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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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장 한 켠을 그에게 내주었다.

『오베라는 남자』가 출간되고서부터 그의 작품을 안 읽은 것이 없다.

에디션별로 전부 소장하고 있을 뿐더러, 그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으니 내 책장의 한 켠은 배크만에게 내주었을 정도이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의 한 블로거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초대형 작가가 되었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오베라는 남자』가 탄생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2012년 이 소설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를 기록하며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지켰고,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자리에 올랐다. 44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2016년에 영화화되어 스웨덴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의 상을 휩쓸고, 유럽영화상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으며, 톰 행크스 주연으로 할리우드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뒤이어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초대형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의 작품 『베어타운』으로 돌아온 배크만은 이 소설로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었다” “이 시대의 디킨스다”라는 언론의 열광적인 찬사와 함께 아마존 올해의 책 Top 3, 굿리즈 올해의 소설 Top 2에 오르며 또 한번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냈다.

그 뒤를 잇는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역시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에 오르며 매번 자신의 정점을 찍는 작가의 성장세를 증명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과 『일생일대의 거래』는 사랑하는 가족과 나누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그린,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두 따뜻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인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독자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최신작 『불안한 사람들』은 배크만이 『우리와 당신들』 이후 3년 만에 집필한 장편소설로, 그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부응하듯 2020년 아마존, 굿리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특히 총 25만 개가 넘는 평점과 웃음과 눈물이 황금비율로 녹아든 필력은 배크만 소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인질극, 은행 강도 그리고 하우스 트릭스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만 있으면 됐다.


무장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돈을 요구했지만, 하필 현금이 없는 은행을 급습했기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에 허둥지둥 당황하던 강도는 무작정 도망치다 한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곳은 오픈하우스였고 오픈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던 고객들을 인질로 잡게 된다.


사실 은행 강도가 항복했을 때 모든 인질-부동산 중개업자와 잠재 고객 전원-이 동시에 풀려났다.

그렇다. 앞서 인질로 잡혀 있던 고객들을 구출하려 진입했을 때, 이미 인질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인질 중 한 명이 은행 강도의 도주를 도왔다던가 혹은 은행 강도가 아예 도주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목격자 진술서


야크: …… 은행 강도의 첫인상이 어떻던가요?

런던: 좋아요. '은행 강도'가 완전 덜떨어진 인간 같아 보였다는 게 내가 느낀 '첫인상'이에요.


야크: …… 어떤 근거로 은행 강도가 덜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으셨나요?

런던: "6천5백 크로나 내놔!"라고 쓴 쪽지를 주더라고요. 6천5백을 훔치려고 은행을 털다니 도대체 뭐예요? 천만, 뭐 이 정도는 노리고 은행을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원하는 금액이 정확히 6천5백이라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사라: 이러다 날밤 새우겠네.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내가 그냥 간단하게 요약해줄게요. 총을 든 정신병자가 나랑 나보다 못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반나절 동안 붙잡아놓는 동안 경관님과 그 동료들은 건물을 에워쌌고, 모든 상황이 텔레비전으로 중개됐는데도 경관님은 은행 강도를 놓쳤어요. 지금 나가서 앞서 언급한 그 은행 강도부터 먼저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자음이 세 개 이상 들어가는 성을 본 적이 없어서 여기 이렇게 앉아 진땀을 흘리고 계시네요. 내가 경관님의 상사한테 성냥을 쥐여준다 한들 내 세금을 이보다 더 빨리 날려 버리지는 못할 거예요.


야크: 율리아하고 로요?

안나레나: 네!

야크: 그 두 사람은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안나레나: 그럼요. 그런 사람들은 거기서 살기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집을 보러 와요. 거기서 살기만 하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숨을 쉬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가슴속에 얹힌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덜 싸울 거라고. 맨 처음 결혼했을 때, 그러지 않고는 못 배겼던 그때처럼 서로 손을 자주 만지작거릴 거라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야크: …… 범인이 아직 아파트 안에 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어서요.

