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2.0 인가를 보다가 우연히 책 광고에서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을 보았다.

" 햐...이 책이 다시 나왔구나!! "

예전에 나왔던 책은 붉은 표지였다.(표지는 옛표지가 낫다.도대체 저 여자는 뭐람)

부커상을 받았던 작품인데 오랫동안 품절이었다.

이 책(구판) 을 구한 것은 알라딘에서였다.보관함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장마철에 햇빛 드는 날처럼 며칠 동안 품절이 풀린적이 있었다.정말 며칠 동안으로 기억된다. 책을 받고 다시 보니 또 품절....나의 빠른 버튼질에 얼마나 뿌듯해 했었는지 ^^

 

지난번 언젠가 오에 겐자부로의 책이 다시 나와서 페이퍼를 올린적이 있었다.한 명은 아주 좋았다고 했고 한 명은 머리 속에 잘 안들어온다고 했고 나머지 한 명은 별로 무반응. 내가 딱 좋아하는 통계분포다.^^

겐자부로의 책이 조금 그로테스크하다면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은 영화같이 스피디하다.영국식 블랙코미디 영화 같다.얼핏 추리소설 같지만 약간의 구성적 서스펜스를 빼고나면 추리소설같은 얼개도 없다.보고 나면 쓴 맛인줄 알면서도 가끔 씹어보는 참외 끄트머리 같은 소설이다.그렇다고 종말론적인 무거움을 담고 있진 않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암스테르담>은 입소문으로 스테디셀러가 될 지도 모른다.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마냥.물론 그보다 스케일이 작다.사라마구의 작품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도 무방하지만 매큐언의 작품은 런던에서 만들어야만 될 것같다.그런 스타일의 차이가 대중성의 취약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만.... 

추천의 글......

"드팀전에게 추천하는 소설을 올려주세요" -단 조건은 제게 좋아할 만한..제가 반할 만한  ^^   

.....뭐 딱히 상품은 없습니다.

요즘 좀 짜쳐요. (부산사투리) (--> 번역: 요즘 좀 쪼달려요.힘들어요 등등 ) (^^; )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8-01-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말하라, 기억이여>은 어떨까 싶습니다.
저도 아직 안 읽어보긴 했지만, 자서전이면서 소설처럼 구성이 되있다고 하더군요.
아님, <비밀의 계절1,2>는 어떨지...?
이윤기님이 번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얼마전 물만두님이 서평 쓰셨는데 기가 막히게 잘 쓰셨드라구요.

아, 글구보니 내가 안 읽은 책을 투사해서 드팀전님께 읽으라고 강요하는 꼴이
되었나 봅니다.흐흐.
근데 '암스테르담'이라...! 읽어보고 싶군요.
기억하겠습니다.^^



드팀전 2008-01-14 23:14   좋아요 0 | URL
이윤기님의 번역만으로 읽고 싶다는 마음은 안들겠는데요.민음사에서 나온 <변신이야기>에서 이윤기의 오독이 유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거든요.구체적으로는 모릅니다만. ^^ 그래서 <말하라 기억이여>가 더 당기는군요.고맙습니다.

마노아 2008-01-1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와 바느질 하는 중국 소녀/달을 먹다
두권 추천이에요. 드팀전님 취향에 맞을지 알 수 없지만, 느낌 좋은 소설 두 개가 떠올랐어요^^

드팀전 2008-01-14 23:15   좋아요 0 | URL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집에 있어요.와이프가 먼저 읽었는데..제가 아직 읽지 않고 있어요.<달을 먹다>는 '월충'에 관한 이야기인가 ^^ 제목이 맘에 듭니다.고마워요

바람돌이 2008-01-1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스테르담 저도 보고싶어 도서관에 신청해놨어요. 저도 요즘 짜쳐서.... ㅠ.ㅠ
드팀전님한테 추천 소설이라... 누구한테랄 것 없이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핑거포스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재밌어요. ^^ 다 보셨을라나? 기왕이면 저한테도 괜찮은 소설 몇권 추천하시죠?

드팀전 2008-01-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짜치는 1월달인가요.원래 1월이 괜찮은 달인데..연말정산 환급도 받게되고.(그러면 뭐하나? 다 뺏기는데..ㅜㅜ) 전 소설을 그닥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까사레스의 <러시아 인형>이나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이나 로제 그르니에의 <물거울>..패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 이런 것들은 어떨까요...너무나 유명한 소설들인가 ㅍㅍㅍ 소설을 많이 안보다보니 유명한 것들만 아네요.

