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다행이야 - 엄마와 나, 둘이 사는 집에 고양이가 찾아왔습니다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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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고양이의 인생은 우리를 빠르게 추월해간다. 그걸 알면서도 역시 사랑에 빠진다. 언젠가 이별하는 날이 찾아와 복받치는 눈물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메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에 차가운 바람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헤쳐놓은, 담장을 넘나들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물, 길고양이들에 대한 대부분의 인식이 이렇다.

요즘은 그 인식이 변화해 길고양이들의 밥을 직접 챙겨주는 캣맘이 등장하긴 했지만, 타인의 사유지 혹은 차에서 밥을 챙겨주는 일부 캣맘의 이기적인 행동들로 인해 길고양이들에 대한 인식 또한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이런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보게 되었고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동물은 처음부터 잘못이 없다.'

사실 집고양이로 품는 순간,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지기 때문에 밥은 챙겨줘도 길고양이들을 집고양이로 품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여건이나 상황이 되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결국은 그 책임감까지 지고 싶진 않은 것도 이유면 이유일 것이다.

허나 길고양이에게 간택당하거나 지나치지 못하고 집고양이로 품게 된 경우도 분명 있다.

난 그 이야기를 한 책을 통해 접하게 된다.


『함께여서 다행이야』는 실제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로, 어미 길고양이는 물론 집 화단에 낳은 새끼 고양이들까지 집고양이들로 품게 된 그 과정을 담고 있다.

고양이를 키운 경험은 없지만 고양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그 여운까지도 참 따뜻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는 글쓰기와 다도라는 두 바퀴로 인생을 꾸려온 사람이다.

1956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일본여자대학 문학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세계 각지의 풍물과 풍속을 소개하는 [주간아사히]의 인기 칼럼 ‘데키고토로지’의 취재기자로 활약했다. 9년간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1987년에 『노리코입니다』를 출간했으며, 이 책이 1987년 TBS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다른 책 『전생으로의 모험-르네상스의 천재 조각가를 따라서』도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어머니의 권유로 스무 살 때 우연히 시작한 다도는 지치고 힘든 날,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큰 위로와 평안을 가져다주었다. 스무 살 때 다도를 시작해 현재까지 40년 넘게 차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2010년 오모테센케의 교수 자격을 얻었으며 모리시타 소텐이라는 다명을 가지고 있다. 차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풍부한 식견에서 우러나온 섬세하고 정확한 맛 표현과 음식에 대한 철학을 담은 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5년간 다도를 해오며 느낀 점을 그려낸 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은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2018년 영화 [일일시호일]로 개봉됐다.





Ⅰ 만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엄마와 함께 티타임을 가지려고 했다.

잠시 우편함을 확인하러 가던 엄마(저자의 엄마)가 급하게 집으로 들어왔다.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어."

이전에 방충망을 부서뜨린 전력이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화단에 새끼 세 마리를 낳은 것이었다.

원고로 먹고 사는 나(저자)는 가뜩이나 약속한 단행본 원고가 써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 바로 어제였는데, 무심하게도 단박에 일이 생기고 말았다.


키우던 금붕어가 어항 밖으로 뛰어나와 바싹 말라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남쪽 마당은 엉망진창으로 짓밟혔고 우리집 주변에서 코를 찌르는 강렬한 냄새가 흘러 들어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길고양이었으니 나이 지긋하신 엄마께서 좋아할 리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동물애호협회에 가봤지만 보호시설이 꽉 차 있을뿐더러 보호 순서를 기다리는 새끼 고양이만 무려 이백 마리나 된다는 말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 두달 후에 사진을 찍어 오면 입양을 연계시켜준다 했는데 이말은즉슨 두 달을 케어하라는 의미였다.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니 죽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절대 돌보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엄마는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이따금 어미 고양이인 길고양이가 그들에게 하악질을 하며 새끼들을 보호하였고 젖을 물렸다.

그리곤 잠시 사라지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새끼 고양이들은 일단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Ⅱ 간택


뼛속까지 애묘인인 사촌 사치코와 미도리 외숙모는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 때문에 맡을 순 없었지만 출석도장을 찍듯 매일같이 들렀다.

그들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사랑하는 지인들까지도.