……

로게르: 여기요. 두드려보면 알 수 있어요. 빈 공간을.

야크: 그 사이가 왜 비어 있을까요?

로게르: 예전에, 이 동네 사람들이 돈이 많고 아파트는 더 저렴했던 시절에는 이 집과 옆집이 한 집이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요즘은 부동산 시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내지 못해 안달이 났죠. 그건 부동산 업체들의 잘못이에요. 그리고 은행.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온 사람들. 가격을 올려놓고 온갖 짓을 서슴지 않아요. 왜 그렇게 눈을 굴려요?

야크: 죄송합니다. …… 하지만 선생님과 부인께서도 최근 몇 년 새 투기의 일환으로 아파트 몇 채를 사고팔지 않으셨나요? 그것도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텐데요.


로게르: 바보들이었으니까요.

야크: 그러고는 그 사이에 공간을 남겼다?

로게르: 그렇죠.

야크: 그러니까 범인이 벽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는 겁니까? 사이즈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율스: 우리는 소파에 앉아서 피자를 먹었어요. 그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에요.

야크: 감사합니다! 그때 아파트 안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율스: 저희 둘. 에스텔. 사라. 레나르트. 안나레나와 로게르. 은행 강도.

야크: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도 있었고요?

율스: 당연하죠.


야크: 인질극을 벌인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폭죽을 요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레나르트: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애초에 인질극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야크: 그럴지도 모르지만 폭죽이라니 좀 특이하지 않은가요?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요구한 게 그거라니.

레나르트: 글쎄요. 새해잖아요. 그리고 폭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요, 아닌가요?



진실은 무엇일까?


봄이 온다. 봄은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오고야 만다. 바람이 겨울을 쫓아내고 나무는 바스락거리며 새들은 조잘대기 시작하고 몇 달 동안 눈이 모든 메아리를 삼켜버렸던 곳을 대자연이 귀청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같이 쓸고 지나간다.


날이 밝으면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듯이, 결국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배크만의 애독자들이 많은 탓인지, 『불안한 사람들』의 리뷰가 많아 줄거리는 생략하고 중요한 부분만 흔적을 살짝 남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 말미에 나와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었다.

『불안한 사람들』에서 등장한 인물들을 보며 자연스레 여럿이 떠올랐다.

현실에서의 야크와 짐, 사라, 안나레나, 로와 율리아, 로게르, 레나르트, 에스텔, 나디아,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은행 강도.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등장인물란이 먼저 소개되는데 꼭 등장인물란을 자세히 살펴보고 책 속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각 인물들의 특성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잘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나가야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왜 제목이 「불안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 몇 개가 떠올랐는데, 왜 떠올랐는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권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물론 잘못되었다. 이 과정에서 애먼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왜 인질로 붙잡혀있던 사람들이 은행 강도를 옹호 아닌 옹호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은행강도 시점에서) 그 누구도 손 잡아주지 않으려 했고 그나마 있는 것마저 빼앗길 판이었다.

사람이 극한에 내몰리게 되면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은행강도가 이에 속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그가 출간한 책 중 안 읽어본 책이 없다.

그의 작품의 애정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방향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간간히 읽고 또 읽는 게 그의 작품인데, 그렇게 읽을 때면 언제쯤 나도 배크만처럼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연'이 되어 연결 지어지는데, 내 주변에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라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연관되는 건 웃어야 하는 건지, 씁쓸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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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가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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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그렇게 한 계절이 찾아오면 그 시기에 맞는 시들이 절로 떠오른다.

봄과 여름에 이어, 마지막으로 '가을'을 읽었다.


『당시 사계 봄을 노래하다』 ▶ https://blog.naver.com/shn2213/222313764404

『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 https://blog.naver.com/shn2213/222319675671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궁정의 가을 저녁 秋夕 _두목 杜牧


은촛대에 서린 가을빛 차갑게 병풍을 비추는데

수놓은 비단부채로 날아드는 반딧불이 공연히 내쫓네.

