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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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날마다 짓눌리더라도 날마다 나아가고 싶다."

나를 잃지 않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

한 번 미루면, 쉼없이 미루게 되고 결국 기회는 희박해진다.

저자는 이 책을 여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언급했는데 책을 덮고나면 무슨 말인지 퍼뜩 이해가 갈 것이다.


저자, 제시 버튼은 영국의 작가 겸 배우이다. 1982년 런던에서 태어나 왕립 중앙연극원과 옥스퍼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낮에는 개인비서로 일하고 저녁에는 배우로 무대에서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4년 첫 소설 《미니어처리스트》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다.

전세계 38개국에 수출된 이 작품은 영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하였다. 나아가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컨페션》은 출간 즉시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제시 버튼의 인기와 필력을 다시 한 번 단단히 증명했다.

1980년과 2017년의 런던을 오가며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뒤쫓는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을 치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 더욱 주목받았다.

어린이책, 논픽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중인 제시 버튼은 현재 런던에 살면서 네 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1980년 그리고 2017년


1980년 엘리스와 2017년의 로즈, 그녀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바로 코니다.



1980년, 엘리스


여러 사람 울릴 거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엘리스는 미인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엘리스는 그에 대해 말도, 행동도 한 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햄프스테드 히스의 계피나무 옆에서 콘스턴스 홀든을 바라보게 된다.

남성용 셔츠, 청바지와 롱코트를 입은 삼십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의 진짜 이름은 코니였다.

운명과도 같은 이끌림이었다.

"난 보통 이런 거 안 해요. 당신은요?"

"뭘 안 해요?"

"이거요.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거. 길에서."

"나도 보통은 이러지 않아요."

스무 살의 엘리스와 서른 여섯살의 코니, 그녀들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2017년, 로즈


항상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딘가에 있을 어머니가 언젠가는 나타나기만을 바랐지만 열네 살이 되던 해에 마음 속에서 어머니를 죽였다.

아버지는 말한다.

"네 엄마는 악마와 계약을 맺어서 동물로 변한 거야."

다리가 짧았고 너와 머리색이 같았고 긍정적이지만 까다로운 사람이었다는 것, 이것이 아버지에게서 들은 어머니의 전부였다.

하지만 로즈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움에 대해서도, 궁금증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뿐이다. 가진 적 없는 건 그리워할 수도 없어!

로즈는 남자친구 조와 함께 프랑스에서 여름 마지막 주를 보냈다.

프랑스에는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현재 아버지에게는 부인 클레어가 옆에 있었고 작은 시골에서 여생을 보낼거라 했다.

로즈는 아버지와 문자 메시지로만 연락을 취했었기에 이번 여행은 중요하다고 스스로 느낄 정도였다.

그런 아버지가 로즈에게 페이퍼백 두 권을 내려놓는다. 《밀랍 심장》 그리고 《초록 토끼》였다.

그리곤 주먹을 쥐며 말을 꺼냈다.

"네 엄마와 콘스턴스…… 둘은 사귀는 사이였어."

"엄마가요?"

"엄마가 이 여자랑 사귀었다고요?"

"그래."

"엄마가 레즈비언이었어요?"

"글쎄다, 로지. 그럴 수도 있고. 한동안 둘은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널 낳았으니 내가…… 장담할 수는 없구나."

"그럼 양성애자였어요?"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로즈는 엄마인 엘리스를 유일하게 아는 여자인 코니를 찾으러 간다.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신분을 위자하면서까지 그의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된 로즈는 어느새 엘리스와 꼭 닮아 있었다.




엘리스는 코니의 전부가 되고 싶었다.

코니가 미국으로 가느 순간에도 엘리스는 동행했다.

하지만 엘리스는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채워주지 못하는 코니에게 점점 멀어져 갔다.

(결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그리움은 해소되지 못했고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확실히 느꼈던 것은, 로즈는 엘리스의 딸이 맞다, 맞았다.

스스로 내린 결정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삶에서 느낀 새로움과 여러 감정들을 볼 때 말이다.

만나지 못했지만 연결되어 있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은 일부였다.


여자는 여기에 침착하게 대처해야 하며, 계속 일하고 먹고 자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엘리스에겐 이 상황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세상이 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엘리스에게 알려주는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다산하는 여자를 원하는데, 하늘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내려서 방해하고 있었다. 엘리스는 (진통제도, 소독 장갑도, 부드러운 베개도, 멍하니 볼 텔레비전도 없이) 앞서 살았던 여자들을 생각했다.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자신이 겪는 일을 그 여자들도 겪었을 텐데, 사회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누군들 이상해지지 않았을까.