생명을 키우면 언젠가 이별이 찾아온다. 행복했던 만큼, 이자까지 붙어서 되돌아오나 싶게 슬픔이 왈칵 밀어닥친다. 귀엽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나는 늙어가고 있다……. 고령이 된 이후의 상실은 분명 타격이 클 것이다. 그 쓸쓸함을 견뎌야만 할까?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없는 편이 좋다…….


사치코가 마련한 화장실에 볼일을 보지 않은 고양이를 이상하게 여겼는데 선풍기를 꺼내러 간 2층 안쪽 창고방에서 악취가 엄청남을 느끼게 되었다.

어미 고양이가 배탈이 났는지 그곳에서 일을 본 것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화장실을 마련한 사치코에게 더이상 못참겠다는 말을 꺼내니 사치코가 입을 열었다.

"노리코 언니, 고양이는 말이야, 개하고 달라서 길들일 수가 없어. 사람이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맞춰줘야 해."

사치코가 화장실을 구석으로 옮기고 가리개를 만드니 그제야 어미 고양이가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쭉.

그렇게 아기 고양이들은 생후 삼주를 넘기고 있었다.


어느 날,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물고 가출을 시도하려는 일이 발생했다.

순간, 엄마는 외쳤다. 안 된다고!

그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엄마의 마음은 정해졌구나, 정해졌어.

그렇게 어미 고양이는 '미미'가 되었고 어느새 윤기나는 털을 가진 집고양이가 되고 있었다.


"미미짱, 달라졌네. 완전히 자리를 잡았어. 집고양이 다 됐네. 분명히 동네 길고양이들이 떠들어대고 있을 거야. '우리랑 한패일 때는 쥐처럼 꾀죄죄했던 미미가 말이야, 지금은 새하얘져서 곱디고운 집고양이가 됐다더라.'"


새끼 고양이들의 이름도 정해졌다. 다로, 지로, 구로, 시즈짱, 나나.



Ⅲ 가족


예전에 새끼 고양이를 옹벽 위에서 내렸던 때, 엄마는 문득 아빠가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빠가 아직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를 비오는 날 발견했었다고 한다.

곧장 할머니에게 키워도 되냐고 부탁했지만 호되게 혼나고선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가봤는데 성냥개비 같은 하얀 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빠의 기억 속 새끼 고양이를 데려온 걸까…….


미미와 다로와 엄마와 나.

이 네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나날도 매 순간 흘러가 언젠가 전부 과거가 돼버릴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때 무슨 기억을 떠올릴까?

……한밤중 부엌에서 다로가 사료를 먹으며 내는 '까드득까드득' 소리. 툇마루 볕에서 뜨개질을 하는 엄마의 무릎담요 자락에 파고든, 봉긋한 다로의 형체. 잠든 다로의 목에 감긴 미미의 새하얀 앞다리. 그리고 잠든 내가 덮고 있는 깃털이불 위를 미미가 살며시 걸으며 내는 바스락바스락 소리……. 어떤 순간도 잊지 못한다.

미미, 다로.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길고양이의 간택을 받아 집사가 된 일화를 담은 이 책은, 일기를 보는 듯한 편한 느낌이라 우리에게 굉장히 따뜻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고양이를 키웠던, 키우고 있는 애묘인들이 이 책을 펼친다면 분명 본인의 고양이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서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렇듯 고양이와 관련된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잠시 돌봐주었던 길고양이들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1-2년 동안 많은 추억을 쌓았었다.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봄이 오는 시점에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옥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눈에는 굉장히 어려보였다.

첫 만남부터 경계심없이 다가왔던 아이였는데 배고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생선을 그릇에 담아 주었다.

그리곤 건강하게, 오래 오래 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호떡'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사실 나는 고양이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나 애정이 전혀 없었다.

'아, 길고양이가 지나가네.', 딱 이 뿐이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가 바로 미국에 갔다온 이후부터였다.


미국에서 잠시 고모집에 머물렀을 때, 고모집에서 오랫동안 키운 고양이, sebastian이 있었다.

