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읽기 혁명 - 왜 지금 언론개혁인가?
손석춘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은 좋아하지만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나로써는 요즘들어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여론읽기혁명>은 한겨레 신문 여론매체 부장을 맡고 있는 손석춘씨가 장기간에 걸쳐 쓴 칼럼들을 묶은 책인지라 글 하나하나가 각각의 완성을 지니고 있어 계속해서 이어서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 시대 지식인 중에서 소위 '글빨'이 서는 사람들로는 한국일보 편집위원 고종석, 철학자 탁석산, 비평가 홍세화, 출판인 김규항, 철학자 진중권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손석춘을 추가해도 무방할 듯 하다. 그외에도 내가 미처 관심갖지 못한 글쟁이들이 많지만 지금껏 겪어본 바로는 이들의 글빨은 최강이다.

손석춘씨는 연대 철학과를 나온 뒤 고대 정책대학원을 마쳤다. 이후 동아일보를 거쳐 한겨레로 옮기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주력해온 상품은 '언론비판'이다. 그는 각종 일간지와 주간지, 월간지 등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매체들을 대상으로 쓴소리를 가하는데, 그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다. 그는 강준만과 더불어 조선일보 때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는데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조선일보가 사회에 잘못된 역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다.

사회의 약자에 무관심하고, 기업에 아부하고, 보수를 대표한다하면서 수구파들을 지지하고,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숨기고, 각종 사실을 왜곡시켜 독자들에게 내보내기도 한다.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더불어 신문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며 독자들의 사상을 지배한다.

손석춘씨는 언론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언론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실들을 전달하는 매개체인데 그 매개체가 잘못 돌아가고 있으니 실제하는 진실과 보도되는 정보 사이에 간극이 크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 이는 언론개혁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언론이 가로막고 있는 여론의 물줄기는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하여 여론이 도저한 강물로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를 때, 바로 그 순간은 혁명이 아닐까. 저자의 여론읽기는 박힌 물꼬를 터 여론이 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잿빛 여론읽기가 아니라 짙푸른 '여론 혁명'이야말로 저자의 여론읽기가 궁극적으로 걸어가려는 길이다. 비판은 언제나 그러하듯 '비판의 무기'를 넘어 '무기의 비판'을 꿈꾼다. 꿈꾸는 자에게만 내일이 존재한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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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서평

절대 돈 주고 사서 보지는 않겠다던 그 책을 보게 되었다. 나의 애초 결심대로 돈주고 사서 보진 않았다. 내 동생 방 책상 위에 놓여있던 것이 눈에 띄어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소란을 떠나?'하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이전에도 밝혔지만 난 이런 부류의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점엘 자주 들르는 나도 이런 부류의 책이 모여있는 코너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처세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다지 책다운 책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다운 책'이란 첫째, 소장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하고, 둘째, 천박하지 않은 깊이있는 성찰과 사색을 담은 책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숙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나 가볍게 읽히는 요즈음의 책들이 불만스러울 뿐이다. 예로부터 책 속엔 지혜와 진리가 담겨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요즈음에 출판되어 나오는 책들에선 그런 요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표적인 장르가 '처세술'이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요령, 기술만을 가르칠 뿐 깊이있는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쯤해두고, <아침형 인간>에 대해 논해보자.
먼저 이 책의 외양부터 살펴보자면, 하드커버로 양장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꼴이 심히 불쾌하다. 양장본은 오래도록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에 한해서 독자가 여러 차례 책을 읽을 것을 우려해 책의 파손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그저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어떠하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이 책에 양장본의 형태를 부여한 것은 부당해 보인다. 덕분에 7,000원 정도면 족할 이 책이 10,000원까지 치솟았다. 요즘 출판 불경기다 사람들이 책 안본다 해서 출판계가 힘들어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이 책에 하드커버를 씌워 비싸게 팔려는 것은 지나친 장사속이 아닌가 한다.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목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아침을 잃어버린 사람들, 둘째,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셋째, 어떻게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인가
책 전체를 읽고 난 뒤의 소감은 내용면에서 읽기전에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 알고 있던 이야기라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던 이야기를 책이라는 형태로써 결과물을 생산함으로 이 책의 저자는 '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크게 부각함으로써 마치 거기에 대단한 내용이라도 들어있는 양 과대포장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동안 저녁형 인간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혁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 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이 책을 씹기만 했는데, 저자와 출판사에 대해 한 가지 칭찬을 하자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한 그들의 능력은 훌륭하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 우려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책 만드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이 점은 인정한다.


