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많이 밀린다.터널 안에서 접촉 사고가 나면 아마 이렇게 될 듯 하다.

웃기는건...책이 밀리고 '읽는 욕구'가 좌절 되니까 '구매욕구'는 증가한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어서 가급적 '책'구매를 자제하고 있다.몇 번 씩 '다음에'를 되뇌인다.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구매를 한다.가랑비에 옷 젖듯이 ...소량 구매인데도 한 번 두 번 ..그러다 보면 밀린다.

손에서 썩고 있는 책

 

 

 

 

 

 

 

 

보관함 막 튀어나오려고 하는-1-2회주문 사이에 곧 손에 들어올 책-그리고 마냥 기다릴..

 

 

 

 

 

 

 

 

 

딱 보니 안그래도 오래 밀릴 녀석이 눈에 들어오긴 한다..쯥.

짧게들 각 책에 대해서 뭐라 뭐라 써주세요 ^^ 그 녀석들을 먼저 읽어버리게..^^

출장 갈 때 이 책을 넣어갔는데...서양 고전 음악을 좀 들었다면 별로 어렵진 않지만..번역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건 아닌 듯 해요.잘은 모르겠으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8-02-2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다 묵직하네요. 이거 가랑비 정도로는 안 됐겠는데요?ㅎㅎ
저 left 언제 다 읽으시려구...그것은 좀 나중에 읽으시고
이중 얇고 가벼운 책부터 읽으심이...!^^

드팀전 2008-02-26 12:47   좋아요 0 | URL
근데 서점에서 그 책을 잠깐 봤거든요.두께는 1등이지만 역사책들이 좀 그렇듯이 읽기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닌듯 합니다.작아도 사람 돌게 하는 책들이 있잖아요 ..걔들이 진짜 오래걸려요..^^ 보다가 자꾸 조니까..^^

mong 2008-02-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된 진실은 저도 조만간 보괌함에서 튀어 나올것 같아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어여 읽으시지~ ^^

드팀전 2008-02-26 17:0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다음번에 그 소설을 보려고 하는데..켁켁 3권이라는 ㅎㅎ

마늘빵 2008-02-2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책들이 너무 무거워요. 저도 방금 '한 무리' 질렀는데 겹치는건 없네요. ^^ 이번에 나온 하재근씨의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에 관심이 팍 가고 있어요. 지승호씨가 신해철 인터뷰집 낸것도 단번에 질러버리고.

드팀전 2008-02-27 12:20   좋아요 0 | URL
무거운 만큼 얻는 것도 있겠거니 해서...^^ 나름 재미있다오.
 
1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요즘 진짜 음악듣기 힘들다.

시간이 없다.

거기에 가방에 공간까지 모자란다.무슨 소리인가..??

길 떠날 때면 나는 97년에 산 파나소닉 검은색 포터블 CD 플레이어를 꼭 가지고 다녔다.

대략 10장 정도의 CD를 알맹이만 쏙 뽑아서 케이스에 넣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들고 갈 수가 없었다.

가방이 너무 비좁았다.

MP3라는 것도 하나 있는데 몇 곡 안들어가서 자주 안쓴다.

교향곡 2-3개 넣으니까 더 안들어가던데...길에서 주운 거라 용량이 크지 않나보다.

여행길에도 음악을 못듣고 집에서는 더더욱 못듣고..

그래도 요즘 짬짬이 듣는 음반들...

음반 소개는 더블 클릭하면 원래 나오니까..ㅋㅋ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8-02-2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건 누가 알려줬었는데 안해봐서 또 까먹었다는 -_-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3
레오니드 치프킨 지음, 이장욱 옮김 / 민음사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짧은 소리로 '쎄울.." 이라고 외쳤던 것이 27년 전 일이다.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시간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27년 전이라니.갓 태어난 아기가 애아빠될 시간이다.하기야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88 올림픽 굴렁쇠 소년' 기억나며고 물어보면 '잘 모른다'는 대답을 많이 듣는다.지금 대학생들이 한 두 살 먹었을 때 올림픽이 열렸으니 '호돌이'를, '굴렁쇠'를 알 턱이 없다.그들은 가끔 TV자료 화면에서 '서울 올림픽'을 봤다고 말한다.