밤새 궁궐 계단 물처럼 싸늘한데

하릴없이 누워 견우직녀성 바라보네.


銀燭秋光冷畵屛, 輕羅小扇扑流螢.

天階夜色凉如水, 臥看牽牛織女星.



실의에 빠진 궁녀의 쓸쓸함과 처량함이 시에 잘 묻어나있다.

대개 한자의 뜻을 새겨보며 내용을 파악하곤 하는데 책에도 나와있듯이 워낙 시가 함축적인지라 의미 파악이 쉽지는 않았다.

이 시를 잘 이해하고 싶다면 '반딧불이'와 '부채'를 염두해두고 읽으면 된다.

반딧불이가 스산하고 서늘한 곳에 산다는 전제하에 옛 사람들은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가 태어난다고 믿었다.

즉, 반딧불이에서 궁녀의 처량한 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계절적으로, 부채는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여름에는 쓸모있지만 가을이 되면 쓸모없어진다.

즉, 여기서 궁녀를 부채로 비유한 것으로 볼 때, 조만간 버려질 운명에 놓였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실의에 바진 궁녀에게 있어서 견우직녀성은 희망의 끈으로 엿볼 수 있다.


銀燭秋光冷畵屛 (은촉추광냉화병), 輕羅小扇扑流螢 (경라소선박류형).

天階夜色凉如水 (천계야색양여수), 臥看牽牛織女星 (좌간견우직녀성).


두번천이라고도 불린 두목은, 경전과 역사서에 두로 통하였으며 특히 왕조의 치란과 군사 연구에 전념했다.

7언절구로 유명한 그의 시는 역사사실을 통해 개인의 서정을 읊은 영사시가 주를 이룬다.

재기발랄하고 호방하며 만당의 쇠운을 만회하려는 마음을 시로 담아내어, 만당시기에 성취가 높은 시인 중의 한 명이다.



가을날 장안으로 가면서 동관역루에 짓다 秋日赴闕題潼關驛樓 _허혼 許渾


붉은 단풍잎 저녁에 쏴쏴 바람에 나부끼는데

장정에서 한 잔 술 마시네.

구름은 태화산으로 힘없이 돌아가고

저녁 비는 중조산을 잠시 지나가네.

나무들은 아득히 산을 따라 검푸르고

강물은 멀리 바다를 향해 고요해지네.

장안성 내일이면 도착하는데

여전히 어부와 초부의 꿈을 꾸네.


紅葉晚蕭蕭, 長亭酒一瓢. 殘雲歸太華, 疏雨過中條.

樹色隨山迥, 河聲入海遙. 帝鄕明日到, 猶自夢漁樵.


여행길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가을에 느끼는 정취가 잘 묻어나는 시이다.

1·2구의 경물에는 시인의 슬프고 처량한 감정이, 3·4구는 걷히는 구름 그리고 잠시 내리는 비가 동적인 느낌을 준다.

5·6구는 높은 곳에 서서 관산을 따라 붉은 산 빛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시각으로, 황하가 발해로 흘러가는 것을 청각으로 표현했다.

7·8구에서는 장안여행이 명리를 추구해서 가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것으로 시는 마무리된다.

'水'나 '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습하다千首濕는 평을 받긴 해도, 늦가을 가랑비에 젖은 붉은 낙엽은 가을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간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紅葉晚蕭蕭 (홍엽만소소), 長亭酒一瓢 (장정주일표). 殘雲歸太華 (잔운귀태화), 疏雨過中條 (소우과중조).

樹色隨山迥 (수색수산형), 河聲入海遙 (하성입해요). 帝鄕明日到(제향명일도), 猶自夢漁樵(유자몽어초).


허혼은 만당시기에 영향력이 가장 큰 시인 중 한 명으로, 평생 율시만 지었다고 전해진다.

(율시란, 8개의 구절과 4개의 운으로 된 근체시의 한 형식이다.)