바람돌이 2008-01-14 23:36   좋아요 0 | URL
이게 유명해요? 작가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둘이고 소설 제목은 죄다 처음 듣는거구만요. ㅠ.ㅠ

드팀전 2008-01-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그런가요.뭐 상도 받고.. 그런 사람들이기도 하고..죄송
<스밀라>는 봤습니다만 그 때 제가 때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그래서 호평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kimji 2008-01-1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편보다는 단편집을 워낙 선호하다보니-
백가흠<조대리의 트렁크>이나 편혜영<사육장쪽으로> 좋아요. 백가흠 소설은 '요즘은 잘 안 죽이대?' 분위기고, 편혜영은 '어째, 순해졌네?' 분위기죠. 정말 막말해서. 근데, 맛이 좀 있어요. 제가, 엽기를 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아니, 데이몬드 커버 소설은 어떨까요.
근데,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단 조건은 제게 좋아할 만한..제가 반할 만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 나면 또 오지요^^

드팀전 2008-01-15 23:11   좋아요 0 | URL
그래요...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있었군요.예전에부터 생각만 있었는데.ㄳ

2008-01-15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8-01-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아저씨의 토요일을 얼마전에 읽었는데요
암스테르담은 아끼고 아직 안 읽고 있지만...흐흐
토요일도 괜찮구요 독재자와 해먹도 좋던데요
어둠의 속도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취향에 맞으실지는 과연 의문이지만 추천이야 하는 사람 마음이니까^^

드팀전 2008-01-15 23:12   좋아요 0 | URL
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들도 기회닿으면 한번 봐야겠네요 ㄳ
 

푸항...예찬이 백일때 스튜디오에 사진찍으로 갔다가 실패했다.마구 마구 울었기 때문이다.거기에 아토피 증상들까지.결국 몇 주 뒤에 다시 가기로 하고 ....그 약속이 1년이 더 걸렸다.그 기간 동안 예찬이는 아토피와 전쟁중이었다.

돌이 여름이었는데 겨울이 되서야 사진을 찍었다.최근에 아토피가 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때문이다.(사실 이 말 하기가 무섭다.말이 씨가 된다고 다시 또 나빠질 까봐서 말이다 ㅠㅠ)

17개월 되서 사진을 찍었는데...

푸항...아빠 닮아서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낯을 가리면서 환한 미소를 뒷주머니에 숨겨 버렸다.예정했던 커트들을 대폭 축소시키 버리고 대충 찍었다.

아기 엄마는 조금 더 해보고 싶어했지만 아기가 엉엉 울고 징징 거려서 내가 약간 짜증이 났기때문에 '대충 하자" 며 촬영을 끝냈다.

결국 사진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여러 장 찍었는데 그 중 몇 장은 액자로 제작해서 집에 걸어놓았다.(진부하게도) 액자 해놓은 사진보다 다른게 마음에 든다는 의견도 있어서 다른 사진 몇 장을 더 현상해야 겠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8-01-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찬이 아주 의젓해요. 사진상으론 아토피 없어 보여요. 울 조카는 아직도 한바탕 뛰어놀면 바로 두드러기가 올라오는데, 길게 싸워야 할 전쟁이지요. 예찬이 화이팅입니다!

드팀전 2008-01-14 17:44   좋아요 0 | URL
네...아직 안심하지 않아요.지금 조금 숨어들었을 뿐...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거든요.
저도 예찬이 화이팅!!

mong 2008-01-1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항...지난 여름의 구여움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의젓해 졌담~
예찬아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렴!

드팀전 2008-01-14 17:45   좋아요 0 | URL
저 날 좀 그랬어요..^^ 낯을 좀 가려서 활짝 웃지 않았어요.
17개월짜리가 무지 커 보여요..그쵸?

조선인 2008-01-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에 찍지 말고 두 세 번에 나눠찍지 그러셨어요. 부모일은 커지겠지만 아이 컨디션을 고려하면 그게 더 좋았을텐데. 요새는 서비스가 좋아져서 많이 양해해주시더라구요.

드팀전 2008-01-14 23:10   좋아요 0 | URL
아...그런 것도 있겠군요.다음번에 찍을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해봐야겠어요.고맙습니다.

stella.K 2008-01-1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많이 컸네요. 얼굴이 뽀얗네요. 아빠를 닮았나 봐요.^^

드팀전 2008-01-14 23:10   좋아요 0 | URL
^^ 제가 한 피부하긴 하지요.그런데 몇 달 전만해도 얼굴이 벌갰답니다.ㅜㅜ

웽스북스 2008-01-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뵙지 못한 드팀전님이 저 너머로 보이는듯 합니다. 정말 의젓하다는 말이 딱,이네요 (아....부러운 피부)

드팀전 2008-01-14 23:11   좋아요 0 | URL
저랑 닮긴 했어요.10명중 9명이 저랑 닮았다고 하니까..
의젓하다기 보다는 좀 낯을 가려요.