뜬금 없이 사마란치와 서울 올림픽을 떠올린 곳은 그가 '쎄울'을 외쳤던 곳이 '바덴바덴'이기 때문이다.이 책의 주인공인 전설적인 토스토예프스키가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에는 서로 다른 두 여행이 교차한다.이 두 여행은 서로 만날 수 없다.시간과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다.한 여행은 바덴바덴을 행하고 또 다른 여행은 100년쯤 후에 샹테페테르부르크를 향한다.

러시아를 떠날 수 없었던 의사 치프킨이 '나'가 되어 소설 속의 화자로 등장한다.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흔적을 찾는 여행자이다.소설은 화자인 '나'의 이야기와 실제 회고록에 도움을 받아 재구성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재구성한다.소설가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또 소설의 대상이 소설가인 셈이다.작가 치프킨은 영원한 동토의 빙하 속에서 신비롭게 잠들어 있는 거장 토스토예프스키에게 훈기를 불어 넣는다.그의 훈기를 받은 토스토예프스키는 '못말리는' '어처구니없는' 또한 '슬프고도 아픈' 한 피조물이 되어 책 장 사이를 넘어 다닌다.살아난 토스토예프스키는 도박장을 뛰어 다니고 아내에게 돈을 구걸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질투로 반쯤 실성을 하고 유형지에서 겪은 모멸감에 치를 떤다.그 뿐이 아니다.세상으로 인정받기 위해 평론가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또 그들의 무관심에 발끈하여 팔짝 팔짝 뛰어다닌다.때로는 자기를 학대하고 때로는 자기의 자만심에 뿌듯해 한다.

나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런 인물들이 좋다.분열적인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뭐라 한가지 잣대로 잡아 넣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사람들 말이다.물론 '명명백백' 정도만을 걷는 인물들을 만나면 그에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다들 옮바르고 인간을 초월한 듯한 의지를 보여준다.다들 의지들은 얼마나 강한지...거기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업적까지 보태지면 모두 모두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춘다.문제는 대개 그런 인간들이 좀 심심하고 그걸 떠받드는 사람들도 심심하긴 마찬가지라는데 있다.

재미있는 인간들은....그러니까 밀로스 포먼의 영화<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같은 인간들이다.또 영화<불멸의 연인>,<카핑 베토벤>등에 나오는 '괴팍한 노인' 베토벤 같은 사람들이다.연암 박지원 같은 노인네들도 재미있지 않은가?  미셀 푸코같은 인간들 흥미진진하다.시대의 바람둥이이자 죽음과 늘 손잡고 다니던 로버트 카파같은 사람들은 어떤가? 또 전장에서 시집을 읽어 대던 핸섬가이 체 게바라 같은 인간들도 마찬가지이다.

고리타분한 양반들은 이 '뒤틀림'의 재미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바른 생활 사나이들...^^ 아주 바람직하거나 뒤돌아서면 진상이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할 것 같다. 

하여간 소설<바덴바덴에서의 여름>에 등장하는 토스토예프스키는 '어처구니'없는 남자이다.그의 '어처구니없는' 반복되는 행각들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다.아이같다고 해야 하는게 딱 맞다.다괴팍하고 가련한 러시아인은 거기에 '반유대주의자'이기도 하다.정치적 옯바름을 이야기해야한다면 토스토예프스키는 '꽝'이다.작가 치프킨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유태인이다.이런 딜레마를 두고 치프킨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질문을 던진다.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답변에 대해 스스로 답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조금은 뻔하고 날카로움을 잃은 답변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소개에서 이 소설이 러시아 문학 전통에 대한 두 가지 논쟁을 재현한다는 글을 읽었다.뭐 대단히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상식선에서 말하자면 '슬라브주의'와 '서구주의'의 갈등이다.이건 러시아의 모든 예술장르와 일상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의 변방성과 독자성 사이의 밀물과 썰물같은 갈등이다.치프킨은 이 책에서 도스토예프스키와 투르게네프의 대립으로 이 두 기둥의 이야기를 건넨다.그리고 시대를 훌쩍 넘어 이 영상은 솔제니친과 사하로프의 대립구도로 형상화된다.이런 대립 구도는 만들려고 하면 근대 러시아 예술의 지형도 속에 전부 넣을 수 있을 법도 하다.환원론의 오류를 범하겠지만 말이다.소설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서구파 투르게네프에게 가급적 잘 보이려고 애쓴다.그렇지만 욱하는 그가 투르게네프의 은빛 안경 너머의 조롱에 찬 눈빛을 계속 견딜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파리에 가서 망원경을 하나 사서 그걸로 러시아를 자세히 보시지요"