2. 적용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지금의 내 삶과 비교를 해보자면, 나는 저녁에 일찍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라 할 수 있는데,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보고있노라면 '내가 저녁형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는 맞지 않다.

<아침형 인간> 148쪽 '짧게 자는 사람'과 '길게 자는 사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에 이를 연결짓는데, 그가 말하길, 대체로 '짧게 자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이고, '길게 자는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다.


'짧게 자는 사람'(6시간 이하의 수면)의 특성
정력적, 야심적이고 자기 조직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는 근면하고 무척 바쁘며 또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한 적응력도 강하다. 성격상 과감한 면이 있다. 자기 자신과 현재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들은 이 실험 과정에서도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은 별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길게 자는 사람'의 특성(9시간 이상의 수면)
비관적인 성격이 많다.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비판적인 경향이 강하다. 짧게 자는 사람에 비해 현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실험과정에서도 여러 사안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이나 불평을 많이 보였다. 잠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으며 신경이 다소 예민하다.

나는 수면시간만으로 본다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길게 자는 사람'에 해당한다. 6시간 보다는 9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잠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아침형 인간이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유형과는 정반대의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그 사례가 바로 나다. 난 아침형 인간이지만 오랜 잠을 자는 사람이다. 오랜 잠을 자는 사람의 특성과도 일치하며, 아침을 중요시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아침형 인간이다. 그럼 어떤 결론을 내려야하나? 이 책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봐야하나? 아니면 난 변종인가? 책을 읽고 난 뒤에 더 혼란스러워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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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하지 않은 책"들이 제발 좀 많이 팔렸음 좋겠어요 쉽고 재밌으면서도 괜찮은 책들이 참 많은데 왜 이런 자기계발서나 김진명 소설 같은 책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지...

마늘빵 2004-11-1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게요. 저 역시 요즘의 출판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분들도 먹고 살기 위해 그런 책을 어쩔 수 없이 출판할텐데...
 
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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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저, 이현우 역, 21세기북스

<아침형 인간>에 이어 그다지 마음에 끌리지도 않는 책을 연달아 두권이나 봤다. <설득의 심리학> 역시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던역시 '처세술'에 관련된 책이다.

좋다. '설득'은 '타인으로 하여금 나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해 타인이 내가 의도한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므로,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소재다. 한번 읽어보자.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채 절반도 읽기전에 내 손에서 놔야했다. 도저히 끝까지 읽어줄 수가 없었다. <아침형 인간>은 끝까지 읽었지만, 이 책만큼은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떠올리게 했다.

이 책에서 거의 대부문의 사례에서 '설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소비자'요, 설득하는 자는 '판매자'이다. '설득'의 목적이 '타인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의 '설득'의 목적인 좀더 한정적으로 사용되어 오로지 물건을 '판매'하는데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간의 의사소통의 하나인 '설득'조차도 그저 '물건을 사고 팖'이라는 부분으로 제한적으로 정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만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의 비법을 굳이 '판매'라는 상황으로 축소시켜야하는 것은 왜일까? 책의 저자는 심리학과 교수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 책은 경영학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책을 팔아먹기에는 심리학적 관점보다는 경영학적 관점이 좀더 나았던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불쾌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 괜한 흥분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쾌함을 가지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줄 수 는 없었다.

물건 팔아야하는 장사꾼들에게는 이 책이 유용할지 모르지만 '설득'이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진지한 성찰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이 책은 '썩은 사과'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 읽기를 시도한 나의 탓도 있지만, 진지하지 못한 주제로 마치 진지한 척 하는 책의 모습은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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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건 안 읽고 (세일즈맨이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대화의 심리학"을 읽었는데 그건 도움되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물론 제 삶에 적용시키지는 못했지만^^

마늘빵 2004-11-1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럼 그 책을 시도해볼까요
 
사르트르 한길로로로 46
발터 비멜 지음 / 한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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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며칠 도서관을 다니면서 빌린 책이다. 우리에게는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사르트르의 일상과 그의 저서에 관한 축약적인 이야기다.

이 책의 순서는 사르트르의 저서가 출간된 순서에 따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이 그의 모든 저서는 아니다. 가장 유명한 실존주의 소설 <벽>과 <구토>가 빠져있고, 철학적 작업들 또한 생략되어 있다. 단지 그의 생애를 차근차근 살펴감에 있어 도움이 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간의 순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희곡, 잡지, 소설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글'로써 씌여지는 모든 형식에 대해서 그는 가로지르기를 하고 있다. 각종 비평과 철학논문, 소설, 희곡 등에서 그의 글빨은 위력을 발휘했다.