전호인 2008-01-1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게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엽군요.
아앙! 깨물어 주고 싶당.
그러면 아토피 도질라나 그래서 참아야하는 이마음..... 아시져? ㅋㅋ

드팀전 2008-01-14 23:12   좋아요 0 | URL
^^ 네..아이들은 전부 깨물어주고 싶어져요.웃을때는...

바람돌이 2008-01-1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말갛게 예쁘네요. 저정도면 준수합니다. 발악을 하고 울어대서 아예 돌사진 못찍은 저희집도 있으니까.... ^^ 아토피도 조때 제일 심하더군요. 크면 클수록 좀 많이 나아집니다. 저는 아토피가 아주 심할때는 피부과 연고 바르기가 그러니까 함소아 한의원에서 파는 영양크림(지들 말로는 순한방 성분이라 많이 발라도 피부에 안좋은 것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더만요) 사놓고 확 일어나는 부위에 초기에 많이 발라줬어요. 그러면 가렵기 전에 진정이 좀 빨리 되는 편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저희집 상비약이긴 합니다. 가격은 좀 셉니다. ㅠ.ㅠ 양도 얼마 안되는데 한통에 4만원이었던가?

드팀전 2008-01-15 23:14   좋아요 0 | URL
저희 집도 자연주의 치료법을 택하고 있어요.비슷한 것들 사용합니다.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다른 것들보다는 낫겠거니 하는 마음이구..최소한 화학약품은 아니니까 나쁘진 않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2008-01-15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01-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 배경으로 한 모습이 꽤 잘 어울리는데요! 드팀전님은 뵌 적이 없으므로 예찬이를 대신해서 상상해 봐야겠습니다. :)

드팀전 2008-01-15 23:16   좋아요 0 | URL
저보다 좀 낫습니다..헤헤.
언젠가 기회닿으면 서울에 놀러가서 번개 한번 하지요...시간이 난다면

몽당연필 2008-01-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꼬마 신사...인데요.
울집 꼬마도 14개월이 접어들었는데 아직 돌사진을 못 찍었어요.
최소한 혼자서 설 수 있을 때 찍으려고 하다보니 자꾸 미뤄지는 거 있죠. ^^;;
그나저나 사진 배경, 멋집니다. ^^

드팀전 2008-01-15 23:17   좋아요 0 | URL
사진 배경이 좀 마음에 안들어요.저는..
처음에 그냥 안정감이 있어보여서 좋았는데..찍고 나니 별로 화사하지도 않고 ..아기답지가 않아서요.제 생각에 절대로 저런 어두운 배경은 쓰지 않으심이 좋을 듯.
다른 배경으로도 찍은 게 있어서 조만간에 액자에 다른 걸 출력해서 바꾸기로 했답니다.

프레이야 2008-01-1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찬이 참 많이 컸네요. 사진으로 봐도 느껴져요.
드팀전 님 피부야 눈으로 봤으니 믿을만 하지요.^^
아토피로 고생하는 예찬이 점점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참 예뻐요^^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1
토니 마이어스 지음, 박정수 옮김 / 앨피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라보예 지젝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책의 역자가 첫 머리에 쓴 글이다.그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다.우리들이 처음 사람을 만나면 상투적이고 진부할 지라도 별다른 도리 없이 '호구조사'하는 것 처럼 말이다.지젝은 슬로베니아라고 하는 서구 변방의 철학자다.그럼에도 '21세기형 사상가,MTV형 철학자' 라고 불린다.그의 글쓰기는 '종횡무진' 미스 신답다.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4강에 올렸던 그 컨셉이 그에게도 적용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그라운드를 장악하는 빨빨이 '멀티 플레이어'. 지젝은 확실히 '멀티 플레이어'다.그는 호수를 가로지르며 물살을 일으키는 바나나 보트처럼 철학,정치학,정신분석학.. 등등을 가로지른다.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은 그가 이 어려운 장르를 꿰매는 실력에 감탄하곤 한다.일명 '지젝식 테피스트리'라고 불린다.