소설 속에서 투르게네프는 권력과 부가 있으며 예의 바르고 신사답다.반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도박꾼에 가난하고 적당히 비굴하다.거기에 컴플렉스 덩어리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직접 만난다면 누구를 더 좋아할까?

이제 우리는 보험 드는 셈치고 실제 도스토예스스키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좀 너그럽게 봐주자.그가 언젠가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가 있는 '돌아이'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실제 투르게네프보다 토스토예프스키가 더 유명하지 않은가? .

도스토예프스키 ...절망하고 좌절하고 낙담하고 용서빌고 후회하고 섹스하고 질투하고...휘청거리고 잘난 척하고....그림을 보고....글을 쓰고....도박을 한....인간아.당신을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책 서문에서 수잔 손택은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을 가르켜 '지난 한 세기의 소설과 범소설(parafuction)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뛰어나며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작품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가장 아름다운 성취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작품은 확실히 맞다.

요즘 모 항공사에서 러시아 취항 광고를 하던데....

액설런트 인 플라이트....러시아...가고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2-25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02-25 15:51   좋아요 0 | URL
ㅜㅜ 맞아요.염장성이에요...
저도 (구)레닌 그라드에 가고 싶어요.샹트 페테르부르크....

2008-02-26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02-26 12:45   좋아요 0 | URL
맞아요...맞아.뺄셈을 잘못했군요..^^ 수정완료,.
 
1월, 당신의 추천 음악은?

2박 3일 간의 서울 출장을 마치고 어젯밤 마지막 ktx를 타고 내려왔습니다.시차 적응이 안되고 있습니다.오늘 출근할 때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안에서 졸았습니다.

낮에는 업무관련된 일을 보고 저녁때는 친구들 만나고 또 호텔 방에서 푹 쉬었습니다.가장 좋았던 건 역시 서울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녔던 겁니다.이동하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다닐 수 있었던게 가장 즐거웠지요.두리번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들어가보고 싶은 곳에 '쓰윽'하고 들어갈 수도 있고...딱히 아무런 계획이 없어도 할게 많은 그런 자유로움이었습니다.결혼하신 분들은 조금 공감하실 수도 있겠지만...^^

서점에 가서 <THE LEFT>를 보고 출판사 욕을 좀 했습니다.도대체 백과사전 만한 두께로 책을 만든 이유가 뭘까 하고 말이지요.

이 책을 들고 다닌다면 아마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겁니다.

"뭐냐?...저런 두꺼운 책.잘 난 척 하는 거야..베고 자다가도 목 디스크걸리겠다"

재질은 가벼운 것이어서 많이 무겁지는 않았지만...이런 책은 좀 나누어서 만들었으면 좋을텐데...

 

진짜 오랜만에 영화도 봤습니다. 입소문으로 힘을 받고 있는 <추격자>.

감독도 촬영감독도 장편영화는 처음이라는데 잘 만들었더군요.

망원동이라는 골목이 주는 폐쇄적 공간과 높은 담장의 집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한국적 리얼리즘'이라고도 하는 '우격다짐의 상황'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앞에 앉은 젊은 여자 관객이 자꾸 소리를 질러서...약간 신경쓰였습니다만...