첫 날, 시차에 적응 못하고 곧장 잠이 들었었는데 다음 날 아침, 고모가 놀랍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낯가림이 심한 sebastian은 가족 이외에 사람들에게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악질을 하거나 아예 자리를 피해 숨어버리는데, 어젯밤 침대에서 비스듬히 누워 자고있는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가더니 내 품으로 쏙 들어가 몇 시간을 그렇게 있었다고 한다.

그리곤 sebastian은 가족들에게만 악수를 하는데 조심스럽게 다가가 shake it, shake it, hand를 말해보라고 권했다.

사실 할퀴지 않을까 겁이 나 망설여졌는데 sebastian이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건네며 말했다. "shake it, shake it, hand."

그 때, 느꼈다. 아,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구나!라는 것을.

젤리, 젤리같은 마시멜로를 연상시키는 조그마한 발바닥이 조심스레 내 손 위에 턱 얹어졌다.

그리곤 슈렉에서 나오는 고양이와 같은 눈망울을 하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계기로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고 나는 그렇게 옥상에서 처음 만난 호떡이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아무데서나 밥 먹게 할 순 없으니 마당 한 켠에 밥 먹는 곳을 만들어주었고 호떡이는 이후 친구 마시멜로를 데려오게 되었다.

(그레이, 베이지 두 마리가 더 있긴 하지만 두 고양이들은 6개월 정도 밥만 먹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참 신기했다.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저 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기에 외쳤다. "호떡아, 이리와."

그렇게 부르면 고양이들처럼 총알같이 튀어오지 않고 뚱땅뚱땅 뛰어서 내려오는데 그 순간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의 타임라인은 다르다.

함께 한 시간이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지만 그 몇 달동안 하루종일 붙어 있어 정이 진득하게 들었던건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나서 sebastian이 현관 옆 창문 틀에 자리잡아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참 먹먹하게 들렸는데 17년이나 살았던 sebastian은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몇 년 뒤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전화를 통해 sebastian의 소식을 들었을 때, 고작 몇 달밖에 함께 하질 않았고 내가 키운 고양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절로 흘렀고 몇 주 동안 참 먹먹했다.

반려동물의 한평생을 함께 한 반려인들에게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자체가 얼마나 크게 와닿을지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에세이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행복이 가득 담겨있다.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주는 것보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애묘인은 물론이고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권해주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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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24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고고 이뻐라 넘 이쁜 아이들이네요. 잘 거두어 주셔서 고마워요.^^ 세바스찬 이야기는 제가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데서 사랑에 빠지게 된 우연한 인연과도 다르지 않아 우리집 냥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고양이별로 돌아간 세바스찬이군요. ㅠ 고양이는 사랑!
책 사진이 참 이뻐요.

하나의책장 2021-12-24 23:14   좋아요 1 | URL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길고양이긴 했지만 밥 먹을 때가 되면 꼬박꼬박 찾아와서 챙겨줬었어요. 집안에 들어오는 건 너무 싫어해서 겨울에 추울까봐 안에 이불 넣어놓고 마당 한 켠에 바람 들어오지 않게 집도 만들어줬고요. 그렇게 2년 정도를 보냈었는데 그 또한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렸었어요ㅠ
맞아요! 고양이는 정말 사랑이에요^^
세바스찬 덕분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버렸거든요...☞☜
프레이야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새파랑 2021-11-22 14: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고양이도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고양이군요~! 한미 공통 인듯 합니다 ^^ 하나님의 글도 그렇고 책도 따뜻한 이야기 인거 같아요~!!

하나의책장 2021-12-24 23:15   좋아요 0 | URL
헤헷 표지처럼 내용 또한 따스해요^^
날씨가 확- 추워졌어요. 내일 정말 눈이 내릴 것만 같아요!
새파랑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1-23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가 수채화 그림처럼 예쁘네요. 이야기도 따뜻한 내용 같고요.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며칠 사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2-24 23:16   좋아요 0 | URL
그죠?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정말 따뜻했어요.
오늘은 특히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감기 걸리기 쉽겠더라고요.
서니데이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내일은 눈이 내린다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 될 것 같아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scott 2021-12-09 16: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사랑둥이 괭이 눈망울이 ^ㅎ^

그레이스 2021-12-09 16:04   좋아요 4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하나님~

하나의책장 2021-12-24 23:17   좋아요 1 | URL
헤헷 감사합니다 ♥.♥

mini74 2021-12-09 16: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 라서 놀랐던 리뷰군요 ㅎㅎ 미미님이 북플에 계셔서 ㅎㅎ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1-12-24 23: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09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당선 축하드려요 ^^ 아름다운 고양이 멋진 사진~!!