여자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어리석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여자의 몸은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자녀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좋은 때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쁜 때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받아치겠다. 자기 몸도 자기 삶도 아닐 때 사람들은 쉽게 일반화한다.


결혼 그리고 출산, 육아를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분명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다.

(책에서는 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졌기에 여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출산과 육아는 여자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임신을 통해 몸의 변화도 겪어야 하며 출산의 고통도 홀로 감내해야 한다.

출산의 고통도 잠시, 병원에서 퇴원해 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세계'이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며 쉽사리 잠들지 않는 아이일 경우에는 어르고 달래야 하니 푹 자는 건 절대 꿈꿀 수도 없다.

새벽에 문득 깨어 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랠 때, 몇 날 몇 일 잠도 제대로 자질 못하니 대부분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품기도 한다.

OO의 엄마(아빠)로 살다보면, 나의 삶이 '나'가 중심이 아닌 자식을 위해 사는 삶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다시 태어나면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줘야지 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결국, 이 말은 결국 이것 또한 자식을 위해 사는 삶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선택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니 이 또한 나의 삶인 것이다. 책에서 엘리스, 로지 모두 마찬가지다.

선택에 따른 책임감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분명 있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이다.

덧붙여, 내 삶의 중심은 온전히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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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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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삶, 당신은 감히 꿈꿀 수 있는가!

계획되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여행에는 굉장한 용기와 대범함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저 부부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저자, 박건우는 20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막노동 해 모은 돈으로 노약자용 세발자전거를 끌고 노숙 여행을 했고 26살에는 태국에서 만난 일본 여인의 비듬에 반해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 이듬해 전 재산 27만 원을 가지고 무거운 가장이 되었다.

결혼 후, 퇴근 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정직한 직장인으로 살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일을 관두고 와이프와 여행을 떠난 에피소드가 쌓여 지금은 책을 쓰고 있다.




110V와 220V의 만남


무심코 미키의 어깨를 보자 한눈에도 출처가 분명한 비듬이 도넛 위에 뿌려진 설탕 가루마냥 데커레이션 되어 있었고 그녀의 모든 손가락엔 장기간 퇴적된 듯한 검은 때가 손톱의 여백을 메우고 있었다. 보통 '이성과 약속이 잡히면 평소보다 거울 한 번 더 보는 것이 여자'라는 고정관념을 멍키 스패너로 내려찍는 이 여자. 나는 살면서 이런 장르의 여자는 처음 본 나머지 이때부터 기이한 끌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연이 운명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이들 부부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태국의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저자와 미키(저자의 와이프)는 처음 마주쳤을 때 찌릿함은 없었지만 둘에게서 어색함은 없어보였다.

태국을 10년 가까이 왔다갔다한 미키에게 일일 가이드를 부탁하게 되었고 그렇게 둘의 첫 데이트 장소는 시체박물관이었다.

저자는 이미 첫 만남부터 미키에게 마음을 빼앗겼었고 점점 '운명의 짝'임을 직감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미키, 한국 비자 원해?

응! 파쿠, 너는 일본 비자 원해?

응! 그럼…… 결혼할까?

응!!!

장난스러운 대화 속, 그들은 서로를 이미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깐.




결혼 통보는 공공장소에서


부모님께 선뜻 결혼한다는 소리를 못했던 저자는 결국 결혼을 허락이 아닌 통보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아빠와 누나를 롯데월드 지하 식당으로 불러 사진 한 장을 올려놓고 결혼한다고 통보하게 된다!

인정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지 혹은 남남이 될지, 두 가지의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는 저자에게 아버지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네 인생 네가 알아서 해라!"

미키가 한국에 도착해 3개월 만에 만난 상봉의 기쁨도 잠시 미키와 저자의 아버지의 첫 만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감과 적막감이 도는 첫 만남에서 저자의 아버지는 미키에게 물었다.

"장래에 나를 모시고 살 수 있겠느냐?

"싫은데요."

"......"

"둘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당차게 자기 의견을 피력한 미키는 이내 분위깅 부담을 느꼈던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순간 흠칫했겠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지금은 아버지께서 미키를 자식보다 더 살뜰히 챙기며 고마워한다고 한다.