"꺄악...어떡해 어떡해...어어...어머 어머...엄마 ㅜㅜ"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하는 <반 고흐전>도 보고 왔습니다.추운 토요일이었습니다.무려 1시간가까이 줄을 서서 들어갔지요.외국인들말고 국내인으로 혼자 구경온 사람은 저 밖에 안보이더군요.다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걸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봐야 하나 싶었는데...딱히 남은 시간동안 할 일도 없고 또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서 그냥 봤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본 그의 그림은 <자화상>이었습니다. 딱 1점 있더군요.한참 동안 서서 그와 이야기했습니다.돈 맥클린의 <빈센트>라는 노래가 자꾸 귓가에 맴돌더군요.

전 엉뚱하게 <누가 고흐를 죽였는가?>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씩 줄을 서서 고흐를 보러 오는 그 열정적인 사람들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저도 그 중 하나일테지요.

지금 이 시간 어느 곳에서도 가난한 예술가들은 고흐 같은 고독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고흐시대에 아무도 그를 몰라주었던 것 처럼 말입니다.

고흐를 내몰았던 사람들과 지금 고흐에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

 저는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또 오랜만에 '풍월당'에도 들렀습니다.여전히 손님은 많았구...진상들도 있었습니다.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 주어서 그냥 진상들은 잊었습니다.



  





 

 

요 정도의 음반과  DVD를 샀습니다.이것만 해도 거의 10만원돈이 되더군요.비싸.. ..ㅠㅠ

술도 많이 먹었고...압구정동에서 욜라 예쁘지만 비슷하게 생기신 언니들도 많이 보았구....

그랬습니다.^^

아휴...졸려.뭔가 적응이 안돼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2-25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2-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얼마 전부터는 시간이 촉박해도 주중에 일 끝나고 저녁에 가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정말 주말에는 내가 그림을 보러 온 건지, 사람을 보러 온 건지, 자꾸만 떠밀려서 다니는 느낌. (게다가,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군요 요즘엔)
 

한겨레 21의 기사를 읽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책 미리보기에 가면 한겨레21에서 노약자와 미성년자,심장약한 분들은 읽지말라는 경고문이 인용한 부분을 볼 수 있다.

임신한 흑인 노예의 아내를 처형하는 장면이다.

자주 인용되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 첫 장면에 등장하는 다미엥의 처형장면 처럼 잔혹하다.

미리보기에는 프레모 레비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괴물이 있기는 있다.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인간들이다.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뉘른베르크에서 아이힌만 재판을 취재한 한나 아렌트의 지적이 떠오른다.'악의 평범성'에서 그녀가 찾아 낸 것을 한 단어로 말하면 '생각한 것에 무능력함' 아니었던가.

올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은 미국의 아그리브 수용소에서 포로들을 학대한 미군 병사들의 다큐멘터리를 다룬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수상했다.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란 말이 떠오른다.영화 제목이 수동적인 인간의 폭력 수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행위와는 질적으로 분명 다르다.많은 사람들이 극단적 폭력 행위에 가해자가 되진 않으리라고 믿는다.

대신 그것보다 작은 질문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일상에서 '의문을 품지 않는' 사고 속에 묻혀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사회적 깨우침'만으로 과연 그 갈 곳 잃은 '의문'은 이제 답을 찾았는가?

한겨레신문에 실린 리뷰를 올린다.

............................................................................................................................

무정부 환경운동가 데릭 젠슨의 대표작
인종학살·환경파괴 등 전지구적 공포 고발
“문명 안락함 뒤엔 타인의 노예화” 일침


이 책은 하나의 무기다. 잔학행위에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의 손에 쥐어진 총이고, 그 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인식을 묶어두고 지금 같은 세상에 우리를 묶어두는 밧줄을 자르는 칼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성냥이다.

아나키스트요 환경운동가인 데릭 젠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거짓된 진실〉(아고라 펴냄)의 서문은 그렇게 끝난다. 그러니까 위의 글은 지은이 스스로 ‘이건 이런 책이야!’ 하고 책의 성격과 쓴 이유를 밝힌 일종의 선언문이다. 2005년에 번역출간된 그의 또다른 책 〈네 멋대로 써라〉만큼이나 당돌하고 당당해 보인다. 그때의 ‘혁명’과 〈거짓된 진실〉의 ‘우리의 인식을 묶어두고 지금 같은 세상에 우리를 묶어두는 밧줄을 자르는 칼’은 상통한다. 그 칼질은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사실 확인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젠슨은 책 첫머리부터 충격요법을 구사한다.

