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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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성령충만기>라니까 근방에 있는 환자(?)들이 무슨 신앙 간증서인지 안다. 나 원 참..행복하신 분들...이런 착각을 하는 분들께 표지의 담배 꼬나문 친구가 답을 한다.'메롱' 이라고. (특정 종교에 누가 되는 말을 하면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되긴 힘들다.^^; 그래도 ^^)

젊은 작가 이기호는 소설 읽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메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작가는 기존의 소설이 가진 서사나 영혼의 울림을 위한 모종의 심각함,인위적으로 영롱한 표현을 위한 작가의 뼈빠지는 노력에 고개를 돌린다.마치 역사의 광풍 중 고갱이만을 겪으며 살아왔다는 듯 술자리에서 후배세대들에게 자기 과시와 자기위안을 동시에 부풀려대는 투쟁가 세대의 '침튀김'도 이 작가에겐 없다.물론 과거로 부터 유산을 많이 수혜받지 않았다고 늘 신선한 것은 아니다.단절은 새로운 건축이 바탕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법이다.작가는 각 단편마다 새로운 문체나 전달형식을 통해서 새로운 작가의 도래를 알린다.

우선 <최순덕 성령충만기>의 장점은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이 책은 1년가야 책 한두권 안 읽는 책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도 그냥 툭 건네주기에 부담없을 정도다.책 보는데 습관을 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읽는 행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그러므로 장편보다는 단편,복잡하고 관념적인 서사보다는 사건이나 에피소드중심,우울한 정서보다는 밝고 딱 떨어지는 경쾌함을 선호한다.물론 이건 내 개인적으로 책 안보는 사람에게 책선물할 때 기준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시비를 걸면 할 말은 없다. 이 책의 문학성을 폄훼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에서 <최순덕 성령충만기>라는 단편은 위의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흔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사람을 '이야기꾼'이라고 한다.우리 소설가중에서 가장 대표적 이야기꾼이라 하면 성석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최순덕 성령충만기>로 작가 이기호 역시 이야기꾼의 그룹에 명함을 하나 파게 되었다.그러니 당연히 기존의 맹주들과 비교되는 것은 수순일 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비교는 역시 성석제와의 비교일 것이다.내가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아니니 딱 잡아 어떤 부분이 같고 다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개인적인 느낌 정도를 언급할 수 있을 성 싶다.

우선 둘 다 소재를 잡고 해학적으로 상황과 인물을 연출하는데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이 두 작가 모두 소설의 소재를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 낮은 곳에서 엉뚱함을 발휘하는 사람들로 선정한다.그리고 이 들의 행위와 주변 관계를 통해 인간들이 가진 가식과 욕망의 추리함,세태의 허무맹랑함을 해학적으로 풀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성석제의 인물들이 조금더 현실성을 갖는 다는 것이다.이기호의 인물들 역시 현실에 바탕을 둔 듯하다.하지만 그의 글이 갖는 비현실적 상황 설정(<머리칼전언><백미러사나이>)과 허구임을,즉 소설임을-드러내는 문체(<버니><최순덕성령충만기><햄릿포에버>로 인해 주인공이 갖는 현실과의 붙박이성이 조금 떨어져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소설의 형식면에서는 많은 작품집을 낸 성석제와 이기호를 비교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을 성 싶다.하지만 보편적 시각으로 봤을 때 성석제가 보수적인 형태를 띤다고 보인다.이기호의 경우 특히 이 첫작품집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 첫 작품<버니>는 랩 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랩의 라임을 구사하 듯이 보도방 삼촌이 된 주인공과 보도방 출신 가수 순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한 장이 넘어 갈 때마다 랩의 후렴구 처럼 동일한 대사가 반복된다. 랩의 라임을 만드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이 단어의 운율이다.대개 동일 음운의 반복을 기본으로 친다.그렇다 보니 <버니>를 읽는 사람들은 랩을 하듯이 리듬감을 가지고 읽게 된다.<버니>의 경우는 음악만 붙인다면 장편의 노래 가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랩의 정서와 랩에서 사용되는 단어와 라임의 구성이 훌륭하다.<최순덕 성령충만기>는 과거 영한판 성경책처럼 이단 구분 형식과 각절명 넘버링을 하고 있다.이런 형식은 클라스 후이징의 <책벌레>라는 소설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 듯 하다.거기에 문체 역시 성경에서 쓰는 의고체를 쓰고 있어서 복음서의 패러디 인상을 강하게 한다.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이 책은 총8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다.단편들은 성격상 크게 둘로 나뉜다.문체적 실험과 해학성을 높인 글과 마치 박상우의 소설과 같은 느낌을 주는 환상/그로테스크가 살아 있는 소설들이다.(<햄릭><머리칼전언><발밑으로...>) 둘 다 매력이 넘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이미지가 선명하여 후자쪽이 눌리는 듯 하다.허나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작가가 다룰 수 있는 소설의 영역과 주제의 범위가 한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으로 비춰진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단편은<버니><햄릿포에버><백미러사나이>등이다.요즘 시의성으로 본다면 박정희 대통령과 연계성이 있는 <백미러사나이>가 인상적이다.박대통령 장례기간에 생긴 상처가 박대통령의 눈이된다.주인공은 박대통령의 힘으로 평탄한 인생을 누려간다.하지만 결국 자신의 눈을 침범하려는 과거의 눈과 대결하게 된다.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도 밝힌 그의 편벽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작가는 주인공의 얼치기 운동권 참여를 통해 당시 운동권 내부의 얕음에 대해 비웃음고 있다.하지만 중심적인 풍자는 결국 아직도 자신의 눈이 아니라 박대통령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뒤통수에 달린눈에 의지해 역사를 과거로 돌리려는 사람들에게 작가로써 통렬한 풍자의 칼날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 박대통령에게 자신의 눈을 맡겨버린 뒤로 뛰는 주인공 이시봉을 공원이나 약수터에서 뒤로 뛰는 노인들에 빗댓건은 중의적으로 의미심장하다.

