내하혜청춘)     장차 어찌하리, 이 내 청춘은.​

반속요는 출가했다 다시 속세로 돌아오라는 뜻을 담고있다. 반속요를 지은 설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삶에 환멸을 느껴 출가한 인물이다.
그러나 계속된 얽매임 속에서 결국 수도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 때 반속요를 짓고 환속했다고 한다.
훗날 당나라의 곽진의 첩으로 살다가 죽었다고 알려졌다.

삶이란 단순하지 않기에, 복잡하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한 번 꼬인 실타래를 금방 풀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인생의 순리이니 말이다.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 황진이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동짓달의 기나긴 밤의 한 가운데를 둘로 나누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따뜻한 이불 아래에 서리서리 간직해 두었다가)
얼운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정든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서 더디게 밤을 새리라)

 

임이 오시지 않는 길고 긴 동짓달의 밤을 지새운 여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해내었다.

개인적으로 이 시조는 너무 좋아 글쓰기노트에도 써놓았었는데, 정말 조선시대 여류시인답게 황진이의 시조는 하나같이 다 좋은 것 같다

여운이 진하게, 아주 길게 남는다.

 

美人怨(미인원) - 이규보

​腸斷啼鶯春 (단장제앵춘) 단장제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落花紅簇地 (낙화홍족지)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玉臉雙流淚 (옥검쌍유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郞信薄如雲 (낭신박여운)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 같고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누나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을까

대표적인 회문시인 '그대 마음 믿을 수 없어요'는 처음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뜻이 통한다.

​翠眉愁却皺 (취미수각추) 푸른 눈썹은 수심 겨워 찌푸려 있는데
誰與度日長 (수여도일장)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水似撓情妾 (수사요정첩)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출렁거리고
雲如薄信郎 (운여박신랑)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淚流雙臉玉 (누류쌍검옥)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孤枕曉衾香 (고침효금향)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地簇紅花落 (지족홍화락)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春鶯啼斷腸 (춘앵제단장)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여인의 처지를 자연과 대조시키고 있다.
미인원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아름다운 여인의 원망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이 한시는 말그대로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임이 돌아오지 않아 원망과 함께 기다림을 나타내는 여인의 감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문학시간에 배웠던 한시·시조 등 고전문학이 너무 좋아 방과후 특강을 따로 듣기도했다. 그 정도로 나는 고전문학에 매료되어 있었다.

짤막한 한 구절에 담긴 무궁무진한 의미들을 찾아내며, 어떻게 이런 표현으로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건지 감탄하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한시들을 입 속으로 되뇌어보니 한시에 매료되었던 감정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예전에 재밌다고 혼자서 지어낸 한시들이 담긴 공책이 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찾아내면 꼭 하나표 한시를 소개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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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 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나는 암이 온몸에 퍼졌고 곧 죽을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그 말을 되뇌면서 언제쯤 공황 상태가 가라앉고, 슬픔도 가라앉고,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심장 박동은 그대로다. 이건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다윈의 이론이다.

생존의 본능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나의 뇌가 생존 본능에게 나오라고 지시한다. 본능이 자리를 잡고 외친다. 죽을 수 없어. 죽지 않을 거야.

 

잭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찾아줄 생각이다.

 

물론 잭은 아직 거기 있다. 잭이니까. 나의 잭이니까. 그리고 몇마디 말이면 그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거기선 당신 필요 없다니까!" 내가 고함을 지른다. 심한 말이 단두대 칼날처럼 잭을 잘라낸다.

 

"세상에, 데이지." 잭이 고개를 젓는다. "난 당신밖에 없어."

 

햇볕 쪽으로 고개를 들고 얼굴에 쬐면서 한 가지 작은 사실을 확인하며 마음을 놓는다. 오늘은 그날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신께 말하고싶었다. '꼭 그들은 헤어져만 하는건가요? 그들을 사랑하게 놔두면 안되나요!​'라고 말하고싶었다.

서른 살도 안 되었던 데이지는 암진단을 받게된다. 견디기 힘든 수술과 치료를 무사히 끝내 완치판정을 받게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재발이 된 것이다. 이제 데이지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6개월이다. 이제는 더 이상 손 쓸수도 없다.