지젝의 책을 좀 즐겁게 읽기 위해 이런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털북숭이 중년의 아저씨가 벽난로옆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퀼트를 하고 있는 모습 말이다.가끔 까딱 까딱 조는 그의 눈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좋아..그렇다면 지젝이 그의 양탄자를 만들기 위해 들고 있는,곰발바닥 같은 손에 쥐여져 있는 은빛 바늘에 주목해보자.어떤 바늘로 코를 뜨고 있는가?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의 저자 토니 마이어스는 간단 명료하게 지젝이 사용하는 세 개의 바늘브랜드를 알려준다.입문서에서는 이런 단호함이 오히려 좋다.헤겔,마르크스,라캉표 바늘이 그것이다.방법론적으로 지젝은 라캉의 개념들을 자주 이용한다.지젝을 읽기 위해 그의 라캉을 이해해야 하는게 그래서이다.문제는 지젝이 아무리 쉬운 영화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준다 하더라도 <에크리>의 그 위대한 왕따 라캉의 독해가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지젝이 라캉의 정신분석학의 전도사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는 도구에 가깝다. 지젝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사상적으로는 독일 관념론의 거두라고 알려진 헤겔의 재조명과 정치혁명의 희망지로써 마르크스주의의 외연확장이다.즉 정치적인 라캉을 발굴하고 마르크스주의가 결여한 주체 모델을 제공하여 '자기 대상'을 변형하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지젝은 냇물처럼 흘러가고 있다.그의 출발점을 계보학적으로 따져 볼 수 있지만 그것이 현재의 지젝을 그대로 보여주진 못할 것이다.저자는 결론에서 지젝의 작업이 소급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이는 지젝의 시대 정합성에 대한,그 비범함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면서 또한  다음번 그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미지수X 로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지젝이 걸쳐 놓은 분야가 광범위 하다 보니 그의 사상을 몇 장으로 구획하여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여기에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이 책은 이런 한계를 받아들이며 지젝의 문어발을 지젝식으로 과감하게 '소거'하고(^^ ;) 오징어 몸통 중심으로 몇 가지 개념들을 설명한다.이 책을 읽고 지젝에 더 관심이 가는 자들은 '따라 갈테면'... 더 따라가면 된다.책 말미에 지젝의 저서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해 놓았다.예를 들어 '지젝의 책 중 딱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이데올로기라는숭고한 대상>이 좋다.가장 대중적으로 읽히지만 라캉의 개념에 대한 선지식이 없으면 힘들지도 모른다는 <삐딱하게 보기>' 라는 식으로 말이다.(이 정도면 '친절한 기획.. 씨' 이다.)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나는 아니라고 했다' ^^) 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주체'.,'탈근대성','이데올로기','환상','인종주의' 등 이다.물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라캉의 '세가지 계','대타자'등의 개념과 지젝이 주목하는 실재계와의 상호작용 등은 약방의 감초처럼 수시로 등장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지젝에게 관심을 갖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인 '주체' 문제와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그의 철학이 '정치'라는 쪽으로 더듬이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주체'라는 것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라서 줄기차게 이것만 물고 늘어질 수 없음이 안타깝긴 하다.그래도 '내가 누구인가' 아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주체' 문제는 틈만 나면 열어 보고 싶은 장독대에 묵혀둔 곶감 같은 것 아니겠는가?

'주체' 문제를 다루는데 늘 그 분이 있다. 교부재처럼 태글 걸리셔 절룩거리시는 그 분.바로 교과서에서 배워서-중요한 것은 그래서 지금까지 믿고 사는-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 라는 유명한 데카르트 선생님이다.좀 넓게 말하면 탈주체론,탈구조주의자들은 '주체는 외부의 영역에 지배받는다.' 라고 주장한다.푸코는 권력이라는 것을 상정했고 또 거기서 빠져나올 가능성의 주체에 대해 연구하다가 돌아가셨다.어쨋거나 이 주장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주체가 데카르트처럼 '내부적인 구성물'이 아니라는 것과 주체의 '자기 동일성'이라는 것이 쉽게 부정된다는 점이다.(내 개인적으로는 '자기 동일성'의 부정에 대해 열광(?)하는 편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태종태세문단.속...요즘의 트랜드는 분열된 주체,꼭두각시 역할의 주체라면 지젝은 슬며시 거기에 딴죽을 건다.즉 '코키토'의 옹호를 주장하는 것이다.와우! 지젝처럼 최첨단이 '고기토'를 옹호했기 때문에 지젝 옹호자들은 잠깐 머뭇거렸다고들 한다.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지젝의 '코기토'는 데카르트적 주체 (좀 웃자고 이야기하면 '싸가지 없는 주체')는 아니다.지젝이 말하는 주체는 데카르트의 주관적,자이완전형의 주체와 객관성의 과잉인 탈구조주의적 주체와는 또 다른 주체이다.그는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주체의 토대로 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주체가 철회되는 지점,세계가 절대적 부정성으로 경험된 지점,모든 것이 부정된 텅 빈 장소 속에 주체를 위치시킨다는 것이다.'주체는 공백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듯 하다. 지젝은 프레드릭 제임스의 <사라지는 매개자> 개념을 응용하여 자연과 문화 속에 사라지는 매개자로서의 주체를 상정한다.(대략 이해가 갈 듯 하지만...또 쉽게 설명하긴 어려운 개념인 듯...그래도 자꾸 보면 이해가 될 때도 있다 ^^ 책 말이다.)