하나의책장 2021-12-24 23:18   좋아요 1 | URL
길고양이답지않게 털도 윤기 나고 참 예쁜 고양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21-12-09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12-24 23: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thkang1001 2021-12-09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12-24 23: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이하라 2021-12-09 1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12-24 23: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09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하나의책장 2021-12-24 23:1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 2021-12-10 0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하나의책장 2021-12-24 23:1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thkang1001 2021-12-25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님께서도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1-07 00:17   좋아요 1 | URL
이 댓글을 이제야 봤어요 +.+
thkang1001님도 굿밤되세요♡

thkang1001 2022-01-07 0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 2022-03-10 08:36   좋아요 1 | URL
(답글이 많이 늦어 너무 민망하지만;)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1-0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3-10 08:36   좋아요 1 | URL
(답글이 많이 늦어 너무 민망하지만;)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1-07 1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 리뷰, 저라면 긴 준비 시간 줘도 연출 못할 아름다운 사진 때문에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당선작이네요.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2-03-10 08:37   좋아요 0 | URL
앗, 칭찬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께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이었다니 부끄러우면서도 너무 기뻐요^^
(답글이 많이 늦어 너무 민망하지만;) 감사합니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라믈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유월의 독서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 가득 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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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천의 문학 살롱
이환천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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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말장난하는 듯한 말투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시집이 한 권 있다. 하상욱 시인의 『 시 읽는 밤 : 시 밤』도 함께.


저자, 이환천은 2014년 5월부터 페이스북에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타이틀로 페이지를 개설하여 많은 독자들이 애정하는 시인으로 쑥쑥 성장 중이다. 누구보다 놀기 좋아하는 작가는 일상 순간에서 뽑아낸 소재들을 그림과 시를 통해 매주 금요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하면서 그의 글과 그림을 보고 읽는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피가 나기 직전까지 벅벅 긁어 주는 속 시원한 돌직구를 뿌리고 있다.




열정페이


젊은애들

가슴속에


꽉차있는

열정만큼


돈안주고

부려먹을


명분이또

어디있노



매력


너무꽁꽁

숨겨놔서


나도아직

못찾았다



카페


죄송한데

조용히좀

해주세요


저내일이

시험이란

말이에요



직장인


지금처럼

일할거면


어렸을때

존나놀걸



이별


끝난거면

끝난거지


좋은친구

같은소리


내앞에서

하지마라


꼴도보기

싫으니까



지우개


내가만약

지우개를

만들어서

팔게되면


그지우개

제품명은

초심이라

할것이다


너무나도

잃기쉬워

다시사게

될거니까



책꽂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 한 켠에 쌓여진 네 개의 책탑이 있다. (참고로, 한 책탑 당 20권여의 책을 쌓아놓았다.)

읽을 책들을 쌓아놓은 건데, 이러다 방 안을 점령할 것 같아 책탑 하나는 책장 안으로 넣어버렸다.

책탑 하나를 책꽂이에 넣다가 말그대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책 몇 권을 집어들었다.

이 책 또한 그 중 한 권이다. (지금은 절판된 책인 듯하다.)

몇 자 읽고나니, 하상욱 시인의 『 시 읽는 밤 : 시 밤』이 함께 떠오른다.

시를 정말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시집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이렇게 해학적인 류의 시집은 이 책과 함께 「시밤」이 전부였으니깐.

교과서적인 틀에 맞춰진 고전시만 읽어버릇 하다보니 옛시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형식적인 틀에 메어있지 않는, 해학스러운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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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09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이분 시는 처음 보는데 특이하고 좋네요. 사이다 같은 느낌이 들어요 ~!!

하나의책장 2021-11-19 10:17   좋아요 1 | URL
저도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책이었어요!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질 않았다면 잊혀질 뻔 했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전에 읽었던 게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딱 [시밤]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에요ㅎ
 
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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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의 정신은 불안정한 자신을 바로잡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이런 사람들의 감춰진 부분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련하면서 혼자만 따로 노는 기분이 들었다는 저자는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마치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는 미국 최고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인지한 채 지구로 돌아와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4년 동안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아마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책에서는 어떤 에피소드들을 들려줄까?