시한부를 선고받고나자 데이지에게 가장 걱정되는 것,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인 잭이었다.

세상에 남겨질 잭이 너무나도 걱정되는 나머지 데이지는 그에게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주기를 바란 데이지였지만 막상 그녀는 닥치고보니 걷잡을 수 없는 질투에 휩싸이고만다.

데이지는 두갈래의 마음에서 혼란스럽기만하다. 떠날 운명이지만 나만을 바라봐주길 원하고, 또 한편으론 남겨질 잭이 걱정되어 잭의 행복을 바란다.

​결국 데이지는 굳은 결심을 한다. 오로지 잭을 위해, 잭에게 여자를 찾아주겠다는 마음말이다.​

그래서 데이지는 잭의 곁을 떠났을까? 잭은 다른 여자와 다시 시작했을까?

잭의 곁에는 언제나 데이지가 있고, 데이지의 곁에는 언제나 잭이 있다. 그렇게 둘은 서로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거라 믿어의심치않는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나는 그 순환과정이 아직 익숙치는않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럴수도 있겠으나 나는 아직 장례식 문턱에 가본 적도 없거니와 누군가와 영원한 이별을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막상 닥치게되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암을 가진 환자들이 약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마음이 약해지고 밥을 제때 못 먹어서 그렇다고한다.

그들에게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무슨 위로를 한들 그들의 마음이 안정을 느낄 수 있게하겠는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켜줘야 한다. 그들 곁에서 손만 잡아줘도 그들에게는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의연한 척 하는 데이지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잭도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의 곁에 있었겠지.

그게 우리들만 이해하는 장난이기 때문에 거기 둔다. 내가 끊어낼 수 없는 데이지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

그리고 데이지가 어디에 있든, 웃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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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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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눌라라 : 마녀에게서 온 편지

 

 

 

 

『책에서 마주친 한 줄』


그러던 사이 잔니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 든 마시모가 편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입 밖으로 험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

"무슨 유언장이 이따위야! 돈은 어디에 있는 건데? 누구한테 남기는 건데? 이 더러운 년 때문에 체면 무릅쓰고 얼굴에 똥칠까지 하고 다녔는데

그게 다 너, 너 때문에……."


릴라가 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저 문을 열고 우리한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구는 하녀가 죽었는데 왜 슬퍼하냐고 사람들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약삭빠르고 성격이 까다로웠다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정직했잖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고생한 사람이야. …… 아무래도 상속세를 피하려고 조치를 취한 게 틀림없어. 세금 내는 걸 워낙 싫어했잖니. 그러니 제발 부탁이다, 진정들 해라. 건너편에 사람들도 와 있잖니."

아드리아나 부인은 길게 이야기하느라 기운이 빠져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알팔리페가의 하녀 멘눌라라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멘눌라라는 별명인데 '아몬드를 줍는 여자'라는 의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도와서 아몬드를 주웠던 과거로 그녀의 별명이 생기게 되었다.

그녀는 13살때부터 알팔리페가의 하녀로 일해왔고 가문의 재산관리인이기도하다.

멘눌라라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장에는 당시 멘눌라라의 신분으로서는 치룰 수 없는 장례식으로 치뤄달라는 내용과 그렇게 해줄시에는 꼭 보답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은 그저 재산만 빨리 분배하고 싶을 뿐인데 멘눌라라의 유언장을 보며 분노하며 그녀의 말을 무시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녀가 죽고나서 그녀의 편지가 계속해서 배달되어 오는데 마치 보고있는 것마냥 자신의 의견을 담은 내용이 들어있다.

오히려 이 편지들 때문에 그녀가 주인집 재산을 몰래 숨겼다는 오해까지 받게된다.

가문사람들을 비롯하여 마을사람들까지 자신이 기억하는 멘눌라라를 상기시켜본다. 멘눌라라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보니 참으로 신비스런 여자이다.

뒤끝이 없는 사람이었고, 나이먹고 볼품없는 외모였지만 젊었을 때는 꽤나 예뻤던 얼굴이였고, 마피아 대부가 그녀의 장례식장에 온 것을 보니

마피아의 여자였을 거란 추측들이 난무하며 그녀의 이미지들이 여러갈래로 나뉘었다.

