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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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정원 잔디밭, 그 가운데 피어 있던 늦가을의 민들레, 어느 날 갑자기 온통 파헤쳐져 있네. 왜 몰랐을까, 게으른 정원사는. 한결같은 모양새의 잔디밭, 그 위에 삐죽 솟은 민들레. 누군가 뽑아버린 걸까? 그 남다름이 못마땅해서? 혹시 신이? 설마 신이! 아니, 어쩌면......
예순여덟 개의 민들레 꽃씨, 낙하산을 타고 영국식 정원 위를 떠돌 때, 들릴 듯 말 듯, 사방에 울려퍼졌지. 예순여덟 번의 수줍은 웃음소리 -쿠르트 슬루페츠키

이제 기나긴 고독의 시간은 지나갔노니. 이제는 오직 사랑 안에서 짝지어 행복하라. 그대의 충실한 짝, 고귀한 피조물, 부엌을 빛내주는 영광, 물맛을 좋게 하는 기적, 이탈리아의 명품, 헨켈 처녀 거북 주전자. 주전자라고 낮춰보지 말지어다. 진품임에 틀림없으니, 아흐 아브라함과 함께, 영원할지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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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씨 이야기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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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참 괜찮은 겨울이었다. 봄을 기다리진 않았다. 그는 나지막이 노래했다.
‘나는 행복해. 왜냐구? 행복하니까.‘
하하하.

그녀는 돌처럼 차갑게 굳은 채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을 꺼냈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끝인 거구요.‘

세상은 생기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노박씨에게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 모든 건 마음속에 있는 거야. 내 밖에 있는 게 아니라구.

그 최악의 일이란, 노박씨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연주를 하다가 콘트라베이스 너머를 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날마다 노박씨는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크고 강하고 유쾌한 쥐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노박씨는 점점 더 작고 약하며 슬프게 변해갔습니다. 처참하게 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가 릴라양에게 갈 때 낡은 코트는 그의 뒤에서 땅에 질질 끌렸습니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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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주 세라 - 어린 시절 읽던 소공녀의 현대적 이름 걸 클래식 컬렉션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오현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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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앞으로 아이가 쓸 자그마한 거실로 가서 아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세라는 아빠 무릎에 앉아 작은 손으로 외투 옷깃을 붙잡고는 아빠의 얼굴을 오래오래 응시했다.
"아빠를 마음에 새기는 거야. 우리 세라?" 아빠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아니요." 아이가 대답했다. "이미 새겨져 있는걸요. 제 마음속 깊이." 아빠와 아이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는 절대 높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맞추었다.

"난 인형들이 우리 몰래 많은 일을 한다고 믿거든요. 에밀리는 읽고 말하고 걸을 줄도 알지만, 방에 아무도 없을 때만 그러는 거예요. 에밀리가 가진 비밀이에요. 마리에트도 짐작하겠지만, 인형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일을 시키지 않겠어요? 그래서 인형들은 그걸 비밀로 하자고 서로 약속한 거예요. …… 그러다가 발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의자로 달려가 앉아서는 내내 거기 있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는 거죠."

하지만 세라는 울지 않았다. 짧고 검은 머리칼이 귓가로 쏟아져 내릴 뿐 고요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잘 참기로 아빠랑 약속했거든. 꼭 그렇게 할 거야. 누구나 참고 견뎌야 해. 군인들을 생각해봐! 우리 아빠도 군인이야. 전쟁이 나면 아빠는 긴 행군도 목마름도 깊은 상처도 참아야 해.
그러면서 아프다는 말도 안 해. 단 한 마디도."

"맞아." 세라가 인정했다. "이따금 난 내가 공주라고 상상해. 공주답게 행동하려고 공주인 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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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 마흔살
홈즈앤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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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생에서 현재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면 불확실하더라도 그 불확실한 미래를 택해야한다는 것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이는 나중에 내 인생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데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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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주 세라 - 어린 시절 읽던 소공녀의 현대적 이름 걸 클래식 컬렉션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오현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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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 싫어요."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감히 말하자면, 군인이라도, 아무리 용감한 군인이라도 전쟁터에 나가는 걸 좋아하진 않겠지요."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진짜로 착한 아이인지, 아니면 못된 아이인지.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겪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없을 뿐, 어쩌면 난 끔찍한 아이일지도 몰라."

"시련에 좋은 점이 어디 있어?" 어먼가드가 고집스레 말했다. "그건 그래, 사실대로 말하면." 세라가 솔직히 인정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우리가 모르는 좋은 점이 있을 거야."

"정말 멋져." 세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무언가 낯선 일이 벌어질 때처럼 두렵기까지 해. 이렇게 멋진 저녁놀을 볼 때면 늘 그런 기분이 들어."

"만약 내가 공주라면 공주 자리에서 쫓겨나 가진 게 없을 때에도 나보다 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을 만나면, 그들과 늘 함께 나눠야 해. 언제나 그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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