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에카테리나 궁전이란다.

차를 지하주차장에 넣지 않아서였을까?  운전대에 손이 얼어붙는지 알았다. 그다지 춥지도 않았건만 마음 속의 냉기가 손끝을 운전대보다 더 차게 만들었나 보다.

냉냉한 출근길. 심란한 마음으로 또 한 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음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진단한 현재 내 가장 커다란 문제다.

불가의 코끼리를 비유하자면.. 지금 내 마음 속에는 미친 코끼리가 날뛰고 있다. 

"마음의 코끼리가 풀어지면/ 무간지옥의 해를 입히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미친 코끼리도/ 이만큼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라디오를 틀었다.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중 왈츠가 흘러나왔다. 유명한 곡이고 나 역시 좋아하는 음악이다.일주일 정도 겨울 속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 불가능하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더 강렬한 법이다. 그리고 그 고통 역시.

러시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국내 항공사가 러시아 취항을 홍보하면서 광고음악으로 이 곡을 쓴 적이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엑설런트 인 플라잇'

최근에 이 곡은 빙상장에서 들을 수 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생상의 곡을 쓰고 있고 프리프로그램에서는 림스키코르샤코프를 쓴다. 그녀의 라이벌 아사다 미호는 하차투리안을 쓴다. 나 역시 김연아를 응원하긴 하지만 사실 그 둘의 연기를 더 응원한다. 맞수가 있다는 것은 관객에게 더 큰 재미를 준다. 어설픈 스포츠 애국주의에 휩쓸리지만 않는다면 최선을 다한 두 열정의 연기를 100% 즐길 수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하차투리안의 왈츠가 내 귀신송이 될 듯 하다.

 

 아사다 미오의 프리

 

 

김연아의 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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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최승호, 대설주의보, 민음사, 199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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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한 해다. 과거형으로 말할 수 없어서 더 없이 그렇다. '대설주의보'로 인해 이름 없는 산골이나 쓸쓸한 섬 마을에 한 동안 갖혀있고 싶다.

 인간을 운명의 소용돌이에 말아 넣는 것은 '인간의 죄업'가 아니라 '실수' 라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리스 서사시에 나타난 운명론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로 사실 그 싹이 오래전부터 싹터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실수' 에 대한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과율로만 보자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피치 못하게 전선의 앞 쪽에 놓여지고 있다. 아니 전선이 나를 손짓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에 들리는 것은 귀청을 찢는 반복적인 포성이다. 가장 좋은 길은 양손으로 포성을 막는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안들리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묵묵히 밥을 하고 식기를 닦고 매일 같이 성경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 나질 못했다. 세상의 정치사회적 흐름은 은유법으로가 아니라 직설 화법으로 나를 조인다.  

언젠가 실용서적에서 '운'을 불러들이는 방법 중에 '나쁜 생각은 그 단어조차 하지 말라' 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러니까 '혹시' '행여' 이런 생각들은 결국 '부정'을 하더라도 그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마음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그것을 지키지 않았기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장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공장'은 아주 넓은 개념이고 이 바닥에서 즐겨쓰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월급쟁이이고 또 노동자이지만, 맑스적 의미에서 '소외된 노동자' 는 아니다. 그나마.. 즉 비물질 노동자다.  하지만 올 한해 나는 공장 노동자가 되라는 말을 수 없이 들으면서 견디어왔다. 그것은 일종의 '직업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며 또 '삶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모두 '생존 위기론' 속에 파묻힌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금칙 앞에 다른 모든 가치는 무릎을 꿇거나 과거의 나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받는다.

주변에는 이런 정체성은 개나발이라고 믿으며, 개인의 욕심만 채워가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당연히 그럴싸한 시대론과 허위론이 자신의 욕망을 포장한다. 그런 인간들은 사태가 호기일때는 무임승차로 편승하며 위기일때는 결정적으로 버스가 곤두박질치도록 바퀴에 흠집을 내는 존재들이다. 그렇지만 본인들은 그저 조금만 축재한 것이라고, 조금만 이기적인 것이었다고 말할 뿐이다. 사실 내가 있는 이 조직은 도의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에 가깝다. 원래 목적이 그 가치를 잃은지 오래다. 이제 남은 것은 허황된 슬로건과 조직원들의 생존을 위한 이기, 그리고 권력의 지속을 위한 상층부의 욕망이 회오리처럼 결합된 변종의 것들이다.

