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 어른이 되어 키가 컸습니다 Small Hobby Good Life 2
곽수혜 지음 / 팜파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되어 배우는 발레의 첫걸음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내 몸은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이쪽 근육이 더 약하네’ ‘어깨 관절이 굳어 있구나’ ‘왼쪽 발보다 오른쪽 발로 균형을 잡는 게 더 힘들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비약과 과장 없이 수용해야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 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발레의 가장 기본자세는 1번 자세다. 다리는 외회전하여 마치 발을 180도로 펼친 것처럼 만들고, 무릎 뒤부터 허벅지까지 틈 없이 꼭 붙인다. 마치 다림질한 듯 팽팽하고 구김 없이 몸을 바르게 편 상태로 있는 것이다. 특히 기초반에 있을 때는 바르게 서기 위해 모든 동작을 연습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바르게 서는 것을 목표로 한 시간 동안 땀을 흘린다.
문제는 나 스스로 바르게 서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 Hoôtel du Moulin
신근수 지음, 장광범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룬 것이 없다. 혹시 이룬 것이 있다면, 살아오면서 이룬 것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분들과의 인연에 감사한다.
감사할 줄 아는 것에 관해서라면, 손주들이 태어나서 함께 생활하며 새롭게 배웠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우리 같은 평범한 호텔로서는도저히 욕심내기 어려울 수준의 가격이었다.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안타 까웠다. 동경의 그림값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것, 파리 그림 시장보다.
도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시회 개막식이 끝난 뒤, 그는 나를 위하여 동경 안내를 해 주었다. 나의 구미에 맞추어 전통 일식집에 초대하고, 긴자의 유명 식당에서 온 가족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단골 고객에게 감사할 목적으로 방문했는데, 내가 큰 대접을 받는 결과가 되었다.

영어 선생으로는 유능했지만, 경영 능력은 그에 못 미쳤던 모양이다. 학원 사업에 실패한 후, 부인과 헤어진 것으로 짐작되었다. 나이또 씨가 말했다.

"제 평생소원이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었어요. 물랭호텔에 예약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는 과묵하지만 친절한 성격을 가졌다. 매너가 점잖아서 모든 근무자들이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도록 부담 주지 않으려 배려했다. ‘영국 신사란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 세 잔째의 포도주를 마셨다. 갑자기 한순간, 지구가 회전을 딱-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과 열흘 전, 포먼 씨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인사말도 나누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한 줌의 재가 되어 유리병 속에 담겨져 돌아왔다. 살아 있음의 허무함, 죽음의 더 허무함.

포면 2세는 다음 날, 포르투갈로 떠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진짜 멋있는 삶은 샤넬백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진실한 소통. 진짜 멋있는 삶은 여기에 있다. 물론 샤넬백을 선망하는 당신과 샤넬백을 가진 채 미소 짓는 당신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 세계를 부인하기보다 다른 세계가 있음을, 다른 세계에서 다른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샤넬백 앞에서 작아지지 말기를.

30대 후반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나는 그동안 내가 해온 모든 일을 포기했다. 맛없지만 비싼 음식을 단지 음식값이 아깝다는 이유로 그냥 먹는 게 미련한 짓이듯, 내 업이 아닌 ‘좋은 직업’을 단지 아깝다는 이유로 평생 붙잡고 있는 건 미련한 행동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뒤돌아보지 말고 최대한 빨리 도전하면 남은 시간을 더 빨리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

데이트 룩의 정답으로 내 사람을 만나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인다. 시각적 즐거움이 주는 흥분의 유효 기간이 정신적 소통이 주는 흥분의 유효 기간보다 짧다면 선택은 어렵지 않다. 진짜 내 사람을 만나는 비결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옷이 아니라 진실한 소통에 필요한 내 정체성을 보여주는 옷에 있다.

인생이란 마라톤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목적지를 향해 누가 더 일찍 도착하느냐 하는 경쟁은 아니다. 인생이란 마라톤은 각자 정한 목적지를 향해 각자의 속도로 달려가는, 자신만의 레이스에 가깝다. 내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쇼핑하던 무렵엔 인생이란 마라톤이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경쟁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나와 다른 목적지로 가버린 사람들에 불과했다.