말 한 마디에 되찾은 자아


배낭여행,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 여행, 서바이벌, 카우치 서핑 등.


저자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 중 하나는 분명 하고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한 단어로 인해 자아를 되찾게 된다.

"우리…… 여행 갈까?"

"무슨 여행? 신혼여행?"

"어……? 그래! 그거! 신혼여행! 우리 신혼여행 가자!"

미키의 일도 계약 기간이 끝나가고 저자 또한 어학원 학기와 번역 할당량 모두 끝나가고 있었기에 마침 타이밍도 좋았다.

여행 경비 충당 목적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취득하고 호주 외에 적은 돈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를 알아보다 대만,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호주, 인도네시아 티켓을 한꺼번에 예약하면서 신혼여행은 이내 배낭여행이 되어버렸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뜨는 순간, 나는 잠시나마 속해 있던 일본의 모습이 위성 지도마냥 작아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와 함께 구름 위에 떠 있는 미키를 보며 비행기만치 들뜬 마음으로 결혼 후 첫 여정의 설렘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그들은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스리랑카, 호주, 인도네시아 등 곳곳을 누비게 된다.


우리는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예언가도 아니라서 막연한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린 앞으로도 머릿속의 '번뜩임과 끌림'을 생생히 안은 채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거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저자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도전적이고 대단한 사람'이었다.

말그대로, 여기저기 부딪혀 보는 배낭여행이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는데 대략 틀을 잡고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마 도전할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그래서 배낭 하나 탁 들고 떠나는 사람들 보면 그 용기가 부럽고 감탄스럽다.

앞서 말했듯이, 굉장한 용기와 대범함이 전제적으로 깔려 있어야 이들 부부가 택했던 여행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의 합이 잘 맞았기에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성격 면에서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던 부부였으니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당분간 꿈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아시아인 혐오 범죄도 여기에 한몫 더해 아마도 코로나가 잠식된 이후에도 당분간은 이전처럼 여행가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책이 있지 않은가!

파리에서, 런던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곳곳을 책을 통해 구경할 수 있다. 덤으로 공부도 되고 말이다.

어디든 갈 수 있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크로아티아든!

세계 곳곳을 오로지 책 한 권을 통해 마음껏 누빌 수 있으니, 지금은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잠시 접고 이렇게 책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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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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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난 번 봄에 이어 여름을 읽었다.


오늘은 덜 내리쬐었지만 어제는 쩅쨍 내려쬐는 햇빛이 금세 세상을 달구는 통에 꼭 봄이 아니라 여름인 줄 알았다.

봄과 가을은 항상 짧아 아쉽기만 한데 어째 가면 갈수록 더 짧아지는 것만 같다.

지난 가을에 트렌치코트도 거의 입지도 못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었으니깐.

이번 봄에도 얇은 자켓을 마음껏 입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석어호에서 취해 노래하다 石魚湖上醉歌 _원결 元結


석어호는

마치 동정호에

여름물이 불어 군산이 푸른 것 같네

골짜기는 술잔 삼고

호수물은 술연못 삼으니

많은 술꾼들 모래섬에 둘러앉았네

사나운 바람 몇 날 이어지고 큰 물결 일어나도

술배를 막을 수 없네

내 긴 술잔 들고 파구산에 앉아

주위 객들에게 술을 따라 근심을 씻게 하네


石魚湖, 似洞庭, 夏水欲滿君山青. 山為樽, 水為沼, 酒徒歷歷坐洲島.

長風連日作大浪, 不能廢人運酒舫. 我持長瓢坐巴丘, 酌飲四座以散愁.



낙양 사람인 원결은 천보 12년에 진사과에 급제하고 안사의 난 때 강남으로 피난을 갔다.

이 때, 사사명의 반란군을 진압하는데 참여하여 공을 세웠다.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신랄하게 사회를 비판하였으며 정치현실과 백성들의 고통을 반영한 시가 많다.


石魚湖(석어호), 似洞庭(사동정), 夏水欲滿君山青(하수욕만군산청). 山為樽(산위준), 水為沼(수위소), 酒徒歷歷坐洲島(주도력력좌주도).

長風連日作大浪(장풍련일작대랑), 不能廢人運酒舫(불능폐인운주방). 我持長瓢坐巴丘(아지장표좌파구), 酌飲四座以散愁(작음사좌이산수).