결론적으로 사족하나 덧붙이자.오랜만에 즐거운 소설,한 번에 쭈욱 읽어버릴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신인으로서의 신선함 감각과 풍자정신에 조금 더 깊은 내공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뛰어난 감각만으로도 물론 성공적인 작가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멋진 해학과 풍자정신이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부조리함을 흩고 올라온다면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가군에 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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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2-12 17:47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오랫만이예요.
리뷰 제목이 넘 재미있어요."담배 꼬나문 표지 폼하고는..."
정말 "메롱"하고 있는 것 같네요.ㅋㅋ
Thanks to 하고 갈께요.
 
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게임이론으로 푸는 인간 본성 진화의 수수께끼
최정규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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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의 이야기를 하기전에 먼저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떠올려보자.러셀 크로우가 분한 존 내쉬는 수학천재이다. 대개의 천재들이 그렇듯이 좀 외골수적인 데가 있다. 내쉬의 카페씬을 떠올려보자.카페에는 무자하게 매력적인 여자가 있다.남자들은 전부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은 있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괜시리 접근했다가 여자의 콧대만 더욱 높여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이블 한쪽에서 이를 주시하던 내쉬는 이 상황을 수학적으로 정리한다.여자에게 접근했는지 아닌지는 오래전 기억이라 잘 떠오르지 않는다.이때 내쉬가 머릿속으로 정리한게 <게임이론>의 하나였을 것이다. 존 내쉬는 이 때 이 책에도 나오는 내쉬균형 (각 경기자가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자신에게 최적인 전략을 선택할 때 이 최적 전략의 짝)을 머릿속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이 책의 주제는 너무 단순 명료하다.  "이기적인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가?" 저자는 이책에서 게임이론과 이에 바탕을 둔 가설들로 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수학적으로 풀어나간다. 먼저 제시하는 게임은 너무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이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죄수1,2가 있다.둘은 완벽하게 차단당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다. 형사가 제안을 한다.