저자, 애덤 스턴은 현재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정신과 의사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경험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보스턴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Ⅰ 1년 차


하버드 메디컬 캠퍼스의 정신의학고 보호병동.

환자의 병실에 들어선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지만 애써 감추며 환자에게 다가갔다.

세 명의 경비원이 저자를 둘러싸고 있었고 환자는 180cm 높이의 서랍장 위에서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려오세요. 저희는 당신을 도와드리러 왔어요."

"당신 에이전트지? 악마들의 CIA 에이전트!"

"제발 내려오셔야 합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자는 경비원 둘에게 제압당했고 간호사는 그의 엉덩이에 진정제를 주사했다.


오랫동안 의사라는 꿈을 마음에 품었던 저자는 그 꿈을 이루게 되었고 의대생 시절 실습을 통해 정신의학과가 가장 잘 맞는 분야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본질을 이해하고 파헤치면 분명 이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에 오기 위해 보스턴으로 온 저자는 뉴욕의 주립대학교 중에서도 북부 주 의과대학교 출신이었다.

의사인 가족들 사이에서 자란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였고 그 영향으로 형은 브루클린에 있는 남부 주 의과대학에, 저자는 뉴욕주립대학교의 북부 주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시러큐스라는 소도시에서는 최고의 학교라고 하지만 보스턴에서는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의대생들이 레지던트 과정을 어디에서 이수할지 결정하는 프로그램인 '매치'가 있는데, 혹시 오류가 나 자신이 보스턴에 있게 된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을 품기도 한 그였다.

하버드의 명망은 물론이고 저자도 나름 공부를 한 수재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수재 중에서도 수재였으니깐.

선배 레지던트 레베카가 동기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안면을 트기 시작했는데 그 때 누군가의 질문이 날아들어왔다.

"애덤은 어디에서 왔어?"

"아, 뉴욕 주립 북부 주 의과대학입니다. 시러큐스에 있어요."

그 순간 침묵이 흘러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방어를 하니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꼭 필요한 사람만 선발해. 그 점을 항상 명심하도록 해. 어떤 이유에서든지 오류가 생겨서 네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너는 이제 이곳에 속한 사람이야."


일주일간의 오레엔테이션 캠프로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되었다.

레지던트 훈련과장인 캐롤 레딩 교수님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수련생들에게 말했다.


"첫째, 여러분은 이제 여기 소속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우리는 여러분을 원해서 선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레지던트 선발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도 않았겠죠. 둘째, 아직 스스로 정신과 의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배우러 오게 된 것 아니겠어요?"

"셋째, 내가 여러분을 방으로 불러 복장을 더 단정히 하라고 지적하는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제가 싫어하는 일입니다."

"내가 적절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게 만들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성인입니다. 명심하세요. …… 여러분은 레지던트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로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전설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환영하는 말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레지던트 생활이 계속되었고 어느 날은 저자 또한 자신이 만났던 입원 환자들과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식사를 거르게 되고 희망도 없고 소외된 기분이 드는 등 우울증과 불안증의 초기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속해 있는 집단이나 공간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물들어버린 본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주의환기이다.

세 번의 소개팅을 하게 된 저자는 레이첼에게 시시콜콜 보고하게 된다.

레이첼, 처음 저자가 그녀를 봤을 때, 당황 그 자체였다.

앞서 말했던 공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때 뒤늦게 동기 한 명이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인물이 바로 레이첼이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레이첼이야."

반갑게 먼저 인사했지만 심드렁한 그녀의 표정이 무안을 주기까지 했었으니깐.

레이첼은 "다 별로야, 그런데 앞으로 더 최악일걸."이라고 답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레이첼에게 세 번의 소개팅에 대해 시시콜콜 보고하는 저자였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펼쳐지는, 모든 것이 새로운 1년차의 레지던트 과정이었다.

덧붙여, 레이첼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저자의 마음도 함께.