사르트르의 부인이자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열다섯 살 이후(1929년)의 사르트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르트르는 글을 쓰기 위해 살았다. 그는 모든 일의 증인이 되어, 필연성에 바탕으로 그 일들에 대해 사유하며, 그것들을 새롭게 창작할 수 있는 천부의 갖고 있었다."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새롭게 창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는 부분적으로는 우리들의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작 책 속에서만 그러한 새로운 창조에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

사르트르는 190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해군장교였으나 사르트르가 두 살때 해외에서 병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사르트르가 열 두살 때 재혼했으며, 그는 주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러한 사르트르의 가정적 환경을 작가 보들레르의 삶에 비유를 한다.

"보들레르의 경우, 어머니의 재혼으로 말미암은 어머니와의 이별이 그를 고립시켰고, 그로하여금 고독의 저주를 받아들일 결단을 하게 했고, 동료들로부터 그를 이탈시켰으며,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반면, 사르트르의 경우 아버지의 결손, 즉 '낯선' 가정에서의 성장은 그로 하여금 자기 주장을 힘있게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사르트르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결손으로 인해 아버지의 대리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하고픈 말, 주장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의견을 펼쳤다는 것이다. 이것이 후에 사르트르를 영향력있는 비평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르트르는 희곡부문에서도, 문학과 철학부문에서도, 비평부문에서도 대단한 활동을 펼쳤다. 1937년 최초의 단편소설 <벽>이 프랑스 문학잡지 '누벨 르뷔 프랑세즈'에 발표되었고, 1938년 중편소설 <구토>, 1939년 단편집 <벽>이 출간되었다. 이 두 책으로 인해 사르트르는 프랑스의 주요 문학가중 한명이 된 것이다. 또한 철학분야에서는 '감정의 이론에 대한 시론'을 냈고, 이후 1940년에는 '상상적인 것'이라는 논문을 냈다. 이후 세계대전으로 인해 저술활동은 중단되었으나 1943년부터 <파리떼>, <존재와 무>, <자유의 길>, <닫힌 문> ,<보들레르>, <정치에 대한 이야기>, <변증법적 이성에 대한 비판> 등의 그의 주요한 업적들은 이 시기에 쏟아졌다.

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서술하자면 끝도 없거니와 여기서 마무리짓고,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다.

개인적으로 사르트르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윤리책 서양철학 부분에서 하이데거, 니체, 쇼펜하우어, 야스퍼스와 함께 다뤄지던 때였고, 이후에 나는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점에서 사르트르가 쓴 책을 아무거나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이다. 이 책은 굉장히 졸린 책이다. 뭘 말하려는 건지, 도대체 사건이란 것도 발생하지 않으며, 소설의 진행은 더디고, 재미도 없다. 하지만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았다. 당시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고, 이후 졸업한 뒤에도 읽기를 시도했으나 역시 중간쯤해서 또 멈추게 되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이후 사르트르를 접한 것은 내가 경제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를 한 이후 서양근대철학사를 배우면서였고, 한국일보 편집위원 고종석씨가 존경하는 사람이 사르트르라는 점에 이끌려 그에게 더욱 관심을 쏟게 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고종석씨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고종석씨가 존경하는 사르트르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고종석씨는 철학과 출신은 아니고, 언어학 박사를 한 분인데 아마도 그의 비평가적 모습을 좋아하는듯 하다. 사르트르는 지금까지도 서양의 위대한 지식인 중 한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철학적, 문학적 업적 뿐 아니라 비평가로써의 역할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고종석씨 또한 각종 에세이집, 소설, 비평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봐 그는 사르트르를 닮아가려고 애쓰는듯 하다. 고종석씨를 한국의 사르트르라 하면 과찬일까? ^^;

앞으로는 기회가 있다면 사르트르의 비평적 저술을 찾아 읽어보련다. 나 또한 그의 철학적, 문학적 업적보다는 비평적 업적에 더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 <사르트르>에 대한 메모 *

# 시, 문학

작가에게 언어는 도구이지만, 시인에게 언어는 봉사의 대상이다.