너희 둘다 범죄를 부인하면 징역 1년씩, 한 놈이 자백하면 그 놈은 0년 ,나머지 부인한 놈은 괘씸죄 7년

둘 다 모두 자백하면 징역 5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답은 ...자백이 어찌되던지 유리하다.이다. 수식으로 살펴보면 아주 쉬워지는데,그건 책을 보시라. 다음으로 제시되는 게임은 <공공재 게임>이다.가로등 달기같은 것인데 쉽게 말하면 무임승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위의 게임에서 보듯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게 뭐로보나 유리함에도 실제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인간들이다. 헌혈도 하고 이웃돕기 모금도 하고 가끔 선물도 하고...  이렇게 이타적인 협조행위가 발생하는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가설이 등장한다. 혈연선택가설(이기적 유전자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하려는 목적으로 협조한다)  반복-호혜성 가설(쉽게 말하면 니가 도와주니까 나도 한번 도와주지.또 언젠가 내가 손벌릴때가 있을지 모르잖아)등이 등장한다. 반복 호혜성 가설은 설득력이 있다.하지만 이것도 2% 부족한 가설이라고 한다.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반복성이  없어도 남을 잘 도와준다는 것이다.즉 다시 안 볼 놈도 도와주는 경향이 있더라는 것이다.이 한계를 풀기위해 값비싼 신호보내기 가설,유유상종 가설 등이 등장한다. 이 책의 장점 중에 하나가 이렇게 문제를 제시하고 그 한계와 그 한계에 대한 보충적인 가설등이 균형되게 설명되어있다는 것이다. 쓰다보니까 무슨 무슨 가설 괜히 어려워보이지만 저자는 아주 쉬운 예를 들어서 각 가설들의 예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값비싼 신호보내기 가설에서는 사자의 공격을 앞에둔 가젤이 도망가지 않고 펄쩍펄쩍 뛰기를 보여준다는 것,유유상종가설에서는 배우자를 고를때 정치적 성향상의 유사성이 중요하다는 것 등이다.

이외에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만약에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에 의문을 둔 의사소통가설, 개인은 이기적이나 집단이 이타적일 경우 생존 확률이 높기때이라는 집단선택 가설,그리고 국지화를 통한 공간구조가 영향을 미친다는 공간구조 가설등이 이타적 협조행위를 설명하는 가설로 등장한다. 이 가설들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지는 않으며 또 부분적 흠결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타작 협조행위의 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게임이론이 진행되는 과정을 각장마다 수식으로도 설명한다.근데 어떤 부분은 도표가 눈에 쉽게 들어오고 또 어떤 부분은 수식이 어렵게만 보인다.저자도 말한다.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그래서  나 역시 마음에 드는 수식만 따라갔다.굳이 수식을 읽지 않아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는 상황에서 수식으로 넌덜머리 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 책에 나오는 게임 중 '표류'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세 부류의 그룹이 있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TFT전략이다.남이 도우면 돕고 남이 거부하면 나도 거부한다.또하나는 무조건 협력 그룹이다.마지막은 이기적 그룹. TFT그룹에 이기적 그룹(무임승차)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그 사회는 전부 이기적으로 변한다. TFT그룹에 무조건 협력 그룹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 상태가 되면 무조건 협력과 조건부 협력 TFT가 별반 차이가 없다.계속 끊임없는 협력.즉 아무도 무임승차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면 이제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협조적인 전략을 강제하는 TFT가 없어졌다는데 딜레마가 생긴다..... 외부에서  무임승차가 들어와도 이제는 무조건 협조밖에 남지 않는 것이고  결국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 이것만 봐서는 뭔이야긴지 알 수 없을 것이다.책을 참고하시구....저자는 표류의 문제를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하여 적용한다 "악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한사람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게임이론을 다양한 예와 다양한 사회적용력을 동원하여 초보자들에게 설명한다.게임이론이란 낯선분야를 접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아주 재미있고 관심을 끌만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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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05 11:16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두분이 다 일렇게 멋지게 리뷰를 쓰셨으니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끈!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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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1) 밀가루에 버터등을 넣을 섞어 반죽한 뒤 과일,잼 등을 넣어 만든 요리.

                 2) 원지름으로 원둘레를 나눈 비,원주율 ...3.141592.......

                 3)^^ ..... 이거 적다가 생각난 영화 <파이란> 의 여자 주인공:

      요즘 이 책의 인기가 상종가를 구하고 있다.그래서 그런지 업데이트 되는 리뷰의 숫자도 봄날 낙숫물 떨어지는  속도로 빨라진다.당연히 좋은 리뷰들도 눈에 많이 띈다. 좋은 리뷰가 많은 탓에 한 글자 더 보태려니 머쓱하다.머쓱함은 곧바로  장난끼로 이어진다.(아...편도선이 부어서 목이 아프네.침 먹어가는 소리가 통증의 예령같다.)  위의 3가지 (파이란 도 포함)와 소설 <파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해본다. 암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연상법을 떠올려도 그다지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에라...이럴 때는 이현령비현령 해도 되는 단어 하나 걸어 놓고 조립식 완구 맞추듯 우격다짐으로 밀어넣으면 된다.