그렇게 2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Ⅱ 2년 차


저자는 1년 차의 마지막을 멕시코 여행으로 마무리 지은 덕분에 동기들과의 유대감은 끈끈해졌으며 2년차가 되기 전에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2년 차 때도 1년 차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과의 여러 에피소드가 생기며 개인적으로는 제시와 공식적으로 헤어지게 되고 대부분의 시간을 레이첼과 함께 보내게 된다.

어느 날, 둘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레이첼의 허락이 떨어지자 몸을 기울였고 저자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물론 첫 만남부터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고백해 거절당할 경우에는 그 수치심을 감당하지도 못할 것 같아 저자가 한 말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내뱉는 말인 셈이었다.


아동심리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레이첼은 항상 가고 싶은 지역으로 따뜻한 지역을 언급했다.

그 말은 레이첼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임의를 택한다면 하버드 롱우드에서 그녀와 지내는 것이 마지막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2년차 과정이 끝날 무렵, 저자와 레이첼은 함께 하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품어둔 채 매일 같이 밤을 보냈다.

미란다와 에린에게는 레이첼과의 사이를 털어놓고 싶어 저자는 레이첼에게 물었지만 레이첼의 답은 단호했다.

"아직은 아니야. 우리가 잘 지내다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말하자."

헛헛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있던 그 때, 미란다가 저자에게 다가와 레이첼과의 사이를 물었다.

지하철에서 함께 내리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레이첼 미란다는 너를 되게 이상한 애로 생각하고 있어. 얼마 전 너랑 나눈 해괴한 대화 대문이래. 이상한 사람처럼 굴지 마.

나 그래, 내가 왜 사람들한테 말하길 두려워하는지 이제 알겠지. 곧 소문날 거야. 잠깐, 확인할 게 있는데 미란다가 '애덤이 이상해졌어'라고 말했고, 너는 '애덤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도 몰라'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거지?

레이첼 미란다가 너한테 나랑 사귀고 있는지 물어봤다던데. 그런데 네가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나중에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며?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했어. 네가 온라인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있다고 둘러댔어.

나 너무하잖아.


과연 저자와 레이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3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의학이라는 소재가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아마 미드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 책을 보고선 「Grey's Anatomy」와 「Chicago Med」가 번뜩 떠올랐다.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볼 때는 「Chicago Med」가, 저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볼 때는 「Grey's Anatomy」가 떠올랐다.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Chicago Med」의 에피소드와 흡사했으며 극 중 주인공들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미 보았기에 책 읽는 내내 익숙함같은 것을 느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잭 니콜슨이 출연한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던 영화였던지라 한 번 보고선 더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내용의 일부분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내용에서는 생략했지만 그 때의 전기충격요법이 지금도 쓰인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정신과 병동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잘 모르겠지만) 책 속에서 보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는 미드 「Grey's Anatomy」, 「Chicago Med」와 흡사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전기경련요법인 ECT는 익숙치 않다;


소설 읽듯이, 단숨에 읽었던지라 문득 서평을 작성하고 있던 내가 줄거리를 몽땅 털어놓는 것 같아 2년차 때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언급했었다.

레이첼과의 관계 진전이 있기에 저자는 제시라는 인물과도 관계가 있었는데 내게는 조금 답답함을 주었던지라 내용에서는 생략했다.

사실 이들은 다 실존인물인데 레베카, 에린, 미란다, 레이첼 등 저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에피소들과 함께 읽다보면 문득 내가 미드를 보는 건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순식간에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아닐까.)

다 써내진 못했지만 애덤과 환자들의 에피소드, 동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레이첼과의 에피소드는 결국 주변에서 펼쳐질 법한 소소한 인생 이야기이기에 재미있게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애덤과 레이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뭔가 나아갈 것 같은데 자꾸 미적지근하고, 시원하게 가는 것 같다가도 답답해 미치겠고.

그 둘의 관계를 보면서 「Grey's Anatomy」와 「Chicago Med」의 커플들이 절로 생각나 '이것이 현실인가, 미드인가' 라는 물음을 몇 번이나 던지기도 했다.

(그 둘의 관계는 꼭 책에서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칠 때면, 저자 소개를 시작으로 목차와 프롤로그를 꼭 챙겨보고 내용으로 들어간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러이러한 느낌을 서평으로 녹이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본문을 읽고나니 무겁게 흘러가지를 않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조금은 다르게 흘러간 것 같다.

