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여자를 지켜주는 여자들만의 기사도가 있는 법이고, 이것은 다른 어떤 충성심보다 강력하다.

모두 스스로에게 의혹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이유에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예외 없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선거운동 본부로 돌아와 나는 그날 오후의 책임자인 여자에게 이 여자들 얘기를 꺼냈다. 그녀는 말했다. "그래요. 선거운동 나갈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는 심정이 되죠. 이 나라엔 자기 혼자 미쳐가는 여자들이 정말 많아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럽게 나아간다고요?"
"그래, 꿈은 매번 더 강력해지니까. 사람들이 뭔가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쟁취할 때가 오는 법이야."
"뭘 상상한다는 거죠?"
"네가 말한 그거. 선량함 말이다. 친절함. 더이상 짐승으로 살지 않기."

내 안의 긴장이 시작되었고 평화는 이미 사라졌다. 스위치가 켜지고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재닛에게 옷을 입히고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낸 다음 마이클에게도 아침을 차려줘야지, 차가 다 떨어졌다는 거 잊지 말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이 쓸모없지만 틀림없이 불가피한 긴장과 더불어 원망의 스위치도 함께 켜진다. 무엇에 대한 원망일까? 불공평이겠지. 세세한 것들을 걱정하느라 그렇게도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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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와의 우정은 정말 가능할까? 어느 문화권에서든 심심찮게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프랑스인들은 완전, 100퍼센트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성 친구도 동성 친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요즘 들어 프랑스 사람들도 이런 ‘전략적 투표vote utile’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계에 과격한 극우파가 득세했기 때문이다. 극우파는 약 20~25퍼센트 정도의 확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별일 없으면 2차 투표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요즘 2차 투표는 ‘극우파 vs 다른 후보’ 구도가 굳어져 가고 있다.

정부는 항상 "우리는 세대 간에 강하게 연결된 하나의 국가다"라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은 은퇴자들을 위해 세금을 내지만, 이들 역시 늙었을 때는 다음 세대의 부양을 받는다. 이런 연결 고리가 국민들 간의 연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20~30대 젊은이들 얘기를 들어 보면, 남자들도 성 평등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남자라고 해서 특별히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때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난 밤이나 새벽에 수도원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참 특이한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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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 씨는 처음에는 엘리자베스가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도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감탄할 만한 점을 찾지 못했고, 그 뒤 다시 만났을 때는 흠잡을 부분만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이목구비에 훌륭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그렇다고 밝힌 뒤 곧바로, 그는 엘리자베스의 검은 눈동자에 깃든 아름다운 표정이 그 얼굴에 보기 드문 지성미를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그 못지않게 당혹스러운 발견이 잇따랐다. 그의 비판적인 눈은 그녀의 몸매에서 완벽한 균형을 해치는 문제점을 하나 이상 파악했지만, 전체적으로 그 모습이 날씬하고 보기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녀의 태도가 상류사회와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한데도 그 쾌활하고 유쾌한 장난기는 매혹적이었다.

"왜 이토록 명백하게 저를 모욕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자신의 의지와 이성과 심지어 인격까지 거스르면서 저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는지 말이죠. 제가 예의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한테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아시 씨도 아실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아무 반감이 없었다고 해도, 그냥 무심한 쪽이었다 해도, 아니 더 나아가 호감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사랑하는 언니의 행복을 어쩌면 영원히 짓밟아놓은 사람을, 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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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생이라는 코스에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고, 내가 갈 길을 정하면 되는 거야.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니까 결코 틀린 게 아닌 거지.
정말 맞는 건지 아닌지는 꼭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게 아니야. 내가 자신을 돌보면서 그 옳고 그름을 내리는 과정가운데 정답은 있어. 거기서 결론을 내렸으면 이제 또 새글은 길이 열리겠지. 그 코스를 다시 즐겁게 걸어가면 되는 것뿐이야.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어.
일이 안 풀릴 거라는 생각을 껴안고
자신을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의미 없을지도 몰라.
남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을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경우의 수를 이것저것 따져봤어.
확실한 결론은 어느 쪽이든 간에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 거야.

무척이나 애썼고, 그것만으로 충분하잖아.
이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을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

 

누가 보는 것도 아닌지만, 때로는 이렇게 아무렇게 써도 되나 신경 쓰이기도 해. 하지만 꼭 알맹이가 가득해야 의미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내 마음이, 그리고 주변이 고요할 때 내면에서 빛나는 것들이 있어. 그 원석을 찾기 위해 매일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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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디톡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내 마음속에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가득할 때
그 감정들에 집중하고 되새기고 원인을 찾기보다는
내 마음에 좋은 일들을 많이많이 하는 거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웃고, 울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빠져나가고
내 마음이 씻은 듯 가벼워질 테니까.

어쩌면 애정은, 기대하던 모습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
일단 애정을 갖고 그 대상 자체를 좋아하게 되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기대는 큰 의미가 없더라고.
미운 점도 예뻐 보이는 게 사랑이잖아.
그러니까 미용실에 다녀온 내 머리가
기대와는 다르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줘.
비숑 같고, 좋잖아 왜.

사실은 인생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당연히 나쁜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나쁜 일이 있을 때
거기에만 빠져들지 않고 앞을 내다보게 해주는 거잖아.
그래서 액땜은 생각보다 괜찮은 미신인 것 같아.
나쁜 일이 벌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번 중얼거려 보자.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냐악!

마음의 상처도 그렇지 않을까? 한번 아픈 일을 겪은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다시 그 상처가 덧나서 아파하곤 해.
언제쯤 이 감정이 끝나는 걸까, 결국 영원히 고통받는 것
은 아닐까, 괴로워하고 절망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몸의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사실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지도 몰라.

난 네가 좋으면서 싫어.
뭐든 함께하고 싶고, 웃는 얼굴이 너무 멋지고
늘 내 편인 것 같고,
너와 손을 잡고 걷는 것도 행복해서 정말정말 좋은데
약속시간에 또 늦고, 무심하게 상처가 되는 말을 툭 내뱉고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지는 내 마음을 몰라주니까
너무너무 미워 죽겠어.

그래서 나는 너에 대한 감정을 ‘좋싫음’이라고 할 거야.
나는 너를 가장 좋아하면서, 동시에 너를 가장 미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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