역시 만만하니 " 삶 " 이다. 삶은 계란도 되고 삶은 고구마도 되고 어떤 사람은 라면도 삶아 먹는데...영화<원나잇 스텐드>에 보면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가 웨슬리 스나입스에게 그런다." 삶은 오렌지"라고 ...그렇다면 삶이 '파이'가 된다고 문제가 될 건 뭐 있는가? 단 삶이 삶기에도 용이하고 쓰기에도 편리하지만 진짜 살아가기에는 어렵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과자 파이도 삶이다.왜냐하면 이것 저것 섞어서 반죽하기 때문이다.우리네 삶이란게 원하는대로 마음 맞는 일만 발생하진 않는다.설령 사이가 안좋아도 밀가루와 사과쨈이 섞여서 버무러져야할 때가 있다.좋은 파이가 될려면.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소설의 주인공 파이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사랑스러웠을까? 기회가 닿는다면 물속에 빠뜨리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랬다간 파커의 레프트훅 한방에 생을 달리했겠지.주인공 파이가 호랑이를 다루는 방법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애초에 그 관계는 생존을 위한 훈련이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호랑이와의 쟁투가 없었다면 주인공은 이미 상어밥이 되어있을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상생의 정전치가 구명보트 안에서 이루어진다. 애플 파이에도 사과쨈과 밀가루의 비율이 상호의존적이어야 한다.사과쨈만 좋다고 쨈만 듬뿍바르면 달아서 한두조각 외에 먹기 힘들다. 파이의 생존 원칙 첫번째는 결국 상호의존성에 대한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원주율 파이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삶과 같다. 원주율은 10에 12승까지 소숫점을 구했다고 하는데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우리의 삶도 계속된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또 그 삶을 이어가야한다. 줄초상이 난 집에서도 저녁 밥상은 올라와야한다. 깊은 슬픔과 충격속에서도 삶이 이어진다는게 가끔은 가당치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땐 조상들의 말을 떠올려야 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

산 사람이 살아가면서 세상을 낙천적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나이가 하나둘 들어가며 깨우치고 있다. 예전에는 슬플때 세상이 끝난 듯 낙담하고 기쁠때 세상을 다 얻은 듯 사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마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특히 어려운일이 닥쳤을 때 희망을 잃지 않고 낙천적으로 기다릴수 있는 사람은 가공할만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다. 말이 쉽지 실제로 사람들은 작은일에 쉽게 좌절하고 웃음을 잃어버린다.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파이는 어떠한가. 하이브라이드 종교의 힘인지 생명보존의 열망때문인지 자신의 페이스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하루를 새롭게 만들고 또 하루의 발전에 희망을 얻는 이러한 낙천의 힘은 파이를 구명보트에서 살려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영화<파이란>...허참...장난스럽게 써놓고 결국 이것에 답을 해야하다니.이런걸 자승자박이라고 한다. 이것도 삶이다. 정답은 주인공 최민식에게 놓여있다. 젊은날 연극판에서 드라마로 뛰어들어 아기돼지 "꾸숑"으로 각광을 받았다.연기력있고 장래가 유망한 배우의 등장으로 당시 신문들이 호들갑을 떨었다.하지만 그 이후 기대와는 달리 대중들에게서 조금씩 잊혀져 갔다.간간히 얼굴을 비추며 '아 ..캐릭터 있는 배우 최민식이..."하는 정도로 잊혀질 듯 말듯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그를 싱크대에 오줌누는 퇴역 건달로 캐스팅했다. 인간말종 퇴역 건달이 파이란의 편지를 보며 등대앞에서 울던 장면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아...눈물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극장의 천장을 쳐다봤던 기억이 새롭다. 영화<파이란>은 돌아온 터미네이터보다 더 멋지게 돌아온 배우 최민식의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예포였다.결국 그 여세를 몰아 <올드보이>로 세상을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꼭 상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깐인가 베니스인가에서 < 올드보이>가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면 남우주연상은 당연했다고 한다. 뭐 그동네 규정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심사위원사이의 안배가 있었겠지. 누가 최민식의 전성기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게 삶이다.( ...어처구니 없다구.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한다.근데 쭈욱 보고 나니 뭐 그럴싸 해보이기도 한다.그게 삶이지 뭐 어쩔것인가?^^)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고 한다.영화가 어쩌면 소설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파아란 바다와 흰 구명보트와 오렌지빛 호랭이...어흥과 빛깔의 대비가 아주 좋다.이 소설이 영화로 되기에 좋은 이유가 또 있다.읽어보신분은 다 들 아실 그 끝에 반전.헐리우드 영화에서 좋아하는 류의 반전이다.입이 좀 근질근질하는데 .... 스포일러가 되진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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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31 18:59   좋아요 0 | URL
호호, 너무 재밌네요.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영화 파이란, 최민식과 엮어내시다니, 참.^^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 - 2000년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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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너무 유명해서 선 뜻 손이 안가는 책이 있다.내게 <내몸은 너무 오래..> 가 그런 책 중에  하나였다.특히  00문학상 ,xx 문학상 수상작 처럼은 특정시기에 관심이 증폭되는 작품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책들은 읽는 시기에 따라 몇가지 외부요인에 의한 감정들이 발생한다.우선 책이 작품상이 수상되기 전에 읽는 경우이다.먼저 자신의 책고르는 심미안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그리고 무슨 상 수상작 같은 표나 상업적인 멘트가 없는 책을 가지고 있는데 대한 가당찮은 프라이드를 느낀다.다음으로 수상작이 선정된 후 읽을 때이다.우선 서점에서 수상작 벨트를 메고 있거나 빨간 딱지를 두르고 있을 때 한두번 넘겨본다.그리고 당대의 취향에  함께 승차하기 위해 얼른 집어든다.나름대로 책을 들고 지하철 타기에도 쑥스럽지 않다.또다른 감정은 가끔 삐닥선을 타고 싶은 마음에 발생한다.남들이 다 "이상문학상이래 동인문학상이래..." 이러면 괜시리 거기에 편승하고 싶어지지 않는다.이렇게 될 경우 이 책을 만나게 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거기에 몇년의 시간이 흐르면 정말 다시 보기 힘들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4년 00 문학상의 수상작이 나왔는데 1999년 수상작을 들고 읽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이문구의 <내 몸은....>은 2000년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이 체질개선을 하고 처음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수상작 선정되기 전에 사서 당시 애인-지금 부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후 잊고 있었는데 결혼 이후 책들도 주인따라 섞이다 보니 책장에 이 책이 꽂혀있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의 첫장을 넘긴건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 안에서이다.지루한 비행시간 동안 이 책은 나를 충청도의 작은 마을로 데려갔다.몇장넘기지 않아 나는 어거지같은 나의 비딱선을 자책했다.  