지젝은 탈근대성에 대해서도 똥침을 한번 먹인다.탈근대성이란 것은 간단히 말해 '대타자'라는 것이 붕괴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탈근대론자들은 그 붕괴가 발생 시킨 자유에 대해 룰루랄라 하지만 실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지젝은 이를 '재귀성'(반성성) 이라고 말한다.저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과학에 의존하는 주류환경론을 그런 예로 들고 있다.'대타자의 붕괴'는 지젝이 말하는 상징적 효력의 치명적 손상을 뜻한다.(지젝이 자주 인용하는 '닭대가리 인간'의 예가 제시된다.) 또 다시 어쨋거나 저쨋거나 ..태종태세 문단..속... 하여 '대타자'가 붕괴되어 버리니까 좋을지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는 것이 핵심이다.니체가 신의 사망을 선고하고 나니까 인간들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것처럼 '상징적 효력'의 상실은 인간을 선택의 주체로 만들어 버렸다.이 겁많고 소심한 인간들은 결국 어디로 가느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한용운 스님의 시를 오역하여 '나는 복종하련다'로 간다는 것이다.이건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편의점에 가면 한 상품에 대해 서너가지 브랜드만 전시한다.너무 많이 전시하면 실제 구매가 떨어진다.왜냐하면 백 종류의 비누 중에 하나 고르는 것은 너무 큰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비경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선택의 주체'로 홀로 남겨진 인간이 노예적 복종에 종속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또한 그와 유사하게 과도한 믿음이 주는 편집증이나 나르시즘의로 향하기도 한다.지젝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행위'하라고 주문한다.행위는 구체적인 행동과는 다른 개념이다.이는 주체의 소거를 포함하는 재창조를 포함하는 부정의 양식이다.(이게 뭔지 구체적 행동 지침을 지젝이 이야기하지 않는다.지젝은 거의 행동지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그게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행동지침을 주길 바라는 것이 또한 얼마나 편리성에 근거한 노예적 근성인가...)

지젝은 탈근대의 상황을 논의하면서 다시 '이데올로기'에 대해 걸고 넘어진다.세계의 변화보다 세계의 종말을 꿈꾸기 쉬운 시대에 왠 '이데올로기'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후쿠야마인가 하는 분은 오래전에 '역사의 종언'이라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셨고, 벨이라는 분은 <이데올로기의 종언>까지 언급하셨었다. 또 레닌 동상이 무너지자 '그럼 그렇지'라고 '이데올로기'를 극적으로 축소화 시킨 오역을 행하신 분들도 많았다.즉 그들이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는 양국이 주도한 냉전이라는 시대의 한 축이,한가지의 정치적 사상만을 뜻하는 것이었다.이데올로기가 그것일까? 냉전이 나오기 전부터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있었는데...과연 '이데올로기'가 단순히 '자본주의''공산주의''양키''빨갱이'하는 것만을 의미할까? ....지젝이 타인의 환상을 깨지 말라고 했으니 깨지 않겠다.안그러면 하이스미스의 <검은집>의 젊은 청년처럼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고....

대학들어가서 처음 배운 것이 알튀세르의 '상부구조/하부구조' 와 '이데올로기 장치'들이었다.범마르크스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의를 거칠게 말하면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한 일곱말씀 중 하나와 거의 유사하다. "그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합니다" 이다.

지젝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슬로터다익의 냉소적 주체를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로 설명한다." 그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잘 알지만 여전히 그렇게 행동한다." 가 그것이다.이것은 과거 이데올로기 비판이 신비화를 밝혀내는 것이 있는 차원과 현격히 다른 인식지평을 보여준다.이는 인종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과거 이데올로기 비판의 논리적 함의를 따르면 만약 사람들이 이데올로기라는 허위의식이 허위의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비로소 광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었다.그런데 '이건 아니다' 라는 것이 지젝의 생각이 참신한 점이다.주체들은 다 알고도 하지 않을 뿐이다.냉소적이게도.지젝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이데올로기를 근본적으로 앎의 차원에서 행동의 차원으로 이동시킨것이다.지젝은 티벳의 회전통 기도문의 예를 들면서 믿음의 물질화와 자동화된 신념에 대해 말한다.그러면서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이 갖는 내적 문제들(즉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믿음을 생산하는지)과 이분법적 구조를 비판한다.지젝은 상징계 내부의 틈을 은폐하는 장치로서,상장계에 통합될수 없는 적대로서,유령같은 보충물로서,또다른 층위가 있음을 주장하며 이데올로기 삼원구조층을 제시한다.