만년에 도주자사로 있을 때 지은 시로, 원결은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문을 많이 지었다고 알려진다.

원결의 특징 중 하나가 근체시를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오언고시를 쓰며 질박하고 필력이 굳세다는 점인데 여기서 근체시는 한시의 일종으로 외형률이 엄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를 보면 과장법과 상상력을 동원했음을 알 수 있는데, 몇 자 밖에 되지 않는 연못을 광대한 동정호로 바꾼 점 그리고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을 풍류주객으로 표현한 점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표현력을 보면 단순히 범상한 자연을 아름다운 인문자연으로 바꾸어놓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름밤의 노래 夏夜歎 _두보 杜甫


길고 긴 한낮 해 질 줄 모르고

찌는 듯한 더위 내 마음까지 태우네.

어떻게 만리 부는 바람을 얻어

내 옷 시원하게 펄럭이게 할까

아득한 하늘에 밝은 달이 뜨고

우거진 숲 속으로 희미한 달빛 비치네

한여름 밤 짧기도 하여

창을 열어 바깥 바람 들이네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생각건대, 긴 창을 맨 병사들

한해 다가도록 변경을 지킨다네

어찌하면 한번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무더위에 괴로워하면서도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네

밤 새워 순라 돌며 조두 두드리니

시끄러운 소리 사방으로 퍼지네

청색 자색 관복을 몸에 걸치더라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리

성 북쪽에 구슬픈 호가 소리 들리니

두루미는 소리치며 날개 펴고 빙빙 도네

게다가 또 더위에 지쳤으니

간절히 태평 시절 바라네


永日不可暮, 炎蒸毒我腸.

安得萬里風, 飄颻吹我裳.

昊天出華月, 茂林延疎光.

仲夏苦夜短, 開軒納微涼.

虛明見纖毫, 羽蟲亦飛揚.

物情無巨細, 自適固其常.

念彼荷戈士, 窮年守邊疆.

何由一洗濯, 執熱互相望.

竟夕擊刁斗, 喧聲連萬方.

靑紫雖被體, 不如早還鄕.

北城悲笳發, 鸛鶴號且翔.

況復煩促倦, 激烈思時康.



현대의 신유학자 마일부는 이렇게 평한다.

"두시 <여름 밤의 노래>의 뛰어난 점은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네 구절에 있다. 사물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아래 부분은 긴 창을 둘러멘 병사들의 노고를 흥기시켰으니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다. 자세하게 읽어보면 곱고 낭랑한 음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당시와 송시의 차이점이다."


永日不可暮(영일부가모),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虛明見纖毫(허명견섬호), 羽蟲亦飛揚(우충역비양).

物情無巨細(물정무거세), 自適固其常(자적고기상)

念彼荷戈士(념피하과사), 窮年守邊疆(궁년수변강).

何由一洗濯(하유일세탁), 執熱互相望(집열호상망).

竟夕擊刁斗(경석격조두), 喧聲連萬方(훤성련만방).

靑紫雖被體(청자수피체), 不如早還鄕(부여조환향).

北城悲笳發(배성비가발), 鸛鶴號且翔(관학호차상).

況復煩促倦(황복번촉권), 激烈思時康(격렬사시강).


夏夜歎, 글자 그대로 여름 밤의 탄식이다.

푹 푹 찌는 듯한 여름을 잘 표현한 시로, 더위에 대한 느낌을 병사에게 확장시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대부분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들의 시집만 자주 접할 뿐 따로 중국 한시는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말그대로 중국 당나라의 시를 의미한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로 불렸고 그 당시 시인들은 시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당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매순간 함께 한 그들이기에 계절 또한 그들의 감정에 섬세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어제는 오랜만에 남동생과 데이트 겸 산책을 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쨍쨍한 줄 전혀 몰랐다.

동생은 근래 들어 푹 푹 찌는 날씨라며 커피와 에이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반팔 입고도 더워하는 사람들 보니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금방 여름이 오겠구나 싶었다.

푹 푹 찌는 날씨는 둘째치고 개인적으로 여름 날씨는 습해서 싫다. 꿉꿉함과 습함 자체를 싫어하는데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습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장마는 심하지 않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 쨍쨍한 날씨와 달리 눈물 나는 하루였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조언도, 위로도 받으며 몽땅 흡수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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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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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약한 빗줄기가 내리고 쌀쌀하면서도 볕은 따뜻하다.

