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창비
2021-04-15
소설 > 한국소설
달은 멀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 속 밑줄
"우리도… 달까지 가자."
임원급도, 본부장도, 연봉 1억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매일 정시 출근하고, 칼퇴를 하지 못해도 불평하지 않았고 회식에서는 먼저 잔을 들었으며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일터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아무도 꿈꾸지 않는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도망가는 꿈’을 꾸기로 했다.
도망이 아니라, 연대이기를 바랐고 도전이 아니라, 살아남기를 원했다.
누구 하나 특별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 평범함 안에 서로의 절박함이 스며 있었다.
"출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 너랑 같이 지옥을 다녀오는 건 나쁘지 않았어."
"우리가 실패한다고 해도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는 그냥 잘살고 싶었던 거야."
■ 끌림의 이유
『달까지 가자』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이 뜨끔해질 만큼 현실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현실감만으로 끝나지 않고 작지만 단단한 연대를 그려냅니다.
단지 한 번의 투자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버텨온 우정의 기록입니다.
주인공들은 눈에 띄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아주 미세하게 세상의 균열을 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불공정한 세계에서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을 때, 우리끼리라도 손잡자고 말하는 듯한 서사가 뭉클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 함께 해보자는 말이 이토록 벅찬 희망으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분노와 체념 그리고 희망이 모두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소설을 읽으며 꿈이라는 단어가 제게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꿈 대신 생존을 말해왔고 계획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해왔습니다.
『달까지 가자』는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작은 용기,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리고 당신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조용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 익숙한 사무실의 공기, 상사의 표정, 계좌 잔고, 무기력한 회식 자리까지…
이야기 속 풍경들이 놀랍도록 진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그 진짜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들고 살아갑니다.
달은 멀지만 그 멀다는 걸 아는 우리가 함께 가겠다고 말할 때 그 문장은 확실히 다르게 들립니다.
"우리, 달까지 가자."
아마 그 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응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손을 맞잡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사람들을 향해 전해지는 문장인 것이지요.
어릴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더 자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말합니다.
현실에 패배하지 않고 묵묵히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너무나도 평범하다고요.
읽는 내내, 나도 어쩌면 저기 어딘가 섞여 있을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엔 이렇게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꼭 달까지 가자."
■ 건넴의 대상
사회 초년생 혹은 일에 지친 모든 분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삶의 버팀목이었던 분
현실 속에서도 작은 연대를 믿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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