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_나태주

잠을 청하려는데
창문에 별 하나
잠들지 못하고
나를 들여다본다

별아, 들어와
나하고 함께
잠들지 않으련

가슴을 열어주자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 곁에 눕는 별

그러나 그 별
밤새도록 창문에 붙어서
잠든 나의 이마를 지켜보다가
날이 밝아오자
제 갈 길로 떠났음을
잠든 내가 미처
몰랐을 따름.

꽃과 별 _나태주

너에게 꽃 한 송이를 준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내 손에 그것이 있었을 뿐이다

막다른 골목길을 가다가
맨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너였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어둔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다만 내가 울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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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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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필독서라 불리우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그리고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어렸을 때 만화 형식으로 된 책으로 읽고선 기억이 희미해져 이번에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제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삼국지』와 함께.
작년에 『아리랑』을 읽으면서 문득 『토지』, 『삼국지』 그리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5대 희극』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독서량은 누군가에 비해 현저히 월등할 수도 있고 현저히 떨어질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좀 더 체계적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히 감상문 형식의 리뷰가 아닌 틀이 잡힌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가 있으며 『셰익스피어 5대 희극』에는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뜻대로 하세요」가 있다.
그 중 이번에 읽게 된 『햄릿』은 4대 비극 중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덴마크 사람들에게 구전되어 오던 왕가의 전설을 소재삼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덴마크 왕자인 햄릿의 아버지, 즉, 선왕께서 돌아가시고 그 뒤를 삼촌이 차지했는데 햄릿의 어머니와 삼촌이 재혼을 하게 된다. 지난 날의 형수를 지금의 왕비로.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그의 앞에 한 유령이 나타나는데 그 유령은 그렇게 말한다.
자신은 네 아비의 혼령이며 정해진 시간 속에 밤에는 배회하고 낮에는 불길 속에 감금되어 살아생전 저질렀던 추악한 일들을 정화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이 독살당하였으니 이 원수를 갚아달라고 말한다.
햄릿은 고심하고 고심한다. 복수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리고 그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런 말을 한다. _"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5막으로 이루어진 『햄릿』을 읽고나니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햄릿을 고심하고 또 고심하게 만들었다.
결말을 딱 절반만 말하자면 복수를 하긴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한 뒤에 모든 갈등은 이로서 끝이 난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강연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모르겠는데 외국채널에서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내용을 방영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방송에서 햄릿이란 인물이 고민을 품고 있는 갈등 그 자체라고 하였는데 이 작품을 (당시 시대적으로)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었던 것 같다.
4대 비극 리뷰를 다 끝낸 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글을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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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1
요한나 슈피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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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알프스'하면 자연스레 '하이디'가 떠오르듯, 우리에게는 익숙한 동화인 『하이디』.
스위스의 한 산자락에 위치한 마이엔펠트 마을 뒤편에는 난 오솔길을 한 아이가 이모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하이디다. 고아였던 하이디는 외할머니께서 거둬주셨는데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산속 오두막에 사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모두가 '산할아버지'라고 부르는 하이디의 할아버지는 과거의 일로 인해 사람을 멀리 하며 깊은 산속에서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하이디를 통해 '삶의 낙'을 느끼게 된다.
하이디는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페터네의 할머니에게도 기쁨을 준다.
눈이 보이지 않는 페터의 할머니는 더듬더듬 거리며 촉감으로, 청각으로 연상하며 생각하고 느낀다. 이렇듯 바깥 외출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였지만 하이디가 오두막에 놀러오며 페터네 할머니에게도 행복을 느끼게 한다.
이후 이모가 다시 와 하이디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하이디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침대를 만들 거예요. 침대보는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세요."
"그러마."
할아버지는 벽장을 뒤져 결이 거친 천을 찾았다. 가보니 벌써 하이디가 마른 풀로 매트리스와 베개를 만들어 놓았다.
……
"덮고 잘 이불이 없어요, 이불을 덮고 자야 하잖아요."
"그렇구나. 하지만 이불이 없는데 어쩌지?"
"그럼 됐어요, 하랑버지. 풀을 덮고 자면 돼요."
……
"정말 멋진 이불이에요. 근사한 침대가 만들어졌어요.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어요."


"좋은 옷은 이제 필요 없어요. 전 염소처럼 뛰어다니고 싶거든요."