특히, 황사가 하늘을 덮은 것 보니 분명 봄이다.

꽃을 만질 때 라넌큘러스를 많이 들여올 때면 이미 봄이 왔음을 느끼는데, 이제 라넌큘러스가 가고 작약의 시기가 온 것을 보니 여름도 성큼 다가오겠구나 싶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그렇게 한 계절이 찾아오면 그 시기에 맞는 시들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번 봄에 새롭게 읽은 시는 바로 '당시'이다.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絕句 절구 _두보 杜甫


길어진 해에 강과 산은 아름답고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롭네.

언 땅 녹으니 제비 날아 다니고

따스한 모래밭에 원앙 잠들었네.


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

泥融飛燕子,  沙煖睡鴛鴦.



처음부터 모르는 시가 나왔으면 분명 어려움도 없지않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첫 시에서 아는 시가 나와 순간적인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마 한시를 접해봤다면 두보의 절구는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는 두보는 '시성'이라고 불린다.

사회성을 반영한 그의 시는 뛰어난 문장력을 뽐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시를 잘 지었지만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해 방랑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의 시에서 사회 현실에 관련된 감정,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묻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遲日江山麗 (지일강산려), 春風花草香 (춘풍화초향).

泥融飛燕子 (니융비연자), 沙煖睡鴛鴦,(사난수원앙).


절구는 당시 두보가 온갖 곤경을 겪고서 완화계 일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지은 5언 절구 두 수 가운데 첫 번째 수이다.

이 때, 심리적 안정감을 찾은 두보이기에 그가 보는 자연사물에 대해 느끼는 희열감도 남다르다.

전체 시는 대구와 경물묘사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했지만 조탁한 흔적이 없어 독특한 풍격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를 읽을 때는 각각의 경물을 통해 행간에 녹아있는 작자의 감정을 읽어낸다면 읽는 맛이 두배가 될 것이라 저자는 덧붙인다.



春思 그리움 _이백 李白


연 땅 풀은 아직 연푸른데

진 땅 뽕나무는 이미 녹색가지 드리웠네.

그대 돌아올 날 생각하는 날은

첩의 애간장 끊어지는 때.

봄바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하여 비단 휘장으로 불어오나?


燕草如碧絲, 秦桑低綠枝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幃.



이백은 당나라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 시선이라 불리며 두보와 함께 '이두'라고 병칭된다.

앞서 소개했듯이, 두보의 시는 세상에 집착한 유교적 현실주의시가 주를 이루었는데 그에 반해 이백은 술을 통해 세상을 초월하는 신선의 경지를 노래했다고 한다.

또한, 두보는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정밀한 시를 썼다고 하는데 이백은 그에 비해 자유롭게 시를 썼다고 한다.


燕草如碧絲 (연초여벽사), 秦桑低綠枝 (진상저록지).

當君懷歸日 (당군회귀일), 是妾斷腸時(시첩단장시).

春風不相識 (춘풍부상식), 何事入羅幃 (하사입나위).


이백이 악부 형식으로 지은 고시이다.

그에게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심리를 묘사한 시가 꽤 많은데 이 시도 그 중 하나이다.

봄바람 부는 어느 날, 마음 다독이며 살고 있는 여인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소식 없는 낭군 소식에 여인은 그리운 마음에 낭군이 계신 연 땅을 상상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땅은 무성한 뽕나무 잎에 가지가 눌려 낮게 드리울 정도로 봄이 무르익었다.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는 나날인데 봄바람은 쉼 없이 불어오니 몹쓸 봄바람이라고 할 수밖에.



아마 대부분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들의 시집만 자주 접할 뿐 따로 중국 한시는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말그대로 중국 당나라의 시를 의미한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로 불렸고 그 당시 시인들은 시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당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매순간 함께 한 그들이기에 계절 또한 그들의 감정에 섬세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봄만을 모은 당시를 쭉 읽다보면 참 신기하게 '봄'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특히나 이 책은 읽고 이해하기 쉽게 풀이되어 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내면의 봄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은 꼭 접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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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18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쉬 꽃구경은 하나님 서재방에서 ! 작약 좋아하는 1人 매년 6월이면 간송 미술관 상반기 전시전 회화전 갔었는데 ㅎㅎ 코로나가 끝이 안보이네요 하나님 건강 잘 챙기세요 하나님은 북플계 플로리스트 이쉼 ^@@^