1918년 미국 조지아주 발도스타에서 한 백인 농부가 살해당했다. 백인들은 아무 관련도 없는 흑인 남자 열한 명을 무참하게 죽였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복수를 맹세한 흑인 여성이 끔찍하게 난도질당했다. 묘사는 단도직입적이고 거침없다. 거의 백년 전 일이니 지금 세상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이 오산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그는 뒤이어 2001년 콜롬비아 알토나야에서 부활절에 벌어진 40명 학살 사건, 그리고 17살 소녀 전기톱 살해사건을 끌어들인다. 이 사건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사로 재직했던 미국 석유회사의 ‘구사대’격인 현지 ‘암살대’에 의해 자행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매일 4~6명 정도가 경찰관들 손에 살해당하는 미국 현실. “에드워드 앤토니 앤더슨. 1996년 1월15일, 바닥에 엎드린 채 수갑을 찬 상태에서 총에 맞다. …1994년 12월22일, 뉴욕 시 길거리에서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질식사당하다. 르니 캠포스. 수감 중이던 그가 자기 목에 티셔츠를 절반 이상 쑤셔넣어서 자살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폐에 이르는 기관의 4분의 3까지 티셔츠가 쑤셔넣어져 있었다. 갈랜드 카터, 17살. 1996년 1월8일, 등 뒤에서 경찰이 쏜 총을 맞다. 경찰관이 피해자의 집 옆을 지나고 있는데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발포’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묘사가 무려 3쪽이나 계속 이어진다. 그 희생자들은 거의 모두 ‘흑인’ 등 유색인·소수자·약자들이다.



야생동물 사냥하듯 살육당한 인디언 인종말살, 아동노동과 아동학대, 성폭행, 포르노, 노예노동, 지옥의 교도소, 환경파괴, 홀로코스트, 아귀 같은 기업과 경찰, 그리고 매달 1만8000명의 이라크인들이 죽어간 최근 전쟁에 이르기까지 젠슨의 뒤집기와 속살 파헤치기는 대상과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을 메우고 있는 그 고발은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다. 이 구체성이 젠슨의 전략적 무기다. 젠슨은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인용하며 관계를 ‘그것’으로 대상화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의 속성이며, 범죄자들을 죄책감에서 구해주는 것도 바로 대상화라고 지적한다.




80 대 20의 비참한 약육강식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 역시 대상화를 면죄부로 이용하면서 제국 미국에 편승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장식용 백합 생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 독극물 메틸브로마이드를 한 해 약 30만톤이나 뿌려댄 결과가 빚은 참상에 환경운동가 캐런은 극심한 공포와 함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든다. 운동가인 그조차!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모든 게 너무 끔찍하고 너무 불합리해.”

그런데 이 공포와 슬픔이야말로 “바깥의 정복과 안의 억압”에 뿌리를 두고 “대다수의 피땀 위에 소수만이 안락을 누리는” ‘문명’의 세뇌에서 해방되는 실마리가 된다. 젠슨조차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서 변화가 시작됐고, 인생의 4분의 3 이상을 산 다음에야 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공포와 슬픔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제대로 아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착취 위에 서 있다는 것”, “파괴와 착취, 증오가 문명의 토대”라는 것, “문명이 주는 안락과 고상함은 언제나 타인의 노예상태, 비참함”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것이다. 증오와 파괴와 위선과 착취를 개인범죄 차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직하라는 것, 절망을 똑바로 보고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저항의 움직임에서 용기를 얻는 거야. 그것이 때로는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말이야.”

아나키스트답게 젠슨은 계급분화와 억압, 착취가 시작된 문명 이전, 농경문화 이전 시대로의 복귀를 해법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진실을 직시하고 저항하라고 촉구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주미힌 2008-02-1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기는 책이네요... 신문을 통 안보니깐 놓칠 뻔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