한 해동안 아기가 크는 것을 보면서 행복해 했던 날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부서지는 모래성의 꼭대기 서서에서 매일 매일 발 밑을 침식하는 검은 파도를 바라보는 심정의 나날들 속에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나는 해방을 위한 '자기구타' 에서 멈칫거리고 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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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출근 길에 뭔가 하얀게 떨어져서 긴가 민가 했는데....

ㅋㅋㅋㅋ

부산에 눈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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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12-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엔 왠만해서 눈이 잘 안 온다고 하던데, 어젠 아이마냥 좋으셨겠습니다.^^

바람돌이 2008-12-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예요. 왠일이래요?
저도 조금전에 나가서 애들이랑 팔딱팔딱 뛰다가 들어왔답니다. ㅎㅎ

마노아 2008-12-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뭐? 하다가 '부산'에 방점이 찍히는군요! 축하해요^^ㅎㅎㅎ

순오기 2008-12-0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체로 눈을 보기 어렵다는 부산이라 눈이 오는 게 뉴스가 되는군요.
부산에선 첫눈이었나 봐요~ 축하합니다! ^^
 

 
KBS 노조선거 강동구 후보 승리
66표 차로…2045(강동구) 대 1979(김영한 후보)
 

2008년 12월 03일 (수) 22:06:16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이병순 사장체제의 첫 KBS 노동조합 선거로 관심을 모았던 제12대 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선거 결과 현재 노조를 계승한 기호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가 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KBS 노동조합 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밤 노조 결선투표를 개표한 결과 1번 강동구 후보가 2045표, 기호 4번 김영한 후보가 1979표를 얻어 66표 차로 강 후보가 12대 노조 정·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1층 로비에 마련된 개표장소에서 선관위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세차례에 걸쳐 이뤄진 개표에서 본관(서울 여의도) 수원 부산 전주 광주 울산 안동 김제 등의 조합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는 강동구 후보가 606표를, 김영한 후보가 550표를 얻어 사실상 초반부터 격차가 벌어졌다. 신관 창원 제주 대구 진주 충주 포항 등 조합원들이 참여한 2차 개표에선 김 후보가 918표를 얻는 데 그쳐 896표를 얻는 강 후보에 22표밖에 따라잡지 못했고, 3차 개표에선 강 후보(546표)가 김 후보(511표)를 되레 35표 더 벌였다. 무효표는 57표였다.

투표율은 95.1%(4264표 중 4081명 투표)를 기록, 또다시 역대 최고의 관심을 보였다.


   
  ▲ 결선투표는 총투표율 95%를 넘을 만큼 KBS 전체 조합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개표장소 밖에서 개표과정을 지켜보는 KBS 조합원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노동조합 12대 정,부위원장 결선 선거에서 당선된 기호 1번 강동구, 최재훈 후보가 노조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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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2-0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순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노조였다..이제 노와 사가 결합하누나...저기 물 건너 간다.

노이에자이트 2008-12-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BS는 이렇게 되는군요...
 

^^ 내가 악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한 번 도전해봤겠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인터넷이 여기까지 왔다.

와우...진짜....

상상력을 충만케 해주는 진짜 멋진 기획이다. 그냥 그 기획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흥분된다. 

음악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에스페란토 아닌가....세계 각지는 물론이고 , 메크로폴리스 뉴욕부터

아이슬란드의 시골 촌구석에서 울려 나올 음악을 상상하면...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프로젝트다.

각 파트 별로 사람들을 뽑는다고 하니-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지휘- '글로벌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의미있게 활용하면 정말 멋지겠다.

 세계 각 국에서 스폰서 받고, TV 중계, 음악판권 등의 수익금은 제 3세계 빈곤 퇴치에 사용한다면.... 멋지겠는걸!!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공연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 계약마저 끝냈을 것 같다.

 프렉튀스..프렐...ㅍ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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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12-0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지아의 소개도 재미있군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볼까요? ^^

드팀전 2008-12-04 06:58   좋아요 0 | URL
가시는 겁니까...카네기 홀.^^
글로벌 컴피티션!!

마노아 2008-12-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율이 일만한 기획이군요. 1분 30초 동안만으로도 짜릿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