그녀의 장례식이 끝나고 비밀장소에 있는 도자기를 알게되며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져가게 된다.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은 그저 기분이 좋아 감정받으러 박물관으로 갔으나 가짜라는 판명을 받고 그녀에 대해 욕하며 광분할 정도로 화가 나고만다.

그러나 멘눌라라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알고보니 재산을 합법적으로 불려서 돌려주려는 멘눌라라의 지혜였던 것이다.


재산을 가지고 벌인 일종의 두뇌게임(?!)같은 멘눌라라의 계획은 보는내내 재미있었는데 오히려 놀라웠던 건 그녀의 사랑이었다.

진정한 반전은 여기에 있었다고 할 수 있지않을까!

그저 고독한 하녀였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였다. 그녀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이것까지 말하면 완전한 스포이기에 이 내용은 책으로 확인하길)


사람에게는 물론 물욕과 식욕이 존재하지만, 오히려 있는사람이 더 한다고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의 돈에 대한 욕망을 보며 오히려 불쌍해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알팔리페가에서 평생을 힘들게 일했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진심으로 그 가문을 아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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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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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푸어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차라리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어둠과 고요였다.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얇디얇은 손전등 불빛에 비치는 건 오로지 끝도 없이 연결돼 있는 쇳덩어리와 정신없이 흩날리는 먼지들뿐이었다.


'더 행복한 삶, 완벽을 추구하는 유토피아팰리스.' …… 101동 벽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휘황찬란한 글자들이 휙휙 지나갔다.

더 행복한 삶, 완벽을 추구하는 유토피아팰리스. 내 시선은 행복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정말 좋았어. 네가 택시에서 내려서 나만 보고 걸어왔을 때, 정말, 정말 좋았어. 그리고 이렇게 또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나도 미안해."




『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을 읽는내내 좀비영화가 생각났다. 유일하게 본 좀비영화가 월드워Z라서 그런지 딱 그 영화가 계속해서 연상되었다.

영화보다 책이 무한정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있어서 그런지 무섭게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저멀리 떼거지로 몰려오는 좀비떼들, 상상만해도 무섭다.

한문장으로 이 책을 요약하라면 딱 이거다. "좀비세상 가운데서의 러브스토리"

바이러스, 전염병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는 가운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 중 하나는 정부의 묵묵부답이다.

시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일단 괜찮다는 말만, 비타민만 잘 챙겨먹으라는 이야기만 해줄 뿐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뉴스매체들이다. 잊을만 하면 새로운 바이러스 이야기로 시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며 불안에 떨게한다.

소설의 배경도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이다. 비타민 섭취는 기본이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필수 휴대품이 되어버렸다.


​비타민만 잘 먹어도 괜찮다는 정부의 이야기에 비타민 주사는 가격이 오를대로 올라 이상한 루머까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속속들이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바이러스는 '강북'지역에만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강북 지역에만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에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은 최고급아파트인 유토피아팰리스뿐이다.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일단 바이러스로부터 목숨을 지킬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양심따위 버리고 가진 사람들끼리만 놀며 이기적이고 영악하게 변하고만다.

주인공인 다영이는 백신을 줄 수 있는 강남남자 이성욱과 함께 좀비와 맞서싸운 강북남자 우현에서 줄다리기를 타고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단 몸이 선택하는 남자는 이성욱이다.

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은 없지만 그는 권력을 갖고있기에 그를 택하면 일단 안정된 생활은 보장된다.

반대로 마음이 택한 남자는 우현이다. 그를 택하면 좀비와 매일 싸우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나가야하지만 마음만큼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책 속에서 현실을 빗대어 말하자면 결혼이다. 요즘은 사랑갖고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그저 사랑하기에, 사랑하니깐 무턱대고 결혼한다고 하면 모두가 입을 모아 바보라고 할 것이다.

현실은 냉정하고 녹록치않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지금은 결혼의 필수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경제적 여유이다.

