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주의 비판 공감이론신서 25
정인경.박정미, 윤종희, 박상현 지음 / 공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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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게 없다.
  2005년에 출판된 이 책은 원래 노무현 정부를 분석하는 우회로로서 제출된 것이다(인민주의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나 아르헨티나 메넴 등의 정치가적 인민주의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인민주의가 부상하는 정치경제적 토대(세계체계의 위기라는 조건)가 변하지 않았고, 인민주의적 유산 역시 건재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2) 시간 관계상 서문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서문이 그 자체로 명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현대 정치의 조건으로서 민족국가를 해체한다. 자본의 초민족화가 가속되면서 개별 민족국가는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상실한다. 의회가 더 이상 계급적 타협을 위한 안정적 합의를 담보하지 못하는 반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초민족화된 기술관료의 영향력이 강화된다. 그 결과 정치와 대중의 분리는 심화되고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정치와 여론 조작이 그 공백을 채움으로써 정치위기가 일반화된다. 20세기 후반에 다시 출현하는 인민주의는 이 같은 정치위기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인민주의는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따른 대중적 불만에 기초하여 태동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거부와 공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반정치의 정치'로서 인민주의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와 정치제도를 ‘적’으로 규정하는 ‘원한의 정치'를 통해 대중을 동원한다. 인민주의는 기존 정치․경제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대중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수동적 종속을 심화한다. 이런 점에서 인민주의는 해방과 변혁의 정치를 표방하는 사회운동과 크게 대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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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3.0 - 김광수 소장이 풀어쓰는 새시대 경제학
김광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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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한국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 휴먼앤북스)가 시기시기마다 발표된 보고서 내지 경제시평의 모음집이라면, 『경제학 3.0』은 칼럼집에 가깝다. 후자는 쉽게 풀어쓰긴 했으나 전자와 겹치는 부분이 많고(아니, 오히려 새로운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통계자료 등이 생략되다 보니 도리어 임팩트가 떨어져 버렸다. 전자를 읽었을 때의 명쾌함이나 풍부함 같은 게 많이 떨어진다. 보지는 못했지만 강의 CD까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민간 전문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 출간된 책처럼 느껴진다. 『경제학 3.0』을 진작 사놓고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정도만 읽고 (큰 흥미를 못 느껴) 덮어 두었는데, 만약 『위기의 한국경제』를 헌책방에서 발견해(이 충실한 책에 2,000원을 메겨 두다니, 이건 거저에 가깝다) 먼저 읽지 않았다면 아마 한참 뒤에나 읽게 되었을 것 같다. 『위기의 한국경제』를 먼저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위기의 한국경제』를 읽었다면 『경제학 3.0』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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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김정욱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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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맥없이 자지러지는 둑이여, 마음이여

  가엾어라 발 앞의 어둠이여

  왜 듣지 못하나 이 강물 소리를


* 장석남 시인의 시구들을 차용해 필자가 작성



 "낙동강 몰개를 막 파 제끼 싸놓으이 글타 카대요. 소문내지 마이소. 잘 모하몬 마카 다 붙들리갈라."

 - 2011. 7. 1.자 경향신문에서 주민 이모씨(44)의 말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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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 시인선 112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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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2년 제1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2) 책 표지 뒷면에 적힌 저자의 변(?)

  “나는 춤꾼이거나 歌手거나 아니면 유능한 세션맨이 되었어야 옳았다. 가끔 휘파람을 불며 여기저기 배회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참 동안 하곤 한다. 춤이나 음악은 말(言)에서부터, 도덕에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가. (중략)

  타오른다는 것, 아니면 깊이깊이 고요해진다는 것, 어떤 충만함으로 타오르며 그 속에서 파르라한 自己 존재의 떨림을 감지한다는 것, 그게 시보다는 춤이나 음악 속에서 훨씬 용이하리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나는 나의 삶이 음악 같아지기를 매일 꿈꾼다. 음악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문맹자의 가슴속에서까지 음악은 쉽게 웅덩이를 파놓는다.

  시는 내가 음악까지, 춤까지, 타오름까지 타고 가야 할 아름다운 뗏목이다.

  뗏목이 아름답다? 그래 그게 일상이니까.”


3) 그리고 시 한 편을 인용한다. 아래 시를 역사시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5월 (장석남)


아는가,

찬밥에 말아먹는 사랑을

치한처럼 봄이 오고

봄의 상처인 꽃과

꽃의 흉터로 남는 열매

앵두나무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앵두꽃잎을 내밀 듯

세월의 흉터인 우리들

요즘 근황은

사랑을 물말아먹고

헛간처럼 일어서

서툰 봄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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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중용 동양고전백선 3
주희 / 일신서적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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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莫見乎隱이며 莫顯乎微니 故로 君子는 愼其獨也니라.

   막현호은이며 막현호미니 고로 군자는 신기독야니라.


   숨은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고 미미한 것보다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을 때를 삼가고 조심한다.