어제는 마침 <인물현대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문구편이 나왔다.책도 다 읽은 마당에 관심이 가서 끝까지 보고 말았다. 이문구의 고향은 충남 보령이다.이문구의 소설에 나오는 쫀뜩한 사투리는 대개 충남 지역의 말이다.소설읽는 동안 나는 처가 식구들을 떠올렸다. 지역은 약간 다르지만 어쨋거나 자랑스런 충청인들로 구성된 처가식구들의 왁자지껄함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연배가 비슷할 장인모님들을 소설 주인공에 대비시켜 그 언어를 연상하면 말의 맛이 그대로 살아났다. 동네 어귀에서  또는 상가집에서 교묘하게 말꼬리 이어가며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글자로 만든 사람들의 형상이었다. 진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소설 속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를 따라가면 그 장면들과 그 분위기들을 그대로 그려볼 수 있다. 문단의 거목이라는 칭호가 아까지 않은 이문구 선생의 내공덕이 아닐까 한다.

소설가 김영현이 이문구를 평하며 민중의 해학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도 비관주의로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 소설에서도 문장 문장 사이에 넘쳐나는 해학성은 마치 마당극을 펼쳐놓은 듯 하다. 오피스텔촌 작가들의 건조한 웃음이나 재즈카페의 고독을 논하는 젊은 작가들의 뚝뚝 떨어지는 퍼질러진 낭만성과도 크나 큰 거리를 둔다. 이문구의 글은 바로 옆에서 막걸리 마시고 손으로 김치 뜯어먹으며 나눈 이야기들이 바로 문자로 변해버린 살아있는 글이다. 파닥이는 것이 생선만이 아니라면 이문구가 구사하는 사투리도 파닥이는 채소요 펄떡이는 과일이다. 언젠가 신문지상에서 이윤기와 어떤 평론가가 문학에 나타난 사투리를 두고 논쟁을 펼친적이 있다.평론가의 말은 우리 문학작품에 근거를 알수 없는 사투리나 비속어들이 지나치게 난무한다는 지적이었다.이윤기는 반대편에서 논박하였는데...경상도 사람인 이윤기가 한 말. "속닥하다"를 표준어로 고치면 진짜 그 맛이 안난다는 것이었다.나 역시 이윤기의 의견에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공문서나 방송등에서야 그렇다 쳐도 문학작품에서 까지 그런것 신경쓰면 뭐로 글쓰란 말인지...