에세이인데 소설같은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관심 있는 혹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뿐만 아니라 메디컬을 소재로 하는 미드나 글을 좋아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문득 다 읽고 나면 '미드를 보는 것인지, 아니, 내가 현실이 아닌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라는 나의 물음에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알게 될 테니깐.

덧붙여, 4년 동안 저자가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서도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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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김파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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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금 좀 망한 것 같고, 다시 시작하고 싶고, 처음 결과물이 쪽팔려서 숨기고 싶고, 모두 없던 일로 하고 싶을 때도, 그럼에도 꿋꿋이 계속하는 이유는 그래야 길게 봤을 때 이 엉망진창의 결과물이 별거 아닌 게 아닐 것 같아서다.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혹 안정되지 않다면 분명 불안 또한 감수해야 한다.

그 현실에 뛰어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불안 덕분에 무사히 도망칩니다!


저자, 김파카(김유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시작해 5년간 일했고, 그 이후 회사 밖에서 독립을 꿈꾸며 주체적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6년간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며, 재주껏 먹고살기 위한 일들을 하나씩 수집하고 있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글 쓰는 사람, 얕은 재주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먹고사는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림으로 먹고사는 일에 가장 긴 시간을 쏟고 싶다. 지은 책으로는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가 있다.





Ⅰ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독립


상대를 쪼아가면서 성과를 얻는 것. 배려와 상식을 바탕으로 일하는 건 불가능한가? 갑과 을이 아닌 협업의 관계에서 일하고 싶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일. 돈이 된다고 다 하는 건 싫다.

일로 꽉 채운 하루.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는 일하기 싫다'는 저자의 기준이었다.

그리곤 문득 '일'에만 몰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어떻게 (일하면서) 살고 싶은지 그 기준을 다시 정립하기 시작했다.


일 이외에 내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을 찾을 것.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말되, 내 가치관이 뭔지 꾸준히 생각할 것. 그러나 내 가치관만 추구하다가는 굶어 죽을 수 있으니 고집은 적당히 부릴 것.

조직을 벗어나 내 힘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


퇴사하자마자 한 달여 동안 여행한 저자는 여행의 모든 것을 기록하려 했다고 한다.

일과 생존투쟁에 제약받지 않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묵고 있는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싸서 그런 것 같다. 무리했나.

카드 잔액을 조회해본다. 쓸쓸한 숫자들을 헤아리고 있자니 온갖 잡생각이 날아든다.

슬슬 여행이 끝나가는가 보다.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에도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아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는 저자의 기억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절로 미소 지을 만큼 열심히 자기 집 창문을 꾸미는 사람들, 자신의 행색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한 말을 보면 최소한 즐겁고 좋은 기분으로 살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닐까 싶다.



Ⅱ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기


로마노 과르디니가 말했다. "정말로 뛰어난 재능, 탁월한 업적이란 얼마나 드문지, 대단한 사건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얼마나 희귀하게 일어나는지…. 이제 무엇이라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끈기, 참을 줄 아는 힘입니다."라고.


처음 택한 직업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을 3년차쯤 깨달았다는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붙들고 있기보다는 일단 시작해보고 계속하고 싶은지 지켜보기로 했었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2순위이고 일단은 꾸준히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을 1순위로 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을 마치고 전공과 비슷하게 혹은 무작정 넣은 이력서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평생 업으로 삼을 만한 일을 20대에 선택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20대 때, 택한 직업을 평생 업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때로는 부러울 때가 있다.

그 중 대학을 마치고 전공의 흐름에 따라 가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물론 그 선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결국은 평생을 업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내게는 몇 번의 선택지가 주어졌었다.

인생은 물론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 때의 선택의 상황들은 나의 인생을 뒤집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었으면 뭐라도 달라졌을까?

그러나 다른 선택을 한다해도 행복하고 즐거움이 가득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게 저자는 그림으로 먹고 살기를 택한다.

무모하다부터 응원한다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산다는 것 말이다.

내가 저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을 통해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을 통해서 그 과정과 결과를 이미 봤기 때문이다.