지젝은 우리가 탈이데올로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냉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지배된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그리고 이와 함께 상징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환상이라는 프레임에 의존한다고 말한다.지젝은 언제나 사회는 분열되어 있었다는 말로 '적대'와 '당파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즉 우리가 아무리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일지라도 결국 그것은 어떤 이데올로기의 하나뿐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데올로기는 없다'라고 하는 것 보다 최소한 사리판단에 맞는 것일 게다.지젝은 '환상'을 타인의 환상에 침범하지 말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실재적으로는 '정부'의 환상에 대한 조절을 말한다.이 지점은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즉 권력의 헤게모니를 움켜진 주체들의 환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지는지? 또한 같은 방식으로 왜곡된 주체들이 행사하는 조절능력에 어떤 당파적 환상이 존치하는지는 언급하지 않기때문이다.이와 더불어 지젝이 라캉을 이용하여 언급하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타자의 욕망'으로 수동화된 욕망이 아니라 들뢰즈가 말했다는 '생산하는 욕망'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지젝에게 이해가 될 런지 궁금하기 때문이다.어쨋거나 지지배배....지지배배다..

생긴 것과 사뭇 다르게 쿨한(?) 슬라보예 지젝.이런 사람들은 미움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다.나는 아직 지젝을 잘 모른다.또한 그의 철학이 부정적 의미에서 '철학'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어찌 되었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으면 '관념'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나 당장의 현실적 부정에 칼을 드는 것이 아니면 '사변'으로 취급하는 경박하고 과도민중화된 '유물론'적 접근에서나 말이다.문제적 철학자 지젝은 떨어져버린 페이퍼 뒷 장 취급받는 마르크스와 왕따 라캉을 다시 우리에게 돌려보내고 있다.그는 실천적 과제와 구체적 투쟁 지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과제'와 '지침'에 너무 목말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담임 선생님의 금주의 실천사항에 익숙해있더라도,인사계의 금주 작업 목표가 그리워져도,총학생 투쟁위의 투쟁지침이 가끔 그립더라도..지젝은 그런 것을 주지 않는다) 

"오늘날 정치적 공간이 구조화되는 방식은 점점 더 행위의 출현을 힘들게 한다". 지젝은 이 말 처럼 행위를 하는 장소를 규명하는데 공을 쏟고 있다.이를 통해 행위의 가능성을 창출해내고 싶은 것이 지젝의 목표이기 때문이다.낚시 바늘을 만드는 사람에게 낚시 방법과 낚시의 포인트를 묻지는 말자.그것은 지젝을 독해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행위하는 우리의 몫일지도 모른다.

비교적 친절한 입문서이다.그리고 지젝에 대해서는 역시 알라딘의 로쟈님 페이퍼가 많은 도움이 된다.따라가기 힘들지만..쿨럭 쿨럭...가르마같은 논길을...쿨럭 쿨럭...다리를 절며 걸어보자.뭐가 되긴 되겠지.봄이라도 오던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인 2008-01-14 14:03   좋아요 0 | URL
읽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책 제목만 보고도 '저요'라고 대답하고 싶은 충동이. 쿨럭.

드팀전 2008-01-14 14:14   좋아요 0 | URL
쿨럭..다들 쿨럭..

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 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김수영 <눈>....쿨럭..

길게 썻다고 절 미워하진 마세요.지난 번 대충쓴 리뷰에 대한 헛발질이거나 쿨럭이니까..
옹옹옹....쿨럭이 유행어가 될 듯.

로쟈 2008-01-29 13:29   좋아요 0 | URL
길게 썼음에도(!) 당첨되셨군요.^^

드팀전 2008-01-29 18:11   좋아요 0 | URL
요즘 트렌드인가봐요...멜기세덱님도 길어요.
양적 축적의 질적 변화를 꿰해볼때도 되었는데..(양과 질이 그렇게 잘 넘어 다니는지도 좀 의문이긴 합니다) anyway ...지젝은 순전히 로쟈님에게 잘보이려고(?) 읽고 있으니 잘 봐주세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글쓰기이자 사람이어서 다른 책들도 쌓여 있는데..최근에 나온 책은 보관함에 있구요.요즘 너무 바빠서 소설 한 권을 가지고 1주일째 붙들고 있습니다.

마늘빵 2008-01-29 15:11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저도 같이 올라갔네요.