   -『중용장구』제1장 제3절


2) 사서를 다 읽었다. 2006년 봄, 어쨌든 난 연락을 전부 끊은 채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고, 불면과 악몽으로 쇠약해져 갔다. 다음해에 있었던 시험까지 남김없이 방전되어버린 나는 끝없이 추락하는 자존감에 대한 자위책으로, 자괴감과 죄책감에 대한 자학충동으로 어처구니없게도 『논어』를 집어 들었다. 불합격 발표가 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경전 구절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가 자리잡아갔다. 이후에 있었던 크고 작은 시험들을 준비하면서 그렇게 아침에 읽은 경전들이 『논어』, 『맹자』, 『채근담』, 『명심보감』, 『한비자』, 『법구경』, 『대학』과 같은 책들이다. 오늘(2011. 7. 15.) 『중용』부분을 마저 읽어 일단 사서부터 채운 셈이다. 그리고 『장자』나 『바가바드 기타』 등을 읽다 말았다.


3) 사서를 읽는 순서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희의 권고를 참고할 만하다. “우선 『대학』을 읽어 규모를 정하고 『논어』를 읽어 근본을 세운 뒤에 『맹자』를 읽어 발월(發越=이상주의적 교양)을 본 다음 『중용』을 읽어 古人의 미묘한 데를 구하여야 한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주자와 같은 대학자가 이토록 준엄하게 타이른 것이겠지만, 어쨌든 『대학』을 읽고 나서 유교라는 과목의 학원 요약집을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 건 사실이었다. 주자는 『대학』을 학문의 테두리이고, 규모이고, 강령과도 같은 책이라 여겨 중요시했다는데,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입문서로 삼기엔 손색이 없다. 주자가 주해한 『대학』을 따라가노라면 무슨 스타 강사의 학원강의를 듣는 듯하다. 반면, 『중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해 놓았다. “『중용』은 성인의 학문에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학설로서 후세의 학문하는 사람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자학이 제시하는 이러한 순서에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중용』은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아 마지막에 읽는 편이 좋은 것 같다.


4) 시중에는 다양한 번역본이 나와 있다. 좋은 고전 번역본을 고르기 위해 나는 교수신문의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기획을 많이 참고한다. 여기에 소개된 것들은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투표로 선정한 번역들이다. 출판사들이 기획 번역을 할 때에는 기존에 출간된 번역본들, 그중에서도 호평을 받는 판본들은 대체로 참고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출판사에서 가장 최근에 번역한 책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주로 헌책방에서 책을 사는데, 출판사들이 그렇게 새 번역을 위해 참고했다가 되판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많이 사보았다. 방론이 길어졌는데, 교수신문은 『논어』의 경우 이을호(박영사)와 성백효(전통문화연구회)의 번역을, 『맹자』는 성백효(전통문화연구회), 양백준․우재호(중문출판사), 차주환(명문당)의 번역을, 『대학』과 『중용』은 김학주(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박완식(여강출판사)의 번역을 좋은 번역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확한 번역이나 꼼꼼한 주해를 평가의 한 기준으로 삼아 선정한 번역본들이고, 특히 동양 고전의 경우에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보다 읽기 좋게 번역한 다른 판본을 골라도 무방할 것 같다. 내가 읽은 판본은 『논어』(김학주 역주, 서울대학교출판부), 『맹자』(우재호 옮김, 을유문화사), 『대학․중용』(김영수 역해, 일신서적출판사)이다. 특별히 이 책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헌책방에 있었기 때문에 산 것이다. 모두 나쁘지 않았다. 이번에 읽은 김영수 해설의 일신서적 『대학․중용』의 경우는 풍부한 주해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책을 쓰려면 도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자는 무엇이든 둘로 나누고, 양명은 무엇이고 하나로 합친다는 말이 있는데, 부분부분 주자학과 양명학을 비교해 설명한 내용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중용』의 경우 여강출판사에서 나온 박완식의 번역도 용케 헌책방에서 구했으나 분량이 부담되어 읽는 것을 미뤘다. (+) 근래에 나온 김원중(글항아리)의 『논어』도 기대가 된다.


5) 다른 경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따금 폐부를 찌르는 구절을 만날 때마다 낯이 뜨거워져서 혼났다. 성현들은 우매한 후세의 고민과 마음자리를 어찌 이리도 훤히 내다보아 이러한 도를 미리 세워두셨단 말인가. 관계와 감정, 도리를 모조리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용해시키고 얼버무리는 서구 기독교에 비해 유교는 적어도 그 측면에 관하여는 보다 정치하고 농밀한 궁구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중용』 제16장에 나오는 주자의 귀신론이 어렵지만 신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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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지식 2023-02-25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아침에 문득 주희의 책에 대한 영역본을 찾아보다가,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일신서적공사의 동양고전 책들은, 일본의 동양문화대계(?)하는 70년대 위대한 번역 시리즈를 완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최고 권위자들이 쓴 책이기 때문에 수준이 상당할 것이구요.
저도 <도덕경> 편을 읽었습니다.
한국의 베른 저작권법 가입 이전에 번역되어 당시 관행상 판권을 밝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