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사실 휴가 중 제주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휴가 중 일부는 제주에서 또 일부는 청주에서,하루는 서울에서,이제 마지막 며칠은 부산에서 보냅니다.하지만 이번 휴가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제주였지요.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보낸 하루도 의미있었습니다.(서울에서의 하룻밤은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제주도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입니다.처음은 대학교 2학년때 친구들과 텐트들고 갔었습니다. 한 6-7년전쯤에는 겨울에만 두 번 다녀왔습니다.휴가를 얻어서 서울가려다가 그냥 마음이 바뀌어 제주비행기로 바꾸었지요.혼자서 돌아다닌 2박 3일이 너무 충만했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은 아기 예찬이와 함께 바다 건너간 첫번째 여행입니다.부산에서 비행기를 타니까 조금 허망하더군요.정말 비행기 뜨고 음료수 한 잔 마시자 마자 멀리 한라산이 보였습니다.아이가 처음 타는 비행기 여서 무척 걱정했는데 갈때는 비행기 안에서 잤고 올 때는 지지배배 거리면서 잘 놀아 주었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은 많이 돌아다닐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지요.3박 4일을 있었는데 별로 간 곳이 없습니다.첫 날 함덕 해수욕장에 들렀고 둘째날 절물 산림욕장,서귀포 시까지 드라이브,세째날 비자림과 섭지코지...하루에도 다 돌만한 거리들이지요.하지만 그냥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돌아 다닌 곳이 없는 만큼 오고가며 바라보았던 제주도의 풍광이 더 마음 속에 깊이 남습니다.낮은 초지대와 작은 오름들,한라산을 중심으로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와 구름의 변화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은 사실 <바람스테이>라는 펜션입니다.와이프가 <인간극장>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길연씨와 범준씨가 주인공입니다.<인간극장>이 방송될때 이 분들은 무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책도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간 젊은 부부들입니다.방송 이후에 이들은 무주를 떠났습니다.그리고 다시 보금자리를 잡은 곳이 제주도 조천읍 와흘리입니다.전원마을에 펜션을 하면서 또 <바람도서관>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작은 방 두개가 전부인 정말 작은 도서관입니다.이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참 바쁘게 만들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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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곳에 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습니다.이번 여행이 예찬이 첫 돌 기념여행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휴가 사흘째 되는 날 나무를 심었습니다.배롱나무입니다.저와 와이프가 좋아하는 나무인데 주인장인 길연씨도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고 해서 수종을 고르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범준씨와 때마침 여행온 두 분의 후배님과 함께 마당 한 가운데 '예찬이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예찬이가 여름아이이고 배롱나무가 여름에 백일동안 꽃을 피우는 나무이기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나무는 저희가 직접 제주도에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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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준씨가 '예찬이 배롱나무' 명패를 하나 달아주기로 했습니다.사실 명패가 있으나 없으나 이 나무 한 그루로 인해 '제주'가 이제 의미를 가진 도시가 되었습니다.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지요.이제 저희는 TV에서 제주도 관련 뉴스를 보면 이 나무를 생각할 것입니다.제주도로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면 아마 이 나무의 안위를 걱정할 것입니다.이번 여행에 있어서 단 하나의 이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예찬이 나무심기'였습니다.
마지막날 '바람스테이'를 나오면서 예찬이를 업고 배롱나무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주도에서,바람스테이에서,건강하게 쑥쑥 잘자라고 있어.몇 년 뒤에 다시 왔을때 반갑게 만나자."
저희는 예찬이가 조금 더 크면 다시 제주도에 이 곳을 찾을 생각입니다.그때는 예찬이와 제주의 아웃도어 라이프도 즐길수 있겠지요.
제주도에서 별로 다닌 곳이 없었지만 처음 가본 비자림 숲은 너무 좋았습니다.그동안 제주 여행에서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저와 와이프가 또 숲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찬이의 아토피에도 좋을 듯 했습니다.길연씨가 추천해주기도 했지요.
정말 아름다운 숲이었습니다.숲에 들어가면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숲의 어둠속에서 간혹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은 눈부시게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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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이는 비자림 에서 풍욕도 잠깐 했습니다.
^^ 기저귀 갈아 입히다가 그냥 벗겨서 놀았지요.
저희가 비자림 속에서 '환상적이다'를 되뇌일때 어떤 가족들이 지나가면서 이러더군요 .
'도대체 여기 볼께 뭐가 있다구..어휴..그나마 저기 저 큰 나무 '새천년 비자나무'...응 저거 하나 있어서 사진은 하나 찍을 수 있겠네' 라며 시끌 벅적 비자림에서 가장 오랜된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
사실 저희들은 그들의 무식함 앞에 통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겨우 백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이 거대한 생명과 시간의 걸작품 앞에서 오만을 떨다니요.그들이 숲을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경탄하고 감동해야만 했습니다.그 숲을 이룬 햇살과 광합성과...오래된 시간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 백만의 생명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원하는대로 빨리 사진이나 찍고 가길 바랬습니다.![](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7882183319335.jpg)
'새천년 비자나무'라고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하더군요.
800살 정도된 나무라고 합니다.
나무가 오래되면 정령이 깃든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정말 산신령 중에서도 짬밥먹은 산신령 나무일 듯 합니다.
벌목꾼들은 예전에 오래된 나무를 자를때는 먼저 제사를 지냈습니다.그리고 나무 자른 밑둥에는 걸터앉지 않았다고 하더군요...신령은 믿지 않아도 좋지만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로움을 알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도대체 여기 볼 께 뭐가 있냐니요?"
제 마음에 담아온 제주도 풍광은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거기에는 풍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입니다.제주의 슬픈 역사도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제주도 하면 휴양지만 떠올리는 것도 것은 무지의 소치이지만 제주하면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4.3 만 떠올리는 것도 강박증입니다.
저는 제주에서 저의 시선이 낮아져서 좋았습니다.제주에서는 모든 것이 수평선을 그리워하며 아래로 향합니다.그 낮아져 흐르는 제주의 선.제게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 그리움을 담을 수 있었을까요? 제주의 평평하면서도 낮게 흐르는 그리움의 선들은 팔리고 있는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제가 본 것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기때문입니다.제주를 사랑한 김영갑 사진작가의 사진이 보편성을 이끌어내기야 하겠지만 제가 느낀 정서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도 95번국도(동부산업도로) 제주에서 표선방향으로 코끼리 랜드를 지나 5분정도 가다보면 도로 오른쪽에 <야연>이라는 눈에 잘띄지 않는 간판이 보입니다.생뚱맞은 제주 전통가옥입니다.길연씨가 추천해준 식당이었습니다.비빔밥과 고동죽(제주말로는 다르게 불렀습니다)이 있더군요.맛은 보통 이상이었고 식당의 정취는 최상이었습니다.감잎으로 걸레질한 윤이 나는 마룻바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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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햇빛 잡는 아기 예찬이/어딘가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듯한 아기예찬이 옷벗다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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