잠시 다른 세상을 엿보게 해준 샤넬백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난 이제 누군가의 사진 속 샤넬백을 동경하지 않는다. 진짜 ‘멋있다’는 샤넬백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이제 난건강한 자존감과 진실한 소통에서 진짜 멋있는 삶을 꿈꾼다. 굿바이, 샤넬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9-08-30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넬백보다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진짜 멋있는 삶이 되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하나의책장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가까워지는 금요일이예요.
이번주 잘 보내셨나요.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19-09-01 15:3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닷가에서는 한 할머니가 엉덩이에 묶어놓은 깔개를 깔고 앉아 파도에 휩쓸려온 미역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뭍에서도 주변 상황에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오늘은 이 셋 중에서도 가장변덕이 심한 바람이 산들바람 수준으로 부드럽게 불고 있었다.

영숙의 바닷가, 그녀의 마을에서, 영숙은 자신의 집에 결코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온 나랏돈을다 줘도 나는 여길 안 떠날 거야." 영숙은 이미 수차례 그렇게 말해왔다. 어떻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집은 평생 그녀가 느낀 기쁨과 웃음과 슬픔과 회한이 숨어 있는 둥지였다.

금목걸이에 달린 작은 십자가가 소녀의 티셔츠 밑에서 빠져나와 영숙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이제 영숙은 소녀의 어머니인 재닛 역시 십자가를 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전통적인 말들이 제주에서는 자주 반복됐지만 우리 모두처음으로 그 말을 듣는 것처럼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 갈 때면 우리는 일과 위험을 함께 나눠 가집니다." 어머니가 덧붙였다. "우리는 함께 수확하고, 함께 고르고, 함께 판매합니다. 바다 자체가 공동의 것이니까요."

"여신님이 유리에게 어떤 운명을 정해놓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몰라." 어머니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다시 평소처럼 수 다를 떨지도 모르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제주도 해녀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해녀들의 섬』


 

『하나, 책과 마주하다』

소설을 통해 무언가(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바람, 돌 그리고 여자가 많아 삼다도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태어난 영숙이.

주변 돌로 모아 만든 돌집 두 채지만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보여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웃집도 게스트하우스, 식당으로 바뀌었으니 자식들과 손자들도 식당을 해보자고 권유하지만 영숙은 그저 지금이 좋다.

"온 나랏돈을 다 줘도 나는 여길 안 떠날 거야." 영숙은 이미 수차례 그렇게 말해왔다. 어떻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집은 평생 그녀가 느낀 기쁨과 웃음과 슬픔과 회한이 숨어 있는 둥지였다.

바다로 가면 가족 단위의 사람들을 쭉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와 두 아이가 눈에 띄었다. 남편은 백인, 아내는 한국인이었고 남자와 여자아이는 혼혈이었다.

혼혈 아이들을 보자 괜스레 불편한 기분이 드는 와중에 여자가 다가와 영숙에게 말을 건다.

재닛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자신의 할머니를 찾는다며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는데 영숙은 그저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다.

영숙은 귀찮게 방해하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인 손자 소환을 취하기 위해 일단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혼혈 아이 중 하나인 십대 소녀가 다가와 완벽하지 않은 제주 방언을 사용하며 그녀가 영숙을 대신하여 휴대폰 번호를 꾹 꾹 눌렀다.

그 때 소녀의 티셔츠 밑에서 빠져나온 금목걸이에 달린 작은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재닛은 자신의 할머니 혼례식 사진을 보여주며 할머니 옆에 서 있는 아가씨가 영숙인 것 같으니 잠시만이라도 이야기 좀 나눌 수 없냐고 부탁한다.

그렇게 영숙이의 1938년부터 1970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실제 제주도에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게 있다면 '제주도'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는 가슴아픈 사건인 제주 4.3 사건 또한 다루고 있다.

제주 4.3 사건은 그저 말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목숨이 너무 많이 희생되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끔찍한 아픔이자 상처이다.

처음에 제주 4.3 사건을 교과서로 접했을 때, 그저 몇 줄에 불과했기에 부끄럽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고선 그 참상을 마주했을 때 나에게는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처참하고 아픈 사건인 줄 몰랐다. 그 때 본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제주 4.3 사건에 대한 내용을 찾고 찾아서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제주 4.3 사건의 아픔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켜 준 것 같다.

덧붙여, 해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되주었다.

제주도에 살면서 전복과 해삼을 따는, 물질한다고만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해녀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느낀 바가 참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