경제적여유가 없는 결혼은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한다 할지라도 실패로 끝난다는 생각이 자리잡을 정도로 전제조건이 되어버렸다.

어째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결혼사이에도 '돈과 권력'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가면 갈수록 현실은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다영이는 이성욱을 택했을까? 우현을 택했을까?

(스포하면 재미없으니깐! 확인은 책 맨 뒷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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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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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책에서 마주친 한 줄』

​하지만 달갑지 않은 돌연변이의 결과들을 무턱대고 몽땅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 그리고 인류의 구성원들이 인출해서 사용해야 하는

유전적 인자들을 보관하는 공동 저장소의 점진적인 오염은 분명히 나쁜 일이다.
우리들은 윤리적인 갈림길에 서 있다. 절충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지능과 선한 의지를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사람들만이 그들의 자유를 온전하게 간직할 수가 있고, 끊임없이 현장을 지키는 이지적인 사람들만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효과적으로 자치를 계속할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다.


인간에게 하나님이 하는 행동들을 정당화할 때 밀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더라.
그리고 맥주는 소마에 비하면 가장 조잡하고 가장 믿지 못할 마약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면에 있어서 그것들은 소마와 같으며, 정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과거의 약물들과는 엄격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아편은 전통적인 진정제였다. 하지만 아편은 신석기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독자들을 양산하고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마약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비록 소마가 아직 존재하지는 않지만 …… 다양한 양상을 성취하는 상당히 훌륭한 대체물들이 이미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은 저렴한 신경생리학적 안정제, 환각제, 흥분제 들이 생산된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아직 자유가 조금 남아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는 얘기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자유가 지극히 소중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지금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오랫동안 저항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힘이 닿는 데까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의무로 남아 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멋진 신세계』의 마지막 장에 다다르고 책을 덮는순간 느낀 것은 '오싹함'이였다.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인간을 지배하는 시대?

저자가 이 책을 지은 연도는 1930년대인데 지금의 현실과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저자가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후, 27년 뒤인 1958년에 출간한 작품이다.

저자 스스로도 예측했던 세계가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을까?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위해 발전시켰던 과학기술은 득을 주는 동시에 독도 주고 있었다.

이런 세계에서는 과학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반비례 양상을 보여주고있다.

요즘 기계들은 인간을 따로 필요로 하지않는다. 원하는 요구에 맞게 '입력'만 해주면 스스로 해결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인간의 기본권리인 자유가 철저하게 통제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 경고했는데 그 세계가 이렇게 빨리 도래하고 있다고

알리고있으며 현대문명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 11가지【인구과잉, 양과 질과 도덕성, 과잉 조직화, 민주사회의 선전, 독재국가의 선전, 상술, 세뇌,

화학적인 설득, 잠재의식적인 설득, 수면학습법, 자유를 위한 교육, 해답은 무엇인가】를 세부적으로 다시금 강조하고있다.

11가지의 위험성 중 인구과잉만 보더라도 이로 인해 불안정한 경제, 부족한 자원, 대량생산·소비로 인해 기업과 정부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권력은 기업과 정부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그들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도 대기업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던가!

정말 무서운 건 이 대목이였다.

다음 시대의 지도자들은 노예들을 종속하는 과정에서 굳이 감옥과 매질로 힘들이지 않고 세뇌 훈련과 마약성 최면으로 노예생활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마약성 최면은 『멋진 신세계』에서 설정해놓은 가상의 약물 소마를 뜻하는데 사람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주어 환각, 흥분 상태로 빠뜨리는 화학적인 약물이다. 어쨌든, 이런 방법들이 통치수단으로서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음 시대의 지도자들이 알게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싶다.

생명의 윤리에 어긋나는 짓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그것은 언젠가 돌고돌아 우리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부터 단순히 기계취급하듯 부리는 노동자들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되고, 설령 지금 일어났다 하더라도 멈춰야 한다.

출산까지 관여하는 시대, 권력에 복종하는 시대를 도래시키지 않으려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는 언제나 지켜져야 하고, 앞으로도 지켜져야 한다.

이것은 절대 건드려져서는 안 된다.

 

『멋진 신세계』와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꼭 같이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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