드팀전 2008-01-29 18:12   좋아요 0 | URL
이런 걸 동반우승이라고 합니다.ㅍㅍ
축하드려요...근데 이런걸 나눠먹기라고 비난하지는 않으려는지..
"과전불납리"하라고 햇는데..ㅋㅋ

멜기세덱 2008-01-29 15:34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드팀전님!! 지젝이로군요.ㅎㅎ
지젝이로군요. 로쟈님 덕에 몇 권 사놓긴했는데,영 엄두가 안나서리....ㅋㅋ
드팀전님 덕에라도 걍 한 번 도전해봐야겠네요..ㅎㅎㅎ

드팀전 2008-01-29 18:13   좋아요 0 | URL
^^ 길게 쓰면 다 되나봐요.자로 재봤는데 멜기님이 더 길게 썻어요..you win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나는 왜 리뷰상을 받지 못했을까? 그게 이것보다 나앗는데...

이매지 2008-01-29 20:00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짧게썼군요 ㅎㅎㅎ
이거 뭐 다른 분들 리뷰 보러 다니니 -_-
어떻게 그런 리뷰로 뽑혔을까 x팔리는군요 ㅠ_ㅠ
라캉은 정말 녹록치 않아요.
언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듯.
지젝도 미워하지는 않지만 가까이하기엔 살짝 먼 당신이랄까 ㅎㅎ

드팀전 2008-01-30 08:30   좋아요 0 | URL
제일 짧게 씌셨으면 산업적으로 보자면 가장 효율성이 높은거네요^^
투자대비 산출 ..^^ 님이 최고에요.^^
라캉은 전공자들로 어려워하던데요..

마노아 2008-01-30 01:42   좋아요 0 | URL
이번 주에는 제가 아는 사람 중 네분이나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되었어요. 축하합니당^^

드팀전 2008-01-30 08:31   좋아요 0 | URL
저도 아는 분이 많더군요.^^
사진은 마노아 님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숙녀분께 실례가 되겠지만
하고픈 말은 안하면 배가 고파서 ㅋㅋ
"귀엽게 생겼어요."
 

“흑인은 되고 여성은 왜 안되나”
‘미 페미니즘 대모’ 스타이넘
‘안티 힐러리’ 담론에 쓴소리
 
 
한겨레 서수민 기자
 








 

» ‘미 페미니즘 대모’ 스타이넘
 
“흑인인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인종통합이고, 여성인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은 남녀갈등 조장이라니 말이 되는 것인가?”

미국의 저명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74·사진)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안티 세력’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8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여성들은 선두에 선 적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사회의 남녀 차별은 흑백 차별보다 뿌리깊으며, “힐러리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기에 지지한다”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오바마처럼 지역사회 운동가와 변호사, 주의원 8년에 흑백 혼혈이라는 동일한 조건을 갖춘 정치인이 여성이었다면 대통령 후보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라고 물으며, 미국 정치가 여전히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흑인 남성들은 어떤 인종의 여성보다도 반세기 일찍 투표권을 얻었다”며 “흑인들은 이미 여성들이 접근하지 못한 기업의 고위 임원직부터 군의 고위직까지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성차별이 인종차별만큼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한때 인종차별이 그랬던 것처럼 성차별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스타이넘이 특히 표적으로 삼은 것은 힐러리처럼 ‘잘난’ 여성에 환호하는 여성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다. 스타이넘은 오바마를 찍은 아이오와 남성 유권자들이 ‘같은 남성’을 찍는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는 반면, 힐러리를 찍는 여성들은 ‘같은 여성이므로, 또는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찍었다’는 오해와 함께 편협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젊은 여성들과 달리 50~60대 장년층 여성에서 힐러리 지지도가 높은 점을 들어 “역시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과격해진다”고 풀이했다.

스타이넘은 언론 보도도 힐러리에 지나치게 적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은 자신을 존 에프 케네디에 종종 비교하고, 힐러리를 워싱턴의 고질적인 병폐로 묘사하는 오바마의 구식 선거전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타이넘은 여성운동과 흑인 인권운동의 갈등과 반목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기에 두 세력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남겨놓은 난장판을 청소하려면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 2번과 오바마 행정부 2번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OW TO READ 라캉 How To Read 시리즈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정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봄 날도 아닌데 아지랑이가 보인다.올해 처음 읽었던 책 때문이다.라캉과 그의 친구로 인해 겨울 날, 책 장 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때문에 눈 앞이 희뿌였다.무자년에는 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읽어보려고 생각했다.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접해보지 않았다.그래서 지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다음해의 독서계획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내년에는 지젝을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다.처음으로 만만해보이는 <how to>시리즈를 골랐다.지젝의 별명은 '라캉의 전도사'이다.결국 라캉을 알아야 지젝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이 시리즈의 라캉은 공교롭게도 지젝이 썻다.그러니가 화투로 치면 '일타이피'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잘못하면 일타이피 하려다가 확싸버려서 남 좋은 일 시켜 줄 수도 있는 법이다.)그러나 역시 욕심이다.이 책은 결코 라캉에 대한 친철한 개론서가 아니었다.