옛 일을 회고하거나 전원을 제재로 한 시를 많이 지었는데 특히 높은 곳에 올라 옛일을 회고하는 시를 잘 지었다고 한다.

만년에는 한적한 노년을 보내며 【정묘집】을 지었다고 하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봄, 여름에 이어 드디어 가을까지 「당시 사계」 시리즈를 마무리하였다.

이전에 읽은 봄, 여름과는 달리 시에 함축된 의미가 많아 개인적으로 가을이 조금 어렵긴 했다.

그래도 당시만 다룬 시집을 계절별로 읽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 큰 의미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옛사람들이 남긴 문학작품은 물론 유적지나 유산들을 볼 때 항상 느낀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똑똑했던 것인가!

환경도 지금보다 여의치 않았을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당시 사계」 시리즈는 순수하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부터 당시를 접해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시'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까지, 추천하고 싶다.


읽은 책이 많은 만큼 올리고 싶은 도서리뷰도 많은데, 책상 한 번 앉기가 힘들다.

어제처럼 하루를 다 버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오늘도 하루를 온전히 버릴 수는 없어 벌써 느즈막한 오후가 되었지만 채색하다 만 그림부터 빠르게 마무리하고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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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함께 읽었을 뿐인데 -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성장하는 기적의 책 읽기
손경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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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단지 함께 읽었을 뿐인데』는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진정한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독서모임에 대해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털어낸 에세이다.


저자, 손경아는 고양이 한 마리, 커피 한 잔, 잔잔한 음악 그리고 책만 있으면 세상 행복한 사람이다.




퇴비 뿌리기 그리고 밭 갈기 (부제: 독서모임을 해야 하나요?)


"책 좋지! 그런데 이렇게 바쁘고 피곤한데 도통 짬이 나야 책을 읽든 말든 하지 않겠어? 팔자 좋은 사람들이나 읽는 거지!"

"책 읽기가 좋은 건 알겠는데, 책을 읽는다고 당장 뭐가 달라진다든? 차라리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

"대체 글자를 만들어서 뭣에다 씁니까요? 글자를 읽어서 글을 읽고 쓰게 되면 뭐가 달라집니까요? 쌀이 나옵니까요? 밥이 나옵니까요? 이놈은 도통 모르겠습니다요." _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中


책은 당장 어떤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책은 진통제가 아닌 보약같은 것이라고. 당장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쌓이는 것이라고.

무협영화에서 보면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이 수련하며 내공을 쌓는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로 꾸준한 책 읽기로 '내공'을 쌓는 것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기본적으로 깔려져 있는 잔지식은 모두 책에서 얻은 것이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관심있는 분야가 생기면 '책'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과를 택했고 경영을 전공했지만 IT를, 과학을, 음악을, 미술 등을 모두 '책'을 통해 배우고 습득했으니 얻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항상 책 예찬론을 펼치며 책 선물을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中 돌쇠가 세종대왕에게 하는 말을 언급했었는데 이에 세종대왕이 답했다.

"네 말이 맞다. 글자를 만든다고 글자를 안다고 당장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자를 읽고 책을 읽게 되면 쌀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예전에 소규모로 독서모임을 몇 번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굉장히 '값진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이 되면, 대부분 똑같이 하는 말이 있었으니 바로 "얻어가는 게 많다."였다.

단순히 책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다 그 이상으로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일부는 애서가들만 모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보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예컨대, 소설의 끝맺음을 내지 못하는 딸이 고민을 토로하자 장항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가 끝맺지 못하는 이유를 아빠는 잘 알고 있어. 바로 마감기한이 없어서야."

비슷한 맥락으로 살펴보면, 이번 달에는 책 한 권 이상은 꼭 읽어야지라고 다짐하는 이들이 있다.

세 부류로 나뉜다, 한 권 이상을 읽은 사람들, 한 권만 읽은 사람들 그리고 한 권도 못 읽은 사람들.