작가 => 언어를 기호로써 고찰, 낱말은 심부름꾼, 유용한 관심적 형식 중시
시인 => 언어를 사물로써 고찰, 낱말은 야생의 상태, 자연적 사물 중시

기호 : 본질 - 어떤 것을 지시

"작가는 말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지칭하고, 증명하고, 명령하고, 거부하고, 묻고, 맹세하고, 모욕하고, 확증하고, 말을 흘린다"


# 글쓰기의 중요단계

자신이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자신이 무엇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려 하는가?
자신이 왜 그것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려 하는가?

이후 중요한 것이 '문체'이다.
문체의 조건 : 주의를 끌어서는 안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 <파리떼> 에서의 자유

자신을 결정할 수 있음.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나의 결정이라는 사실과 내가 나 자신을 나의 결정과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


# '초월' : '이미 실현된 것'을 넘어 '가능적인 것'을 향해 서는 것. '넘어섬'


# 사르트르가 보는 '17-20세기의 철학의 세번의 창조적 세기'

1. 데카르트, 로크에 의해 규정된 시기
2. 칸트와 헤겔에 의해 규정된 시기
3. 마르크스에 의해 규정된 시기


# 사르트르에 있어서의 실존

실존(Ex + istenz) : 바깥에 서다
=> 신의 사유의 결과물, 창조된 존재

본질(essense) : 불변, 개체공통성
실존 : 가변, 개체고유성

예) 돌멩이, 사람의 본질은 '무엇임', 실존은 '무엇으로써 있음'
'무엇으로써 있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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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생애와 사상
카를 포르랜더 지음, 서정욱 옮김 / 서광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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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생애에 대한 책이 최근 여러권 출간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꽤 두꺼운(?) 편인 이 책은, 그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의 목록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부모의 집/초년기/김나지움 시절(1724-1740)
제 2장 대학교 시절과 가정교사 시절(1740-1754)
제 3장 15년간의 사강사 시절과 석사시절(1755-1770)
제 4장 순수이성비판이 나오기까지(1770-1781)
제 5장 학문의 전성기(1781-1790)
제 6장 노년기(1790-1804)

즉, 시간의 순서에 따라 그의 생애에 중심이 되는 사건을 토대로 크게 6장으로 나눈 것이다.

칸트의 삶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들은 바는 '칸트연구'라는 철학과 수업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통해서다. 칸트는 시간이 되면 정확히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오후 몇시에는 산책을 나가 어디까지 돌고, 언제부터는 독서를 하였으며, 잠은 언제 잤다라는 시시콜콜한 하지만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계산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마치 그의 철학과도 같이. 칸트의 철학은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이 주요 저서로 꼽히는데, 그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굉장히 체계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삶도 그의 철학과 같았던 모양이다.

또 한 일례로 여자친구가 그에게 청혼을 했지만 그가 도서관에서 이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하다 나왔더니 여자친구는 이미 결혼을 했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칸트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난 뒤에 칸트가 결혼을 세번 할 뻔 했는데, 결국은 혼자 살았다는 것과, 그 결혼할 뻔한 경우 중에 위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할뻔 했는데 그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몇년간 그가 고민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가 결혼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칸트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바와 같이 그다지 유명한 철학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성공하기까지는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나 알고 있는 철학자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아마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마르크스 정도는 기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리고 유명한 칸트는 당시에는 15년간 사강사 생활을 할 정도로 힘든 생활고를 겪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했고 이후에도 활발한 철학적 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학 교수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그의 아부할 줄 모르는 올곧은 성격도 있었고, 신에 대한 대학과 자신의 의견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운도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이학교 저학교에서 초빙을 받는 유명한 교수가 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학회에 나가서도 그저 '아마추어 철학자'라고 불리우는 설움을 당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위대한 철학자는 애초부터 위대하게 평가받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결국엔 위대한 철학자라는 호칭을 받게 됐지만 말이다.

이 책은 철학자에 대한 책이지만, 그의 생애를 담고 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저자인 카를 포르랜더는 일부러 그의 사상적인 부분은 중간차단하여 그의 삶을 부각하려 했다고 하니 생무지의 초짜가 이 책을 읽더라도 그의 사상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를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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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사람 같고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데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를 읽어 보니, 예술을 볼 때 개인의 느낌대로 볼 것을 주장한 낭만주의 철학의 선구자였다고 하네요 그 때부터 칸트가 좀 새롭게 느껴지더라구요^^

마늘빵 2004-11-1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칸트의 미학과 칸트의 인식론 체계는 참 다른 느낌을 주죠. 저도 아직 잘은 몰라요. ^^; 오늘 저희 학교 교수님이 번역한 <칸트평전>을 빌려왔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칸트를 알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