이 책은 <how to>시리즈 답게 가벼운 분량이다.그런데 왠걸 이 책을 읽으며 한 챕터를 서너번 읽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대중문화를 이용한 지젝의 비유는 그럴싸 했지만 결국 라캉의 개념형들을 살펴보고 이해하지 않으면 읽기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라캉의 욕망의 삼각형 같은 것을 그리는 수준으로는 지젝이 설명하는 지젝식 라캉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그래서 읽던 책과 동시에 10여년 전에 개론 수준에서 봤던 권택영 교수의 <대중문화로 라캉읽기>라는 글을 다시 꺼내 읽었다.결국 두 가지 글을 동시에 본 셈이 되어버렸다.결과적으로 이 책으로만 한정하자면 결코 기획의도처럼 친철한 가이드 북이 되지 못한 셈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오래전에 지젝의 입김을 맛봤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는 것이다.권택영 교수의 글 아래 작은 주석에서 지젝의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십 여년전에 라캉을 읽으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을 뿐,아래 있는 작은 주석까지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그리고 설령 보았다 하더라고 한참 뜨기 시작하는 지젝이라는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진 못햇을 것이다.권택영 교수는 자신의 글이 최근 라캉의 해석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젝의 접근을 많이 참고 했다고 발혔다.그러니까 두리뭉실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미 십 여년 전에 지젝의 글을 한번쯤은 접했던 셈이다.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라캉이 만만치 않기는 피차 일반이다.그나마 다행이라면 좀 어렵고 확실히 와 닿지 않아도 계속 읽어볼 동력이 충분하고 그만큼 엉덩이가 무거워졌다는 것 뿐이다.물론 더 직접적인 것은 예전만큼 나를 재미있는 일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색.계>를 라캉식으로 분석하는 글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아직 찾아 읽어보진 못했다.)또한 영화를 둘러싼 영화 외적인 현상까지 말이다.영화 <색.계>는 사실 섹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데도 파격적인 섹스씬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다.그리고 그 결과 낮시간 대에 중장년층 아줌마 관객들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흥행몰이를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영화를 보고 나서 커피숍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호들갑 떨며 "그런 자세가 가능이나해?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들 한다.영화 <색.계>에서 충돌되던 감정들과 욕망들,사건의 전개방식에서 응용되는 테마들은 라캉의 개념들로 분석하기 용이해보인다.물론 이미 많은 평론가들이 했겠지만...

뭔가 정리된 리뷰를 좀 써보려했는데 능력 밖이기도 하고 지금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두기로 했다.올해 지젝을 읽다보면 지젝처럼 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고 LP시리즈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를 보고 있는데 역시나 이 책에 나왔던 지젝의 인용과 예들이 여러번 재탕되고 있다.이 뿐 만이 아니라 그의 주요저서들에서도 그렇다고 한다.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반복학습의 효과로 뭔가 하나쯤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니 말이다.책 장을 한 장 넘길 때 마다 고민해봐야 하는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피곤하기는 하다.너무 많은 정보가 결국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의 번역이 좋았는지는 사실 내 영역 밖이다.어려우면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안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그럼에도 약간 뻑뻑한 부분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젝의 말 중에서 한 두마디를 적어보면서... 오늘은 여기까징..

"라캉의 주체는 언제나 탈중심화 되어 있다.그의 요점은 내 주관적 경험이 자기 경험 외부에서 내 통제를 넘어서는 객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매커니즘으로 조종된다는 것이 아니라,훨씬 전복적인 것이다.즉 나는 내 가장 내밀한 주관적 체험,사물이 '실제로 나에게 보이는'노습,내 존재의 핵심을 구성하고 보증하는 근원적 환상을 빼앗기게 된다.왜냐하면 나는 결코 그것을 의식적으로 경험하지도,확신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진보 정치의 많은 부분에서 직면하는 위험은 수동성에 있는 게 아니라 유사 능동성,즉 활동과 참여의 몰입에 있다....실제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 하기 위해 항상 활동 중에 있는 이런 상호 수동적 상황에 맞선 비판의 첫걸음은 수동성 속으로 물러나는 것,참여를 거부하는 것이다.진실한 활동,즉 좌표계 전체를 실질적으로 바꿀 그런 행위의 토대를 밝혀 준다."

"라캉에게 궁극적인 윤리적 과제는 진정한 깨어남이다.단지 수면으로부터의 각성이 아니라,깨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우리를 지배하는 환상의 주문에서 깨어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