그렇다. 한 권도 못 읽은 사람들 또한 정해진 기한이 없기에 미루고 미루면서 결국 끝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바로 '독서모임'이다.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항상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있는데 "다 읽지 않아도 되니 읽을 수 있는 만큼만 읽어오시면 됩니다."였다.

책 읽는 것 자체를 '부담' 혹은 '짐'으로 생각하면 그 순간 독서는 재미없어지기에.

신기한 것이 있다면, 그 날의 독서모임을 끝내면 그 날 읽었던 책은 끝인데 이후에 후루룩 다 읽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놓친 부분을 읽고 싶어서, 궁금해서, P군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등등.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세 곳에서 독서모임 진행을 제의받았었는데 올해는 힘들겠지만 내년에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소규모로 진행해볼까도 생각중이다.

'책'을 매개로 한 독서모임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매번 예상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책이지만 끝은 일상을 넘어 인생 이야기까지로 이어지니 끝이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간 독서에세이를 많이 접해봤지만 오롯이 '독서모임'과 관련된 에세이는 처음인 듯하다.

독서모임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이들부터 언젠가는 꼭 참여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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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0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자가 하나님인줄 알았네요 영화속 제인오스틴 이런 풍경속에서 열독 하고 싶음 ㅜ.ㅜ

하나의책장 2021-06-02 16:00   좋아요 2 | URL
앗, 제가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나요?ㅎㅎ 저도요! 뭔가 노을지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따뜻한 느낌 속에서 티 한 잔씩 하며 열독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1-05-21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독서모임 관련 에세이도 있네요. 독서모임을 해본적이 없어서 책의 내용이 궁금하네요. 저 사진이 제인오스틴인가 보네요? 와 제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딱 맞는거 같아요~!

하나의책장 2021-06-02 16:02   좋아요 1 | URL
영화 속에서 제인 오스틴 역을 맡았던 앤 해서웨이예요❣ 착각될 만큼 잘 어울리죠? 전 대학교 다니면서 꽤 해봤었는데 근래는 해본 적이 없어 부끄러움에 말도 잘 못 꺼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강아지똥 (25주년 특별판) 민들레 그림책 1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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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책 한 권씩 들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가져간 첫 책이 바로 권정생 작가님의 책이었다. 작가님의 글에는 잔잔한 슬픔과 감동이 있어 매번 읽는 내내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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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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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과연 침착함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을까?


주기적으로 대학병원에 갈 때면 참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본다.

병원에 들어가는 정문이 응급실과 붙어있어서 한번씩은 구급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종종 본다.

언제 한번은 사고가 크게 났는지 급하게 두 명의 환자들이 CPR을 받으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그런 장면들을 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좋질 않다.

병원에 들어갈 때면 병원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가 있다.

단순하게 치료받고 수술하러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암, 백혈병 등을 선고받고 눌러앉은 사람들도 있다.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는 저자의 유방암 투병일지를 기록한 책이다.

유방암은 여성암 1위이기도 하는데 그 원인이 다양해 젊은 여성들도 노출될 수 있다.

저자 또한 피하지 못하였다. 서른 두살의 나이에 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마냥 주저앉으려고 했던 저자가 아니었고 평소 그녀가 가진 용기와 노력들, 긍정적인 가치관이 있었기에 이를 잘 극복해냈으며 그 기운을 전달하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 니콜 슈타우딩거는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남부럽잖은 연봉을 받으며 오래 일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당차게 사표를 던졌다.

이후, 자신의 장기를 살려 커뮤니케이션 강사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고 청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 가도의 초입에 서게 된다.

그렇게 인생의 제 2막이 오른 순간 찾아온 것이 유방암이었다. 그녀의 나이 고작 서른둘이었다.




아, 네…… 암이네요


날이 어떻게 저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막스와 함께 큰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그날 밤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이게 다 악몽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다. 난 암에 걸렸다. 왜 하필 나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다음 날, 퉁퉁 부은 눈으로 진료실에 들어선 저자, 의사는 그런 그녀를 보며 검사 결과 예쁜 암이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천장을 향해 높이 들어올리며 치료 잘 받으면 기대수명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친절한 간호사의 말은 그녀의 작은 희망의 불꽃을 타오르게 했다.