어린 시절에 접했던 수십, 수백 권의 동화책,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읽다 보면 와닿는 것 자체가 다름을 느낀다.
생각의 깊이감이 더 깊어져서 혹은 어린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상실해서 혹은 어른이 되지 않고서는 겪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을 부딪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이디는 하이디다. 하이디는 사랑, 우정, 배려, 용기, 긍정적인 마음 등 따뜻함의 감정들을 품고 있는 아이다.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에 어떠한 고난에 부딪혀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고 또 일어선다.
영화 「신데렐라」에서도 ELLA는 KIT에게 그런 말을 한다. "…… have courage and be kind."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랑과 용기,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선한 마음은 마음 속에 계속 품어야 할 감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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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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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따스한 봄햇살처럼 따스한 다람쥐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개미는 마침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잘 모르겠어. 너도 알겠지만, 난 모르는 게 없는데 말이야……."
개미가 말했다.
다람쥐가 끄덕였다.
"내가 모르는 건 이름조차 없는 걸 거야. 그런데 우리가 끝난다는 건……" 계속해서 개미가 말했다. 그리고 머리를 저었다.
다람쥐는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개미는 갸우뚱하며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거북이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이라고 상상해볼까?"
잠시 후 그들은 생일을 맞았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눈앞에 아주 거대한 케이크가 있고 설탕 눈이 내리고 계절스럽게 먹어대는 상상을 이어갔다.
"이제 우리 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행복하다고 생각해." 코끼리와 다람쥐가 대답했다.

"우리 친구 맞지, 다람쥐야? 코끼리가 이따금씩 물었다.
"응." 다람쥐가 대답했다.
"각별한 친구?"
"각별한 친구."


『다람쥐의 위로』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모모』가 떠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모모, 다람쥐도 숲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책을 쭉 읽다보면 알겠지만 다람쥐는 단지 따뜻한 위로만 해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말도 하지는 않는다. 즉, 실질적인 조언이나 충고같은 건 해주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진심을 숲 속 동물들에게 전하는데 절대로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어느 날, 집을 나선 다람쥐가 하얀 구름에 앉아 있는 코끼리를 보게 된다.
다람쥐는 어떻게 내려갈 수 있을까라는 코끼리의 물음에 그냥 떨어지라고 말한다.
시범을 보여줄 수 있냐는 말에 다람쥐는 너도밤나무 꼭대기에서 요란하게 떨어졌고 큰 혹을 달게 되었다.
코끼리는 다람쥐의 시범을 보고선 그대로 땅으로 수직낙하하듯이 몸을 던졌는데 속도가 빨라 물달팽이집 지붕에 닿게 된다.
깜짝 놀란 물달팽이가 우리 집에 오기로 했냐고 물었고 코끼리는 아니라고 답했다.
마주 앉아 달짝지근한 해초를 먹으며 코끼리는 떨어지는 건 어떤 것인지 물달팽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 이야기만 들어도 다람쥐가 숲 속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로 담아내고 있지만, 잠깐 언급하자면 요새 나는 털어놓는 훈련(?)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나름의 훈련을 받으며 그 과정들을 모아 모아 글로 담고 있다.
작년에 넘치고 넘쳤던 힘든 한 해와는 달리 올해는 그저 잔잔하게 흐르는 것 같아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계획·이행중인데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누군가가 큰 돌 하나를 던져버렸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그 마음이 이내 실망과 자책으로 이어져.. 솔직히 너무 힘들고 눈물 난다.
난 순진하지도 않고 착해빠지지도 않았다. 순진하고 착해빠졌다는 이유를 들며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뷰쓰다가 울컥하기는 오랜만인 듯하다. 어쩌면 내게 다람쥐와 같은 친구가 당장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조언이나 충고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는 절대 주지 않는, 진심만을 전하는, 가만히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다람쥐같은 친구가 좋은 친구이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침구 옆에 있는 책꽂이에 꽂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보고 있다.
(생각이 복잡해 글이 잘 써지지도 않으니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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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는 꺾지 않을래요. 할아버지, 독수리는 왜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요?"
"염소젖을 짜 올 테니 얼른 목욕통으로 들어가거라. 독수리 얘기는 저녁 먹고 나서 해 주마."
잠시 후 하이디는 할아버지의 침대 옆에 놓인 새로 만든 높다란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염소젖 사발이 놓여 있었다. 하이디가 다시 독수리에 대해 물었다.
"저 아랫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거지. 아마 이렇게 말할 게다. ‘나처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산꼭대기로 올라온다면 훨씬 잘 살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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