이 책에서 이문구는 민중의 해학성을 바탕으로 세태풍자의 변을 늘어놓는다.정계를 비판하고 농업정책에 대해 꾸짖고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해 욕지거리를 해댄다. 조금 작위적인 모습도 없는 것은 아니다.장광설을 늘어놓는 주인공들을 보자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꾸 작가의 모습이 비친다. 꼭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의도가 과한건 아닌가 하는 정도의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문구가 글을 쓰게 된 것은 집안내력으로 부터 오는 감시로 인해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작가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불행한 가족사는 우리 역사의  안타까운 부분의 축소판이다.하지만 독자의 이기적인 입장에서는 그 불행이 거대한 밑거름이 되어 문학작품으로 세상에 큰 감동을 주었으니 전화위복이라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문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고 한다.그가 이념적으로 양분된 문학계에서 양측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그의 이러한 신념 덕이었을 것이다.

이미 고인이된 이문구 선생.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이젠 만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시간과 함께 고전이 되어 아무 시간에 아무에게나 읽힐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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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29 12:2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어제 TV<현대 인물사>끝부분 밝에 못 봤습니다. 아쉽더군요. <관촌수필> 아주 오래 전에 읽어었는데...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책 한번 읽고 싶군요.^^

로드무비 2005-01-29 15:32   좋아요 0 | URL
술자리가 있으면 쟁반을 들고 안주를 나르는 사람,
마지막 탁자 행주질까지 하고서야 자리를 뜨는 사람 이문구.^^
 

김홍도 목사 ‘지진사망은 하나님 심판’


△ 개신교 감리교단의 최대 교회인 서울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가 최근 `서남아시아 쓰나미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예수를 제대로 믿지 않는 자들'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공식 석상에서 내놔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개신교 감리교단의 최대 교회인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담임 목사가 최근 예배에서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수십만명이 사망한 것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설교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 2일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 영혼 사랑’이란 제목의 주일낮 예배 설교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지진 피해는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8만5천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아채라는 곳은 3분의 2가 모슬렘 교도들인데 반란군에 의해 많은 크리스천들이 학살당한 곳이고, 3만~4만명이 죽은 인도의 첸나이라는 곳은 많은 구라파 사람들이 와서 많은 크리스천들을 죽인 곳이라고 하며, 타이의 푸껫이라는 곳은 많은 구라파 사람들이 와서 향락하며 죄짓는 곳이고, 스리랑카는 불교의 나라로 역시 반란군에 의해서 많은 크리스천들이 죽임을 당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또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특히 공산화의 위기에 있다”며 “전 같으면 사형선고를 받거나 무기징역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수 국회에 들어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이 나라를 공산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는 사탄의 손에 넘어가기 직전에 있다”며 “공산화되면 북한과 같이 거지의 나라가 되어 일 년에 백만명씩 굶어죽는 일이 생기며, 유물론·무신론 사랑 때문에 교회는 다 파괴되고, 크리스천들은 죽거나 감옥에 가야 되고,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죽는 것만 못한 학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교회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과 함께 교인 10만여명을 동원해 보안법 등 4대법 개폐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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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01-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한마디 외에 할 말도 없다. .... ..... .... 또라이같은 XX

하이드 2005-01-1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무섭네요.

보르헤스 2005-01-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십 xx같은 사람들 때문에 가장 순수해야할 종교의 역사가 피로 점철된것이다.

marine 2005-01-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너무 괴롭네요 저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정말 아무 꺼리깜이 없을까요? 종교가 기득권층에 편입되고 권력을 갖게 되면 결국 진리를 왜곡시킨다는 건 당연한 진리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교회에서는 가끔 이런 설교도 해요 이스라엘 건국은 성경에 예언된 것이고 하나님이 축복하시기 때문에 중동 분쟁에서 이기는 거라구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설명하는 설교를 들을 때는 마음이 너무 답답해집니다

마태우스 2005-01-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홍도 목사, 매스컴 몇번 탄 스타 목사 아닙니까. 에스비에스에서 방영한 '길잃은 목자'를 워낙 감명깊게 본 탓에 이런 말 했다는 기사를 읽어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분홍달 2005-01-1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은 데로 임하소서!!...선량한 이들의 고통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말하다니 이런..썩을xx...하늘이 돌아 눕는다...

2005-01-29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