"암은 저희가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환자분의 마음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답니다. 환자분은 열심히 하세요. 암은 저희가 없애드리겠습니다. 아셨죠?"



엄마가 아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더더욱 살고 싶어진다.

저자에게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아이, 막스가 있었다. 여섯 살이기에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막스의 유치원에도 숨길 수는 없기에 저자는 선생님께 가서 얘기하게 된다

그 때, 유치원 원장 선생님은 그녀에게 충고한다, 막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엄마가 울 때, 눈에 뭐 들어갔다는 거짓말이 아닌  아이에게 왜 엄마가 우는지에 대해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이후, 막스는 매일같이 엄마에게 달려와 가슴이 어떤지 물었다고 한다.



쇼트커트


화학 요법을 시작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머리가 빠진다고 한다.

2년 동안 투자했던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는 이제 잘라야 한다.

"왕창 잘라주세요."

미용사는 자신의 엄마 또한 유방암 진단을 받아 양쪽 가슴을 다 절제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나았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전이'라는 두려움


"전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99퍼센트입니다."

이미 걸린 암이면 완치만을 목표로 달려 나가면 된다.

암 환자들이 극도로 두려워하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전이'와 '재발'이다.

저자 또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 전이가 될까싶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한다.

검사 결과, 다행히 전이된 것 없이 이전 진단 그대로이기에 10키로 무게의 짐을 부린 듯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주 수술까지 푹 쉴 것을 다짐한다.




지금까지 짤막하게 써낸 줄거리는 그녀가 암 선고 받았을 때부터의 초반 심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후 그녀가 투병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여느 암 환자들의 일상을 볼 수 있어 그들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순 없어도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고나니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 중 【풀빵엄마】 편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언제나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깊은, 똑부러지고 예쁜 은서와 그저 해맑고, 웃음이 참 예쁜 홍연이.

소아마비로 인해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위해 엄마 최정미씨는 언제나처럼 힘을 내어 풀빵을 팔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런 그녀에게 위암 2기라는 판정이 내려지고 그 투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마음 아프게도 돌아가셨다.

그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단편적인 부분만 방송에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몸에 혹이 생겼다해도, 그 혹이 암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간단하게 수술로만 제거했으면 좋겠는데, 일부는 수술도 받고 항암치료도 힘겹게 받아야 하니 참 마음이 좋질 않다.

몇 년전, 엄마의 유방암 검사를 따라갔다가 암 가능성을 두고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봐서 모시고 다녔었다.

물론, 다행히 암은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 때부터 미리미리 예방차원에서 암에 좋다는 건 찾아보게 되었다.

이후, 정기검진이 다가올 때면 미리 시간을 빼 항상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오는데 그 때마다 암 병동 센터에 들르게 된다.

마음이 아파 망설여지는데 작년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검사를 끝내고 엄마와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언니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분이 진료실에서 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는데 일순간 엄마와 눈이 마주쳤고 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었다.

남편으로 보이시는 분이 다가오니 여성분께서 '나 어떡해...'라는 말과 함께 눈물만 흘리셨는데 이후 엄마 차례가 와 진료실로 들어갔었다.

진료를 끝내고 나와보니 이미 가고 안 계셨는데 울먹거리는, 떨리는 그 목소리가 내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이후, 책에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암세포에게 '카를'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모든 것을 재미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말의 무게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듯, 제목 그대로 저자는 자신에게 있어서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행복하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까지의 아픔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고백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순탄하게 흘러가지도 않는 것이 인생이고 언제라도 예기치 않은 일들이 닥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기에, 미리미리 마음 곳곳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잘 다져놓는 연습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의 나'가 '오늘의 나'를 만들 듯,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들을 되새기며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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