Ⅲ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소신껏 길을 걷는 법


프리랜서는 다른 말로 '불안한 직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정한 수입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기에 밑바닥을 찍을 수도 있는 게 바로 프리랜서다.

저자 또한 남편과의 대화에서 현실을 마주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키다리 아저씨는 못돼도, 키 작은 아저씨가 되어줄게."

그래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끌어올려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할 것이다.


1단계. 모닝페이지를 쓴다. 바닥에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 모닝페이지는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대로 노트 세 장 정도의 분량을 적는 것이다. 두서없이 쓰는 것이 핵심이다. 일기도 아니고, 작품도 아니고, 그냥 눈 뜨자마자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쓰는 낙서 같은 것. 앞뒤 문맥 상관없이 그저 손을 움직여서 쓰면 된다.

2단계. 무언가 해보기로 했다면 일단 망치는 연습부터 해보자. 바닥을 딛고 일어날 힘이 생겼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딱 한 걸음만 떼보는 거다. 에너지가 조금 생겼다고 달릴 생각부터 하지 말자. 뭘 더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도 말고, 바닥에서 일어서서 딱 한 걸음부터 떼야 한다. 자기 역량의 기대치를 확 낮추고, 적극적으로 망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평탄한 것이 없다. 그저 굴곡이 있다면 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는 앞서 소개한 두 단계를 실천하며 열심히 망쳐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한다고 했다. 엉망진창이라도 계속 쌓이다보면 분명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회복될 테니깐.

저자의 경험이 녹여 첫 작품이 망한 것 같은 작가들을 위한 조언과 좋은 피드백과 나쁜 피드백을 구분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으니 꼭 책에서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이렇게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님이 있었다니!

소소하지만 무겁진 않은, 그래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인생 이야기라 가볍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인에게 '좋은' 직업을 찾는 것은 굉장히 무겁고 어려운 일이다.

며칠 전, 새내기 공무원이 직장상사의 갑질 등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너도 나도 매달리는 것이 공무원 시험이고 발버둥치며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했을텐데, 참 안타까웠다.

나만 잘 맞는다고 해서 그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지는 못한다. 여러 조건 또한 잘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사표를 내고 나왔다면 한결 편했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직무가 안 맞아서,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야근이 잦아서, 직장상사의 갑질이 심해서 등의 이유로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나 또한 직장 다닐 때 그랬다. 야근은 그렇다쳐도 상사가 푸시하는 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다. 그래서 마음 속에 항상 사직서를 품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참으며 다녔다.

물론,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용기가 부족했던 건지 혹은 현실이 무서웠던 건지 선뜻 마음의 사직서를 종이로 옮기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마음 속에 품던 사직서를 종이로 써내었다.

그 때 확실하게 마음 먹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겠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친한 지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앞서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상황들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당시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이 선택이 아닌 저 선택을 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다.

인생의 중요한 계획은 우리가 예상치 못할 때 닥쳐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강조하는 말이 참 좋았다. 나 또한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사는 말인데, 바로 "작아도 좋으니, 일단 시작해서 꾸준히 하자!"이다.

직업과 관련되었던 아니던 뭔가를 해보기로 했다면 무조건 꾸준히 해보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완벽주의자라도 처음은 서투른 법이다. 엉망진창이어도 일단 해보는 것이다.

쌓고 쌓인다는 것은, 결국 원석을 다듬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든다는 것이니깐.

저자와 같은 직종을 꿈꾸거나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일을 하고자 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픈 책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만, 나의 작업 루틴을 만들어두면 최소한 마감 약속을 어길 일은 없다.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예의만 지키면 내 생활도 지킬 수 있다. 내 작업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의 조언도 필요 없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나만의 방식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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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02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ㅋ 계획대로 안되는 인생 그래도 무계획보다는 계획이 좋겠죠? ^^

하나의책장 2021-11-19 10:28   좋아요 0 | URL
하고픈 일 하면서 사는 게 정말 ‘행복‘이더라고요.
제가 아는 지인은 과감하게 직장 그만두고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었는데, 여러 상황도 잘 들어맞아 지금까지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ㅎ
그 친구가 전에 그런 말을 했었어요, 행복하게 일하면서 살면 힘들어도 행복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친구 표정을 보면서 그 때 몸소 느꼈었어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