하나의책장 2021-04-19 00:46   좋아요 2 | URL
코로나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요새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간혹 보는데 얼른 끝나길 바랄 뿐이에요ㅠ 정말! 글에서 만난 scott님의 이미지가 작약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제 작약 들여올 때면 scott님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04-18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춘사 좋아하는 시예요
너무 애절해서 가슴이 저며오죠.
당시 삼백수를 꺼내보게 되네요
이밤에 잠못들듯 ^^

하나의책장 2021-04-19 00:49   좋아요 1 | URL
우와, 저도요^^ 그레이스님도 한시 좋아하시나봐요ㅎ 주말이 순식간에 흘러갔네요. 이번 한 주 행복하게 보내세요💐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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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생의 첫 사랑과 방황과 슬픔의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 헤르만 헤세.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은 지금도 우리가 가장 먼저 만나는 삶의 멘토다.




정여울 작가와 함께 하는 문학여행


『헤세로 가는 길』은 마치 작가와 함께 헤세의 흔적을 찾으러 여행 간 기분을 들게한다.

첫 장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칼프 역에서 내려 도시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강을 건너야 한다.

나는 이 강이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가 낚시를 하며 행복해하던 그 강이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된다.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강에서 한스가 낚시하는 모습을,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일까? 몇 시간이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게 에세이인데 이 작품만큼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곤 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이 나오면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며 곱씹었다.

나도 그렇고 애서가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책이란 또다른 세계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작품 속에서 유독 그런 문구들이 있다, 생각하게 만들게끔 자세하게 묘사된 문구 혹은 감성적으로 묘사된 문구들이.


「활짝 핀 꽃」이라는 시에서 헤세는 이렇게 노래했다.

복숭아나무 한가득 꽃이 흐드러졌지만 그 모두가 다 열매 맺지는 않는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지만 피는 대로 그저 두라고.

꽃처럼 제멋대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굳이 분석하여 수익성을 따지지 말고, 생각의 꽃이 피는 대로 그저 내버려두자.

그래서인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문구들이 많이 들어간 에세이를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에 빠져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당신을 본다면, 헤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보라고. 눈부신 하늘, 아름드리나무 잎사귀들, 아장아장 걸어가는 강아지들, 떼 지어 노는 아이들, 여인의 머리카락,

그 모든 것을 높치지 말라고.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런 자잘한 풍경들에 깃들어 있다고.



문학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데미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데미안』을 읽었다.

타이밍이 적절해서였을까? 두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정여울 작가에게는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첫사랑, 방황, 슬픔의 기억과 함께.

앞서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언급했는데 힘들었던 시기에 헤세의 작품들을 접했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힘들 때면 나도 모르게 헤세의 작품들을 떠올린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나'를 비로소 이겼을 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자아 또한 같이 성숙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 성숙은 '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예컨데, 나이를 먹고 백발의 노인이 되었어도 내면이 성숙하지 못한 이들은 분명 많기 때문이다.

나를 성숙시키는 것, 그것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삶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책은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에 저자의 생각을 비롯하여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헤세가 여행했던 수많은 장소가 그의 그림소재가 되곤했는데 만년의 헤세는 농부처럼 부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그림그리기와 정원가꾸기는 마법의 피난처나 다름없다고 말하고있다. 그에게는 아마 그 두가지가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나보다.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혹은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치이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그런 우리에게는 꼭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꽃꽂이, 그림, 도예, 악기 연주, 독서 등의 시간을 보낼 때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가지는 게 좋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활동만이 '힐링'은 아니다. 그 또한 피곤하다고 느껴지면 당연히 안 하는 것이 맞다.

소파에 기대어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던가 그동안의 밀린 잠을 푹 잔다던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시간 등이 행복하다면 당연히 이를 택하는 게 맞다.

굳이 힐링하는 시간을 꼽아보자면, 책을 보고 꽃을 만지는 것은 거의 일상이지만 그 외에는 드문드문 하는 것을 좋아해 어느 날은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은 가야금을 뜯고 어느 날은 스크랩북을 만든다.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잡다한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건 역시 '피아노'밖에 없는 것 같다.

뭔가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곤 한 두시간동안 건반에 몸을 맡기고 나면 잠시나마 숨 쉬는 기분이 든다.

즉, 어떤 활동을 하건간에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꼭 '선물'로 주는 것이 좋다.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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